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71)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171화(171/176)
§171. 금의환향(3).
처음으로 나서게 된 이형탁은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향해 투덜거렸다.
“아, 처음부터 에이스가 나가야 합니까? 그래도 나는 우리 중에 수비가 가장 빡센 사람인데…”
그런 그의 얄미운 모습을 본 다른 동료들은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부탁할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 진짜 꼴 뵈기 싫어. 이진 선수, 제발 부탁인데 이형탁 씨가 제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제대로 본 때를 좀 보여주세요. 사람이 좀 겸손해지도록 말이죠. 저 사람이 저렇게 계속 행동하면 주변에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 귀찮더라고 이형탁 씨가 겸손하게 살 수 있도록 이진 선수가 최선을 다해 주어야 합니다.”
정형동의 농담 섞인 부탁을 받은 이진은 이번에도 역시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수줍게 대답했다.
“네, 열심히 해볼게요.”
그렇게 두 사람은 훈련 겸 시범 대결을 시작했다.
감독 안정훈은 이진에게 패스를 보내는 역할을 맡았고, 호루라기가 울리자 이진은 볼을 받기 위해 살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를 따라가는 이형탁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프로그램 내용이 재미가 있으려면 아무리 이진 선수라도 조금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낫겠지? 그러니 제대로 해야겠다.’
솔직히 이진 선수에게 쉽게 당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의외로 이진을 잘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시청자들의 예상을 벗어나 더욱 재밌는 전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최근 축구를 자주 했고, 이전에 프로 선수들이 몇 번 출연한 적이 있을 때 그들을 잘 막았던 경험이 있기에 내심 이번에도 이진 선수에게 한 번에 제쳐지지 않을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떠오르고 움직이던 그때, 갑자기 이진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진은 순간적으로 안정훈에게 패스를 받기 위해 빠르게 움직인 까닭에 그 뒤를 쫓던 이형탁의 눈에는 갑자기 이진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서둘러 사방으로 고개를 돌려 이진을 찾은 이형탁은, 황급히 다시 이진을 쫓아갔다.
그러나 이미 안정훈에게 공을 받은 이진은 이형탁의 움직이던 방향의 역방향으로 볼을 트래핑한 후 빠르게 빠져 나가 버렸다.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어쩌면 FC의 수비 에이스인 이형탁이 너무 허무하게 돌파당했기에, 출연진 전부 방금 장면을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들 중 단 한 명 안정훈만이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고 있다가 모두에게 말했다.
“전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세계에서 제일 수비를 잘한다는 프로 선수들도 막기 힘든 선수가 이진 선수인데, 아마추어인 여러분이 막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여러분이 이진 선수를 막으면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김성조는 안정훈의 말을 듣고 보니 그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2명이 수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감독님 말씀대로 한 명이 이진 선수를 막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인 거 같습니다. 그러니 바로 한 명 더 추가해서 2명이 이진 선수를 막아보도록 하죠.”
이번에 수비수로 나선 사람은 바로 기계 체조계의 레전드인 여원철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수비수는 앞서 1:1에 나섰던 이형탁이었는데, 두 사람은 어쩌면 FC의 핵심 수비수들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어쩌면 FC의 최고 수비조합인 두 사람이 이진을 제대로 수비하기 위해 나섰다고 볼 수 있었다.
다시 시작된 탈압박 시범.
이번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자신을 막기 위해 나섰는데도 이진의 얼굴에는 일말의 불안감도 보이지 않았다.
여원철과 이형탁 역시 스포츠를 업으로 삼아왔던 사람들인지라 승부욕이 남달랐는데, 여유가 넘치는 이진의 모습에 강한 자극을 받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이형탁은, 여원철을 향해 작전을 지시했다.
“원철이 형이 따라붙어. 내가 커버할게.”
“오케이, 알았어”
어쩌면 FC에서 몸놀림이 가장 빠른 여원철이 이진을 타이트하게 수비하고, 그가 뚫리면 자신이 재빠르게 커버하겠다는 나름 괜찮은 전략까지 세운 두 사람이었다.
이진은 두 명을 상대하는 데도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안정훈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낸 그는, 여원철이 따라붙는 와중에도 여유롭게 패스를 받았다.
패스를 받음과 동시에 왼쪽으로 치고 나가는 이진.
그런 이진을 막기 위해 여원철은 빠르게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것은 여원철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 동작이었다.
이진은 곧바로 다시 한 번 역으로 방향을 틀면서 여원철을 아주 간단히 제쳐버렸다.
여원철은 이진이 자신을 단숨에 돌파하자 자신의 파트너인 이형탁에게 크게 외쳤다.
“막아! 내가 바로 따라갔게!”
여원철이 말이 있기도 전에 이형탁은 이미 이진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조금 전 수비에서 너무나 간단히 제쳐졌기에 이번에는 자신의 수비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셈으로 이를 악물고 이진을 수비하고 있었다.
움직이던 방향 그대로 더 옆으로 치고 빠져나가려는 이진.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이형탁은 발을 최대한 쭉 뻗으며 이진의 공을 잘라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것은 이진의 속임수 동작이었다.
이형탁이 볼을 뺏기 위해 발을 벌리자마자 이진은 그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내며 유유히 지나가 버렸다.
녹화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환상적인 몸놀림을 보여주는 이진의 모습을 보고 마치 넋을 잃은 사람처럼 입을 쩍 벌리고 바라봤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유일하게 이런 결과를 예측했던 안정훈은,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들을 향해 두 사람이 왜 이렇게 쉽게 돌파를 당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진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를 주로 맡다 보니 시합 때는 개인 돌파를 자주 시도하지 않죠. 그래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진 선수의 돌파 능력은 지금 현재 세계 무대에서도 최정상급에 속할 정도로 대단한 선수예요. 저번 시즌 이 친구의 드리블 돌파 성공률이 90%가 넘었어요. 말 그대로 미친 돌파력이죠. 이 말을 다르게 설명하면 제치려고 마음만 먹으면 상대 수비수를 곧바로 제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이진이라는 선수라는 뜻입니다. 그런 선수를 상대하면서 그렇게 마구잡이로 달려들어서야 승산이 있습니까? 으이그, 생각 좀 하고 축구 합시다, 생각 좀.”
방금처럼 직접 부딪쳐 본 적이 없었다면 무슨 그렇게 과장을 하냐며 농담부터 건넸겠지만, 지금 이진의 움직임을 직접 보고 난 뒤였기에 이곳에 있는 모든 출연진은 아무런 대꾸도 못 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두 명까지 돌파당했기에 이번에는 세 명이 이진을 막기 위해 나섰다.
이번 조합 역시 나름 괜찮았는데, 어쩌면 FC의 에이스이자 젊은 피 3인방이 나섰기 때문이다.
수영의 전설 박태민과 태권도 메달리스트인 이대용,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병 선수가 이번의 도전자였다.
3명의 모습을 본 이진은 처음으로 쉽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분들은 체력적으로 가장 좋으신 분들이니까 쉽지 않을 거 같네요. 저도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이진의 말을 들은 김성조는 기뻐하는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했다.
“와, 이진 선수가 처음으로 쉽지 않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꺼내네요. 이번에는 정말 저희가 이진 선수의 공을 뺏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하지, 봐주지 마. 지금은 이겨도 돼.”
다른 출연자들도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다.
이진은 그런 그들을 보며 묘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세 명이 이진을 에워싸니 이진도 안정훈에게 쉽게 패스를 받기 힘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진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지금!’
안정훈에게 다시 눈으로 신호를 보낸 이진은 측면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그런 그를 향해 재빨리 패스하는 안정훈.
그렇게 이진은 안정훈에게 패스를 받았고, 세 사람 중 이진에게 적극적으로 붙는 임무를 맡은 모태병이 볼을 받은 이진에게 바로 달라붙었다.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우선 힘으로 버티는 이진.
그리고 그런 이진을 힘으로 압박하려던 모태병은 이진의 엄청난 힘에 깜짝 놀라게 된다.
‘뭐, 뭐야? 완전 콘크리트 벽이잖아!’
아무리 힘을 써도 전혀 밀리지 않는 이진 때문에 모태병은 순간적으로 당황해 버렸다.
그런 모태병의 반응을 등진 상태에서도 알았을까?
이진은 모태병이 잠시 멈칫하는 틈을 타 그를 제치며 빠져 나왔다.
이번에 이진을 막을 사람은 어쩌면 FC의 에이스 선수인 이대용이었다.
이진은 그를 보자마자 반박자 빠르게 드리블 치며 앞으로 치고 나왔다.
순간적으로 치달을 시작하는 이진.
압도적인 이진의 스피드에 발 빠른 이대용도 따라가지 못했다.
이진은 그대로 기세를 살려 앞으로 더 빠르게 치고 나가려고 했고, 그런 이진을 막기 위해 박태민이 전속력으로 뛰었다.
그러나 그런 박태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진은 곧바로 힐숏으로 공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돌려 버렸고, 유유히 세 사람을 따돌리고 빈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철썩.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성조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야…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이건 그냥 막을 수가 없는 사람이잖아…”
지금 김성조가 느끼는 마음은 이곳에 있는 모두가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기도 했다.
세계를 호령한 이진의 엄청난 경기력을 진심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탈압박 시범을 보여준 이진은 다음 훈련으로 패스 시범을 보였다.
땅볼 패스의 경우에는 너무나 빠르고 정확한 패싱력에 모두 놀라게 되었다.
그러나 이진의 패스 실력에 가장 놀라게 되는 순간은 그의 전매 특허와 같은 백스핀을 먹인 로빙 패스였다.
수비 뒷공간을 노리며 달리던 박태민은 거짓말처럼 자신의 앞에 떨어진 공을 향해 전력으로 뛰었다.
날아온 속력을 생각하면 그대로 골라인 밖으로 벗어날 거 같다는 예감도 들었다.
그러나 바운드 된 공은 거짓말처럼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런 공의 모습에 깜짝 놀란 박태민의 슈팅은 그만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다.
그런 그를 향해 정형동이 화를 냈다.
“아니 지금 뭐 하는 거야? 세계 최고의 선수가 말 그대로 최고의 패스를 보냈는데 그걸 못 넣으면 어떡해?”
그러나 박태민도 할 이야기는 있었다.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 게 아니에요. 아니 내 눈앞에서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데 어떻게 안 놀래요?”
“마법과 같은 일? 그게 뭔데?”
“형 못 봤어요? 아니 공이 갑자기 안 튀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건 그렇긴 하더라. 나도 보면서 너무 놀랬어.”
“그죠? 그러니 제가 실축하죠.”
“그렇게 실수할 만한 순간이었네.”
화를 내던 정형동은 급격히 박태민의 마음에 공감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