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56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56화
156 대량 정리해고 할까요?/점점 압박
대가리부터 족치느냐?
아니면 꼬리부터 족치느냐?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있으나 니콜라이의 선택은 꼬리였다.
“두 분이 또 웬일로 오신 겁니까?”
조르즈 삼파이우 포르투갈 대통령은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
‘또 뭔 트집을 잡으려고 온 거야.’
두 사람과 엮이면 매번 피해를 봤었기에 그는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저번 피해 보상금 문제 말입니다. 100억 달러가 입금되려면 아직….”
앙골라 대통령이 아픈 곳을 건드리자 곧바로 반응이 나왔다.
“200억 달러 중 나머지 100억 달러는 2003년 12월까지잖습니까?”
“제가 뭐라고 했나요? 아직 1년 몇 개월이 남았다고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포르투갈 대통령은 괜히 나섰다가 창피를 당했다.
“크흠.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우리 앙골라와 블랙홀이 함께 인수한 기업들에 문제가 좀 생겨서 말입니다.”
“…?”
“그래서 포르투갈인들부터 정리해고를 할까 합니다.”
“멀쩡히 잘 다니는 사람들을 갑자기 왜…?”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임금은 너무 많이 받더군요.”
“….”
“앙골라나 다른 나라 사람들을 뽑더라도 포르투갈인들만큼은 할 겁니다. 인건비는 몇 배나 적게 들면서도요.”
포르투갈인들은 돈만 많이 받고 일을 못 한다.
이건 대놓고 한 말이었기에 삼파이우 대통령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 전역에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기업들 상황이 대부분 좋지 않습니다.”
“경기 침체인데 세계에 뻗어 있는 블랙홀 계열사들은 매달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지요.”
“그건….”
비교할 기업과 비교를 해야지.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블랙홀 계열사들과 비교를 해?
포르투갈 대통령은 너무 차이 나는 비교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우리도 블랙홀의 경영 방식을 도입할까 합니다.”
“처음 인수했을 때부터 정리해고를 해야 했는데 대통령께서 너무 인정이 많으셨습니다.”
“니콜라이 대표께서도 그땐 저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습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가 손해를 보면서도 모두 끌어안으려 한 건 사업가로서는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엔 확실히 정리하도록 하지요.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결단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니콜라이는 얼굴에 철판을 깐 채 장단을 맞춰 주었다.
삼파이우 대통령은 그 모습이 얄미웠으나 그보다 다른 곳에 신경이 쓰였다.
“정리해고를 생각한다면 그 대상이 얼마나 되는 겁니까?”
“아직 정확히 나온 건 아닌데… 먼저 단순 업무 직종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내년 6월까지 대략 3만 명은 정리될 것 같습니다.”
“네에?”
“그 후에 추가로 2만 명 더 할 듯하고요.”
약 5만 명의 목이 삽시간에 달아난다는 뜻.
포르투갈 대통령은 자신 앞이라 적게 말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5만 명이 해고된다면 이건 단순한 5만 명이 아니야.’
한 가정을 4명으로 추산한다면 20여만 명이 타격을 입게 되는 것과도 같았다.
거기에 다른 나라 직원들로 대체되니까 포르투갈 내에서 입게 되는 경제적 타격도 만만치 않을 터.
‘무엇보다 정리해고 기간이 너무 짧아.’
몇 년에 걸쳐서 진행한다면 충격이 덜하다.
하지만 몇 개월 짧은 기간에 수만 명이 거리로 나앉게 되면 사람들의 원망은 정부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회사들도 모두 해외로 이전할 생각입니다.”
포르투갈 직원들을 죄다 해고하는 것도 모자라 회사까지 해외로 이전한다?
대통령은 이게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일임을 직감했다.
“왜 하필이면 지금입니까? 말씀드렸듯이 지금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은데 말입니다.”
“경기가 좋으면 왜 정리해고를 합니까? 나쁘니 이러는 것이죠.”
앙골라 대통령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닌데 갑자기 이러는데에는 틀림없이 다른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기에 포르투갈 대통령은 툭 까놓고 물었다.
“빙빙 돌리지 마시고 사실대로 말씀해 보십시오. 우리 정부에 원하는 게 있지 않습니까?”
닳고 닳은 포르투갈 정치인 중에서도 대통령이 된 인물.
이 정도 눈치는 있었다.
앙골라 대통령이 차를 마시며 옆을 힐끔 보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니콜라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피해 보상금의 50%는 이미 받았고 나머지는 1년 후에 받으면 됩니다. 그런데 앙골라 내부에서는 이번 UN의 발표로 인해 약탈당한 문화재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그것 때문에 잠을 4시간 이상 못 잡니다. 시위 때문에 밖에 나가기도 겁이 난단 말이지요.”
앙골라 대통령의 말이었으나 포르투갈 대통령의 시선은 여전히 니콜라이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도 아는 것이다.
이번 일의 결정권자는 앙골라 대통령이 아니라 니콜라이라는 것을.
“우리 러시아는 독일에 이어 곧 폴란드, 이탈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의 문화재도 반환할 겁니다.”
“지금 그 말은….”
포르투갈 대통령은 그제야 두 사람이 찾아온 이유를 정확히 알았다.
“문화재를 내놓으란 겁니까?”
“내놓으라는 것보단 가져간 문화재를 반환해 달라는 겁니다.”
“그 말이 그 말이잖아요.”
“앙골라 국민들의 시위가 더 거세지면 전에 서로 합의한 ‘보상금에 관해서는 비밀로 한다.’라고 했던 걸 더는 숨길 수 없을지도….”
순간, 포르투갈 대통령의 목소리가 급격히 높아졌다.
“지금 배상금 비밀 조항으로 협박하는 겁니까?”
세계인들은 포르투갈과 과거 식민지 침략국들이 건넨 보상금 문제가 흐지부지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실지 배상금을 건넸다는 게 밝혀지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
포르투갈 대통령의 목소리가 커졌음에도 니콜라이는 할 말을 꿋꿋이 이어 나갔다.
“대통령께서는 끝까지 비밀로 하고 싶으시지만, 이 일로 혹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경우까지 가게 되면 더는 버틸 수 없게 될 겁니다.”
“그런 일로 퇴임 압박까지 느낄 수 있단 겁니까?”
이번엔 앙골라 대통령이 대답했다.
“저는 아프리카 몇몇 국가들에 있는 독재자가 아닙니다. 때가 되면 물러나야지요.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물러나라는 압박을 받으면 저도 살아날 방법을 찾아야지 않겠습니까? 조사한 바로는 얼마 되지도 않던데, 이참에 양국의 역사를 깨끗이 청산하시지요.”
앙골라의 문화재는 300여 점 정도였다.
대부분 앙골라가 가장 번성했던 17세기 ‘은징가’ 여왕 때의 유물들이었다.
포르투갈 대통령도 더는 앙골라와 엮이기 싫었다.
아니, 앙골라가 아니라 러시아와 니콜라이와 엮이기 싫은 거였다.
그랬기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며칠간 시간을 주시면 정부 인사와 관계자들과 논의해 보겠습니다.”
“그러시지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이번엔 늘 당하고 퍼주기만 하던 포르투갈 대통령이 조건을 내세웠다.
“만일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잘 끝나게 되면… 정리해고 건과 외국으로의 회사 이전을 보류해 주십시오.”
앙골라 대통령의 눈빛을 받은 니콜라이가 다시 나섰다.
“완전히 없었던 일로 해 달라는 거라면 힘들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다른 기업들도 살아남으려고 정리해고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만 하는 게 아니죠. 그런데 대통령님의 조건을 받아들이게 되면 우린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완전히 없었던 일로 해 달라는 게 아니라 2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점차 진행해 달란 겁니다.”
“2년이요?”
“네. 2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진행되면 충격이 덜할 테니 말이지요.”
사실 니콜라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수만 명을 단번에 해고하겠나.
그 인원들을 대체할 사람들을 미리 확보해 두지도 않았는데.
포르투갈인들을 줄이고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말은 사실이었지만 충분한 기간을 가지고 진행할 생각이었다.
“먼저 회의를 하신 후 결과가 나오면 다시 말씀 나누시죠.”
“그럽시다.”
이렇게 결과는 며칠 뒤로 미뤄졌다.
그동안 니콜라이는 포르투갈과 영국을 더욱 압박해 나갔다.
모스크바에는 폴란드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이 대거 방문해 있었다.
앞으로 있을 일 때문에 모두 들뜬 표정이었는데 그 모습을 CNN 기자와 카메라맨이 야무지게 영상에 담았다.
“오늘은 과거 소비에트 연방이 약탈했던 폴란드의 문화재들을 대거 반환하는 날입니다. 독일에도 폴란드 문화재가 일부 있었기에 이 자리에서 함께 반환한다고 합니다.”
중앙에는 폴란드 대통령이 그 양쪽으로 자하르 대통령과 독일의 슈뢰더 총리가 환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세 나라 정상들은 과거의 좋지 않은 역사를 깨끗이 청산하고 앞으로는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맺길 희망한다는 의미로 이번 반환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러시아와 독일은 이렇듯 약속을 지켜 나가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옆으로 이동했다.
한쪽에는 언제 준비된 것인지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한 과거 약탈국들의 국기가 쭉 나열되어 있었다.
“다른 나라들도 러시아와 독일처럼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희망합니다.”
CNN 기자는 서로 합의서를 작성하고 좋아서 입이 찢어질 것 같은 폴란드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대통령께서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포르투갈 등의 나라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러시아와 독일처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요.”
니콜라이가 딱 집어서 넣은 나라들이었는데 이번에도 특진을 거듭한 기자가 아주 잘해 주고 있었다.
“네. 전쟁과 침략을 당한 역사를 기억하자는 건 자주국방과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함이지 그것에 계속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러시아와 독일의 용서를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더욱 가까운 관계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다른 나라들도 러시아와 독일의 판단을 본받아 하루빨리 좋은 결단을 내리길 바랍니다.”
이후로도 폴란드 대통령은 약탈한 문화재가 있는 나라들이 듣기엔 꽤 많이 무안해지는 말을 계속 말했다.
그 내용은 당연히 전 세계의 뉴스를 통해 나갔고 각국 정상들과 국민들도 보게 되었다.
특히, 이름이 언급된 몇몇 나라들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
“이건 우리에게 보라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일부러 저런 자리를 만든 겁니다.”
“허어, 폴란드에만 반환하는 걸 보면 앞으로 일정 기간을 두고 또 반환하겠다는 건데… 이 흐름을 계속 보여 주면서 우릴 압박하겠다는 겁니다.”
영국과 프랑스 정상과 장쩌민 주석과 고이즈미 총리는 통화를 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문화재 반환 문제가 더욱 이슈화가 되면서 포르투갈에서는 결단이 빨라졌다.
“이로써 앙골라 유물들은 내년 3월까지 모두 돌려주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번 회의로 끝내야지, 관계자분들은 나중에 다른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유물들이 얼마 되지도 않고 가지고 있어 봤자 큰 이득도 없으니 돌려주자는 쪽으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의논한 결과 모두 반환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두 사람을 다시 만난 포르투갈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마음이 홀가분했다.
이로써 앙골라와 포르투갈의 과거사 정리는 완전히 끝났으니까.
“감사합니다. 앞서 말씀하셨던 조건들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니콜라이는 악수를 하며 씩 웃었다.
포르투갈 대통령은 다시는 니콜라이를 볼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본인 생각일 뿐.
니콜라이는 중국에 그랬던 것처럼 팬 놈은 계속 팬다는 철학이 있었기에 앞으로 두고 볼 일이었다.
“참, 포르투갈이 코리아에 졌더군요? 16강에 올라가지 못해서 안타깝겠습니다.”
포르투갈 대통령이 니콜라이를 노려보았다.
씹어 먹어 버리겠다는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