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78)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78화(78/176)
§78.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대 독일전(2).
신태영 감독은 두 선수에게 자신의 속내를 속이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다소 건방진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지금 현재 우리 팀이 같은 조 다른 팀과 비교해 16강 진출에 매우 유리한 입장인 건 분명해. 그러니 16강 전에서 너희가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게 가능하다면 체력 안배를 해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생각이다.”
확실히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남은 1경기 경기 결과로 대한민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경우는, 대한민국이 독일 팀에게 패하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큰 점수 차이로 이기는 경우밖에 없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여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으니, 독일이 대한민국을 큰 점수 차이로 이겨야 한다는 어려운 조건이 하나 더 충족되어야 했다.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려운 것도 분명한 사실이니, 신태영은 조심스럽게 다음 토너먼트전을 대비하여 주축인 두 선수를 독일전에서 제외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신태영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손홍민은 아무런 말 없이 그의 말을 듣고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의외로 그의 이야기를 들은 이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감독님. 저는 괜찮습니다. 그냥 감독님 앞이라 드리는 말씀이 아니고 정말 진심입니다. 진짜 저는 체력적으로 아무 문제 없어요.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은 감독님도 익히 알고 계시잖아요.”
“물론 그건 알고 있지. 그래도 다른 대회도 아니고 월드컵 대회이니 평소와 분명 다를 수도 있어. 그걸 생각해.”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거 같아요.”
연거푸 괜찮다고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번 더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신태영의 거듭된 물음에 이진은 팔을 크게 돌리며 자신의 건재함을 몸으로 과시했다.
“그럼요. 힘들면 진짜 힘들다고 솔직히 말할게요. 지금은 정말 이렇게 쌩쌩하니 괜찮다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의 호들갑에 신태영과 손홍민 두 사람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두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며 이진은 하고자 했던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요. 축구 경기라는 것이 믿을 수 없는 기적과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하는 스포츠 아닙니까? 차라리 저희가 이기고 있을 때 교체해 주세요. 저도 안심하고 필드에서 나갈 수 있게요.”
이진의 말에 손홍민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진의 말에 담긴 의미가 그에게 농담을 던질 구실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오, 독일 정도는 우습다 이거야? 우리 이진 많이 컸네.”
이진도 손홍민의 농담에 농담으로 받아쳤다.
“피파 랭킹은 그쪽이 1위고 우리가 57위지만, F조 1위는 현재 우리 아닙니까?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우리가 훨씬 더 잘하고 있습니다.”
과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포즈까지 취하며 이진은 말했다.
간혹 웃기도 하는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더 오버한 것이다.
그의 그런 생각이 통했는지 신태영 감독과 손홍민도 편하게 웃고 있었다.
이진 때문에 웃고 있던 손홍민도 문득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신태영을 보며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전 사실 힘들긴 해요. 근데 지금 상황에서 월드컵 참가한 선수 중에 힘들지 않은 선수가 있을까요? 저도 진이 이 녀석과 생각이 비슷합니다. 다음 상대는 현재 최고 강팀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이잖아요. 방심은 분명 금물인 거 같아요.”
“···그래 알겠다. 쉬어라.”
두 선수의 말을 듣고 한결 마음이 편해진 신태영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들의 방을 나섰다.
호텔 복도를 걸어가는 그의 머릿속에는 내일 시합에 나설 선발 선수 명단이 그들 덕분에 확정된 상태였다.
* * *
드디어 독일과 대한민국의 F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경기장을 찾은 대한민국 응원단의 얼굴에는 월드컵이라는 세계인의 축제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 여유로움까지 보였고, 반면에 독일 팀을 응원하는 독일 관중의 얼굴에는 사뭇 비장함까지 보이는 긴장된 표정이 보였다.
경기장을 찾아준 두 팀 응원단의 상반된 표정을 통해서 현재 두 팀이 처한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조별리그 마지막 시합이 시작됩니다. 전통적인 대표팀의 유니폼 색깔인 빨간 색 유니폼을 입은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늠름한 모습이 화면을 통해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후회 없는 멋진 시합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해설자로 나선 박지훈 역시 흐뭇한 미소를 띤 채 선수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표팀 선배로서 월드컵에서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는 후배들이 그의 눈에 예뻐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많이 떨리네요.] [어떤 경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조별 마지막 시합을 앞두고 조별리그 전승으로 1위를 달린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요? 제 생각에는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은데요.] [아,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가장 조별 예선성적이 좋았다고 할 수 있는 2002년 월드컵 때도 1승 1무의 성적이었으니, 전승 1위는 처음이 맞는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지켜본 적이 처음이라 많이 설레고 그럽니다.] [하하하, 그런 마음이 박지훈 해설 위원님만 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경기를 시청하고 응원해주시는 온 국민 전부가 그와 비슷한 마음일 겁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군요. 하하하.] [하하, 그렇네요.]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순간, 선수들이 드디어 그라운드 안으로 입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배성진은 황급히 오늘의 선발 출전 선수 명단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아, 저희가 웃고 떠드는 순간,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입구에는 드디어 오늘 결전을 벌일 그라운드로 향하는 자랑스러운 태극전사 11인이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지금 오늘 선발 출전 선수에 대한 명단과 포메이션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배성진의 말이 끝나자 중계 화면에는 오늘이 선발 출전 선수의 명단이 나왔다.
손홍민 황희찬 이재영
구지철 이진 김성룡
박지호 김영권 윤영진 이영
조연우
때마침 배성진이 박지훈에게 질문했다.
[오늘 대표팀의 포메이션 상의 특징 같은 것이 있나요?]배성진의 질문에 박지훈이 눈을 번쩍이며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오늘 대표팀이 이전 두 시합과 다른 포메이션을 들고나온 관계로 시청자들을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전 두 시합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큰 차이요?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대한민국 대표팀의 키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이진 선수를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오늘 이진 선수가 이전 두 시합과 다르게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왔습니다.]박지훈의 설명을 들은 배성진 역시 조금 놀라워했다.
[아, 이진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닙니까?] [네. 그전까지는 주로 정호영 선수가 그 역할을 맡아주었는데요. 오늘은 과감하게 이진 선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네요.]박지훈은 과감한 전술 선택을 감행한 신태영 감독의 용기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그였다면 이런 과감한 선택을 감히 할 수 있었을까 본인에게 물어봤을 때, 그 역시 장담하기 힘들 정도의 과감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진 선수 앞에는 김성룡과 구지철 선수가 나섰고요. 경험이 많고 공격 시 패스 전개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죠. 그리고 최전방에는 손홍민, 황의찬, 이재영 등 활동량이 많고 빠른 선수를 중심으로 쓰리톱을 구성했고요. 이런 선수 구성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습니까?]예상 못 한 박지훈의 역질문에 배성진은 순간 당황했다.
[저에게 역으로 질문하실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일단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잘 모르겠습니다. 박지훈 해설 위원께서 직접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말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눈으로 항의하는 배성진의 모습에 박지훈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웃음을 가까스로 참은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진 선수가 사실 수비가 매우 좋은 선수입니다. 그런 이진 선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는 것은 오늘 독일의 득점을 반드시 막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진 선수는 후방 빌드 업이 매우 좋은 선수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건 오늘 시합에서 후방부터 빌드업을 해 나가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찬스가 오면 제대로 역습에 나서겠다는 뜻이기도 하고요.]박지훈의 설명은 매우 정확했다.
그는 신태영 감독의 전술적 선택 이유를 정확하게 시청자에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아, 드디어 시합이 시작됩니다.]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득점이 필요한 팀은 바로 독일이었다.
혹시 비기더라도 멕시코가 이긴다면 독일은 바로 탈락이었다.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라 멕시코와 스웨덴 시합 결과는 지금 이 상황에서 알 수는 없었다.
그러니 확실히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독일 팀 입장에서 승리가 꼭 필요했다.
독일은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 외질 선수를 향해 공을 우선 몰아주었다.
대한민국의 수비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그의 뛰어난 활약이 필요했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그의 창의적인 공격 전개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전방에서 후방으로 물러나며 공을 넘겨받은 외질은 순간 깜짝 놀랐다.
대한민국 선수가 갑자기 자신에게 빠르게 뛰어와 순간 강한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큭!”
아주 순간적인 상황에서 외질은 공을 지키기 위해 상대 선수를 등졌지만, 등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결국, 그는 상대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경기장에 쓰러졌다.
삐익.
독일 팀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주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조금 과했다고 본 것이다.
자리에 쓰러진 외질은 경기장 바닥에 앉은 채로 자신에게 파울을 가한 선수가 누구인지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보이는 선수는 바로 이진이었다.
이진은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역시 넘어진 채 자신을 보고 있는 외질 선수를 똑같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마치 ‘오늘 경기 절대 네 맘대로 되지 않을 거다.’라는 강한 경고가 담겨 있는 느낌이었다.
그의 그런 표정을 본 외질은 오늘 경기가 절대 쉽지 않겠다는 우려 섞인 예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진의 파이팅은 대표 팀 전체에게 큰 의미를 부여했다.
결코, 방심하지 않고 투지를 불태우겠다는 그의 소리 없는 메시지가 선수 전원에게 아주 빠르게 전달이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독일은 경기 초반부터 매우 답답한 마음이 생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