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2)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2화(2/176)
§2. 자네는 타고난 약골이네.
그런 까닭에 이렇게 가끔 묘를 찾아오곤 하셨던 모양이다.
증조할아버지께 술이라도 한잔 올리시려고 말이다.
책에서나 나올 거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드는 사연이었다.
근데 가만있어 보자, 그럼 이 할아버지는 연세가 도대체 얼마나 많으신 거야?
우리 아버지보다 한 세대 위인 셈이잖아.
내 할아버지와 같은 항렬인 셈인데···
혹시 연세가 거의 세 자리 숫자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보기에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어르신은 우리 가족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자네는 이명우 선생님의 손자인가?”
아버지는 어르신의 연세 때문인지 무척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자네 직업을 물어도 되겠는가?”
“개인 택시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
“네, 할아버지 덕분에 독립유공자 자녀 혜택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빨리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제 가족 풍족하지는 않지만, 제법 잘 먹여 살리고 있고요.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살 팔자로군. 그렇게 사는 것이 알찬 삶이지. 자네는 그렇게 사는 것이 딱 들어맞는 관상일세. 그리고 덕을 모으고 있지. 그 덕이 계속 쌓이면 자네 밑의 자녀에게 큰 복이 들어오게 될 걸세.”
어르신은 갑자기 아버지의 관상을 봐주셨다.
이게 들어보니 은근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흥미로운 눈으로 어르신의 말씀을 경청하는 중이었다.
왠지 처음 볼 때부터 그런 느낌이 나더니,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도를 닦던 도인이 맞으신 모양이다.
어르신은 아버지 다음으로 나와 수정이를 찬찬히 쳐다보셨다.
둘 모두를 찬찬히 쳐다보신 후 이번에는 수정이를 향해 물었다.
“자네는 올해 나이가 몇인고?”
수정이는 약간 위축된 모습으로 대답했다.
어르신한테는 이상한 기운 같은 것이 풍겨 나왔다.
그 기운 탓에 수정이가 조금 쫀(?) 모양이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대답을 들은 어르신은 수정이를 향해, 정말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넌 참으로 지혜로운 아이구나. 일의 경중을 따질 줄 알고, 나아가 지혜를 부릴 줄 아는 현명한 아이로다. 나중에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팔자야. 이 아이는 관직에 나가야 할 운명이니 부모인 자네들도 명심하도록 하게.”
관직?
우리 수정이가 공무원이 될 팔자인가?
요즘 제일 선호하는 직업인 공무원이 될 팔자라니, 동생이지만 너무 부러운 자식이다.
나름 괜찮은 말씀을 들은 탓인지, 수정의 뺨에 약간의 홍조가 보였다.
어르신이 이번에는 날 바라봤다.
약간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무언가 근심이 있으신 모양이다.
불안하게 왜 그러시지?
날 가만히 바라보던 어르신이, 나에게 물었다.
“자네는 지금 현재, 하는 일이 무엇인가?”
어르신의 물음에, 내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운동선수입니다.”
“운동선수? 무슨 종목의 선수인가?”
이 질문에는 아버지가 먼저 대답했다.
“프로 축구 선수입니다. 우리나라 프로 축구 구단에서 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그래?”
어르신의 눈에는 이채가 서리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팔목을 이리 내 보거라.”
“네?”
“내가 잠시 네 진맥을 짚어 볼 터이니, 네 손을 달라 이 말이다.”
그제야 어르신이 왜 손을 내밀고 계시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마지못해 손목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르신은 능숙한 자세로 내 손목을 잡더니 이윽고 눈을 감으셨다.
아마 진맥이라는 것을 짚고 계시나 보다.
한참을 그렇게 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드디어 눈을 뜨셨다.
그리고는 대뜸 한탄을 내뱉으셨다.
“허허, 이런 일이 있다니···”
이상한 느낌을 담은 한탄에 부모님이 놀란 얼굴로 어르신께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런 대사 다음에 보통 무엇을 사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그건 100% 사기다.
보통 사기꾼들이 이런 멘트를 던져 위기감을 한껏 준 다음 물건을 팔지 않나?
불현듯 이런 걱정이 들었지만, 분위기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그딴 소리를 지껄였다간 부모님께 분위기 파악 못 한다고 뒤지게 얻어맞을 것이 분명했다.
“이 친구는 타고난 허약 체질이야. 어떻게 이런 몸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운동을 업으로 삼은 건가?”
“헉!”
어르신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나도 아버지처럼 탄성을 지를 뻔했다.
난 다행히 잘 참아서 내뱉지 않았을 뿐이었다.
“아니, 어르신.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 녀석이 어릴 때부터 워낙 허약 체질이었습니다. 허구한 날 잔병을 달고 살았죠. 그걸 어떻게 단박에 알아채셨는지··· 정말 놀랍습니다.”
감탄이 섞인 아버지의 말에, 어르신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박복한 팔자 탓에 구름 따라 바람 따라 떠돌아다니다 보니 몇 가지 쓸만한 재주를 얻게 되었지. 그래서 한때는 의원 일도 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다지 믿을 건 못 된다네. 시쳇말로 자격증 한 장 없는 한낱 돌팔이에 불과한 사람이 바로 나라네.”
어르신께서 하신 겸양의 말을 들으니, 오히려 반대로 더 믿음이 생겼다.
진정한 도를 이룬 분들은 혹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모님의 표정을 쳐다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잘 짜인 사기극이라면 우리 가족은 안타깝게도 그냥 홀라당 넘어가 버린 상황이었다.
이미 어르신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 상황이라, 앞으로 어떤 말을 하셔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체질을 가지고 태어난 친구는 아무리 운동해도 체력이 크게 늘지 않는다네. 그러니 지금 이 친구는 타고난 체질상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셈이지.”
어르신의 말씀에 아버지가 맞장구를 치셨다.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저희도 정말 많이 말렸습니다. 그저 취미 생활로 즐기며 다른 일을 해 보자고 여러 번 권하기도 했었죠. 근데 아들 녀석이 축구를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운동하러 나가더군요. 감독, 코치님들도 이 녀석의 열정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체력도 약한 아이가 정말 악으로 깡으로 열심히 한다고요.”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니 파란만장했던 내 유년 시절의 모습이 눈앞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난 아주 어릴 때부터 감기를 달고 살았다.
오죽했으면 학교 가는 날보다 동네의 작은 병원에 가는 날이 더 많았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큰 병을 앓은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달리 축구를 좋아했다.
거의 광적일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내 모습에, 결국 부모님도 날 말리지 못하셨다.
연습을 열심히 한 덕인지 축구도 꽤 잘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국, 선택의 순간이 오고 말았다.
축구 선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순간이 온 것이다.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하셨다.
그러나, 난 멈추기 싫었다.
축구를 하다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축구가 좋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안 부모님도 결국, 내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
그렇게 난 프로 축구 구단인 수원FC 입단에 성공했다.
“자네, 혹시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있는가?”
어르신의 물음에 난 다시 속으로 탄성을 터뜨렸다.
실제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많이 놀란 아버지가 나 대신 어르신께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이고, 맞습니다. 이 녀석이 프로 되자마자 출전한 시합에서 크게 다쳤습니다. 상대방이 거칠게 태클을 했거든요.”
“그때 다친 부위가 어디인가?”
이번에는 내가 대답했다.
“무릎입니다. 병원에 가니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졌다고 하더군요.”
내 말을 들은 어르신은 옆에 앉아 있던 30대 일행분에게 지시했다.
“자영아, 상을 저리 치우거라. 내 잠시 이 친구 몸을 살펴봐야겠다.”
“네, 선생님.”
몸을 일으킨 자영이라는 이름의 일행분은 빠르게 우리가 식사하던 상을 밖으로 치워버렸다.
우리가 돕고 어쩌고 할 시간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상을 치워버린 것이다.
원하던 공간이 생기자 어르신은 나에게 손짓했다.
“여기 와서 잠시 누워보게. 내 잠시 자네를 살펴야겠네.”
나는 어르신이 말한 곳에 얌전히 누웠다.
분위기상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르신은 나에게 누운 채로 무릎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도록 지시했다.
그리고는 본인 손으로 이 내 무릎을 직접 만져 보시기도 하셨고, 다시 진맥을 짚어 보기도 하셨다.
한참을 그러고 난 다음, 천천히 입을 여셨다.
“자네는 타고난 약골이야. 동양 의학적 견해로 설명하면, 자넨 기가 약하고 오장육부의 기능이 다른 사람에 비해 약한 편이지. 더군다나 근골도 약해. 아마 프로 선수가 되기까지에는, 그런 육체를 뛰어넘는, 자네의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었을 것이네.”
과연 대단한 분이었다.
이분은 오늘 나를 이곳에서 처음 봤을 뿐이다.
거기에 진맥 두 번 정도, 그리고 한 5분 정도 내 몸을 두루두루 살폈을 뿐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의 내 삶을 정확히 짚어내셨다.
마치 옆에서 지켜본 사람처럼.
그 때문에 난, 팔의 솜털이 바짝 설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문득 이분이라면 ‘혹시’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숙원과 같은 바람이 담긴 질문을 어르신께 던졌다.
“호, 혹시··· 체질을 바꿀 방법은 없나요?”
내 말을 들은 어르신은 안타깝게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거의 불가능하지. 사람이 자연적으로는 타고난 생김새를 바꾸지 못하는 이유와 같아. 자네가 원하는 것은, 가지고 태어난 자네 육신의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바람이네.”
대답을 들은 난 실망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엄마, 아빠, 그리고 수정이.
우리 가족 모두 고개를 숙였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던 바였는데, 이룰 수 없다는 절망감이 가득한 답변을 들은 것이다.
어르신은 날 계속 쳐다보셨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여셨다.
“자네의 관상은 정말 좋다네. 관상대로라면 자네 이름을 전국 방방곡곡에 알릴 정도의 삶을 살게 될 거야. 때와 시기를 잘 만났다면, 바다 건너까지 자네 이름이 들릴 정도로 이름을 떨칠 좋은 관상을 가졌어.”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내 관상이 그 정도로 좋단 말인가?
“하지만, 자네는 때와 시기를 타고 태어나지 못했네. 그 점이 너무 아쉽군. 그게 자네가 타고난 아쉬운 팔자야.”
당근 다음엔 채찍이란 말인가?
이렇게 다 듣고 보니, ‘자네 관상이 정말 별로네.’라고 처음부터 안 좋은 말을 듣는 게 더 나은 거 같았다.
원래 높이 날다가 추락하면, 더욱 아픈 법이다.
“하지만···어쩌면 내 부친께서 그토록 바라시던, 이명우 어르신의 은혜를 갚을 순간이 지금인지도 모르겠군.”
응?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