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43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43화
143 아내 때리면 벌금 1~5만 원/100분 토론
대통령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누굴까?
아내?
후원자나 지지자들?
민주주의가 확실히 정착한 국가에서라면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나 단체일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소수의 의견이라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대통령이 됐더라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은 연임이 가능한 미국에서 가장 잘 나타났고 한국도 비슷했다.
지금은 러시아 정치도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동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에 정권을 잡은 한국 대통령.
그는 2위와 1.53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 득표율로 승리했기에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는데.
여성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의 집회는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전체 투표권에서 여성이 행사할 수 있는 표가 절반이니까.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가 3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1,500여 명이 청와대 근처에서 집회를 열 거라고 합니다.”
“그 참…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게 뭔가?”
“외형적으로는 한국 남자들의 국제결혼 반대입니다.”
“부부의 연은 하늘이 내리는 것인데 그걸 인위적으로 막으려 들다니. 주도한 곳은 어딘가?”
1,500여 명이 계속 집회를 열 정도면 들어가는 자금도 만만치 않을 것.
그만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기에 물은 거였다.
“겉으로는 여성단체와 시민단체이지만 아무래도 여성부가 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부의 영향력이 언제 이렇게까지 커졌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은 터라 오히려 과거보다 경제 상황이 더 좋아졌습니다.”
러시아가 도움을 주며 전 정부에 요구한 것 중엔 이런 것도 있었는데.
이 때문에 1998년 중반기부터 여성들의 맞벌이가 본격적으로 늘어났다.
대신 가족의 붕괴를 막기 위한 사회 기반 시설 확충과 서비스도 함께 진행되었다.
방과 후 활동 늘림.
국공립 어린이집 대폭 늘림.
아이돌봄(만 36개월 이하) 서비스 제공 등.
이런 것들은 여성들의 삶의 질과 목소리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어떤 정책이든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지만 시민단체가 결혼까지 관여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여성들 입장에서는 남성들의 국제결혼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대체 얼마나 늘었는데 그러나?”
“최근 3년간 집계를 내 보니 러시아와 독립국들 여성들과 결혼한 한국 남성은 11만 9,000명이 넘었습니다.”
“많긴 하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20대 중후반~30대 중반이면서 국내에서도 능력이 되는 남자들이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 결혼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남자 중 많은 수가 국제결혼을 했다는 뜻.
이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국내 여행사 사장이 진행한 일이라고 했지?”
“네, 34살의 사장으로 ‘사랑해 류블류(사랑해)’라는 상호로 여행사와 결혼 정보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물론 14개 독립국과 최근엔 유럽에까지 지점을 늘렸습니다.”
“젊은 나이에 능력이 좋은가 보군.”
‘월드 볼’ 첫 번째 1등 당첨자라는 걸 몰랐기에 단순히 능력이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나?”
“미국, 유럽, 일본은 이미 이런 일을 겪었습니다. 결혼으로 인한 재산 분할의 불공평 등의 여러 문제에 남성들이 불만을 품게 되면서 국제결혼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재산 분할.
유럽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남자가 프러포즈를 하면 여자가 너무 ‘오바’한다 싶을 정도로 감격해하는 장면.
한국 여자는 이 정도로는 반응하지 않는데 여긴 왜 이러는 걸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나라들은 결혼 전 동거 문화가 발달해 있기에 같이 살더라도 서류상으로는 남남이다.
물론, 동거의 일정 기간이 지나고 자녀들이 태어나는 등의 조건들이 갖춰지면 사실혼 관계가 성립된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동거 커플들은 남남이기에 헤어지게 되면 그냥 끝이었다.
프러포즈는 서류상으로도 완전히 하나가 됨을 의미했다.
즉, 헤어지더라도 남편의 재산을 꽤 많이 분할받을 수 있다는 뜻.
원 역사에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이혼하면서 아내에게 43조 원의 위자료를 줬었다.
이러니 미국이나 유럽의 여자들이 프러포즈를 받으면 한국과 크게 다른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외국에서도 남성들의 국제결혼 수가 증가하면서 여성들의 미혼율이 높아졌습니다.”
“러시아는 어때?”
“솔직히 러시아를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이 부분은 절대로 닮지 말아야 합니다.”
“…?”
“러시아는 남편이 아내를 때려도 감옥에 가지 않습니다. 아내가 맞아서 죽는 일이 생겨야지만 감옥에 가는데 처벌이 우리처럼 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러시아는 2021년이 되어서야 관련 법을 만들었다.
맞은 아내가 경찰에 신고하면 원화로 1~5만 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웃기지도 않는 법을 말이다.
이럴 정도로 러시아 정부는 부부관계에 관여하지 않았다.
러시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리 모두 희망을 품자.
“쳐죽일 놈들. 여자와 아이를 때리는 것들은 짐승이지. 러시아 여자들이 국제결혼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었군. 내가 러시아인이었으면 딸한테 국제결혼을 하라고 했겠어. 그러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해결했나?”
“아직은 특별히 해결된 부분이 없습니다. 이 문제는 정부에서 나서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잔 말이야?”
“이미 선진국들의 사례가 있지 않습니까? 괜히 나섰다가는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데….”
표를 가진 여성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는 달래 줘야 했기에 대통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양쪽 대표들을 불러서 토론을 시켜 보는 건 어떻겠나?”
“100분 토론 같은 거로 말씀입니까?”
“그렇지. 국민들도 양쪽 입장을 잘 들어 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 않겠어?”
“그런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요지도 있습니다.”
“흐음. 여성부를 괜히 만들어서 이런 일이….”
“말이 나온 김에 여성부를 가족부로 바꾸면서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마음대로 예산 집행을 할 수 없게 되고 무분별한 추진도 막을 수 있게 된다.
원 역사에서도 여성가족부가 잘한 일은 꽤 있었다.
호주제 폐지 등과 같은 여성 인권을 위한 일들은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선사했다.
비서실장의 말이 괜찮긴 했으나 대통령은 다음 대선이 걱정되었기에 바로 결정할 수 없었다.
“다음 대선 때 야당에서 이걸 물고 늘어지면 우리가 힘들어질 수 있단 말이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지 않습니까?”
“무슨 말인가?”
“대통령님께서는 북한의 핵 포기를 끌어내셨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잇게 하셨습니다. 거기다 9월엔 전시 작전 통제권까지 가져오게 됩니다. 이런 결과물이 있는데 다음 대선에서 우리 쪽이 승리하지 못하겠습니까?”
그걸 깜빡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생각해봐도 여당을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을 듯했다.
“러시아의 도움으로 가능한 일이었지만 대통령님께서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표는 의식하지 마시고 더 늦기 전에 여성부를 가족부로 바꾸면서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는 거로 하시지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진행하도록 해야겠어. 그렇더라도 토론은 한번 하는 거로 해 봐. 토론을 하면 긍정적인 부분도 틀림없이 알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이틀 후.
모스크바의 블랙홀 본사에 있던 니콜라이는 오랜만에 김민준 사장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그를 통해 한국 상황을 듣고는 머리를 맞댔다.
러시아도 깊이 관련되어 있었기에.
“…이런 상황이라 그쪽 단체의 대표들과 토론을 해야 합니다.”
“이건 러시아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부분이군요.”
아직 이 부분에 관해서는 손을 대지 못했던 터라 니콜라이는 이참에 확실히 뜯어고치기로 했다.
‘가족에게 손을 대는 것들은 모두 시베리아로 보내서 그들도 매일 두들겨 맞게 해야지.’
김민준이 도움을 요청한 터라 니콜라이는 적절한 대응책을 말해 주었다.
두 시간 후.
“…그러니까 토론을 할 땐 말씀드린 것처럼 사실에 기반해서만 말을 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니 이해를 할 겁니다. 정부에서 토론하라고 한 걸 보면 태클을 걸려는 건 아닐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그 부분은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따로 청와대에 연락해 보겠습니다. 토론은 제가 일러드린 대로 해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니콜라이에게 제대로 교육을 받은 김민준은 같은 편 한 사람과 함께 100분 토론에 참석했다.
“세 시간에 걸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양측 진영은 두 사람씩 자리하게 되었다.
사회자의 설명이 이어진 후, 토론이 진행되었다.
“한국 여성들은 여태 가부장적 힘에 눌러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사회적으로 여성의 위치가 올라가면서 목소리를 조금 낼 수 있게 되었죠. 가족과 사회에 이바지한 이런 여성들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멀리하는 건가요?”
반대쪽 여성단체 대표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여성들을 대변해 나갔다.
“이제 먹고 살 만해지니까 조강지처를 버리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이런 행태는 조선 시대와 다를 바가 없어요.”
김민준에게 발언권이 넘어오자 그는 니콜라이에게 배운 대로 담담히 답변했다.
“비유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비유가 왜 적절치 않나요? 지금 그렇게 되어 가고 있잖아요?”
“죄송하지만 지금은 제게 할당된 시간입니다.”
“….”
“부부의 인연은 두 사람이 결정할 사항이지 외부에서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외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국제결혼이 성행했지만, 여성단체가 시위를 벌인 적은 없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일일이 다 조사해 봤나요?”
“제 발언 시간에 나서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
“말씀하셨듯이 지금은 조선 시대가 아닙니다. 부모가 강제로 결혼을 시키는 것도 아닌데 왜 여성단체가 나서서 이를 막는 겁니까?”
“한국 남성들의 국제결혼 비율이 너무 높잖아요? 여성들은 거의 없는데 반해서요.”
말을 하는 중에 계속 자르고 들어오자 김민준은 그냥 받아주기로 했다.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
“우리 회사는 한국 여성들과 외국 남성들의 만남도 똑같은 비율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 남성들이 한국 여성들과의 결혼을 많이 하지 않는 걸 저더러 어떡하라는 겁니까? 제가 억지로 결혼을 시켜야 하는 겁니까?”
“지금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회사의 문을 닫길 원하시는 겁니까? 정확히 말씀해 주시죠.”
여성단체는 그들의 답답함을 표하고자 한 거였다.
이걸 법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으나 이런 문제를 끄집어내면서 여성들의 답답함을 알리고자 했다.
“우리 한국 여성들도 유럽 남성들과 충분히 결혼할 수 있습니다. 동의합니까?”
“물론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한국 여성들의 국제결혼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랍니다.”
“저는 여태 똑같이 대해 왔습니다. 양쪽의 어느 누가 결혼하든 저는 똑같은 돈을 버는 것이니까요. 이제 유럽으로 자유롭게 여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한국 여성들에게도 국제결혼의 기회가 더 많아질 겁니다.”
“….”
“남성들만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서 결혼에 성공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의 입장을 대변했고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하면서 나름 괜찮은 토론으로 끝났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신선한 주제였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국제결혼 하면 좋잖아? 월급 적다는 소리 안 듣고. 내가 돈 벌어 오는 기계도 아니고 말이야.”
“월급 다 갖다주고 나는 한 달 용돈 13만 원으로 산다.”
이때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대략 1,800~2,100만 원 수준이었다.
“여자들도 돈 버니까 이제 남편만 보고 살 필요 없지. 우리도 목소리를 내야 해.”
분위기를 살핀 대통령은 계획했던 대로 가족부로 이름을 바꾸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기 위한 절차를 밟아 나갔다.
정부 산하 기관은 결국 예산이 줄어들면 일을 벌이고 싶어도 한계가 있기에 딱 필요한 일만 하게 되어 있었다.
앞으로 가족부로 이름이 바뀌면 이런 성격으로 변할 것이다.
한편, 니콜라이도 자하르 대통령과 의논을 한 후, 러시아의 이상한 문화를 바꿔 나갔다.
반대로 남편을 폭행하는 경우도 같았다.
부모님이나 노약자를 폭행하는 경우도 같았고.
본격적으로 법을 바꿔나가기 시작하면서 시범 케이스를 보여 주었다.
“이유야 어떻든 고막이 터졌습니다. 이는 두 개나 부러졌고요. 대체 아내를 이렇게까지 때리는 경우가 어딨습니까?”
“맞을 짓을 했으니까 때렸지.”
“보드카를 많이 드셨네요. 일단 경찰서로 가시죠.”
“이거 안 놔! 여자 좀 때렸다고 잡아가? 이런 법이 어딨어?”
“대통령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에 임시로 집행하는 겁니다.”
전국적으로 이렇게 끌려온 사람이 수백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시범 케이스로 2년간 시베리아에서 노역하게 될 것이다.
시베리아로 끌려간 그들은 똑같이 당했다.
“너, 가족 패고 들어왔다며? 사내 새끼가 얼마나 못났으면 가족을 때려? 이 새끼 밟아!”
이들을 밟은 죄수들은 러시아인이 아니라 수용소에서 러시아 죄수들 다음 세력인 한국인들이었다.
“새꺄! 죽어! 그 덩치로 때렸으면 여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냐고. 넌 오늘부터 우리가 찍었어!”
러시아 외의 유럽 국가들에게까지 지점을 대폭 늘린 김민준 사장은 국제결혼을 더욱 많이 성사시켜 나갔다.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게 되면서 속도가 더 붙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