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02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02화
102 열차 새로 만들기/뒤에 말한 게 진짜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중난하이는 중국 정치 권력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은밀하면서도 비밀스러운 곳이다.
전/현직 중국 최고지도부의 집무실과 관저, 중앙서기처와 중앙판공청, 행정부인 국무원, 공산당 중앙위원회 조직들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중난하이의 역사는 베이징의 역사이자 ‘권력의 역사’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중난하이 주석 집무실에는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장쩌민 주석, 후진타오 부주석 그리고 비서실장.
후진타오 부주석은 2003년~2013년까지 장쩌민 주석의 뒤를 이어 주석이 되는 인물이다.
장쩌민 주석이 검은색 사각 뿔테 안경을 끌어 올리며 말했다.
“자하르 대통령이 몇 번이나 연락을 해 왔지만 받을 수가 없었어요. 지금 우리 사정에 100억 달러를 어떻게 갚냔 말입니다.”
갚을 돈이 없다.
100억 달러는 대부분 중국 전역에 사회 기반 시설을 만드는 데 썼다.
중국을 위해 모두 썼으니 좋은 일이랄 수도 있지만 장쩌민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에서 돈의 사용처를 일일이 다 검사했었기에 공산당에서 쓸 돈을 빼돌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사회 기반 시설 공사에 투입된 사람들 대부분이 러시아인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각종 건설용 자재까지도 러시아에서 들여오지 않았나.
‘정말 지독한 놈들이야.’
이렇다 보니 상당한 금액이 러시아로 빠져나가 버렸다.
이 때문에 장쩌민의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보고 싶지 않은 자의 방문.
“내가 계속 전화를 피하니까 자하르 대통령이 결국 니콜라이 경제 고문을 보냈어요.”
“그 사람은 어떻습니까?”
니콜라이의 기본 정보에 대해서는 후진타오 부주석도 알고 있었으나 자세히는 몰랐기에 물었다.
“하아, 그자에 관해선 말도 꺼내기 싫어요. 자네가 말해 보게.”
장 주석의 말에 비서실장이 답했다.
“차관에 여러 조건을 건 인물이 그자입니다. 그 때문에 100억 달러나 빌려왔음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겁니다.”
“….”
“그리고 고비사막을 비롯한 다른 사막들이 비록 쓸모없는 땅이긴 하지만 블랙홀에 팔 정도는 아니었는데, 자하르 대통령이 차관을 이유로 압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넘기기도 했습니다.”
“블랙홀은 니콜라이 그자가 주인이지 않나?”
“맞습니다. 실질적으로 그자가 자하르 대통령의 힘을 빌려서 우릴 압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참.”
“북조선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북조선은 왜?”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이렇게 당한 곳은 중국뿐만이 아니었다.
“주석님께서 김 위원장과 통화한 적이 있으셨습니다. 그때 위원장이 말하길….”
핵 포기 선언.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노선을 연결.
남조선으로의 송유관과 가스관 연결.
어업권과 지하자원 채굴권을 넘김.
“이 모든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소비에트로부터 빌렸던 차관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거기다 밀린 이자까지 내놓으라고 했다더군요. 결정적으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중국은 북조선과의 국경을 완전히 닫고 교류를 절대로 하지 마라.
이 때문에 북한은 러시아를 통해서만 필요한 것들을 조달할 수 있었기에 살기 위해서 받아들였던 것.
“그러면 우리에게 그런 조건들을 미리 말해 두고 북조선을 압박했다는 말이군. 니콜라이 그자 정말 치밀해. 이제 30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런 능력들을 보이는지….”
그런 자가 담판을 짓기 위해 직접 오고 있다.
장쩌민 주석은 평생 느껴 보지 못했던 채무자의 감정 때문에 짜증이 일었다.
“고비사막에 그 황당한 짓거리를 밀어붙이는 자에요. 능력은 둘째 치고 그자는 그냥 뒤가 없는 겁니다.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낸다는 말이지요.”
장 주석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노선을 우리 쪽에도 연결해 달라는 부탁을 거절한 것도 그자의 입김 때문일 거예요.”
“내일 니콜라이 경제 고문이 오면 차관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 뭔가를 요구할 수도 있겠군요?”
“그러겠지요.”
여태껏 한 짓거리를 봐선 틀림없이 그럴 놈이다.
장쩌민 주석은 100% 확신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준비를 해 둬야지 않겠습니까?”
“무슨 좋은 수가 없겠어요?”
“먼저 러시아의 요구가 뭔지부터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한데….”
“내일 온다고 했으니 일단 만나보고 대책을 세우시지요.”
* * *
니콜라이는 샤샤와 함께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새 모델을 만드는 곳에 와 있었다.
기존 모델은 소비에트 시절 때부터 쓰던 것이라 이번에 싹 교체하기로 했다.
“식당 칸, 화장실, 샤워실을 더 넓게 하세요. 자잘한 것들은 싹 치우고 내부 면적도 최대한 넓히고요.”
“그러자면 다른 공간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건 열차 칸을 몇 개 더 늘려서 붙이면 해결됩니다.”
지하자원 에너지를 거의 원가로 쓸 수 있는데 못할 게 뭐가 있겠나.
“아, 그런 방법이… 죄송합니다.”
문제점이라고 생각한 걸 너무도 간단히 해결해 버리자 총책임자는 할 말이 없었다.
“인테리어는 아주 심플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 현대적인 느낌이면서도 넓어진 면적 때문에 고객들은 더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인테리어 색깔도 되도록 네 가지 색을 넘기지 마세요. 내부 전체를 한 가지 색으로 통일하고 명도에 변화만 줘서 다른 곳들을 칠하면 괜찮게 나올 겁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열차의 외형은 달걀처럼 잡을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어야 합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습니까?”
“북조선의 평양을 통과해야 하는데 주민들이 올라탈 수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런 일이….”
안에서 창문을 깨지 않는 한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라 외부에서 타려는 것만 막으면 되었다.
추가 지시를 더 한 후, 니콜라이는 샤샤와 함께 베이징으로 떠났다.
* * *
베이징은 니콜라이가 기자 시절 때 몇 번 와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숨겨진 곳은 어떨지 몰라도 외형적인 면만으로 봤을 때는 꽤 많이 발전된 도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시대적으로 20여 년 전이라고 해도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건 니콜라이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러시아로 끌어들이면서 중국의 발전이 물 건너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세계의 공장이 세계의 ‘고장’국이 되어 버렸다.
그만큼 지금의 중국 경제는 곳곳에서 삐거덕거렸다.
“샤샤, 모스크바와 비교해서 어떤 거 같아?”
“상트페테르부르크하고 비교해도 떨어지는 수준인 것 같다.”
“네가 그렇게 느꼈을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겠네.”
“사람들 옷차림도 러시아와 차이가 큰 것 같아. 옷 색깔이 죄다 왜 이렇게 어두워?”
“나라마다 취향이 있으니까.”
차가 신호등에 걸려서 잠시 멈춰 섰다.
“윽, 저거 뭐 하는 짓이야?”
샤샤의 시선을 따라 머리를 돌리니 웬 아저씨가 골목길 입구에서 엉덩이를 까고 볼일을 보고 있었다.
“뭐야 저거?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저런 짓을 하는 거지? 사람들은 별 반응을 안 보이네?”
“지하철 승강장에서 저러는 사람들도 있어.”
“저건 좀 너무하다.”
중국에는 외국인들이 기겁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첫 번째가 음식.
못 먹는 게 없을 정도로 중국인들은 대부분 튀겨서 먹었다.
두 번째는 화장실.
방금 본 것처럼 중국인은 길거리에서 볼일을 보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세 번째는 웃통 벗기.
여름이면 남자들은 도심에서도 웃통을 벗고 다니기 일쑤였다.
네 번째는 고성방가.
중국어에는 ‘성조’가 있어서 외국인들이 듣기엔 시끄럽거나 싸우는 것처럼 들렸다.
다섯 번째는 식당에서 침 뱉기.
여섯 번째는 식당 테이블 아래에 휴지 버리기.
‘웃통을 벗는 건 원 역사에서는 올림픽을 치르면서 일부 고쳐지긴 했지만은….’
두 사람은 1시간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안내원을 따라 중난하이를 통과해 장쩌민 주석이 있는 곳으로 가자 그곳엔 두 사람이 있었다.
장쩌민 주석이 니콜라이를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주석님.”
이어 후진타오 부주석도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간단한 인사말이 오간 후 니콜라이는 통역을 통해 본론을 꺼냈다.
“3년이 지났는데 차관 상환을 하기가 힘든 겁니까?”
“우리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요.”
“100억 달러나 되는 금액을 그런 이유로 계속 미룰 순 없습니다.”
“나도 알지요. 그런데 어떡합니까? 줄 돈이 없는데요.”
중국 경제는 원 역사와는 확실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원래였다면 100억 달러를 빌리지도 않았겠지만, 혹여나 빌렸더라도 돈이 없어서 못 갚겠다는 말이 주석의 입에서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말이 주석의 입에서 나왔다.
‘정말 돈이 씨가 말랐다는 말이군.’
이건 중국에는 고통이지만 러시아에는 기회와 축복이었다.
니콜라이는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상환 연장을 원하시는 겁니까?”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대통령께서도 예상하셨습니다.”
뻔하지 않나.
자꾸 전화를 피하는데.
“그러시면 기간을 얼마나 더 늘려 주길 원하십니까?”
“3년만 더 연장해 주면 좋겠는데….”
“으음. 대통령께서도 우방국인 중국을 너무 압박할 생각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우방국이라는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그들은 러시아를 우방국으로 보고 있지 않았기에.
그 표정을 읽은 니콜라이는 그들의 마음을 더 긁어 댔다.
“주석께서 미국이나 유럽국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건, 러시아를 제일가는 우방국으로 봤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크흠… 뭐 그런 셈이지요.”
“그래서 우리도 중국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3년을 더 연장해 드리죠. 대통령께서도 도움을 주라고 미리 말씀을 하셨거든요.”
“고맙소. 이 은혜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안 고맙다. 잊을 거다.
장쩌민 주석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으나 채무자 입장이라 꾹 참았다.
니콜라이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장쩌민에게 물었다.
“그런데 정말 돈이 없으신 겁니까?”
“그게 무슨 말이오?”
“홍콩도 반환받았겠다….”
“홍콩을 반환받으면 100억 달러가 뚝 떨어진답니까? 지금 우리가 돈이 있는데도 안 주려고 이는 거란 말이오?”
이 정도면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없는 게 확실한 것 같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조건 없이 연장하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 말이 나올 줄 알았다.
장쩌민 주석이 후진타오 부주석을 바라보았다.
봐라. 내 말이 맞지 않나?
장 주석의 표정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챈 후진타오 부주석이 물었다.
“어떤 조건이오?”
“차관을 3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중국의 지하철 운영을 민영화해서 우리가 인수하는 것으로 해 주십시오.”
“뭐요?”
후진타오 부주석의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장쩌민 주석의 표정도 확 일그러졌다.
그러나 니콜라이는 이유가 있었기에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 중국에서 돈이 될 만한 건 이것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민영화해서 팔라니요. 그건 할 수 없소!”
“그러면 이자라도 주십시오.”
순간, 후진타오 부주석이 니콜라이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니오? 말로만 우방국이지 우리한테 어떻게 이런 요구를 해요? 전에 그만큼 요구를 받아줬으면 됐지, 어떻게 지하철까지 건드리냔 말이오. 거기다 이자를 달라니. 이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요.”
장쩌민 주석의 눈빛이 더 매서워졌다.
니콜라이가 이런 요구를 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얻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그걸 말하기 전에 다른 큰 것을 먼저 말해라.
상대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으로.
그런 후에 진실로 원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뒤의 요구가 상대적으로 더 가볍게 느껴지니까.
이것까지 거절하기엔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가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두 사람은 ‘절대 안 된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니콜라이는 본래부터 얻고자 했던 걸 말하기 시작했다.
“주석님. 지하철은 정말 안 되겠습니까?”
“우리 인구가 무려 12억이에요. 지하철을 민영화했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그 원망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게 될 텐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인단 말이오?”
그의 강한 반대에 니콜라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우방국으로써 다른 걸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군요.”
“…?”
“그러면 이번에는 특별히 우리가 양보해서 희토류 광산 채굴권만 받겠습니다. 채굴하는 인력도 우리가 양보해서 중국인으로만 쓰겠고요.”
“…!?”
“…!”
장쩌민 주석과 후진타오 부주석은 서로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