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7)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7화(7/176)
§7. 구단에 합류하다.
그날 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이상조는 가방에서 usb 하나를 꺼내 자신의 노트북에 꼽았다.
그리고는 usb에 담아온 영상 하나를 재생시켰다.
그 영상은 바로 감독실에서 화제가 되었던 이진의 시합 영상이었다.
이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이상하게 계속 신경이 쓰여 아예 구단 사무실에 가 시합 장면이 든 파일을 얻어 온 것이다.
궁금해서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이상조는 옷을 벗는 것도 잊은 채 재생 영상에 집중했다.
그가 보고 있는 시합 영상은 이진이 군대 입대하기 전 뛰었던, 2014년 수원FC 시합 영상이었다.
시합 영상을 보니 김덕제 감독님의 말이 십분 이해가 갔다.
“감독님 말씀 그대로네. 이 녀석 참 희한한 구석이 많은 친구야.”
화면 속 이진은 공을 다루는 기술이 무척 뛰어났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타이밍과 스피드도 괜찮았고, 전술적 움직임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단점도 감독님에게 들은 그대로였다.
일단 화면상으로 보이는 몸이 영 볼품이 없었다.
그냥 성냥개비와 마찬가지인 길쭉하고 빼빼 마른 몸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실제 시합에서의 몸싸움도 엉망이었다.
체력도 형편없어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저하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인 것은 악으로 깡으로 뛰는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그러나 악과 깡으로 가득 찬 정신이 나약한 육체를 이기지 못하였는지, 갈수록 발이 무거워 보였고, 결국 제대로 뛰질 못하고 속도도 보기 민망할 정도로 느려졌다.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선수였다.
“이 정도로 장점, 그리고 단점이 극명히 차이가 나는 선수가 기존에도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선수는 없었다.
정말 과거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희한한 타입의 선수였다.
근데 묘한 것은 이상하게 관심이 계속 간다는 점이다.
“이거 올 시즌부터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는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코치로서의 첫 시즌인데, 의외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 많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선수 시절부터 이런 예감은 의외로 잘 들어맞았던 이상조였다.
* * *
팀에 합류했다.
팀 합류를 위해 부산에서 수원까지, 정말 먼 길을 달려왔다.
난 그 먼 거리를 달려와 드디어 수원 종합 경기장 앞에 서게 되었다.
“하, 감회가 새롭네.”
수원 종합 경기장 안에 만들어진 기숙사 앞에 2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서게 되니, 정말 감회가 남달랐다.
주먹 쥔 손에 힘을 불끈하고 주었다.
올해는 제대로 해보는 거다.
이번 시즌은 정말 자신 있었다.
말년 휴가 나올 때, 내 키와 몸무게는 186cm에 몸무게 65kg이었다.
정말 바람만 불면 날아갈 거 같은 빈약한 몸이었는데, 지금은 키 186cm에 몸무게 75kg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기적과 같은 변화였다.
무려 10kg이나 몸무게가 는 것이다.
10kg이 모두 살이 된 것은 아니다.
매일 꾸준히 2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덕분에, 늘어난 10kg의 대부분이 근육으로 변해 내 몸에 자리 잡았다.
그러기 위해 먹었던 달걀이 몇 판이며, 먹었던 닭가슴살이 몇 팩인지 세기가 힘들 정도였다.
거기에 덧붙여 토할 것 같은데 꾹꾹 참고 먹었던 단백질 보충제가 몇 통인지는 정말 생각하기도 싫었다.
왜냐하면, 생각하기만 해도 토할 거 같았으니까.
그리고 체력도 정말 많이 늘었다.
나 스스로도 내 몸의 체력 변화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그전이라면, 어느 정도 장거리를 뛰고 나면, 그 다음날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이라면 퍼질 정도의 거리를 뛰고도 더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피곤해도, 자고 일어나면 상쾌한 기분으로 쌩쌩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더이상 약골이 아니었다.
그래서 올해는 제대로 사고 칠 자신감이 있었다.
난 치밀어 오르는 자신감에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퍽.
“헉!”
“너 지금 뭐 하냐?”
혼자서 숙소 입구에 서서 이상한 표정을 짓고, 이상한 행동을 하며 서 있으니까, 지나가던 용한 선배가 내 뒤통수를 치며 물었다.
“아, 서,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제대하고 팀에 합류한 이진입니다.”
쪽팔리는 상황이지만, 선배를 만났으니 당연히 90도 인사 스킬이 자동 실행되었다.
원래 운동하는 사람들은 쓸데없이 똥군기가 센 편이었다.
“그래, 알아. 너 임마, 빼빼로잖아. 어! 근데··· 너 몸이 좀 달라졌다. 도대체 군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달라진 내 몸을 빠르게 스캔한 용한 선배가 놀라며 물었다.
“아무것도 한 거 없습니다. 그냥 군 생활 열심히 했습니다.”
이 정도 대답은 용한 선배의 마음에 차지 않은 모양이다.
선배는 계속 영문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내 몸을 살피며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야, 근육도 많이 붙었는데··· 이제는 조금만 힘줘서 때리면 부러질 거 같은, 빼빼로라고 부르면 안 되겠다.”
참고로 팀에서 내 별명은 빼빼로였다.
그것도 막대 과자에 초콜릿이 맛있게 발린 보통 빼빼로가 아니라 누드 빼빼로.
만약 내가 지금의 하얀 얼굴이 아니라 까만 흑인이었다면 그냥 빼빼로라고 불렀을 것이고, 얼굴에 여드름도 많았다면 아몬드 빼빼로라고 불렀을 것이다.
어쨌든 내 별명의 핵심은 빼빼로처럼 가늘고 길다는 의미였다.
처음에 누가 지은 건지는 나도 모르지만, 정말 짜증 제대로 날 정도로 잘 지은 별명이었다.
오죽하면 당사자인 내가 인정하겠는가?
그러나, 다시 태어난 나는 이제 빼빼로가 아니다.
날 빼빼로라고 가장 많이 놀렸던 용한 선배도 지금 바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이상한 짓 그만하고 들어와.”
“넵.”
관찰이 끝나셨는지 들어가자는 사인을 보내셨다.
그리고 용한 선배는 숙소 입구에 잠시 서서, 바뀐 숙소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으셨다.
“우리 숙소 작년에 리모델링 했어. 짱 좋으니까 보고 감격해 울지마라. 알았지?”
얼마나 좋기에 저럴까?
약간의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군대 가기 전까지 우리 숙소는 그냥 바로 폭망할 수준이었다.
수원FC는 시민 구단이다 보니 제대로 된 클럽하우스도 갖추지 못한 영세한 구단이다.
그리고 급한 사정으로 서둘러 만들어진 구단이라서 그런지, 처음엔 제대로 된 숙소도 없었다.
급하게 만들었던 숙소는, 숙소를 지을 장소와 돈이 충분치 않아서 수원 종합 경기장 안에 급하게 지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숙소가 좋을 리가 있겠는가?
타구단에 비해서, 보기만 해도 민망해져 낯이 붉게 변할 곳이 바로 우리 숙소였다.
그런 숙소에서 선수들이 지내다 보니, 팬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비록 천명도 안 되는 소수 팬이지만, 그들이 보기에 이런 숙소를 쓰는 프로구단은 전 세계에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고 수원시를 비판했었다.
이런 시설에서 지내는 선수들에게 어떻게 좋은 시합을 기대하냐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런 주장이 먹힌 건지, 아니면 구단주인 수원 시장님도 부끄러워서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허름한 숙소는 거금을 들여 작년에 리모델링을 하였다.
나도 그 소식은 군대 시절에 들었다.
아무튼, 난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 * *
일단 내 방에 가방을 내려놓고 각방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했다.
운동선수들은 이상하게 인사에 민감한 편이다.
나도 괜히 복귀하자마자 선배들에게 찍힐 필요는 없었다.
감독님, 산하 코치님들, 그리고 각방에서 짐을 풀고 있는 선배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올린 후 내 방으로 돌아왔다.
숙소의 방들은 기본적으로 2인용 방과 3인용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난 당연히 슬프게도 3인용 방을 써야 했다.
방에 들어와 새로운 룸메이트들과 인사를 나눴다.
나보다 2년 위인 선배 한 명과 이제 막 20살이 된 어린 후배 한 명이었다.
2년 선배는 골키퍼 최상욱이었고, 어리버리한 모습의 신입은 수원FC 유스팀에서 올라온 순혈 선수인 20살 김민우였다.
이제 이들과 큰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최소 1년은 동거, 동락 해야 했다.
이들과 나와의 공통점은 모두 올해 팀에 입단했거나 복귀했다는 점이다.
“야, 이진.”
선배 최상욱이 짐을 풀다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네, 선배님.”
그는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2년전이긴 하지만, 넌 경험한 적이 있잖아. 그래서 진지하게 물을게. 숙소 식당 밥은 맛있냐?”
“···그럭저럭 먹을만 합니다.”
이런 제길, 왠지 똥 밟은 거 같은데.
방금 질문은 이 선배가 어떤 캐릭터인지 단박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이었다.
“아, 보통 정도인가 보네. 아, 나 은근 미식간데···큰일이야.”
내가 큰일이 났다.
이거 매일 밤 야식 사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 * *
드디어 2017년 첫 훈련이 시작되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훈련복을 챙겨 입고 나갈 준비 중이다.
아직 막내에 가까운 나는 얼른 나가서 미리 훈련 준비에 임해야 했다.
20살 민우도 나와 마찬가지인 입장이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1인 1닭을 주장하는 먹보 상욱이 선배도 함께 나가겠다고 했다.
최상욱 선배까지는 굳이 훈련 준비에 동참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우리랑 떨어지기 싫은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제 처음 본 사람이지만,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파악이 끝난 후였다.
그리고 생각을 깊이 하고 움직이는 타입은 아닌 듯 보였다.
약간 긍정적인, 만만디 같은 인물이 바로 최상욱 선배였다.
룸메이트 셋이 다 같이 함께 운동장으로 나갔다.
나처럼 짠밥에 밀리는 후배들도 속속들이 운동장에 모이고 있었다.
부지런히 움직여 훈련 준비를 하였더니, 생각보다 빠르게 준비를 끝냈다.
그래서 우리는 셋이 둥글게 앉아 물을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난 개인적으로 이상조 코치님이 제일 기대돼.”
상욱 선배의 이야기에 막내 민우가 바로 반응했다.
“저도요. 개인적으로 팬이었어요.”
부끄러워하며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숨겨놨던 팬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은 틀림없이 ‘찐’팬이었다.
“넌, 어때?”
상욱 선배의 물음에 나도 이상조 코치에 대한 내 생각을 말했다.
“이상조 코치님 싫어하는 축구 선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팬까지는 아니더라도 축구 선수로서 존경합니다.”
내 말을 들은 상욱 선배는 궁금한 점이 생겨 나에게 물었다.
“그럼, 네 원픽은 누구냐? 너도 존경하는 선수가 있을 거 아니야?”
상욱 선배는 내 마음속의 최고 선수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