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6)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6화(6/176)
§6. 시즌 개막을 앞두고(3).
수석 코치인 조동화가 감독실을 나가자마자, 감독실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코치 한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김덕제 감독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걱정이 많으시죠?”
그는 바로 이상조 신임코치였다.
그는 조금 전까지는 그냥 조용히 앉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수원FC의 신임코치이기 때문에 아직은 팀 사정에도 어두웠고, 더군다나 조금 불편한 사이인 수석 코치 조동화가 있는 상황이라 말을 아낀 것이다.
김덕제 감독은 이상조를 바라봤다.
국가대표 경력도 화려한 편이고, 유럽리그에서 오래 뛴 스타플레이어 선수 출신인 이상조가, 재정적으로 빈약한 영세 시민구단인 수원FC의 코치직을 맡게 된 것은 감독인 자신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이었다.
이상조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지도자인 김덕제에게, 코치로써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자신이 제대로 된, 그리고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와 함께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프로 데뷔 초기 외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적은 연봉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었다.
이런 둘 사이의 개인적 사연 때문에, 김덕제 감독에게 이상조 신임코치의 존재는 고맙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담스럽기도 한 존재였다.
김덕제 감독은 이상조 코치의 질문에 크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휴, 걱정이야 태산이지. 당장 이번 시즌 베스트 라인업도 어떻게 꾸릴지 답이 없는 상태라네.”
현 수원FC의 선수단은 이상조가 얼핏 보기에도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전 시즌의 주력 선수들은 대거 빠져나갔는데, 그 자리를 메울 선수는 적었고, 주전으로 활약할 선수들의 개인적 기량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근데, 용케 선동이를 데려오셨네요.”
최선동은 나름 이름값이 높은 선수였다.
올림픽 대표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까지 일본 J리그에서 주로 뛰었다.
“일본에서 갈만한 팀이 마땅치 않았던 모양이야. 그리고 타지 생활을 오래 해서 국내로 돌아오고 싶었나 봐. 우리가 운이 좋아 빠르게 컨택할 수 있었지.”
이상조는 그가 수원FC와 계약을 한 또 다른 이유도 알고 있었다.
“발목 부상 이후로 떨어진 폼이 안 올라오고 있죠?”
그의 말을 들은 김덕제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그것도 그렇지. 일본 구단이 녀석을 놓아준 이유가 그 외에 뭐가 있겠나? 그래서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네.”
“네? 제게요?”
김덕제의 갑작스러운 말에 이상조는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그래, 선동이의 떨어진 폼은 자네가 올려줘야 하지 않겠나? 자네가 옆에서 잘 챙겨주게.”
신임코치인 이상조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감독의 기대였다.
그런 까닭에 이상조 코치는 자신의 뒷머리를 끄적이며 멋쩍어하고 있었고, 김덕제 감독의 눈은 다시 자신 앞에 놓인 자료 더미로 향했다.
“음···”
다시 자료를 보고 있으니, 갑갑한 마음에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이상조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물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선수가 너무 많이 비죠?”
선수를 찾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저렇게 한숨을 쉬는 것일 테다.
김덕제 감독의 눈은 여전히 종이에 가 있는 채로 대답했다.
“우리가 이동현과 계약에 성공한다면 공격진은 어떻게 꾸려 볼 수 있겠어. 다행히 용병 4명 모두를 운 좋게도 다 잡았거든. 그리고 수비도 어떻게든 꾸려 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허리야. 선수가 너무 없어···”
그의 말을 들은 이상조도 김덕제에게 다가가 서류 더미에서 종이 한 장을 들었다.
그 역시 새로운 인물 찾기에 동참한 것이다.
팀의 코치로서 이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잘 알고 있었다.
팀의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로 시합에 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상조는 한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서 발견하고는, 반가워하며 김덕제에게 말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 팀에 준상이가 있잖아요. 준상이 정도면 다른 팀 허리에 비해서도 밀리지 않은 거 아닌가요?”
이준상은 나름 유명한 베테랑 미드필드였다.
국대에 뽑힌 적도 있었고, 현역에서 오래 뛴 노장 선수였다.
수원FC 선수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선수이기도 했다.
그의 말을 듣고 김덕제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자네, 작년 우리 팀 시합 한 번도 본 적 없지?”
김덕제의 말을 들은 이상조는 순간 뜨끔했다.
솔직히 국내에 들어와서 여러 사람 만나고 다닌다고, 정작 자신이 맡을 팀의 시합은 보지 못한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시합도 보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그의 모습을 본 김덕제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작년 우리 팀 시합을 봤으면 도저히 그런 소리가 안 나올 거야. 준상이는 이제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네. 해가 거듭될수록 예전 기량의 절반도 내지 못하는 거 같아.”
그렇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이준상까지 그 상태라면 수원FC의 중원은 괴멸 상태였다.
“그러니 준상이한테 그런 부담을 지울 수는 없어. 준상이는 자신의 풍부한 경기 경험으로 우리 팀 허리진에 노련미를 더해줘야 할 선수야. 우리 팀 중원의 주 엔진 역할은 다른 녀석이 맡아줘야 해.”
그의 말을 들은 이상조도 한숨이 나왔다.
“휴, 그 말씀을 들으니 더 문제네요.”
그렇게 둘은 다시 들고 있는 명단에 집중했다.
서류에는 모든 선수의 자료가 들어있었다.
한참 동안 종이를 보고 있던 김덕제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 이 녀석이 제대하는군.”
김덕제의 갑작스러운 말은 이상조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누군데, 그러세요?”
김덕제는 보고 있던 종이 한 장을 이상조에게 건넸다.
그가 건넨 종이에는 올해 복귀하는 선수들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임대 등의 이유로 팀을 떠났던 선수들이 모두 적혀 있는 종이였다.
여러 명의 이름이 적힌 상황이라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 중에 누구를 보고 말씀하신 거예요?”
“아, 이진이라는 녀석이야.”
이진이라는 선수 이름을 들은 이상조의 눈은 여러 명의 선수 명단으로 향했다.
명단에 적힌 이름 중에 이진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다행히 곧바로 찾을 수 있었다.
이상조는 그 즉시 이진에 대한 정보를 살폈다.
“올해 제대해서 팀에 복귀하는 녀석이네요. 나이가 어디 보자··· 오, 어리군요. 만 21세라··· 그럼 한국 나이로 올해 23살이니까, 딱 좋은 나이네요. 어, 근데 포지션이 윙인데요?”
자료 속 이진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자료에는 오른쪽 윙포워드 또는 사이드 미드필더라고 적혀 있었다.
“그 친구는 원래부터 센터에서 플레이하지 않았어. 다만 내가 장기적 관점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키우기 위해 팀에 데리고 왔던 선수였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
김덕제 감독은 선수의 가능성을 잘 알아보기로 유명한 감독이었다.
말이 좋아 그렇지, 사실상 재정적으로 빈약한 시민구단을 이끌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무명 선수를 키워서 써야 할 경우가 많았다.
원해서 얻은 명성이 아니란 말이다.
김덕제가 키운 선수 중에 점점 기량이 향상되어 1부 리그 팀으로 이적한 선수가 상당히 많았다.
나름대로 잠재력 포텐을 제대로 터뜨렸던, 속된 말로 ‘잭팟’이었던 선수가 많았단 말이다.
그런 김덕제가 중앙 미드필더로 키우기 위해 데려왔다는 소리는, 제법 괜찮은 선수였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도 실패했다니, 궁금증이 저절로 생기는 말이었다.
“근데 실패하셨다고요?”
그의 물음에 김덕제는 2년 전 일을 억지로 떠올렸다.
“그래, 실패했지. 사실 유스 때도 문제점이 심각한 아이였어. 체력도 약하고, 몸이 삐쩍 말라서 몸싸움에 항상 밀렸지.”
듣다 보니 너무 이상했다.
그런 선수를 김덕제가 데리고 올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감독님 말씀이 이상하네요. 굳이 체력도 약하고 몸싸움도 안 되는, 그런 선수를 왜 데리고 오신 겁니까?”
그의 질문에 김덕제는 예상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 외에는 훌륭했거든.”
“네?”
이상조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내가 본 선수 중에서 최고였어. 그 녀석 플레이를 보는데 머리가 너무 좋더라. 그리고 기술도 그 나이 또래 중에서 최고였어. 더군다나 감독이 짠 전술을 이해하는 움직임도 보였고. 아무튼, 모든 게 최고였어. 그중에서 가장 내 눈을 끌었던 것은···”
이상조는 어느새 감독의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발목이 남다르더군. 아시안 선수가 아니라 유럽이나 남미 선수 같이 움직이더라고. 패스의 속도가 남달랐어. 그리고 킥도 무척 좋았지. 국내에서 그런 선수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야. 그리고 지금까지도 본 적은 없지.”
축구를 했던 사람이라면 모두 알아들을 설명이었다.
김덕제가 설명한 것들은 대부분 타고 나야 하는 것들이다.
특히 발목 부분은 아시아인의 신체 구조상 타고 날 수 없는 일이었다.
한 마디로 종합하면 하늘이 주신 재능을 타고난 선수였다는 말이다.
김덕제의 옛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 제대로 키워보고 싶었지. 다행히 다른 팀에서 군침을 흘리지 않더군. 체력하고 마른 몸은 내가 옆에 붙어서 돌보면 분명 달라질 수 있다고 믿었어.”
그러나, 김덕제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면, 생각대로 되지 않으셨나 보네요.”
“응, 그랬었지. 내가 그렇게 먹였는데도 살이 안 찌더군. 그리고 체력도 너무 약했어. 그 녀석도 악착같은 면이 있어 악으로 깡으로 훈련은 따라오더군. 근데 몸이 못 따라왔어.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몸이 회복을 못 하는 거야. 훈련 강도가 센 다음 날은 백 퍼센트 몸이 퍼지더군. 그런 상태로 더 훈련할 수가 있었겠나? 정말 너무 아까운 녀석이었지.”
지금 오랜만에 그 선수에 대해 언급하는 중에도 김덕제의 표정에는 많은 아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얼마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지, 지금 모습만 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이 친구를 다시 중앙 미드필더 키워보시게요?”
그 물음에 김덕제를 입맛만 다시며 대답했다.
“글쎄, 군대를 다녀온 것이라 조금 기대가 되기는 하는데··· 그러나 큰 기대를 걸면 안 될 거야. 그 전의 봤던 모습을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거든. 아쉽지만 그 녀석 말고 다른 선수를 찾아보는 게 좋을 것이네.”
이진에 대해서 그렇게 정리한 김덕제는, 다시 다른 종이에 집중했다.
“······”
그러나, 이진이라는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이상조는 이상하게 신경이 계속 쓰였다.
그런 탓에 다시 선수 프로필 자료를 손으로 들 때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