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45)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45화(45/176)
§45. 영국 입성.
드디어 비행기가 떴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면 항상 사람들은 긴장하게 된다.
빠르게 달리던 비행기가 서서히 하늘로 향하게 되고, 그때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이 그리 편한 느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참으면 그것도 금세 적응이 된다.
이런 것만 봐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꽤 적합한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행기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면, 비행기 안에서는 승객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안전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신호음이 울린다.
그 신호를 들은 이진은 그제야 참고 있던 숨을 편하게 내 쉴 수 있었다.
“휴~.”
공항에 들어서고 비행기에 타기까지가 너무 힘든 과정이었기에 저절로 나오는 한숨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편하게 있어도 되기에 하는 안심의 의미를 담은 한숨이기도 했다.
“근데 기자들은 어떻게 알고 공항으로 나온 걸까?”
내가 오늘 영국행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을 기자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토트넘과 이적 관련 이야기를 나누러 간다는 사실은 또 어떻게 알았을까?
잠시 궁리해보았지만, 답이 나올 리 만무했다.
“에이, 됐어. 지금에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다시 생각해보니 알아낸다고 해도 뭘 어떻게 할 것은 없었다.
그저 따지는 정도, 딱 그 정도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가 아닐까?
그 정도라면 차라리 신경을 끄는 것이 정신 건강에는 더 이로울 거 같았다.
내가 앉은 좌석이 창 쪽 좌석이었던 관계로 편하게 밖을 바라볼 수 있었다.
멀어지는 대한민국 땅을 바라보니 새삼 내가 지금 우리나라를 떠나 영국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내가 영국으로 가는 이유는 마지막 협상의 조율을 위해서다.
토트넘이 원하는 계약 조건하고는 내가 원하는 조건과는 조금 이견이 있었다.
큰 의견 차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현지에 가서 이상조 코치님께 소개받은 에이전트를 만나 구단과 마무리 협상에 나설 참이었다.
순조롭게 일이 풀리면 어쩌면 메디컬테스트까지 이번 기회에 다 해치워 버릴지도 몰랐다.
난 책을 폈다.
영어 회화책이었다.
이제부터는 우리말 대신 영어만이 귀에 들리는 다른 나라에서 지낼 것이다.
이것은 그것을 위한 준비였다.
내가 영어를 제법 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곧잘 하는 편이었고, 특히 영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 살던 미국인 아저씨하고 친하게 지냈다.
한국의 영어학원에서 일하면서 한국과 동아시아를 관광하는 것을 목적으로 온 사람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친해진 뒤로 같이 축구도 하면서 매우 가깝게 지냈었다.
그때 영어를 많이 배웠는데, 그런 경험 덕분에 영어가 조금은 자신이 있었다.
그렇다고 바로 원어민처럼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앞으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였다.
그래서 시간이 나는 지금도 회화책을 펴고 보는 것이다.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 동안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해볼 참이다.
잠시 후 나는 영어책을 편 채로 단잠에 빠져 버렸다.
* * *
스포츠 뉴스, 그리고 기사 등은 온통 이진의 이적에 관한 뉴스였다.
대한민국에서는 이진이 과연 토트넘과 계약에 성공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더군다나 그 팀에는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홍민이 뛰고 있었다.
만약 이진이 계약에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 2명이 한 팀에서 뛰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그것도 리그 강팀에 속하는 토트넘에서 두 선수가 함께 뛰는 일이 생긴 것이다.
이건 당연히 최고의 뉴스감이 되었다.
이진의 계약 조건이 어떻게 될지, 토트넘에서는 어느 자리에서 뛰게 될 것인지, 이진의 플레이 스타일이 프리미어리그에 통할 건지, 그리고 손홍민과 어떤 연계 플레이를 보여줄 건지 등 기사 내용은 정말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졌다.
한국의 미디어가 이진의 토트넘 이적과 관련된 소식으로 도배가 될 때, 정작 화제의 주인공인 이진은 처음으로 영국 땅에 발을 디뎠다.
이진은 공항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고마운 사람을 곧바로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남자는 바로 자신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 에이전트의 아들이었다.
한국어로 된 피켓을 들고 서 있던 남자를 향해 이진은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진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리고 영국에 오게 매우 떨립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그는 아직은 영 어색했지만, 영어로 자기를 소개하고 짧은 감상까지 전하는 이진을 보고 매우 흥미롭다는 시선을 이진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 눈빛으로 이진을 바라보는 사람의 이름은 바로 에릭 루이스라는 30대 남자였다.
그는 이진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 조나단 루이스의 아들이었다.
나이 든 아버지를 대신해서 그가 이진을 공항에 데리러 온 것이다.
“하하, 만나서 반가워. 생각보다 발음이 좋은데, 앞으로 영국에서 지내다 보면 영어가 금방 늘겠어. 하하.”
그 역시 아버지를 도와 에이전트 일을 하고 있었다.
에이전트 입장에서 이진 같은 선수는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선수였다.
해외 구단에서 뛰게 된 용병 선수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였다.
언어가 어느 정도 되면 기존 선수들과 금방 친해지게 되어 팀에 빨리 융화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진이 지금 보여주는 적극적인 모습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였다.
에릭은 이진을 데리고 차에 탔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에게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이진은 달리는 차의 창밖으로 보이는 런던의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지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런던의 모습을 바라만 봐도 많이 아주 많이 설레었다.
이제 자신은 이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그의 심장을 계속 두근거리도록 만들었다.
달리던 차가 멈춰 선 곳은 한 주택가 사이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보이는 외관만으로 판단하면 제법 오래된 건물로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간판에는 ‘브링온 스포츠’라는 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앞장서서 안내하던 에릭을 따라 회사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 좋게 보이는 영국인 할아버지가 한 명이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진을 보더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천천히 이진에게 다가와 선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반갑네. 나는 조나단 루이스라고 하네. 앞으로 편하게 그냥 조나단이라고 부르게나.”
이진도 반가워하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진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 역시 어설프지만, 열심히 영어로 말하는 이진의 모습을 보고 흥미로워하는 눈빛을 보냈다.
지금 이진이 보이는 자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려고 하는 비영어권 선수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조나단은 이진을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가끔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영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 말을 알아듣겠나? 혹시 못 알아들으면 이해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게나. 그럼 내가 다시 말하겠네.”
이진은 아직은 낯선 사이라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금 천천히 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빠르기로 말하면 알아듣기가 힘듭니다.”
아직은 원어민의 평범한 말의 속도도 부담스러운 이진이었다.
두 사람은 곧 계약 이야기에 들어갔다.
방금 처음으로 본 사이지만,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는 벌써 산더미였다.
“상조 그 친구를 통해서 자네가 원하는 바는 이미 토트넘과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네.”
계약 관련 이야기를 시작하던 조나단은 어린 티가 팍팍 나는 동양인 청년을 향해 다시 한번 물었다.
“자네를 직접 만나니 다시 한번 권할 수밖에 없군.”
이진은 그가 자기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집중했다.
그런 이진의 모습이 귀여워 보여 어느새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의 표정이 된 조나단이,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계약 기간을 조금 더 늘리는 것이 어떻겠나? 그러면 주급을 더 받아낼 자신이 있네. 그럼 팀에서도 자네를 좀 더 중용할 거야. 주급이라는 것은 곧 선수의 가치를 뜻하기도 하지. 그러니 자네의 가치를 조금 더 높이는 것이 앞으로 자네가 시합에 뛰는 데는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야.”
조나단은 계약 기간을 지금 토트넘에게 했던 제안서의 기간 보다 늘려서 주급을 올리는 방안으로 협상을 하는 것이 이진에게 더 유리한 계약이라고 판단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의 말을 이해한 이진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역시 천천히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말씀은 고맙습니다. 그리고 왜 그런 의견을 말씀하시는지 그 이유도 잘 알아요. 그러나 저는 이곳에 싸우러 왔습니다. 4년이라는 기간을 보장받는 것은 심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전 팀에 제가 어떤 선수인지 빨리 알려줄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가치를 가진 금액으로 계약을 다시 맺고 싶습니다.”
조나단은 이 동양인 청년의 생각을 이해했다.
계약 기간을 늘린다고 해도 늘릴 수 있는 주급에는 한계가 있다.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 청년은 그 점을 콕 집어 말하고 있었다.
약간 어리숙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머리가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조의 말을 듣고 그의 플레이 장면을 영상으로 확인했는데, 영상을 본 첫 번째 소감이 바로 머리가 좋은 선수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대면한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 선수일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조나단은 이대로 은퇴를 할 생각이었다.
자신과 함께 일했던 아들이 있으니 회사 걱정은 그리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먹고 있던 찰나에 한국에 있던 이상조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의 간곡한 부탁으로 맡게 된 선수가 바로 이진이었다.
진짜 자신이 맡게 되는 마지막 선수가 바로 이 어린 동양인 친구였던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랬던 그의 마음속에 이진이라는 청년에 관한 관심의 싹이 두꺼운 땅바닥을 뚫고 피어오르고 있었다.
좀 더 열성적으로 일할 때라면 밤을 새워 가며 이 친구와 토론을 벌이겠지만, 지금은 일단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알겠네. 자네 생각대로 계약을 추진하도록 하지. 앞으로 잘 부탁하네.”
조나단이 내미는 손을 이진도 웃으며 잡았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둘은 굳게 손을 맞잡았다.
지금 이 순간은 훗날 축구 에이전트 회사 중 최고의 회사로 성장하게 되는 브링온 스포츠의 재도약이 시작이 되는 날이었다.
* * *
뉴스를 검색하던 손채영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엄마를 불렀다.
“엄마! 떴어!”
손채영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를 잘 알고 있던 이금순은 음식을 하다 말고 그대로 손채영에게로 향했다.
“드디어 뜬 거야? 계약했다고 오피셜 나왔니?”
“응. 오피셜 떴어.”
이금순은 계약 소식과 함께 계약 조건도 궁금했다.
“조건은?”
엄마의 성화에 손채영은 웃으며 그녀의 스마트폰을 엄마에게 내밀었다.
“직접 보셔요.”
이금순은 황급히 스마트폰을 들고 기사를 읽었다.
‘이진, 토트넘과 계약금 300만 파운드로 2년 6개월 계약에 성공.’이라는 제목이 유난히 눈에 잘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