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50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50화
150 유감입니다/CNN 기자는 저격수
양국 정상들이 원만히 해결을 보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자하르 대통령과 니콜라이가 태연히 들어왔다.
“미안합니다. 급히 처리해야 할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누가 봐도 뻔한 변명이었으나 러시아 대통령이 한 말이라 부시는 속으로만 욕을 해댔다.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한국 대통령의 말에 자하르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벌써 가시게요?”
“저도 국내에 급히 처리할 문제가 있어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러면 앞서 상의한 내용은 니콜라이 고문을 통해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문제가 생겼다며 밖으로 나가는 한국 대통령의 어깨가 힘차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며 부시 대통령이 눈살을 찌푸렸다.
‘당했군.’
그러나 항의할 수도 없는 노릇.
어차피 미군이 사고를 낸 터라 한국에 가서 적당히 고개 숙이면 될 일.
조금 전 일은 잊기로 하고 러시아 방문 목적에 집중하기로 했다.
“만나서 말씀하신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러시아의 입장을 알고 싶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프가니스탄엔 완전히 관심을 끊은 겁니까?”
자하르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부시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역시 전쟁 때문이었어.’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는 건 이미 세계가 안다.
부시의 저 말은 이라크에 들어가기 전, 러시아의 입장을 알고자 함이다.
자하르는 콧속으로 스며드는 차향을 음미하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아프가니스탄을 만만히 본 대가를 소비에트 때 크게 치렀지요. 그런 큰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합니다.”
러시아는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두 번이나 봤으면서도 우린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만으로 보입니다만.”
영국과 소비에트도 실패한 전쟁인데 미국이라고 다를 것 같나?
“우리도 패배할 거란 말씀이군요?”
“저는 당연히 미국이 승리하길 바랍니다. 우릴 대신해 복수해 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말이죠. 정확히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
“탈레반은 강대국들이 추구해왔던 기존의 전쟁 방식과 완전히 다른 전술을 구사합니다. 그들의 방식은 베트콩과 아주 흡사하지요.”
미국은 전통적인 강대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물량으로 밀어붙이면서 주로 전면전을 구사한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와 반대다.
베트콩처럼 지형지물과 민간인들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게릴라전을 펼치기에 강대국들은 끝없는 전투에 지치면서 물러났다.
미국의 전쟁 방식도 영국이나 소비에트와 다를 게 없을 터.
자하르 대통령은 발을 잘못 담근 부시가 한편으론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탈레반이 어떤진 우리도 알고 있지요.”
“소비에트 시절 때 우리도 탈레반이 어떤지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였고요.”
“….”
“알고 있는 것과 경험한 것의 차이. 이걸 꼭 알고 싶으신 모양인데…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시의 감정을 더 깊이 건드릴 말을 해야겠기에 자하르는 양해를 구했다.
“…하시지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도 많은 걸 잃게 될 겁니다. 이라크 침공까지 하게 되면 상황이 더욱 좋지 않게 되겠지요.”
자하르 대통령은 양국의 관계를 떠나 진심 어린 마음으로 한 말이었다.
어찌 됐든 전쟁은 막아야 하고, 시작했다면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기에 조언한 거였다.
하지만 부시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영국과 소비에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겁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그러면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판단해도 되겠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킨 이유.
겉으로는 9.11로 인한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른 이유 때문이란 걸 알고 있었다.
석유와 천연가스.
러시아는 차고 넘치는 터라 아프가니스탄엔 관심이 없었다.
“그걸 알고자 오신 건가요?”
“대통령께서는 빈말은 하지 않으시는 분이니 직접 듣고자 했습니다.”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이 조금은 남아 있었는데 부시의 이 말로 자하르는 확신했다.
결국 이라크를 침공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이 마음을 고쳐먹으면 세계가 평화로워지는데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자국이 공격을 받았는데 가만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으로 복잡한 문제군요.”
자하르 대통령이 느긋하게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옆으로 슬쩍 바라보았다.
니콜라이는 본인이 나설 때임을 알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흔들리기라도 하면 세계엔 태풍이 휘몰아치게 될 겁니다. 우린 도울 의사가 있습니다. 전쟁에 참여해 달라는 것만 아니면요.”
니콜라이가 말한 뜻을 생각하는 부시.
미국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지.’
다른 나라는 상관없다.
그러나 러시아의 도움만큼은 절대로 받지 않겠다.
“마음만 받도록 하지요.”
부시가 단호하게 선을 긋자 니콜라이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지금부터는 부시의 마음속에 뭔지 모를 찝찝함을 남겨야 할 때다.
“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를 완벽히 끝낼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
“앙골라와 부룬디 내전을 제가 끝냈다는 건 아시지 않습니까? 아군의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없이요.”
“사실인긴 한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확실하지 않으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습니다. 시작한 것은 모두 성공했죠.”
니콜라이가 어떤 인물인지는 부시도 잘 알고 있었다.
CIA 국장의 보고가 아니더라도 그에게 당한 적이 벌써 몇 번이던가.
경제적인 능력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군사 전술적 능력의 뛰어남도 검증되었다.
가장 묻고 싶은 부분을 건드리자 부시는 입이 근질거렸다.
‘눈 딱 감고 한 번만 물어봐?’
아니다. 그럴 순 없다.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순 없다.
부시의 고민하는 모습에 니콜라이는 한 마디를 더 던졌다.
“전쟁이 길어지게 되면 대통령께서는 내외적으로 많은 원망을 받게 될 겁니다. 퇴임의 압력도 받게 될 테고요. 그때, 제 말이 기억나게 될 겁니다.”
기억이 날 뿐이겠나.
오늘 도움을 받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때 저의 부탁 몇 가지를 들어주신다면 제가 깨끗하게 해결해 드리죠. 단….”
“…?”
“저번처럼 시베리아 횡단 열차 개통식에 참석한 것으로 과거에 받았던 도움을 제하자는 식은 안 됩니다.”
“크흠.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습니다. 양국 입장이 있다 보니.”
“대통령께서 후보 신분일 때 저는 아무 조건 없이 후원금을 건넸습니다.”
그러나 5,000만 달러를 건네면서 아무런 조건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건 부시 대통령의 자존심을 세워 주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이건 부시도 아는 부분이다.
그걸 아는 사람이 양국 입장을 들먹이며 시베리아 횡단 열차 개통식 참석으로 끝내버렸다.
니콜라이도 한편으론 기분이 나빴었다.
“당선되시면 최소한 먼저 연락 하셔서 원하는 게 뭔지 물어보실 줄 알았습니다.”
“….”
“경험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지 않습니까?”
이것도 경험이다.
당신한테 한번 속아준 거로 끝낸다.
“그래서 과거의 좋지 않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 조건을 말씀드렸던 거고 소비에트가 탈레반에 당했던 경험도 조언한 겁니다. 미국의 대통령이시니 잘 판단하실 거로 믿습니다.”
“역시 다르군요.”
교묘하게 돌려치는 언변도 실력 있는 변호사 뺨칠 수준이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니콜라이 대표를 왜 어려워하는지 다시 한번 알게 됐습니다.”
“제가 세계평화와 정의를 그 어떤 일보다 우선으로 두기 때문일 겁니다.”
“여태 해온 일들을 보면 그렇기도 하군요.”
부시의 상식으로는 니콜라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계의 유명한 인물치고 세계평화와 정의를 말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나.
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인물은 극히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유명한 종교인들과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인물들조차도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뒤로 더러운 짓들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본인만 해도 세계평화를 외치고 있지만, 전쟁을 일으켰고 이라크 침공까지 계획하고 있으니 실천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정치적인 걸 떠나 객관적으로 보면, 니콜라이라는 인물은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인물임엔 확실했다.
“오늘 두 분이 해주신 말씀은 가슴에 깊이 담아 두겠습니다.”
“이라크는 다시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하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당부했으나 그건 작별 인사말처럼 느껴지는 부시였다.
“그럼, 기회가 되면 다시 뵙도록 하지요.”
그의 임기 내내 발목이 잡힐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것도 모자라 이라크 침공까지 계획 중인 그는 기어코 헤어나오기 힘든 길로 들어섰다.
크렘린궁을 나와 차를 타고 모스크바 공항으로 향하던 부시는 창문 밖을 보며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같이 들었으니 느낀 게 있을 텐데. 자네도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거로 보이나?”
“….”
“괜찮으니 말해 보도록 해.”
소비에트와 영국이 실패한 전쟁에 뛰어든 건 솔직히 잘못된 판단이라 생각됩니다.
자하르 대통령의 조언과 니콜라이 대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도 되지 않겠습니까?
‘시원하게 내뱉고 싶다.’
비서실장은 이런 말이 입안을 맴돌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부시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꺼냈다.
“미국은 러시아보다 위대한 나라입니다. 대통령님은 그런 미국을 이끄는 분이시고요. 그럴싸했지만 두 사람은 러시아의 입장으로 한 말일 뿐입니다. 처음 마음먹으셨던 대로 밀고 나가십시오.”
“허허, 듣기 좋은 말을 잘도 하는군. 자네 말을 들으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 안정이 돼.”
아부인 걸 빤히 알지만 부시도 인간이기에 무겁던 마음이 꽤 풀렸다.
그날 바로 한국으로 출발한 그는 장갑차 사고 현장에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현장에 마련된 단상에 올랐다.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우리 군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치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좋은 말은 다 나왔다.
한국식으로 머릴 숙였고 보상금도 2억에서 3억으로 올렸다.
그럼에도 그는 역시 미국 대통령이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의도치 않은 사고로 아이들이 희생된 것은 ‘유감’입니다.”
그놈의 ‘유감’이 뭔지.
원 역사대로 부시 대통령은 ‘유감’ 발언을 하면서 욕을 바가지로 먹고 한국을 떠났다.
“에이, 퉤! 더러운 놈. 꺼져라!”
“니미럴. 뭐 저딴 놈들이 다 있어.”
사고를 낸 병사들도 SOFA 규정을 내세워 한국을 떠났다.
사고를 낸 사람들은 모두 한국을 떠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 국민들의 반미 정서는 더욱 깊어졌다.
부시 대통령이 떠나고 다음 날.
니콜라이가 사고 현장에 방문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는데.
그 모습을 미국의 방송국인 CNN에서 취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얼마나 아픔이 크십니까.”
“흑흑.”
“러시아는 한국의 우방국으로써 이 일을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께서 절 보내 위로의 말씀을 전하라 하셨지요. 그리고 이건….”
카메라에 니콜라이와 유가족들의 모습이 담기며 CNN 기자가 멘트를 이어나갔다.
“사고를 낸 당사국인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3억 원의 위로금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그 두 배인 6억 원을 전하며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습니다. 금액이 중요한 것은 아니나 이 일로 유가족들과 한국 국민들은 과연 어느 나라를 더 신뢰하게 될까요?”
미국 기자의 파워가 보통이 아니긴 해도 부시 대통령이 한 일을 이렇게 대놓고 까버리는 배포는 확실히 남달랐다.
그녀는 CNN에서 설사 쫓겨나는 일이 있더라도 할 말은 했다.
방송을 본 세계인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자기 딸이 장갑차에 깔려 죽었어도 저랬을까?”
“미국으로 간 병사들은 가벼운 처벌로 끝나겠지. 짐승만도 못한 놈들. 약소국들을 우습게 안다니까.”
“코리아가 약소국은 아닌데?”
“미국에 비하면 말이야.”
이번 사건은 북한의 조선 중앙 TV에서도 대대적으로 욕하고 나섰다.
“미제 괴뢰 당국 수괴의 행태는 부끄러움도 모자라 파렴치함을 넘어서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나라를 어찌 믿을 것이며 범법자들을 처단하지 않는 나라의 수괴를 어찌 공정하다 할 수 있단 말인가.”
북한 여자 앵커는 온몸에 힘을 잔뜩 주며 미국에 갖은 욕을 쏟아부었다.
백악관에서 CNN 방송을 본 부시 대통령은 TV를 끄라며 손을 들었다.
“북한 방송이야 뭐 그렇다 쳐. 그런데 저 CNN 기자 말이야. 나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나?”
“…?”
“그걸 꼭 저런 식으로 내보내야 했어? 대체 나한테 왜 저러는 거야? 저 기자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개통식 때도 그랬어. 꼭 러시아와 비교하는 것 같단 말이지.”
“기자들은 특종이라면 눈을 벌겋게 뜨고 달려들지 않습니까? 이슈를 만들어 내길 좋아하는 곳이 언론이니 깊이 생각지 마십시오.”
표정이 구겨진 부시는 러시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럴 것 같더니, 니콜라이 그자가 기어코 장갑차 사고 현장에 방문을 했어. 자네 말대로 그들은 러시아의 입장으로 조언이랍시고 내게 말한 거였어. 저렇게 우리 뒤통수를 치는 걸 보니 내 생각이 맞았던 거야. 전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내 생각이.”
“맞습니다.”
니콜라이가 사고 현장을 방문한 것을 보고 전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러나 맞다고 할 수밖에 없는 비서실장은 속이 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