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29)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29화(29/176)
§29.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되다(4).
경기가 끝이 나고 나는 서둘러 샤워를 했다.
내가 서두르는 이유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나 혼자만의 일정이 좀 남았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게 된다.
구단 직원의 말에 따르면 공중파 방송은 아니고 너튜브 방송과의 인터뷰라고 하던데, 공중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나도 드디어 인터뷰라는 걸 해본다. 흐흐.’
축구를 시작하고 인터뷰라는 것을 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사실 축구를 시작하고 이렇게 주목을 받아본 적도 처음이었다.
그저 다른 선수들처럼 마음껏 뛰어봤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그저 감개무량할 뿐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샤워를 끝내고 다시 유니폼을 꺼내서 입으니 마침 락커룸에 들어온 준상 선배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야, 이진. 경기 끝났는데 유니폼은 다시 왜 입어?”
하늘과 같은 선배의 질문에 내가 얼른 대답했다.
“오늘 구단에서 인터뷰하라고 해서 준비 중입니다.”
내 말을 들은 선배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인터뷰하는구나. 어느 방송국인데?”
“공중파가 아니고 너튜브 채널에서 인터뷰 요청을 한 거라고 들었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준상 선배는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공중파가 아니구나. 그래도 k2 리그에서 최고 활약을 펼치고 있는 너인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잘해라. 이상한 말 하지 말고 그냥 열심히 하겠다고 해.”
“네, 선배님.”
선배는 공중파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섭섭한 모양이다.
그게 k2 리그의 현실이라는 사실에 씁쓸한 마음 생기셨을 거란 짐작도 조심스럽게 해보았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인터뷰한다는 사실만으로 너무나 기분이 좋은 상태였으니까.
잘하라는 격려와 간단한 인터뷰 요령까지 설명해주는 준상 선배에게 인사를 한 후 나는 락커룸 밖으로 나왔다.
난 미리 고지받은 인터뷰 장소로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오늘 내가 인터뷰를 하게 될 너튜브 채널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본 것이다.
생각해 보니 아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아는 것도 다 민우에게 설명을 들은 것들이다.
일단 내가 인터뷰를 하게 되는 곳은 너튜브 채널 중에서도 아주 유명한 축구 채널이라고 하던데, 아쉽게도 난 전혀 모르던 곳이었다.
내가 가끔 보는 너튜브 영상도 주로 축구 선수들 플레이 동영상을 주로 보기 때문에 요즘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이 즐겨 보는 채널 등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고, 그곳이 슈팅사랑이라고 설명하는 구단직원의 말을 들었을 때는 난 그저 담담하게 듣고만 있었다.
오히려 옆에 있다가 그 사실을 함께 듣게 된 민우가 더 호들갑을 떨었다.
“형, 이제 곧 형은 스타 되는 거예요. 그 채널 인기 짱 많은 채널이란 말이에요. 그 채널에 손형민 선배도 나온 적이 있어요.”
“헉? 정말?”
“네. 그럼요. 그것도 한 번이 아닐걸요? 제가 본 것만 해도 여러 번이에요.”
“그 정도라면 대단한 곳이 맞네.”
현재 대한민국 축구 스타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손형민 선배까지 나온 곳이라면, 민우 말대로 최고 인기 채널은 확실해 보였다.
그 말을 들으니 경기가 끝나고 바로 인터뷰하러 가려던 내 계획은 전면 수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모르니 샤워하고 새 유니폼까지 갈아입고 나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어느덧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니 미리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촬영팀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인터뷰를 준비하고 날 기다리던 곳은 수원종합경기장 내부에 있던 넓은 통로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촬영팀과 내가 보이자 힐끔힐끔 쳐다보며 수근 거렸다.
아마 뭐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그러는 것일 테다.
내가 모습을 나타내자 30대로 보이는 남자 한 분과 같은 나이대로 보이는 여자 한 분이 나를 보고 다가와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진 선수. PD 김명환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 방수진입니다.”
그들의 인사를 받은 나도 서둘러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이진입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나니 곧바로 나에게 오늘 인터뷰 촬영 내용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설명은 주로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 분이 해주었다.
“우리 방송 리포터가 이진 선수에게 그냥 간단히 몇 가지 질문을 드릴 거예요. 질문 들어보시고 간단하게 답변을 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질문이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세요.”
“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설명이 끝나자 촬영이 진행될 자리로 나를 안내했다.
나는 그곳을 향해 걸어가다가 깜짝 놀라게 되었다.
너무 예쁜 여자가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갑자기 세상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날 바라보고 웃고 있는 그녀의 뒤에서는 밝은 빛이 눈이 부시도록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 귓가에 들리는 노래소리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멜로디의 노래였다.
♪별빛이 내린다.♪
♪샤랄랄라 라랄라♪
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 맡게 된 손채영이라고 합니다.”
바보처럼 말없이 가만히 서있는 나를 작가님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저기, 이진 씨 괜찮으세요?”
그런 내 모습에 괜찮냐고 묻는 작가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순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는 내 실수를 깨닫고 재빨리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딴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인사 나누세요. 저희 리포터 손채영 씨입니다. 방송에서는 한국대 콥녀라는 닉네임으로 부릅니다.”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다행이 그냥 넘어가 주는 듯 했다.
솔직히 고마웠다.
나도 얼른 손채영이란 이름의 리포터에서 인사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심장이 엄청나게 빠르게 뛰었다.
“바, 반갑습니다. 이진입니다.”
“네, 손채영입니다.”
그녀는 웃으며 다시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나눈 우리는 서둘러 촬영를 준비했고, 곧바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질문이 오갔고, 난 긴장한 나머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에 대해 대답했다.
거의 인터뷰가 마무리가 될 쯤, 리포터 손채영이 나에게 문득 이런 질문을 했다.
“혹시 이진 선수는 자신의 별명 들어보셨어요?”
들은 적이 없는 거 같아 솔직히 대답했다.
“글쎄요. 들은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내 대답을 들은 그녀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제가 좀 알아봤더니 이진 선수에게 제대로 된 별명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묻고 싶어요. 이진 선수는 팬들이 자신에게 어떤 별명을 붙여줬으면 좋겠어요?”
별명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이때가 처음이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역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혹시 한국대 콥녀께서 지어주실 수는 없나요?”
내가 요청하자 심각한 얼굴로 내 별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미간까지 찡그리며 열심히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짱 귀엽다는 불순한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곧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한층 밝아진 얼굴로 내게 말했다.
“혹시, 이진이라는 이름과 제라드 선수의 이름을 합쳐서 지라드 어떠세요?”
리버플의 콥다운 작명이었다.
그러나 이 별명에는 이미 임자가 있었다.
“김성룡 선배 별명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던가요? 기라드라고 나온 기사를 여러 번 본 것 같은데···”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아차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다시 고민에 빠졌다.
아주 열정적으로 별명을 생각해보는 그녀였다.
그리고는 역시 이번에도 밝은 표정으로 자신이 생각해낸 별명을 나에게 말했다.
“이진 선수 이름이 외자로 ‘진’이잖아요. 이름을 조금 귀엽게 읽으면 지니로 읽을 수 있어요. 그럼 알라딘에 나오는 요정 이름과 같으니 지니가 어때요? 축구팬의 승리의 바람을 들어주는 축구요정 지니. 어때요? 멋있죠?”
자신의 작명 센스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아마 칭찬을 바라는 표정일 거다.
그러나, 이번에도 내 표정은 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스머프와 혈연 관계일 거 같은 파란색 대머리 요정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 표정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지 연신 자신의 작명 센스를 자랑하는 말을 늘어놓고 내 칭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이 바로 몇 년이 지난 후 유럽 축구팬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그라운드의 축구 요정 지니의 탄생 순간이라는 것을, 여기 있던 누구도 알지 못했다.
* * *
2017년 7월 대한축구협회는 중대한 발표를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공석이었던 A대표팀 감독에 신태영 전 연령 별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한다는 내용의 발표였다.
이 소식을 들은 축구팬들은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냈다.
팬들이 입장에서 팬들이 바라던 외국인 감독 대신에 국내 감독이 선임이 된 사실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해가 간다는 의견도 많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감독이 우리나라 대표팀을 맡겠냐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의견이었다.
어쨌든 신태영호는 팬들의 우려와 걱정 속에서 월드컵을 향한 대장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비어있던 선장 자리에 신태영이 앉음으로써 우리 대표팀도 8월 말과 9월 초에 치르게 될 중요한 2연전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 할 수 있었다.
감독 선임 기자회견이 있던 그 다음날.
대한 축구 협회 회의실에서는 8월 말과 9월 초에 있을 아시아 최종 예선에 나설 대표팀 선발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회의실에는 감독 신태영과 대표팀 전력 분석 위원 여럿이 둘러 앉아 의견을 나누는 중이다.
전력 분석 위원 조대철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신태영 감독에게 따졌다.
“신감독, 이진 이 선수는 왜 뽑으려고 하는 거야? 2부 리그 선수가 이 중요한 시기에 대표팀에 들어오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일까?”
조대철의 말을 들은 신태영은 자신의 의견을 담담히 밝혔다.
“성룡이가 경기에 뛸 수가 없습니다. 그 대체자를 뽑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 친구가 최근 좋은 플레이를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대철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답변이 아니었다.
“성룡이가 비어 있던 자리에 그런 듣보잡 선수를 넣자는 말인가? 자네 지금 제 정신인가?”
조금 과한 언사의 조대철을 보고 신태영도 지지않고 받아쳤다.
“혹시 그 친구가 뛰는 모습은 보신 적 있습니까?”
신태영의 질문에 조대철은 순간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팀 후보 선수들의 경기를 꼼꼼히 챙겨보는 편이 아니어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신태영의 말을 들어 줄 수도 없었다.
“아니, 경기를 꼭 봐야 아나? 그리고 이런 선수들 경기까지 어떻게 챙겨보나? 내가 그렇게 한가롭게 보이나?”
신태영도 결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골프치실 시간에 경기장에 가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애둘러 비난하는 말을 하는 신태영의 모습에 조대철은 크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뭐? 지금 자네 뭐하고 했어? 그게 지금 선배인 내게 할 말인가?”
결국 회의장은 소란스러워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