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90)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90화(90/176)
§90.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다.
코너로 서둘러 뛰어간 이진은 마지막 코너킥을 준비했다.
여기까지 뛰어오면서 고개를 들어 전광판도 확인했다.
주어진 5분의 인저리 타임도 거의 다 소진된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휴~.”
아무리 급해도 심호흡은 크게 한 번 하였다.
급하다고 아무렇게나 찰 수는 없었다.
마지막 기회이니 아주 좋은 킥을 해야했다.
공을 기다리는 골문 앞 동료들을 향해 좋은 크로스를 올려야 마지막 찬스를 살릴 수 있었다.
그렇기 위해서 최소 한 번 정도의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숨을 고르고 난 후 골문 앞을 쳐다봤다.
이미 대한민국 선수 전원이 크로아티아 골문 앞에 포진해서 그가 보낼 크로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수들 역시 이번이 마지막 공격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사생결단의 눈빛으로 이진이 보내줄 크로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진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을 걸으며 힘을 모았고, 드디어 상대 골문을 향해 킥을 했다.
뻐엉.
이진의 발을 떠난 축구공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골문 앞으로 향했다.
이진이 코너킥에 가장 먼저 반응한 선수는 크로아티아의 센터백 데얀 로브렌이었다.
신장 189cm의 큰 키로 프리미어 리그의 리버풀에서 뛰고 있는 그는, 공의 낙하지점을 예상하며 가장 빠르게 이진의 킥에 반응했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게 있었으니, 키커인 이진은 이번 킥을 평소보다 더욱 휘도록 킥을 했다.
자신의 킥에 대한 적응력은 아무래도 함께 훈련한 사이인 대한민국 선수들이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이 휘게해, 크로아티아 선수들을 헷갈리게 만들 속셈이었다.
휘이익.
공을 밖으로 걷어내기 위해 점프했던 로브렌 선수의 머리 앞에서 공은 더욱 크게 휘었고, 결국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이런 이진의 코너킥에 대한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김정권은 그대로 날아올라 헤딩에 성공했다.
[이진의 코너킥, 그리고 김정권 헤더~!]마지막 찬스라는 것을 잘 알기에 중계진도 더욱 집중해서 이 장면을 중계하고 있었다.
이진이 발을 떠난 공이 김정권의 머리에 맞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윽고 들리는 중계진의 목소리는 기쁨의 포효가 아니라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탄성이었다.
[아, 아쉽습니다. 김정권의 헤딩 슛이 골대를 맞고 말았습니다.]곧이어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운동장에 울렸다.
드디어 시합은 끝이 난 것이다.
결과는 아쉽게도 대한민국의 1:0 패배였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누었다.
그들은 크로아티아 축구 역사상 최초로 결승전에 진출하는 업적을 이루어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선수들은 필드에 털썩 주저 앉으며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저 힘없이 앉아만 있었다.
최선을 다해 뛰었기에 힘이 없어서 주저 앉게 된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 것은 패배의 아픔이었다.
두 팀 선수들의 경기 후 모습에서도 승자와 패자의 모습은 극명하게 갈리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경기였다.
멋진 시합을 치른 대한민국 선수들은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이는 바로 팀 내 고참 선수들이었다.
패배로 인해 슬퍼하는 동생들을 하나, 둘 안아주며 다독이는 선수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김성룡과 구지철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마지막 월드컵이었고, 이번 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표팀 은퇴를 결정했기에 그들 역시 누구보다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경기 결과였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힘들게 4강까지 왔고, 얼마나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는지 같이 한 덕분에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쉬움을 먼저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싸운 동료들의 눈물을 먼저 닦아주며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선수들을 위로하던 김성룡과 구지철이 마지막으로 일으켜 준 선수는 코너킥을 한 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엎드리고 울고 있는 이진이었다.
두 선수는 따뜻한 눈길로 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진아, 잘했어. 그리고 고생했다.”
“그래, 네가 고생이 많았다. 너무 잘했어. 그리고···정말 고맙다. 네 덕분에 월드컵 4강까지 올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따뜻한 위로가 그를 바닥에서 일으켰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이진은, 다시 패배의 슬픔이 떠올랐는지 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그들을 안았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
특히 이진은 대성통곡을 하다시피 엉엉 울었다.
사실 패배한 경기 결과 때문에 슬퍼서 다시 울음이 터진 것이 아니었다.
이진은 두 사람이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를 하는 것을 잘 알았기에 그들의 얼굴을 보자 다시 터진 눈물이었다.
중계 카메라가 이런 장면을 놓칠리 만무했다.
이진이 엉엉 우는 장면은 방송 화면을 통해 그대로 생중계가 되었다.
그 모습을 화면으로 보고 있던 전국민 역시 이 모습을 보며 같이 울었다.
“어머, 어떡해···”
대표 팀을 응원하던 여성 팬들은 이진과 함께 엉엉 울어야 했고, 남자들은 고개를 돌리며 흘린 눈물을 조용히 닦아내야 했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박지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먹먹한 목소리로 4강까지 훌륭하게 싸워준 후배들을 향해서, 고마움이 담긴 말을 전했다.
[경기가 끝났으니 이제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네요. 너희 정말 잘했다. 형이 너희가 경기하는 모습보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고맙다. 다른 말은 낯간지러워서 못하겠고, 이거 하나만 말할게. 정말 자랑스러운 후배들이다. 수고했다.]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르고 나니 기회만 엿보고 있던 크로아티아 선수 한 명이 이진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바로 모드리치였다.
이진에게 다가간 그는 이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좋은 경기였다.”
그의 위로에 이진도 웃으며 그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같이 경기를 뛸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모드리치 역시 웃으며 말했다.
“몇 년 지나면 내가 자네와 경기한 것이 영광이었다고 말 할 날이 올거야.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 텐가?”
갑자기 부탁이라니?
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
어리둥절해하는 이진을 보며 모드리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레알 마드리드로 오지 말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어. 자네가 오면 내가 벤치 신세가 될 거 같아서 말이야. 오려면 몇 년 뒤에 와주게.”
“네? 하하하. 놀리지 마세요.”
모드리치의 농담에 두 사람은 크게 웃을 수 있었다.
모드리치는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서 이진에게 내밀었다.
“유니폼 교환 어때?”
“좋죠. 전 정말 영광입니다. 어릴 때 당신이 뛰는 장면을 보면서 연습했었거든요.”
“고마운 말이군. 내 경기 장면이 자네와 같은 훌륭한 선수를 키워내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군. 그런 말을 일부러 해준 자네에게 내가 더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야.”
“진짜 그랬습니다. 그러니 제가 더 영광입니다.”
유니폼을 교환한 후 악수까지 나누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와 사진기는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번쩍이며 찍어대고 있었다.
이 장면을 화면을 통해 보고 있던 전세계 축구팬들은 월드컵이 왜 세계인의 축제의 장인지 그 의미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 * *
월드컵은 드디어 끝났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프랑스에게로 돌아갔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 축구 시장의 몇 가지 변화가 감지되었다.
첫 번째는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4강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단 점이다.
이탈리아는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고, 독일은 대한민국에 패하며 조별 예선에서 광탈해 버렸다.
경기력이 좋지 못하던 아르헨티나는 16강에서 프랑스에게 무너졌으며, 브라질은 벨기에에 가로막혀 8강 문턱을 넘어가지 못했다.
기존의 강팀들이 모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들과 다르게 프랑스와 벨기에, 크로아티아, 대한민국이 모두의 예상을 깨며 4강에 오르면서 새로운 지각 변동이 시작되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스타 탄생이었다.
기존의 스타 선수였던 메시와 호날두는 모두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거기에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이는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와 해리 케인이었다.
음바페는 프랑스에게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 주었고, 해리 케인은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한 선수의 등장으로 인해 그들의 활약이 빛을 바라고 말았으니, 그 선수는 대한민국의 이진이었다.
16강 진출도 힘들어보였던 약체 대한민국을 이끌고 4강에 진출한 그의 눈부신 활약은, 두 사람과 비교해서 더욱 발군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걸 입증하듯 대회 후 선정된 월드컵 베스트 11에, 이진은 모드리치와 케빈 데브라이너와 함께 중앙미드필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할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한 그는, 대회가 끝난 후 이적 시장의 태풍이 눈이 되고 있었다.
이적 시장의 큰 손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그의 바이아웃 때문에, 이진이 이적하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이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발빠른 구단은 벌써 이진의 에이전트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매일 스포츠면의 헤드라인에 오르고 있었다.
* * *
“여기야.”
손홍민은 카페에 들어오는 이진을 향해 손을 흔들며 그를 불렀다.
너무 유명해진 덕분에 얼굴을 가리기 위해 중무장을 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손홍민은 크게 웃었다.
“야, 그 모습 도대체 뭐냐? 그러면 사람들이 너인줄 모를 거 같아? 더 잘 알겠다.”
민망한 얼굴의 이진도 동의했다.
“형 말대로 바로 알아보던데요. 제가 이목을 너무 끌어나봐요.”
“그래, 그런 모습을 보고 안 쳐다볼 사람이 누가 있냐? 하하하. 이 자식 오랜만에 보는데 바로 이 형님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는구나.”
두 사람도 귀국한 후 일주일만에 보는 거였다.
도착하자마자 특집 프로에, 카퍼레이드, 청와대 방문 등 정신 없이 일정을 소화한 후 선수단은 해체했고 그제야 선수들은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잘 쉬었어?”
“네, 내리 잠만 잤어요.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밥만 받아 먹으면서요.”
“잘했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지. 거기에 엄마 밥이면 끝이지.”
“형도 그래요?”
“그럼, 형도 그렇지.”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피로를 풀어야만 했다.
월드컵이 끝났다고 오랜 시간 동안 쉴수도 없었다.
조금 있으면 리그가 다시 개막 하기 때문이다.
오늘 이들이 모인 이유는 평소 영국에 있어 보지 못한 지인들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진은 서울에는 지인이 없었다.
수원FC 선수들과는 이미 어제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오랬만에 보는 전 소속팀 선수들과의 시간이 정말 좋았다.
만남의 장소도 일부러 숙소 식당으로 잡았다.
이진이 고기와 음식은 미리 준비해서 시간이 되는 선수들과 식사 자리를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