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57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57화
157 임신/100만 명에 가까운 피해자를 낸 사건
고이즈미 총리가 해군 자위대의 명백한 실수임을 인정했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해군 자위대는 이번 일로….”
그는 기자 회견을 열어 공식 석상에서 한국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한국만 관련된 일이라면 이렇게까진 안 했을 텐데 러시아까지 나선 터라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항공모함은 자국으로 복귀했으나 러시아의 항공모함과 호위함들은 일본 근해서 계속 머물렀다.
“이 주일만 더 있다가 복귀하라는군.”
러시아 해군이 물러나지 않는 모습에 고이즈미 총리가 몇 번이나 자하르 대통령에게 연락했다.
“흐음. 이제 받아도 되겠어.”
잠깐 전화를 피했다가 며칠이 지난 후에야 받은 자하르 대통령은 한국의 승인을 받고 진행하는 군사 훈련이라는 말로 계속 머물게 했다.
이렇게 러시아 항공모함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일본 근해에 정박해 있기만 했음에도 고이즈미 총리는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
이에 한국인들은 왠지 모를 통쾌함을 느끼며 러시아 항공모함이 더 오래 머물러 있어 주길 원했다.
한편, 포르투갈이 문화재를 반환키로 하면서 세계의 여론이 다시 들썩였다.
포르투갈도 문화재를 반환했다.
유럽의 꼬리도 러시아와 독일처럼 과거의 침략 역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용서를 구한 셈이다.
이제 둘에서 셋이 되었다.
셋은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발동하는 숫자다.
명동에서 한 명이 20층 빌딩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손가락질을 해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한 사람이 더 붙어서 같은 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몇 명은 관심을 주겠으나 자리에 멈춰서서 그들이 가리키는 곳을 계속 주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그러나 세 명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셋이 같은 행동을 하는 순간, 거리를 오가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들과 같이 빌딩 꼭대기에 뭐가 있는지 관심 있게 보게 된다.
세 명은 순식간에 늘어나 명동 한복판을 잠식해 버린다.
재래시장의 식품 가게에 줄을 길게 서 있으면 무슨 맛난 음식인가 싶어서 괜히 줄을 서보게 되는 것과 같은 심리.
작게 보면 이렇지만 이걸 크게 키운다고 해도 사람의 심리는 그대로다.
국제사회를 선도한다고 할 수 있는 러시아와 독일이 이슈화 했고 여기에 EU의 꼬리까지 달라붙으니 이전과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영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들도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러시아와 독일에 포르투갈까지 돌려주기로 했는데 너무 하는군.”
“훔쳐 놓고서는 끝까지 못 내놓겠다는 나라를 어떻게 믿어. 겉으로만 깨끗한 척이지.”
“약탈국들은 더러운 짓거리를 가장 많이 한 나라들이잖아. 그래 놓고서는 무슨 평화와 자유를 논해.”
“언제까지 버티나 나라도 끝까지 지켜볼거야.”
“아시아 국가 중엔 일본과 중국도 있잖아. 거기도 똑같아. 하여튼 강대국이라고 하는 것들이 가장 문제가 많아.”
국제 여론이 약탈국들에게 더욱 불리한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충격파를 약탈국들도 느끼게 되면서 이게 버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았다.
러시아가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와도 문화재를 반환하겠다고 합의하자 분위기는 약탈국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흘러갔다.
약탈국 중 대가리에 속하는 영국이 가장 많이 긴장했지만, 그래도 영국 정부는 버텼다.
세계의 여론이 급격히 바뀌고 있을 때, 니콜라이는 모스크바의 집에서 생에 가장 기쁜 소식을 접했다.
가습기에서 하얀 안개가 부드럽게 뿜어지며 평화롭고도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방.
“5주째래요.”
알로나는 살짝 상기된 표정이었다.
“확실해? 이거 나중에 실수한 거라고 하는 거 아니지?”
“틀림없어요. 임신 5주째 맞아요. 병원에 어머님과 함께 갔었어요.”
“드디어….”
니콜라이도 드디어 자신의 유전자를 만들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바로 임신할 줄 알았는데 깜깜무소식이라 그도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다.
새해에 가족들이 모이면 데니스와 빅토리아의 아이를 보며 서글픈 표정을 짓던 알로나의 모습을 니콜라이도 보았다.
혹 자신에게 문제가 있나 싶어 병원에 가보려고 했으나 한편으론 정말 문제가 있을 것 같아 가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자연을 중심으로 생각하자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사명감이 ‘종족 번식’이라 했던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로 잇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
이걸 행하지 않은 인간은 자연에 죄를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러시아 정부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이 ‘출산장려정책’인 것을 고려하면 니콜라이는 자연과 러시아에 죄를 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홀가분하군.’
그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 알로나를 살포시 안았다.
“그동안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지? 미안해.”
“아니에요. 우리 부모님 쪽 친척 중엔 쌍둥이들도 많고 당신 쪽 집안도 자녀들이 많잖아요.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생각했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어땠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니콜라이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때 방 안으로 어머니 마리아가 들어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너도 이제 어엿한 아빠가 되겠네? 기분이 어떠니?”
“이걸 말로 어떻게 표현해요.”
“그렇지. 나도 널 가졌을 때 그랬어. 참, 니콜라이 임신했을 때 신기한 꿈을 꿨었는데 너는 꿈 꾼 거 없니?”
알로나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머리를 흔들었다.
“없었어요. 무슨 꿈을 꾸셨는데요?”
“너무 신기한 꿈인데… 얘가 바닥에 세계 지도를 깔고 앉아서 지구본을 막 돌리고 노는 꿈이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꿈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 것 같기도 해.”
니콜라이가 생각해도 신기한 꿈이었다.
자신은 원래 한국의 강진호였다가 이몸으로 들어왔으니까.
니콜라이가 원래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뛰어났으니 언젠가는 세계에 이름을 떨칠 재목이었나보다.
“어머니. 알로나한테 사람 한 명만 붙여 주세요.”
“알로나는 내가 잘 보살펴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일부터 세 명이 교대로 돕게 해뒀어.”
“감사합니다.”
“너도 참. 가족인데 무슨 감사니. 그런데 이렇게 집에 있어도 되는 거야? 고비 특별 자치구 입주 얼마 안 남았을 텐데 바쁘지 않니?”
“키릴과 디마가 잘하고 있어서 괜찮아요.”
둘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미래가 니콜라이에게 달렸다는 걸 확실히 인지하고 난 후부터.
“그럼, 얘기들 나눠. 난 그만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오늘 아르메니아 대통령과 약속이 잡혀 있거든.”
“그러세요.”
마리아가 나가자 니콜라이도 본사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려다 테이블 위에 있는 한 물건을 보게 되었다.
‘응? 저건…?’
이곳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니콜라이는 갑자기 심장이 뛰는 걸 억지로 누르며 물었다.
“이건 언제부터 쓰게 된 거야?”
“가사도우미가 U마트에서 사 왔더라고요. 방금 막 사용한 건데 왜 그러세요?”
“이거 앞으론 쓰지 마. 조금 문제가 있는 거라서. 그냥 물만 넣어도 되는 거잖아.”
“네, 그럴게요.”
“본사에 좀 다녀올게.”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알로나가 가습기 스위치를 끄고는 배웅하려 따라 나왔다.
“편히 쉬고 있어. 심심하면 쏘냐랑 가끔 외출도 하고.”
“걔 요즘 본사에서 일리야한테 일 배운다고 엄청 바쁘잖아요.”
“아, 깜빡했네. 그럼 정원에서 산책하는 것도 괜찮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 보세요. 아, 임신 때문에 저도 깜빡할 뻔했네요.”
“…?”
“ARM CEO가 인수했으면 하는 기업이 있대요. 저도 같은 생각이고요.”
알로나는 결혼하면서 재택근무로 니콜라이와 함께 ARM 경영을 맡고 있었다.
니콜라이가 모든 걸 다 맡을 순 없었으므로 ARM을 잘 아는 그녀에게 중요한 일들은 먼저 보고한 후에 결정하게끔 해 뒀었다.
왠만해서는 보고가 없었는데 오늘 말한 걸 보니 꽤 중요한 일이 터였다.
“엔비디아라고 CPU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회사거든요. ARM, 애플, 오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 같더라고요.”
엔비디아?
니콜라이도 물론 잘 아는 회사였다.
훗날 TSMC와 오성전자를 밀어내고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200조 원)를 넘어서는 기업이니까.
“나도 잘 아는 회사야. 데니스한테 연락해 보고 알아볼게. 그럼 저녁에 봐.”
“잘 다녀오세요.”
차에 탄 니콜라이는 블랙홀 본사가 아닌 U마트 본사가 있는 1호점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U마트 본사 사장이 급히 밖으로 달려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대표님.”
“가습기 세척 용품 코너로 가봅시다.”
“네, 저쪽에 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도착한 곳에 그것이 버젓히 진열되어 있었다.
니콜라이는 속에서 치고 오르는 화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이거 어디서 들어온 겁니까?”
“코리아에 있는 회사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진열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두 달 전부터 들여왔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직원들은 니콜라이의 표정이 너무도 좋지 않았기에 바짝 긴장했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전국에 있는 모든 제품을 수거하세요. 블랙홀 본사에도 연락해서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고 광고 내보내라고도 하고요. 이건 거의 독을 마시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네에? 그런 제품을 코리아에서는 왜 승인을…?”
사장이 물었으나 니콜라이는 다음 지시를 계속 내렸다.
“전국에 이 제품을 사용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숨이 가쁘거나 폐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도 조사해서 명단을 만들어 두세요. 모든 역량을 다 쏟아 최대한 빨리 조치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니콜라이가 아무리 미래 정보를 알고 있다곤 해도 정확한 시기까지 아는 것은 아니었기에 지금처럼 일이 닥치면 기억이 떠올랐다.
그중 거의 1백만 명의 피해자를 만든 제품이 버젓이 러시아에서 팔리고 있다는 데 너무도 화가 치밀었다.
니콜라이는 곧바로 이민국 한국 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이걸 만든 본사는 영국에 있을 겁니다.”
영국, 제대로 걸렸다.
“지사장님은 한국 내 관련된 기업들을 모두 조사하세요. 아마 돈을 받고 이 제품 검사 결과를 조작한 자들도 있을 테니 모두 밝혀내야 합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됩니다.”
-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한국은 한 달 후인 2002년 12월 19일에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있기에 청와대는 정신이 없었다.
니콜라이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다.
이번만큼은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직 이 사건을 해결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다.
이틀 후, 한국 신라호텔.
니콜라이는 앞으로 한국의 새 5년을 이끌어갈 인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오성전자 이 회장과 그의 아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국내에 들어오셨으면 연락이라도 주지 않고요.”
“안 그래도 연락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국내에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니콜라이는 대략적인 얘기를 해 주었다.
이 회장과 관계된 회사에서도 이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기에.
“이거 참. 그런 제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니….”
“러시아에서는 두 달 전부터 팔려서 조금 덜하겠지만 한국은 더 오래됐으니 피해자가 상당히 많을 겁니다.”
“그렇겠군요. 이 사건을 어디까지 파헤칠 생각입니까?”
“러시아를 대표해서 이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을 생각입니다.”
“영국에 있는 본사까지도 생각하겠군요?”
“물론입니다. 본사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와도 결판을 내야죠.”
니콜라이의 스타일을 잘 아는 이 회장은 러시아, 한국, 영국에 태풍이 휘몰아칠 것을 예감했다.
“국내는 곧 선거를 앞뒀는데 아주 시끄러워지겠습니다.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온 겁니까?”
“만날 분이 계셔서요.”
“아, 그럼 저는 다음에 다시 보는 거로 하지요. 너도 인사해야지.”
이 회장이 옆에 있던 아들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아들이 묘한 눈빛을 한 채 손을 내밀었다.
부러움과 경외심을 담은 눈빛이랄까.
니콜라이는 몇 번 만난 적이 있고 좋은 감정이 있었기에 반갑게 대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볼일 보시지요.”
이 회장이 떠나고 얼마 후, 약속한 시각을 10분 남겨 두고 그 인물이 도착했다.
“직접 연락하셔서 솔직히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는 수행비서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여러 사건이 있었으나 결국은 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물.
정치인들 문제의 상당 부분이 돈 때문이다.
돈 걱정을 하지 않으면 정말 좋은 정치를 펼 수 있을 터.
니콜라이는 이번에도 과감히 베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