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25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25화
125 앙골라가 요구한 천문학적인 금액/쫄리면 뒈지시든가
【곰과 우정을 나누어라. 그러나 언제나 곁에 도끼를 준비해 두어라.】-러시아 속담.
배신하거나 사기를 치는 사람은 가까운 친구, 지인, 가족인 경우가 많다.
먼 관계이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은 이런 경우가 드물다.
인간관계에서도 이렇듯이 국제 관계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조르즈 삼파이우 포르투갈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EU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을 쓰기로 했다.
이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EU 회원국에게 사기와 배신을 하려 하니까.
포르투갈과 앙골라의 사태. 이게 논쟁거리가 되면 될수록 가장 껄끄러운 나라는 모두가 예상하는 그 나라였다.
런던 시티 오브 웨스트민스터 화이트홀의 다우닝가 10번지.
“일이 너무 커진 것 같단 말이지요.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우리까지 피해를 입겠습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처음 이번 사태를 보고받았을 땐 단순히 포르투갈과 앙골라의 문제로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알았다.
작은 구멍 하나를 막지 않아서 댐이 무너지는 것처럼, 포르투갈의 일만으로 내버려 뒀다간 EU 회원국 전체로 번질 것 같았다.
외무장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했다.
“여기서 더 커지지 않게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EU가 출범한 지 겨우 7년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은 결속력이 단단치 않은데, 포르투갈로 인해 금이 갈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요. 포르투갈 대통령이 이번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러면 우리만 나설 순 없지 않겠어요?”
“과거 식민지를 만들었던 미국,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나라들과 논의해서 처리해야 할 겁니다.”
“빠르게 해결하려면 그게 가장 좋겠군요. 그런데 얘길 들어 보니 앙골라의 유통권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던데….”
토니 블레어 총리는 자하르 대통령 취임식 때 니콜라이를 처음 만났으나 그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다.
영국 왕실 친척과 중매를 서겠다는 제의를 했던 것도 그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ARM 인수를 위해 영국에 들어왔을 때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욱 성장해 있었다.
이후로도 관심은 더욱 깊어져 조사를 더 해 본 터라 꽤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
그런 정보들을 토대로 예상하자면 이번 일은 이상한 점이 많았다.
‘니콜라이 대표가 단순히 유통권을 얻으려고 앙골라를 돕는다?’
그게 다가 아닐 것이다.
유통권 하나 얻자고 EU 국가들을 들쑤실 정도로 그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총리는 ‘다른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보았으나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외무장관에게 물었다.
“이번 사태로 니콜라이 대표가 얻으려는 게 뭘까요? 미국과 EU 선진국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지요.”
“니콜라이 대표가 나섰다는 건 러시아 정부의 승인이 있었다는 말이지만 설마 EU를 상대하려는 행동은 아닐 겁니다.”
“확실히, 그건 아니겠지요.”
“블랙홀이 포르투갈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포르투갈과 앙골라의 과거사 문제가 블랙홀에는 도움이 된단 건가요?”
“거기까진 모르겠지만 블랙홀은 투자 회사니 무턱대고 이번 일을 벌이지 않았을 거란 전제하에 생각해 보면, 경제적인 이득 때문일 확률이 가장 높을 겁니다.”
“흐음.”
“무엇보다 이 사태가 생긴 이유도 앙골라의 유통권 때문이었으니까요.”
일견 일리가 있는 말이긴 했다.
그렇다고 시원하게 머리가 맑아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총리는 앞서 논의했던 대로 각국 정상들과 얘기를 해 보기로 했다.
며칠 후.
과거 식민지를 만들었던 각국의 정상들이 논의한 결과가 나왔다.
그들은 포르투갈이 앙골라와 원활히 해결하기를 원했다.
그 대표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선정되어 포르투갈 대통령을 만났다.
“각국 정상들과 논의한 결과 앙골라에서 원하는 보상금을 우리도 보태기로 했습니다.”
“…!”
포르투갈 대통령은 속으론 쾌재를 불렀으나 겉으로는 담담히 말했다.
“그렇게 해 주신다면 이번 사태가 원활히 해결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앙골라가 보상금을 얼마나 불렀습니까?”
“아직 말이 없었습니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보상금이 얼만지는 말하지 않았다고요?”
“그렇습니다.”
“거참 이상한 일이군요.”
“….”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순 없으니 대통령께서 금액을 먼저 제시하시죠.”
“얼마를 말해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
조르즈 삼파이우 포르투갈 대통령은 자국의 부담액을 최대한 적게 쓸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나라 경제 사정이 힘든데 보상금으로 국가 재정이 소모되면 더욱 힘들어질 터.
다른 나라들의 돈을 되도록 많이 받아 내야 포르투갈의 피해가 적을 것이기에 최대한 엄살을 피웠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보상을 해 줄 만한 여력이 안 됩니다. 국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는 걸 총리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총리는 포르투갈 대통령의 속내가 빤히 보였다.
하지만 어쩌랴.
어떻게든 빠르게 해결을 봐야 하기에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30억 달러 수준이면 어떻겠습니까?”
금액을 들은 포르투갈 대통령은 흠칫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많이 부를 줄은 몰랐기 때문에.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말끝을 흐렸다.
“글쎄요. 아시다시피 식민지를 한 기간이 워낙 길어놔서….”
“일단 30억 달러를 제시해 보고 반응을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해 보죠.”
총리의 말대로 앙골라에 전화한 포르투갈 대통령.
그는 30억 달러면 엄청나게 큰 금액이라 생각했다.
이것 먹고 떨어지라는 심정으로 금액을 말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480년간을 약탈해 놓고 고작 30억 달러란 말이오? 그 열 배를 준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어요.
“뭐요? 10배?”
-300억 달러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300억 달러를 부릅니까?”
-그것도 적다고 했습니다. 다시 조정해서 연락 주십시오.
이런 사실을 들려주자 영국 총리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300억 달러도 적다고 했다면 400억 달러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인데….”
각국이 나눠서 부담한다고 해도 금액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순 없는 노릇.
울며 겨자 먹기로 그는 다시 포르투갈 대통령을 다독였다.
“정상들과 논의를 좀 해 봐야겠습니다.”
한편, 앙골라 대통령에게 얘기를 들은 니콜라이는 일이 잘되어 가고 있음을 알았다.
“포르투갈이 30억 달러를 제시했다는 건 이 사태를 원만하게 협상하겠다는 뜻입니다. 열 배도 적다고 한 건 잘하셨습니다.”
“너무 많게 부른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닙니다. 여태 가만 있던 포르투갈이 협상하려는 건 그들 뒤에 다른 유럽 국가들이 있다는 뜻입니다. 어차피 나눠서 부담할 테니 절대로 큰 금액이 아닙니다. 다시 전화가 오면 그것보다 더 부르십시오.”
니콜라이의 예상처럼 3일 후 포르투갈 대통령에게서 전화가 왔다.
-350억 달러로 협상을 하시지요. 이것도 너무 벅찬 금액입니다.
“500억 달러 이하로는 못하겠습니다.”
-이것 보세요!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과거사 문제를 깨끗이 마무리 지으려면 500억 달러가 아니면 안 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앙골라 대통령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버지, 우린 처음 20억 달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500억 달러면 엄청난 금액이네요. 니콜라이 대표 말대로 하니까 정말 되어 가고 있어요.”
“정말 그렇구나. 나도 설마 했는데 이게 먹혀들 줄은 몰랐다. 허허.”
“포르투갈이 받아들일까요?”
“30억 달러가 350억 달러까지 올라갔으면 500억 달러라고 해도 불가능할 것 같진 않구나. 일단 기다려 보자꾸나.”
최종선이 500억 달러까지 올라가 버리자 영국 총리는 이번에도 각국 정상들과 통화할 수밖에 없었다.
포르투갈의 비롯해 영국과 각국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을 때, ‘제로니모 마틴스’의 벨로소는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앙골라의 유통권을 얻자고 정부에 건의한 것인데 왜 과거사 문제로 흘러가고 있는 거냔 말이야.”
“상황이 참 묘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유통권 얘기는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미치겠군. 이러면 앙골라에서 사업하기가 힘들어지는데.”
정부에 연락을 해 봤지만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말도 없이.
답답한 노릇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러다간 블랙홀에게 다 뺏기게 생겼어.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비서실장이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나.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유통권만 거머쥐면 돈이 굴러 들어올 텐데 이걸 해결 못하고 있으니. 하아….”
벨로소는 속이 타들어 갔다.
* * *
앙골라 현장에서 니콜라이는 일리야에게 심각한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전에 말씀드렸던 거 말입니다.
“중동 쪽 인터넷 검색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했던 거 말입니까?”
-네. 무기 검색량이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딱 꼬집어서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습니다.
“러시아와 관련된 건 아니죠?”
-다행히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중동 쪽 일에 정확한 근거도 없이 우리가 나설 순 없죠. 계속 지켜보세요.”
-알겠습니다.
알카에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걸 알았지만 이걸 미국에 어떤 식으로 전한단 말인가?
잘못 말했다간 9.11 테러 사태를 온전히 러시아와 니콜라이가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
9.11 사태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일으키기에 함부로 나설 수 없다.
니콜라이는 아직은 시간이 있었기에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다시 며칠이 흐르고 2월이 거의 끝나 갈 즈음, 각국 정상들과 마지막으로 논의를 마친 영국 총리는 이번엔 포르투갈로 직접 넘어갔다.
“논의를 한 결과 500억 달러로 모든 걸 마무리 짓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정말 500억 달러를 부담하겠다는 말입니까?”
“상황이 이런데 어쩌겠습니까. 그러니 대통령께서 협상안을 마무리 지어 주시지요.”
“알겠습니다.”
“단, 처음엔 250억 달러를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3년 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해 주십시오.”
세 번째에도 앙골라가 다른 요구를 하면 그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앙골라 대통령은 이걸 받아들였다.
“협상식은 앙골라에서 할 테니 대통령께서 이쪽으로 오시지요.”
“…알겠습니다.”
속에서 불이 끓어올랐으나 포르투갈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에 깨끗이 마무리 지어야겠기에 앙골라 대통령의 말을 따랐다.
이틀 후 앙골라에 도착한 포르투갈 대통령은 니콜라이가 와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이렇게 해서 포르투갈과 앙골라의 과거사 문제는 깨끗이 해결됐습니다.”
니콜라이가 마치 사회를 보듯이 한 말에 포르투갈 대통령은 한번 노려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통령님. 제로니모 마틴스의 유통권 문제도 끝난 겁니다.”
“알았으니 그만하세요.”
대통령이 보좌관과 함께 등을 돌리던 그때, 니콜라이가 한 마디를 툭 던졌다.
“포르투갈이 축구를 잘하지 않습니까?”
“…?”
“내년에 코리아에서 월드컵이 열리는데 포르투갈이 만일 코리아 팀을 만나면 이길 수 있을까요?”
포르투갈의 축구 부심은 영국, 독일, 브라질 못지않았기에 대통령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디 코리아 따위와 비교를 합니까!”
“개최국이니 만만히 볼 수 없을 텐데 말입니다.”
“아무리 개최국이라도 독일이나 브라질이면 몰라도 코리아는 상대가 되지 못하지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내기를 한번 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500억 달러를 걸고요.”
순간, 대통령실에 있던 모든 사람의 입이 떡 벌어졌다.
“만일에 본선에서 두 팀이 만나게 되면 저는 ‘코리아가 이긴다’에 500억 달러를 걸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건 축구 경기의 베팅으로 나올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아무리 축구 부심이 있는 포르투갈 대통령이라도 이런 식으로 내기를 할 순 없었다.
그러나 이어진 니콜라이의 말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겁나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심판매수?
다른 방법?
어림도 없는 소리.
니콜라이는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깊이 개입한 러시아 같은 상황이 아니면 반드시 원 역사대로 흘러간다는 걸 알았기에 베팅한 것이다.
과연 포르투갈 대통령이 이 내기에 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포르투갈 대통령은 끝내 응하지 못하고 구겨진 표정으로 다시 등을 돌렸다.
“멀리 안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