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53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53화
153 UN 회의/약탈국들은 느꼈다. 왠지 모를 오싹함을
일본 총리 관저.
“UN의 결의안은 강제성이 없지 않습니까?”
비서실장의 물음에 고이즈미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전에 앙골라가 포르투갈에게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던 적이 있었잖아.”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땐 조용히 지나갔었습니다.”
“조용히 지나간 게 아니라 침략한 전례가 있는 유럽 국가들이 뒤에서 돈을 보탰었어. 일이 커지면 자기들까지 문제가 생길 걸 알고 포르투갈을 방패막이로 쓴 것이지. 나도 최근에 안 내용이야.”
“아, 그게 그렇게 된 거였군요.”
“그래. 이번에도 그 국가들이 모두 연루된 일이란 말이야. 이번에도 러시아가 나섰고. 그때와 상황이 똑같아.”
“그렇다면 이건…?”
“UN 결의안 결과는 당연히 문화재를 돌려주자. 라는 쪽으로 나올 테고. 그렇게 되면 강제성이 없다고 해도 돌려주지 않을 수 없게 돼. 그들과 교역을 하는 국가 대부분이 관련되어 있으니까. 이건 신뢰의 문제란 말이지.”
국가도 크게 보면 사업을 해서 돈을 번다.
그런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와 약속이 사라져 버리면 누가 상대와 거래하려 하겠나.
러시아와 독일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 중 한 곳이라도 문화재를 돌려주는 일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것만큼은 막고자 했다.
무엇보다 러시아와 독일은 맞교환이라도 하지만 일본은 돌려받을 문화재가 없고 죄다 돌려줘야 할 것들이었다.
‘우리의 국보급 대부분은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인데….’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는 수준이었기에 이번 UN 안건을 더욱 반대하고 나서야 했다.
그래야지만 지켜낼 수 있었고 마음이 흔들릴 수 있는 유럽 정상들 마음을 붙잡아둘 수 있을 거로 판단했다.
고이즈미처럼 중국의 장쩌민 주석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허어, 이거 큰일이군. 잘못하다간 보관하고 있는 것들뿐만 아니라 우리 땅에서 발굴되는 문화재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 넘겨야 할 수도 있어.”
러시아가 UN에 상정한 안건에는 해당 국가의 영토에서 발굴되는 문화재가 타 국가의 것으로 판명되면 양도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몽골과 다른 나라들 문화재도 상당히 많습니다.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UN 결의안이 강제성이 없다곤 해도 러시아가 나섰다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니콜라이 그자가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지금 자하르 대통령은 소비에트 독립국들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지. 갑자기 왜 이런 문제가 튀어나와서는….”
임기 말년에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거늘.
여기에 덜미를 잡힐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장쩌민 주석이었다.
【약탈한 문화재를 돌려줘야 한다】
이게 UN에 상정된 후 곧바로 러시아가 UN 회원국(193개국) 전체 투표로 결정하자는 건의안까지 추가로 상정하면서 UN에서는 결국 투표가 진행되었다.
“투표에 앞서 각국의 입장 표명과 이에 반박할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번 안건은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것인 만큼 과열되는 상황이 생기면 본 의장이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걸 미리 말씀드립니다.”
의장의 말이 끝나자 안건을 올린 자하르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우리 러시아는 과거 상호 간 약탈한 문화재를 반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다른 나라의 문화재도 반환키로 했고요.”
여기까지는 모두 아는 부분이라 계속 자하르 대통령의 말에 집중했다.
“세계를 선도한다고 하는 선진국이라면 과거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지요.”
그의 말은 꽤 길게 이어졌으나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회의장은 태풍이 휘몰아치기 전처럼 고요했다.
“많은 선진국이 앞으로는 세계평화와 약자를 돕자고 외치면서도 뒤로는 약소국들에서 약탈을 자행하고 무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
“과거와는 달리 세계화 시대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약탈하고 뺏어야 하는 시대가 아닌 서로 도와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에 우리 러시아는 함께 성장하고 함께 발전하기 위해 이 안건을 상정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자하르 대통령은 지극히 당연한 말만 했다.
그러나 그 말은 듣는 사람들의 감정을 심하게 흔들어 놓았다.
약탈당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약소국 정상들은 자신들을 대변해 러시아가 나서 준 것에 깊이 감격했다.
반대로 약탈했던 미국과 유럽 국가의 정상들은 당장 반박하고 싶은 걸 꾹 참으며 자하르 대통령을 노려봤다.
“끝으로 진정한 세계의 선도국이라면 이 안건에 반대하지 않길 바라며 발언을 마칩니다.”
자하르 대통령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국가들의 정상들과 슈뢰더 독일 총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손뼉을 쳤다.
짝! 짝! 짝!
이어 아시아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상들도 거의 동시에 일어서며 손뼉을 쳤고.
짝! 짝! 짝!
자하르 대통령은 그들과 일일이 시선을 맞추며 인사를 했다.
회의장 상황은 누가 봐도 둘로 나뉘어 있었다.
손뼉을 치는 정상들과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뻔뻔하게 앉아 있는 정상들로.
그 수가 확연히 차이 났기에 이건 굳이 투표를
하지 않아도 결과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손뼉 소리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의장이 넌지시 나섰다.
“크흠. 지금까지 러시아의 입장 표명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반대하는 국가에서 반론을 제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누가 먼저 반론을 하고 나서야 하는데 약탈국들은 서로 눈치만 볼뿐 먼저 나서려 하지 않았다.
여기서 반론을 제기하면 도둑놈들을 지지한 것이 되기에.
중국의 장쩌민 주석조차도 유럽 선진국들 정상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반대하고 나서야 하지만 가장 먼저 나서서는 안 돼.’
다른 선진국 정상들도 장쩌민 주석과 생각이 같았으므로 조용히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마음을 알았음인지 때마침 나서는 정상이 한 명 있었다.
“우리는 러시아의 결의안에 반대합니다.”
그제야 침략국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뒤이어 반대하고 나설 때를 기다렸다.
“지금부터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이 있겠습니다. 총리께서는 건의안을 상정한 자하르 대통령과 다른 정상들께도 질문할 수 있습니다. 시작하시지요.”
의장의 말이 끝나자 고이즈미 총리는 자하르 대통령을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이미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유럽 쪽은 수백 년이나 흘렀고요.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그걸 지금 와서 돌려주자는 건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공소시효(문화재 7년)라는 게 있으니 말입니다.”
“….”
“또, 어떤 경로로 입수하게 됐는지도 명확하지 않고 개인이 소장한 것들도 상당히 많은데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확인한다는 겁니까?”
앞서 자하르 대통령의 발언 때처럼 손뼉을 치는 정상은 없었으나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약탈국 정상들은 동조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러시아와 독일은 서로 맞교환할 수 있는 문화재가 있어서 가능했겠지만 돌려주기만 해야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영국과 일본이 그 대표적인 나라였다.
“양보해서… 일정 기간 임대하는 형식으로는 모르겠으나 완전히 돌려주자는 것엔 반대합니다.”
결국 도둑질한 기간이 너무 오래되어 공소시효가 끝났으니 못 돌려주겠다는 말이었다.
“일본의 발언에 러시아와 다른 나라에서 다시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의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하르 대통령이 말했다.
“문화재의 불법적인 수출입과 이전을 금지한 1970년 ‘유네스코 협약’이 이미 있습니다.”
원 역사에서도 2009년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이집트 고분벽화 1점을 돌려주며 말한 적이 있었다.
‘이번 반환은 문화재의 불법적인 수출입과 이전을 금지한 유네스코 협약을 적용한 것’이라고.
“협약을 만든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실행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다들 말은 그럴싸하게 하지만 결국 문화재를 약탈한 것입니다. 훔친 거지요. 문화재 약탈은 일반적인 절도의 공소시효와는 성격이 다른 문제입니다. 남의 것을 훔쳐 놓고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돌려주지 않는 나라를 믿고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러시아가 일본 문화재를 수만 점 약탈해 놓고도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돌려주지 않겠다고 하면 일본은 이걸 순순히 받아들일 겁니까? 영국도 그럴 수 있습니까?”
자하의 대통령의 말은 모두 상식적으로 맞는 말이었기에 대부분의 정상들이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는 독일 문화재를 수백만 점이나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받을 문화재는 수십만 점 수준이고요. 우리가 보유한 것이 훨씬 많단 겁니다. 거기다 이번 안건에는 아시다시피 다른 유럽국들에서 약탈한 것들까지 반환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우리는 그들 나라에서 받을 문화재가 없는데도 말이죠.”
반환받을 문화재가 없는 너희 일본도 내놔라. 라는 말이었다.
“고이즈미 총리의 말처럼 수십 또는 수백 년간 약소국들에서 약탈해 지금껏 잘 살아왔지 않습니까? 그것으로도 모자랍니까? 이젠 수십 수백 년이 지났으니 이제 그만 빼앗긴 걸 돌려달라는 게 그렇게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구구절절 옳은 말뿐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어쩔 수 없이 나서긴 했지만, 일본이 악의 축으로 찍혀 버린 것 같아 몹시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독일이 세계 대전의 잘못을 일부분이라도 용서를 구하며 약탈한 문화재들을 반환하는 것처럼 일본도 침략국들에게 돌려줄 것은 돌려줘야 한다고 봅니다.”
자하르 대통령의 말이 끝나자 회의장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약탈국들 정상들은 나라를 대표하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 깊이 생각했고 약탈을 당한 나라들 정상들은 그들의 설움을 러시아가 풀어줬기에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자, 그럼 양쪽 의견을 들어봤으니 지금부터는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투표 방식은 간단했다.
한 나라당 한 표의 투표권을 갖는다.
러시아가 상정한 내용이 총 193표 중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게 되면 UN은 이 내용을 세계에 공표하게 된다.
의장의 말이 끝나자 모두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찬성 176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러시아가 상정한 안건의 결과는 ‘문화재를 돌려주자.’로 나왔음을 공표합니다.”
반대를 한 14명은 이런 결과가 나올 거란 걸 예상했기에 덤덤한 표정이었다.
어차피 강제성이 없으니 이건 문화재를 약탈당한 나라들의 마음을 조금 달래 주는 것으로 끝내면 되었다.
실제로 약탈을 당한 나라 정상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돌려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지금으로도 만족했다.
주변을 둘러보는 자하르 대통령이 회심의 미소를 보이자 약탈국 정상들은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특히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정상들이 그랬다.
‘내가 할 일은 다 끝났군. 이제부터는 니콜라이가 맡는다고 했으니 맡겨 두면 알아서 잘 마무리 짓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