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03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03화
103 성황리에 운영 중인 박물관/중국이 하던 거 똑같이 하기
양보해서 지하철 말고, 희토류 채굴권을 갖겠다.
거기에 선심 더 써서, 저번처럼 러시아 인력이 아니라 이번엔 전원 중국인을 써 주겠다.
장쩌민 주석과 후진타오 부주석은 이걸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이미 식어 버린 차를 마시며 시간을 끌었다.
그 모습에 니콜라이가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지하철 운영권보다는 희토류 채굴권을 주는 게 더 낫지 않습니까?”
니콜라이의 뻔뻔한 전략에 말려든 장 주석은 말끝을 흐렸다.
“그렇긴 한데….”
미치고 환장하겠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희토류 채굴권을 주는 게 맞지만….’
희토류 채굴은 국가산업으로 분류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한데 그걸 내놓으라니.
희토류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깨달은 중국은 이 부분에 꽤 많이 투자한 상태였다.
물론 채굴권을 준다고 해서 중국이 채굴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러시아와 반반씩 나눠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샤슬릭 구워서 곰 주는 꼴이 되어 버린단 말이야.’
장쩌민 주석만큼이나 후진타오 부주석도 난감한 기색이었다.
두 사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니콜라이의 뻔뻔함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양보했는데, 설마 이것까지 양보하란 말씀은 아니시죠?”
“흐음….”
“주석님.”
“그게… 시간을 좀 주세요. 지금 당장 답변하긴 곤란합니다.”
일단 시간을 최대한 끌자.
끌고 끌다가 더는 끌기 힘들겠다 싶을 때 희토류 말고 다른 것을 제시하자.
러시아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것을 제시한다.
그렇게 러시아가 받아들일 때까지 계속 시간을 끌면서 새로운 것을 제시하자.
장쩌민 주석은 지금으로선 이 방법이 최선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저녁까지 연락 주십시오. 채굴권의 기간은 30년이면 될 것 같습니다.”
마치 장쩌민 주석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니콜라이는 빠져나갈 구멍을 주지 않았다.
30년, 2030년까지면 충분하다.
그 안에 죄다 채굴해 내 버리면 되니까.
그 이후로는 희토류를 대체할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테니 상관없었다.
“어차피 결정은 주석님께서 하실 테니 내일 저녁까지면 충분할 듯합니다. 대통령님께는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
“그럼 저는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니콜라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장쩌민 주석이 급히 말했다.
“경제 고문,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신 겁니까?”
“크흠… 알겠어요. 내일 저녁까지 답변드릴 테니 일단 앉아 보세요.”
자리에 앉자 장쩌민 주석이 후진타오 부주석에게 눈짓을 보냈다.
둘이서 기존에 논의한 내용이 있는 것인지 후진타오가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우수리스크에 있는 박물관 말이오.”
“발해 박물관 말입니까?”
“뭐 이름은 그렇다 치고. 거기 운영을 블랙홀에서 맡고 있다지요?”
“맞습니다.”
“한국의 박물관을 블랙홀에서 왜 맡고 있는 겁니까?”
맡게 된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후진타오는 총책임자인 니콜라이를 통해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우수리스크에 아파트를 짓다가 현장 주변에서 발해 유적이 발견됐는데….”
간단히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중에 한국 정부와 계약하게 된 겁니다. 계약서에 사인하면서부터 우리가 계속 맡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기간은 명시되어 있지 않나요?”
“명시되어 있긴 합니다만?”
“언제까진가요?”
“기간은….”
두 사람은 니콜라이의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사실 이들이 갑자기 발해 유적지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었다.
발해 유적지로 인해 중국의 역사관에 심한 스크래치가 났기 때문이다.
발해와 고구려의 관계를 끊어 내야 하는데 거기서 빼도 박도 못할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며 중국 사학계에 비상이 걸렸다.
“없습니다.”
“…기간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가 싫다고 할 때까지 운영권을 계속 맡게 되어 있습니다.”
“허어, 무슨 그런 계약이 있어요?”
“돈벌이가 될 것 같아서 그렇게 계약했는데, 그게 중국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
니콜라이는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그렇게 계약한 거였다.
만일 한국 정부가 운영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중국의 압박을 청와대가 버텨 낼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다.
당장 박물관을 폐쇄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외부엔 일절 노출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중간에 러시아가 끼어 버리면 중국의 압박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혹여나 한국 정부가 박물관을 포기해 버리더라도 러시아는 이걸 돈벌이로 생각해 계속 운영하면 되는 것이고.
결국, 발해 유적지 박물관은 청와대가 포기하든 안 하든 블랙홀이 계속 운영되게끔 되어 있다.
이 모두가 니콜라이가 그린 그림이었다.
“상관이 있지요. 그 박물관 운영을 러시아에서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박물관이 지금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 주고 있는데 포기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이 오나요?”
“아주 많이 옵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 러시아에 여행 오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등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유지비도 크게 나가지 않는데, 그런 알짜배기 사업을 제가 왜 포기합니까?”
니콜라이는 여기에 대형 굿즈샵까지 만들어서 다양한 물건을 팔았다.
고구려와 발해 영웅들을 캐릭터화해서 귀엽게 만든 인형, 티셔츠, 열쇠고리, 유물들의 사진, 스티커, 커피잔 등.
여기서 가장 인기 있는 건 광개토대왕과 대조영의 캐릭터 인형이었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미래의 샵에 있던 물건 대부분을 만들어서 팔고 있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차가버섯도 팔았다.
유적지를 발굴할 때 나온 흙도 알뜰히 팔았고. 인물들과 동물들을 캐릭터화해서 만든 유리 속에 넣어서.
이 박물관에서 파는 물건들의 생산을 위해 작은 공장까지 세웠을 정도로 성황리에 팔려 나가고 있었다.
이런 내용을 알게 된 청와대에서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거기가 우리 중국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그러는데, 블랙홀은 좀 빠져 줬으면 해요. 내 부탁 좀 합시다.”
후진타오 부주석의 간곡한 부탁.
그 부탁을 니콜라이는 간곡히 거절했다.
“죄송하지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국과 한국 역사 문제는 두 나라가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계속 운영할 겁니다. 러시아 정부 입장도 같고요.”
“허어, 러시아 정부가 왜 거기에 개입하는 거요?”
“여기서 나오는 일자리와 세금이 꽤 됩니다. 지역 사회를 살리는 일인데 정부가 나설 수밖에요.”
“…정말 어렵겠어요?”
“중국에 이런 알짜 사업이 있는데 러시아가 포기하라고 하면 포기하시겠습니까?”
“….”
후진타오 부주석의 시선이 장쩌민 주석에게 향하자 그가 머리를 천천히 흔들었다.
씨알도 안 먹히니 그만하라는 뜻.
“흐음….”
“하실 말씀은 다 하신 거 같으니 저는 호텔에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내일 저녁까지요. 그럼.”
밖으로 나가던 니콜라이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아 깜빡한 게 있습니다.”
“…?”
“…?”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주석님께서 받아들이지 않으시면 차관 100억 달러는 강제 집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물이나 기타 공공시설과 같은 것들로요.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이건 ‘알아서 기어’라는 말과도 같았다.
니콜라이가 밖으로 나가자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허어 참. 자하르 대통령의 재선은 확실하겠군.”
“저런 사람이 선거 대책 위원장을 맡았으니 자하르가 대통령에 당선됐겠지요. 그런데 주석님, 발해 유적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희토류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내일 저녁까지니 의논을 좀 더 해 봅시다.”
시간을 길게 길게 끌고 가서 러시아가 다른 선택을 하게끔 하려고 했던 게 물거품이 됐다.
발해 유적지를 폐쇄하려는 것도 물거품이 됐다.
뭐가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
이 모든 게 니콜라이 때문이었다.
* * *
베이징 시내 맥도날드.
“다른 거 먹으면 안 될까?”
“왜? 너 버거랑 밀크셰이크, 치킨 다리 좋아하잖아?”
“중국에 왔으면 중국 음식을 먹어야지 무슨 이런 걸 먹어?”
“중국 음식 잘못 먹으면 탈 나. 피똥 싸고 싶지 않으면 그냥 먹어라.”
“주석 그 사람은 밥도 안 먹이고 보내냐. 예의가 없어.”
“무슨 중국에서 예의를 찾아. 그냥 간단하게 먹어. 내일은 호텔에서 먹으면 되니까.”
니콜라이가 맛있게 먹으니 샤샤도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먹었다.
그렇게 억지로 먹고 나온 샤샤는 우연히 간판을 보았다.
“응? 간판이 좀 이상한데?”
샤샤의 시선을 따라 간판을 본 니콜라이의 표정이 팍 일그러졌다.
“아 씨. 여기 맥도날드 짝퉁 가게였네.”
역시나 중국이 중국했다.
그날 저녁.
“샤샤. 정보원들 가동 좀 해야겠다.”
“무슨 일에 쓰려고?”
“중국의 희토류 연구소 연구원들 좀 빼 와야겠어.”
중국에는 1963년에 세워진 ‘바오터우 희토류 연구소’를 포함해 총 3개의 희토류 연구소가 있었다.
중국이 처음 희토류 매장지를 발견한 시기는 1927년.
네이멍구에서 발견하고 1950년에 바오터우 철강회사를 설립 및 철강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다 1957년부터 철강 생산 부산물로 희토류를 얻기 시작했다.
그러니 희토류 부분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세계 최상위급이랄 수 있었다.
“최고 기술자들이면 돼.”
니콜라이는 중국이 가장 잘하는 짓 중 하나인 기술 빼돌리기를 ‘벤치마킹’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 조사해 본 후에 접근해 볼게. 그런데 대우는 어느 정도로 해 줄 건데?”
“최고로 해 줘야지. 국적취득, 아파트(다차), 자동차 등 여러 가지로.”
“연봉은?”
“최소 다섯 배 이상 준다고 해.”
“그러면 나라도 넘어가겠다. 중국 연봉이라 봐야 뻔할 텐데.”
“그런데 넌 정보조직 이름 지으라고 한 적이 언젠데 아직 말이 없어?”
“아, 그거. 한번 지으면 수십 년은 갈 건데 쉽게 못 짓겠더라고.”
“하여튼 빨리 지어.”
이후로 둘은 밖에는 일절 나가지 않고 호텔에서 아주 편하게 쉬었다.
다음 날 오후 5시.
주석에게서 연락이 와 니콜라이는 다시 중난하이로 들어갔다.
이번엔 후진타오 부주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장쩌민 주석과 비서실장만이 있었다.
“결정을 봤어요. 희토류 채굴권을 주기로 말이지요.”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드렸던 대로 채굴 인력은 모두 중국인을 쓰겠습니다.”
니콜라이의 말에 장쩌민 주석이 몸을 고쳐 앉으며 손을 내저었다.
“꼭 그러지 않아도 돼요. 러시아인을 써도 됩니다.”
“아닙니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죠. 중국에서는 이걸 ‘약속이며 신뢰’라고 한다죠? 우리 러시아는 약속을 천금같이 여깁니다.”
“….”
“중국인을 쓰면 정부에서도 일정 부분 돈을 벌게 되는 거잖습니까.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중국인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크흠.”
“협상이 잘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그러면 돌아가는 대로 실무진들을 보내겠습니다.”
“…그러세요.”
하루 사이에 장쩌민 주석의 이마에 주름살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다.
* * *
자하르 대통령에게 중국에서 있던 일을 전달하고 며칠 후.
샤샤가 기쁜 소식을 전해 왔다.
“1호 연구소 소장이 나이가 많아서 8월에 은퇴하는데 국적을 바꾸는 건 안 되고 자료만 넘겨줄 거래.”
“괜찮네.”
“그리고 팀장급 3명도 자료를 넘겨준대. 국적 취득을 원한 사람은 2명 있어.”
“받아들이겠다고 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접근하면 더 빼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시간을 두고 계속 빼내 봐.”
그러면 희토류 연구소는 어느 정도 준비된 셈이다.
러시아에도 전문가들이 있으니 자료들과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니콜라이는 무릎을 탁 쳤다.
‘이 방법 괜찮네.’
중국에서 고급 인력들을 빼내 오는 방법.
니콜라이가 기자 시절 땐 그것들이 늘 하던 짓거리라 상관없었다.
희토류 고급 인력은 빼냈으니 이젠 어떤 분야가 좋을까?
니콜라이의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