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44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44화
144 모기와의 전쟁/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부룬디
한국 내의 국제결혼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자, 김민준 사장이 니콜라이를 다시 찾아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께서 일러 주신 대로 했더니 잘 해결되었습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러시아 내부 문제도 해결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국제 커플을 맺어 주세요.”
“물론입니다. 유럽 쪽에도 지점을 냈으니 더욱 많아질 겁니다.”
김민준과 대화를 하고 있던 중 샤샤가 급히 말을 전했다.
“앙골라에 문제가 생겼대.”
니콜라이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김민준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다음에 또 뵙죠.”
“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작은 선물입니다.”
정말 작은 종이 상자를 내밀었다.
“…?”
“대표님께서 아직 자녀 소식이 없다는 말을 듣고… 국제 커플 중 아이를 둘 이상 낳은 부부들의 머리카락을 모아 봤습니다. 미신이지만 그래도 도움이 좀 될까 해서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니콜라이는 그의 마음을 생각해 감사히 받았다.
“감사합니다.”
김민준이 밖으로 나가자 샤샤가 바로 상황 설명을 했다.
“말라리아 때문에 내전 포로 3명이 사망했고 병상에서 치료받고 있는 수는 27명이래.”
“모기 때문에?”
“응. 일하기 힘들 정도로 모기가 많다네.”
“간부들과 한국에서 간 사람들은 살충 처리된 모기장을 이용하지?”
“맞아. 앙골라 인부들도 사용 중이고. 포로들만 그냥 자고 있었거든.”
내전 때 잡아들인 포로는 3만 5,000명이 넘었다.
앙골라 정부에 부탁해 이들을 10년간 쓰기로 했는데 모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비록 포로들이라고 해도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전에 툰드라에 갔을 때 말이야. 유목민들이 ‘태양광 모기 퇴치기’를 좋아했었잖아?”
“기억난다. 족장님 가족들이 U마트에서 많이 샀었어. 근데 그거로 앙골라에서 효과를 보긴 힘들지 않을까?”
“힘들지. 크기가 너무 작아.”
밤이 되면 수천 마리가 달려들어서 그 크기로는 역부족일 거다.
“그거 만든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좀 알아봐 줘. 그리고 모기장 2만 개 정도 신청해 주고.”
“모기장은 한국 회사라서 바로 될 거야. 일단 모기 퇴치기 회사부터 알아볼게.”
“그래.”
그날 오후 3시.
니콜라이와 샤샤는 전자제품 및 반도체 특화 도시로 거듭난 ‘칼루가’에 도착했다.
비행기로는 모스크바에서 50분 거리였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긴 오성전자가 1995년에 터를 닦아 TV 생산 공장을 세우면서 3만 명이 넘는 일자리가 생겼다.
이후로도 한국의 엘진 전자와 세계 각국의 전자제품 회사들이 공장을 세웠다.
지금은 하인닉스(하이디스 공장 포함), 오성 반도체와 대운 전자 공장(대운 오리온 전기 공장 포함)까지 세워지고 있었기에 과거와는 달리 도시에 활력이 넘쳐흘렀다.
니콜라이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오성전자 간부가 모기 퇴치기를 만드는 공장까지 인사를 왔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
“오성전자 러시아 총책임자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시면 공장에 한 번 들러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안 그래도 여기 온 김에 가 보려던 참이었습니다.”
인사를 마친 총책임자는 샤샤와 함께 니콜라이를 따라다녔다.
“제품이 총 세 가지인가요?”
태양광 모기 퇴치기는 러시아 국적의 중소기업에서 만들고 있었다.
“네, 일반 가정용, 여행용, 산업용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밤에 빛을 발산하는 퇴치기다.
빛을 향해 모기가 달려들었다가 전기에 몸이 구워져서 황천길로 가는 형태였다.
전에 툰드라 족장 가족들이 샀던 건 여행용이었는데 니콜라이가 보기엔 산업용도 크기가 작았다.
“산업용을 세 배 크기로 키울 수 있겠습니까? 태양광 배터리 용량도 대폭 늘리고, 모듈 크기도 커야 합니다. 또, 바닥에 꽂을 기둥도 3m는 넘어야 하고요.”
“어떤 용도로 사용하시려는 겁니까?”
“아프리카 앙골라의 사바나 지역에 모기가 너무 많아서 거기에 쓰려는 겁니다.”
사바나에 무턱대고 농약을 살포할 순 없었다.
“아, 그렇군요. 그러면 보통 퇴치기로는 힘들긴 하겠습니다. 몸체는 내구성이 강한 플라스틱을 사용해 3단 분리로 하면 되겠고… 그런데 거긴 먼지가 많을 테니 일일이 태양광 모듈 청소를 해 줘야 할 텐데….”
“청소할 사람은 충분하죠. 가능할까요?”
“가격이 올라가긴 하겠지만 크기를 키우고 성능을 더 좋게 하는 건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몇 대나 필요하신 겁니까?”
니콜라이는 샤샤에게 물었다.
“얼마나 필요할 것 같아?”
“사바나 전 지역에 꽂아 두려면 최소한 3,000개는 있어야지 않을까?”
“흐음. 넉넉히 5,000개로 가지 뭐.”
5,000개라는 말에 사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5,000개를 한꺼번에 주문하실 겁니까?”
“네. 가격은 상관없습니다. 단, 최대한 빨리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언제까지 가능한가요?”
“일단 제품 샘플을 만드는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데, 7일 정도는 소용됩니다.”
“7일 후부터 만들 수 있단 건가요?”
“아닙니다. 틀부터 모든 걸 다시 제작해야 해서 빨라도 10일 이후부터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5,000개를 만들자면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추가로 10일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면 대략 20일 정도 걸린다는 뜻.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제품들을 비행기로 보내면 될 테니 21일 정도면 앙골라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시작해 주시죠.”
“알겠습니다.”
“빠르게 만들라고 했지만 제품에 하자가 있으면 안 됩니다.”
“물론입니다. 누구의 지시라고….”
러시아 대통령의 외손자다.
잘못했다간 바로 시베리아로 끌려갈 수도 있다.
사장은 니콜라이의 주문 덕에 제품 개발비가 들지 않게 되었다.
새 제품을 다른 지역과 나라들에도 팔게 되면 엄청나게 잘 팔릴 것을 확신했다.
공장을 나온 니콜라이는 오성전자 공장으로 향하던 중 샤샤에게 물었다.
“대형 모기장 2만 장은 언제까지 만들 수 있대?”
“기존에 있던 것까지 포함해서 15일 안에.”
“괜찮네.”
지금 당장 말라리아를 퇴치할 순 없기에 이런 방법으로 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앙골라에 도착하면 써먹을 다른 방법도 생각해 두었다.
3만 5,000명이 넘는 노동력이 있으니.
얼마 후, 니콜라이는 오성전자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들 수가 엄청나군요.”
“칼루가엔 총 25공장까지 있는데 여기 1공장에서만 1,200여 명이 일합니다.”
“직원들 국적은 어떻습니까?”
“러시아가 35%로 가장 많고 나머진 독립 국가들 출신입니다.”
공장 내부를 본 첫인상은 깔끔했다.
직선으로 쭉 이어진 공정을 따라 수많은 직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공기 정화 시스템이 잘 만들어진 것인지 냄새도 많이 나지 않았다.
소음도 그리 크지 않았고.
“여기선 TV 생산만 하는 건가요?”
“네, 연구시설은 다른 곳에 있고 여기서는 LCD TV만 생산합니다.”
칼루가에서 200km 거리엔 ‘연구 전문 계획도시’가 있기에 ARM을 포함해 많은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판매량은 어떤가요?”
“요즘은 세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다른 회사들은 예전만 못하지만 우리는 괜찮은 편입니다.”
원 역사에서 LCD 분야는 중국이 잡아먹었지만, 지금 중국은 힘을 못 쓰고 있어서 앞으로 20여 년간은 한국 기업들의 독주가 될 것이다.
공장들을 다 둘러본 니콜라이는 샤샤와 함께 앙골라로 떠났다.
* * *
3주 후.
앙골라의 사바나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
“어기 거기! 최소 50cm는 박아야 한다고 했잖아. 다시 해.”
“네, 알겠습니다.”
“나중에 일일이 모듈 청소해야 하니까 좌표 틀리면 안돼.”
태양광 모기 퇴치기가 사바나 전역에 설치되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가끔 비가 올 때면 물웅덩이가 생기는데 거기서 모기가 서식했기에 포로들을 이용해 그곳들을 모두 메우기로 했다.
“여기도 고비사막 때처럼 인력이 넘쳐나니까 안 되는 게 없네.”
샤샤의 말처럼 정말 그랬다.
3만 5,000명이 넘는 인력이 있으니 5,000개의 모기 퇴치기를 박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하면 얼추 해결되겠지?”
“모기가 알을 낳는 속도보다 죽어 나가는 속도가 더 빠를 테니 과거보단 확실히 모기 수가 줄 것 같아.”
“일단 다 설치하고 얼마나 죽였는지 지켜보면 알겠지.”
3일 후.
모기 퇴치기가 설치된 곳을 살펴본 니콜라이는 온몸이 간지러워지는 것 같은 느낌에 눈살을 찡그렸다.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무슨 개미집이냐?”
모기 퇴치기 아래엔 모기를 포함해 각종 곤충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설치된 것들도 살펴봤으나 상황은 비슷했다.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모기가 많았다.
“설치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렇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거야.”
“관리하는 사람들은 잘 배치해 뒀지?”
“응. 한 명이 매일 200대씩 관리하게끔 해 뒀어.”
관리라고 해 봤자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태양광 모듈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는 것밖에 없었다.
니콜라이는 옆에 있던 총책임자에게 물었다.
“모기장은 모두 나눠 줬나요?”
“네, 모두 끝났습니다.”
“아파트 공사 진행 속도가 너무 늦는 것 같군요.”
“공사에 쓸 자제들 대부분을 앙골라 외부에서 들여오는 터라 시간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저 주민들을 보십시오.”
주민들은 러시아와 한국인들이 버린 중고 옷들을 모아서 세탁한 걸 입고 있었다.
신발도 마찬가지였고.
중고긴 해도 그들이 과거에 입고 있던 옷에 비하면 새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삼시세끼를 잘 먹는 것과 텐트에서 잔다는 것 외엔 특별히 바뀐 게 없었다.
집이 만들어져야 다른 것들이 자리를 잡게 될 텐데 다른 지역에 비해 속도가 현저히 늦어지고 있었다.
“저 사람들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
“여기서 다들 고생하는 건 알지만 조금 더 힘을 내 주십시오.”
“…네.”
사바나 지역도 어느덧 초록색 옷을 입은 곳이 많아졌다.
3만 5,000여 명이 나무를 심은 지도 꽤 됐기에.
“나무가 커서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모기가 많이 줄어들 겁니다. 그때까지는 모기 퇴치기 잘 관리하세요.”
“알겠습니다.”
여기서 쓴 것은 나중에 툰드라 지역에서 다시 사용하면 될 것이다.
시베리아 툰드라도 여름이면 모기떼 때문에 순록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잘 알기에 다음을 대비했다.
니콜라이가 이렇게 현장에서 머물고 있을 때 앙골라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는 걸 보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포르투갈과의 일은 일단락되어서 특별한 일은 없었던 터라 어떤 일인가 싶어 궁금했다.
대통령궁에 도착하자 앙골라 대통령과 딸 이사벨 외에 한 인물이 보였다.
“어서 오세요.”
앙골라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니콜라이를 반갑게 맞았다.
“모기를 박멸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어요.”
이사벨도 환한 얼굴로 맞아 주었다.
니콜라이가 그 인물에게 시선을 주자 앙골라 대통령이 소개했다.
“이분은 부룬디 대통령이십니다. 니콜라이 대표에게 꼭 할 말이 있다더군요.”
부룬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가난한 나라다.
부룬디에 비하면 앙골라는 괜찮은 축에 속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르완다, 탄자니아에 둘러싸여 바다에 접하지 않은 내륙국이지만 ‘탕가니카호’와는 접하고 있었다.
1993년부터 앙골라처럼 내전을 겪고 있었기에 국민들은 가히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 니콜라이를 만나러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