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46)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146화(146/176)
§146. 축구 천재를 만나다(4).
이진에게 패스를 받은 권정훈은 완전히 허를 찔린 수비의 틈을 그대로 파고들 생각을 했다.
왼발잡이답게 왼쪽으로 드리블하며 수비를 제친 그는, 노마크 상황이라 곧바로 슛을 시도할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상대 선수가 마음껏 슛하도록 그대로 놓아둘 수 없었던 볼리비아의 중앙 수비수 아드리안 주시노는, 슛하려는 권정훈을 향해 황급히 태클을 시도했다.
완전히 돌파된 상황에서 뒤늦게 행한 태클이라 당연히 주시노의 발은 공 대신에 권정훈의 다리를 건드렸고, 그의 반칙성 플레이로 인해 권정훈은 그대로 잔디에 쓰러져야 했다.
반칙을 나타내는 휘슬이 울리고,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해야 할 주심은 웬일인지 휘슬 대신 팔을 돌리며 경기 속행을 지시했다.
왜냐하면, 흐르는 공을 대한민국의 이진이 낚아챘기 때문이다.
권정훈에게 패스한 후 이진은 가만히 쉬고 있지 않고 공격하던 권정훈 뒤를 받쳐주기 위해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혹시 그의 돌파가 막혔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런 헌신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이진은 권정훈이 넘어짐과 동시에 공이 흐른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눈치챘고, 먼저 움직인 덕분에 노마크 슈팅 찬스를 얻게 된 것이다.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이진의 발이 활처럼 휘어지며 그대로 강하게 공을 찼다.
[이진 슛! 고오오올! 골입니다! 득점이 없어 답답했던 경기를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진 선수가 단 한 번의 슛으로 득점을 기록합니다. 역시 이진입니다.]흥분한 장재현 해설위원은 이진의 움직임을 극찬하기 시작했다.
[어린 선수들은 조금 전의 상황에서 이진 선수가 움직이던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머릿속에 새겨 넣어야 합니다. 미드필더는 이진 선수처럼 항상 이렇게 경기 전체 상황을 머릿속에 넣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팀이 강해지는 거죠. 유명 선수 하이라이트 장면에 나오는 멋진 패스와 환상적인 패스를 잘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절대 아니에요. 이런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미드필더에게는 더 중요한 겁니다.]그는 이진의 오프 더 볼 상황에서의 움직임에 너무 감탄한 상태였다.
이진 정도의 유명 선수라면 그리고 더군다나 친선 경기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기본적인 움직임에 소홀한다고 해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진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결코, 잊지 않은 것이다.
방금 골은 이런 기본에 충실한 움직임이 만들어낸 골이다 보니 더욱 값지다고 생각했다.
이진의 이러한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는 선수가 한 명 있었으니, 그는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던 이세인이었다.
* * *
[오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볼리비아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후반 10분경까지 0:0으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던 경기는, 후반에 교체해 들어간 이진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연달아 2골을 득점…]이세인은 경기 후 숙소로 돌아온 이후에도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뒤 노트북으로 오늘 경기 영상을 말없이 보고 있던 그는, 밤늦게까지 자신의 오늘 시합 움직임을 복기하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동생의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이진은, 그러나 해야 할 충고가 있었기에 조용한 말투로 전달했다.
“경기를 다시 보는 건 좋아. 그러나 안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그걸 너무 생각하는 것도 좋진 않아. 프로 선수라면 분명 경기가 잘 풀렸던 날도 있고, 그러지 못한 날도 있게 마련이니까. 프로 선수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자세 중 하나는 지나간 경기는 빨리 잊는 것이야.”
“네, 형.”
이세인은 조언해 주는 이진의 모습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무언가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진에게 다시 말했다.
“성우 형에게 들었어요. 형이 경기에 많이 못 뛰고 기량도 정체되었다고 느꼈을 때 형의 도움이 슬럼프를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요. 저도 그때의 성우 형처럼 지금 고민이 많아요.”
갑자기 진지한 말을 꺼내는 이세인을 보며 이진은 그냥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형이 보기에 제가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고쳐야 할까요?”
이진은 진지한 얼굴로 질문하는 이세인의 모습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 그는 자신에게 어떤 조언을 바라는 것 같았지만, 자신 역시 더욱 노력해서 성장해야 할 선수 중 한 명에 불과하기에 간단한 조언 대신 이렇게 진지한 조언을 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성우에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계속 노력해야 하는 보통 선수 중 한 명일 뿐이야.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나보다 네가 더 뛰어난 선수가 될 수도 있는 거고. 프로의 세계가 원래 한 치 앞도 알지 못하는 안개 속과 같은 거니까. 그런 상황에서 내가 너에게 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 될 수 있을까?”
이진은 부담스러운 마음을 돌려서 표현했다.
그 말을 들은 이세인은 다시 진심을 담아 이진에게 부탁했다.
“부담되시는 건 잘 알겠어요. 충분히 이해도 하고요.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제 마음도 이해해 주세요. 형도 아시겠지만, 프로 세계는 잠깐이라도 밀려난다면 다시는 올라오지 못할 수도 있는 살벌한 세계잖아요. 그리고 혹시 형이 조언을 해주신다면 그냥 간단한 노하우를 알려주시는 정도로 생각하며 들을게요. 그러니 부담가지실 필요 전혀 없어요.”
“……”
이세인은 부담스러워하는 이진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는 오늘 시합뿐만 아니라 발렌시아 1군에 있으면서도 아직은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고 있었다.
자신을 둘러싼 그런 환경 때문에 이세인은 남몰래 혼자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진의 도움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계속 사양하던 이진은 마침내 이세인의 고집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야 말았다.
“휴~ 알겠어. 그럼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생각하고 편하게 들어. 원래 축구라는 게 정해진 건 없는 법이야. 그러니 내 이야기는 조언으로만 듣고 네가 직접 네게 맞는 옷을 만들어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내가 하는 말뜻 이해하겠지?”
“네. 이해했어요.”
마지막으로 다짐을 한 번 더 받고 난 후 이진은 그제야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바탕으로 그가 원하는 대답을 최선을 다해 말해줄 결심을 하였다.
“네가 내게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먼저 물어봐. 그럼 내가 네 질문을 듣고 그에 대한 답을 해주는 형태로 이야기를 하자. 그게 말하기가 편할 거 같아.”
이진의 요청을 들은 이세인은, 잠시 궁리한 뒤 질문을 기다리는 이진에게 처음으로 물었다.
“형이 생각하시는 제 장점은 뭔가요?”
이세인은 의외로 자신의 장점을 가장 먼저 물었다.
그가 이런 질문을 가장 먼저 꺼낸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선수마다 가지고 태어난 강점은 다 다른 법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선 본인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태어난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어쩌면 선수로써 성장하는데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었다.
그런 프로축구 선수의 생리를 알고 있던 이세인은, 세계적인 선수인 이진은 과연 자신의 장점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그게 제일 궁금했다.
“음… 장점? 첫 질문부터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네.”
뜻밖의 질문이라 답을 하기 위해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고 나서 이진은 이세인의 장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너무 많아서 모두 다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 몇 가지만 꼽아서 말해 볼게. 내가 생각했을 때 너의 가장 큰 장점은 축구 센스야. 네가 공간 패스를 보낼 때 보면 분명 보통 선수들과 다른 남다른 감각이 느껴져. 아마 유럽에서도 너의 그런 부분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거야.”
가끔 보는 사람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의 멋진 패스를 보내는 게 이세인이란 선수였다.
이번에 대표팀 연습할 때도 다른 선수보다 필드 전체 공간을 보는 감각이 남다른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말하라면 … 난 그냥 네 왼발을 꼽을 거야.”
다소 엉뚱하게 왼발이란 답변이 나왔다.
이해가 잘 안 된 이세인은 이진을 보고 다시 물었다.
“왼발요? 너무 포괄적인 설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형님이 무슨 뜻으로 그렇게 표현하신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어려워하는 이세인을 보며 이진은 웃으며 설명을 더했다.
“맞아. 포괄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말한 거야. 축구 선수 중 왼발을 타고 난 선수들이 많지. 예전에 마라도나가 그랬고, 지금은 메시가 바로 그런 선수야. 내가 보기엔 너도 그런 과에 속하는 선수고. 네 왼발에서 나오는 킥도 다른 선수보다 정확해. 그리고 왼발 패스도 남다르고. 더군다나 왼발로 하는 드리블도 일품이지. 그러니 종합하면 넌 일류 선수들만 가지고 태어난다는 축복받은 왼발을 가진 게 분명해.”
처음 들어보는 평가였다.
그러나 생소한 장점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축구공과 함께한 이후 쭉 들어오던 소리였다.
그래서 다소 식상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 이세인은 솔직히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자신이 존경하는 선수인 이진에게 이런 말들을 들으니 그 어떤 축구 전문가의 말보다 더 인정을 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분이 좋자고 아까운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곧바로 다른 질문을 이어서 물었다.
“그럼 제 단점은 뭔가요?”
조금 민감할 수도 있는 주제가 담긴 질문이다 보니 해답을 하려던 이진도 조금 전과 다르게 잠깐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네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신체적 성장이야. 흔한 말로는 이걸 피지컬이라고 하지. 축구 선수는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면 솔직히 아무 플레이도 하지 못해. 아무리 다른 장점이 많아도 상대에게 힘으로 밀리는 순간 다 묻히게 되어 있어. 그리고 유소년 축구와 성인 축구의 가장 큰 차이점도 신체적인 부분이 제일 크지. 너도 분명 느꼈겠지만, 1군은 정말 빡세잖아. 그러니 넌 반드시 몸을 더 키워야 해.”
이세인도 고민하던 부분이라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저도 사실 많이 느낀 부분입니다. 근데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피지컬이 좋아질까요?”
가르쳐 줄 비법이 없다는 사실이 이진을 괴롭게 만들었다.
“방법은 너도 알다시피 훈련이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보완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어. 내가 알기론 성우도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와서 이제야 그동안의 노력이 시합 때 나타나고 있다고 알고 있어. 분명 힘들겠지만, 돈 받고 운동하는 우리에겐 숙명과 같은 일이니 묵묵히 참고 해야지.”
이진의 말에 이세인도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