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76)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76화(76/176)
§76. 선수 가치가 크게 상승하다.
보글보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김치찌개가 끓고 있었다.
김치찌개가 요리되고 있는 곳이 한국이 아니라 러시아이고, 요리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훈이란 사실만 빼고는 한국의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형, 식사 준비 다 되었어요.”
마지막 요리로 달걀프라이를 선택한 박지훈은, 달걀이 맛있게 익어갈 때쯤 씻고 있던 배성진을 불렀다.
박지훈의 부름에 머리를 말리고 있던 배성진이 주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준비된 음식을 보며 환호했다.
“이야, 이게 얼마 만에 먹는 김치찌개냐? 그것도 우리의 축구 영웅 박지훈이 직접 만들어준 김치찌개잖아. 내가 러시아에 와서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되다니··· 흐흐.”
박지훈이 해준 음식을 얻어먹는 것이 미안했던지 평소보다 훨씬 크게 호들갑을 떠는 배성진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을 눈치챈 박지훈이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하하, 별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자리에 앉아요. 저 원래 요리하는 거 좋아해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그렇지. 흐흐.”
박지훈의 말을 들은 배성진도 먹쩍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먹어 볼까?”
둘은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게 식사를 하던 배성진이 문득 생각났는지 밥을 먹으면서 박지훈에게 물었다.
“F조 다른 나라 소식 들었니? 특히 독일 쪽.”
박지훈도 식사하면서 그의 물음에 간단히 답했다.
“대충은 들었어요. 뭐 특별한 소식 들으신 거 있어요?”
그의 질문에 배성진은 김치찌개 국물을 한 숟가락 크게 떠먹고는 ‘씩’ 웃었다.
“내가 들은 소식은 독일 자국 내에서 16강에 탈락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소식이야. 16강 진출이 달려 있는 마지막 시합 상대가 우리나라인데,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님을 이제 알게 된 거지. 근데 좀 통쾌하지 않아?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는 모두가 깔보고 무시했던 우리나라인데, 지금은 여론이 완전히 바뀌었잖아.”
배성진은 대한민국을 무시하던 세계의 여론이 정반대로 바뀌었다는 사실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은 모양이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박지훈도 웃으며 한 가지 사실을 고백했다.
“사실, 저도 우리나라가 이렇게 선전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 고백이었다.
“너도 몰랐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좀 알 수 있었잖아? 이번 대회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홍민이랑 이진 선수랑도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그리고 영국에서 토트넘 시합도 계속 보고 했잖아.”
“물론 그 녀석들이랑 가끔 연락도 하고 밥도 먹고 경기도 봤죠. 근데 둘 다 제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어요. 저도 솔직히 토트넘을 떠나 대표팀으로 와서도 이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예상 못 했거든요.”
배성진이 듣다가 조금 놀라며 되물었다.
“그 정도야? 토트넘에서 경기력보다 월드컵에서의 경기력이 더 좋아? 아니다, 비슷해?”
“네, 비슷하거나 조금 더 좋아진 거 같기도 해요. 두 녀석 다 성장하고 있는 거죠. 특히 홍민이는 대표팀에만 오면 제대로 기량 발휘를 못 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대회는 아닌 거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유를 묻는 그의 질문에 박지훈은 강한 확신을 담은 답을 던졌다.
“이진의 합류가 커요. 홍민이를 이진이 살리는 거죠. 그 녀석이 잘하는 플레이만 하게 만들어 줘요.”
“잘하는 플레이? 측면에서 수비수를 상대로 1:1 하는 거? 아니면 공을 가지고 중앙으로 들어와서 슛하는 거?”
박지훈은 배성진이 든 예에 몇 가지를 추가했다.
“수비 뒷공간 노리는 침투 플레이도 있죠. 그리고 좋은 타이밍에 위치 선정을 잘하는 점도 큰 장점이고요. 이번 월드컵 때는 이게 다 되거든요.”
그의 말을 듣다 보니 궁금점이 계속 생겼다.
“그럼 전에는 왜 그런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았던 거야?”
“강팀을 만났을 때는 중앙에서부터 우리나라가 밀리니까 그럴만한 상황이 많지 않았죠. 밀리면 홍민이도 어쩔 수 없이 내려오잖아요. 공이 느리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홍민이의 플레이는 그렇게 장점이 없죠. 그때의 홍민이는 사실 평범한 선수예요.”
박지훈의 설명을 들으니 뭔가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확실히 축구 선수가 보는 눈은 자신이 보는 눈과 다르다는 것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진 선수의 역할이 정말 큰 거구나.”
“그렇죠. 진이가 공수에서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만들고 있어요. 솔직한 제 느낌으로는 조금 성급하긴 해도 역대급 미드필더가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대로 계속 성장하면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가 드디어 나오는 거죠.”
“너도 있잖아.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
배성진의 챙기는 멘트에 박지훈은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저는 솔직히 아시아 기준으로 봐서는 유명했다고 볼 수 있지만, 세계 기준에서는 아니죠. 그리고 저는 포워드도 보고 했잖아요. 제 말은 순수한 중앙 미드필더로서 최고라는 말이에요.”
담백한 어조로 담담히 한 말이지만 뜻을 새겨보면 엄청난 찬사였다.
박지훈은 이진의 플레이를 그 정도로 높게 평가하고 있었던 거다.
“그럼, 월드컵이 끝나면 빅클럽에서 이진 선수를 데려가려고 오퍼가 많이 들어오겠네.”
“슬슬 들어올 거에요. 물론 백퍼센트 제 예상입니다.”
배성진은 문득 걱정되었다.
이진이 어느 혹시 나쁜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에이전트 때문에 생긴 축구 외적인 문제 때문에 크게 고생했거나 사라져간 선수들이 많았다.
“이진 선수 에이전트가 누구지? 그리고 혹시 지금 토트넘과 계약 관계가 어떻지 너도 알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보는 배성진의 질문에 그가 하는 걱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뭐 물어보면 그 녀석이 저에게는 말해 주겠죠. 근데 안 물어봤어요.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았거든요. 그 녀석 에이전트가 영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거든요. 그 사람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더라고요. 그러니 형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 사람이 누군데?”
“조나단 루이스란 에이전트에요. 원래는 호르헤 멘데스와 함께 일하던 사람이죠. 호르헤 멘데스는 알죠?”
“호날두 에이전트잖아. 헉, 근데 그 사람 엄청 유명한 사람이잖아?”
“네, 맞아요. 에이전트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물 중에 하나죠. 원래 호르헤 멘데스가 세계적인 에이전트가 된 까닭에는 조나단의 활약이 가장 컸다고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성향이 맞지 않아 결국은 헤어졌다고 해요. 물론 저도 건너, 건너 들은 이야기라 자세한 내막은 잘 몰라요.”
헤어졌다면 불화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싸운 거야? 네 말대로 성향이 맞지 않아서?”
“비슷한 이유겠죠. 선수들 사이에서 호르헤 멘데스의 평은 극과 극으로 갈려요. 수완이 좋다라는 평도 있지만, 선수를 너무 상품으로 취급한다고 하는 나쁜 평도 있죠. 이와 비교해서 조나단의 평은 대부분 다 좋아요. 선수가 최상의 조건에서 프로 생활을 하는데 포커스를 맞춰서 매니지먼트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사람이네. 근데 이진 선수는 그런 분을 어떻게 안 거야?”
“상조 형이 소개해줬데요. 상조 형 에이전트가 바로 그분이었거든요. 상조 형 소개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선수 잘 안 받기로 유명한 분이기도 하거든요.”
“이진 선수가 운이 좋았네.”
“그렇죠. 그 녀석 상조 형한테 감사해야 해요.”
둘은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면서도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 * *
띠리링♪
“아버지, 또 전화에요.”
“어디냐?”
“모르는 번호에요. 영국은 아닌 거 같아요.”
아들 에릭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조나단은 그에게 말했다.
“전화기 이리 다오.”
“네.”
안 그래도 계속 걸려오는 전화가 부담스러웠던 에릭은 아버지의 반가운 말을 듣고 냉큼 전화기를 아버지에게 건넸다.
아들의 그런 모습에 조나단은 쓴웃음이 났다.
앞으로 자신 없이 혼자 이 회사를 꾸려 나가야 하는 녀석인데, 대범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 걱정되었다.
전화기가 계속 울리는 중이었기 때문에 일단 걱정은 미뤄두고 전화부터 받았다.
“네, 브링온 스포츠입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상대의 목소리를 들은 조나단의 눈이 조금 커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워낙 찰나의 일이었기 때문에 아들 에릭은 아버지의 아주 잠깐 생겼던 변화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통화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알겠습니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법 긴 통화를 끝낸 아버지에게 아들 에릭이 물었다.
“아버지, 어디에요? 어디서 전화가 온 겁니까?”
“뮌헨이다.”
“네? 어디요?”
“뮌헨이라고. 젊은 놈이 벌써 귀가 막혔냐? 귀찮게 꼭 두 번씩 말하게 하는구나.”
자신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에릭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에릭은 지금 아버지의 핀잔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구단 이름을 듣고 많이 놀란 상태였다.
“아, 아버지, 뮌헨이요? 혹시 바이에른 뮌헨이요?”
“다행히 귀가 막히지는 않은 거 같구나. 맞다. 그 바이에른 뮌헨에서 연락이 왔다.”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자신의 아버지는 그리 많이 놀라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긴 아버지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었다.
과거 자신의 아버지는 그런 빅클럽들과 주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었다.
물론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
“근데 왜 연락한 거예요?”
“구단이 선수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준 이유야 한가지뿐이잖아. 우리 꼬맹이에게 관심이 많은 모양이지.”
그가 말하는 꼬맹이는 이진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신장이 185cm인 이진의 외형을 생각하면 그리 와 닿지 않은 별명이지만, 조나단은 어린 나이와 순진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고 그런 별명을 지었다.
물론 다른 곳에서는 절대 이진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와, 대박! 뮌헨이라니! 우리 진이가 이번 월드컵에서 잘하긴 잘한 모양이군요. 벌써 이렇게 빅클럽에서 연락이 오다니 말입니다.”
흥분한 아들을 보고 조나단은 다시 잔소리를 해야만 했다.
“흥분을 가라앉혀. 에이전트가 그렇게 흥분해서야 어떻게 좋은 협상을 하겠니? 그리고 빅클럽의 이름에 절대 흥분하면 안 된다. 그것들도 그냥 수많은 클럽 중에 하나일 뿐이야. 우리에게 진짜 빅클럽은 연봉이나 환경이 좋고, 우리 선수에게 애정을 가진 진정 뛰기 좋은 구단이 바로 진정한 빅클럽인 셈이야. 이 사실을 항상 명심하거라.”
아버지의 따끔한 충고에 아들 에릭은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혀야만 했다.
물론 노력한다고 쉽게 될 거 같지는 않았다.
“그럼 바로 만나시는 거예요?”
“아니, 거절했다.”
“네?”
거절했을 줄은 정말 몰랐던 그는 다시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요?”
“왜긴 왜냐, 선수가 지금 큰 대회에서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있는데, 그의 귀에 이상한 소식이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되지. 그게 가장 중요한 점이다. 알겠니?”
“···네.”
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니 이해가 되었다.
지금 그들과 만난다면 에이전트와 구단 간의 만남이 뉴스 기사로 변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한낱 가십 거리 뉴스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다면 월드컵에 집중해야 할 이진의 귀에 그런 소문이 들어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그의 집중력이 많이 흐트러질 수도 있었다.
에릭은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거기까지 생각을 해낸 아버지가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커피를 내리고 있는 평범한 모습조차 대단해 보이는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에이전트 일을 배우는데 세상에서 제일 좋은 스승이 자신의 아버지란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되는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