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64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64화
164 반도체 기술을 다 쏟아부었다/새 인공위성 발사
“그리고 러시아가 만든 드론을 미국이 구입해도 되겠습니까?”
세계 군사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이 러시아 드론을 샀다면 세계의 시선이 어떻겠나?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지요.”
저 사람의 말은 진정성이 없다.
정치인을 판단할 때 이런 말을 많이 하곤 한다.
말로는 진정성을 알 수가 없는데도 많은 사람이 말로써 진정성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사람은 그의 오랜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을 두 번이나 일으킨 인물이다.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배경을 벗겨내고 판단하면 부시는 희대의 연쇄 살인마 수천 명보다도 저 잔혹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에게 뭘 바라겠나.
러시아의 군사 기술이 집약된 드론을 팔라는 말은 그의 기준으로 보면 당연한 논리일 것.
미국은 늘 그랬으니까.
가지고 싶은 게 있는데 주지 않으면 빼앗았다.
경제가 위험해지면 ‘양적완화’라는 그럴듯한 말로 달러를 무수히 찍어내 그 위험을 다른 나라에 전가해왔고.
이런 나라의 대통령인 부시에게 드론은 꼭 필요한 무기였다.
그러나 늘 그랬듯 빼앗을 순 없었다. 러시아 것이니.
그는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러시아가 만족할 만한 충분한 대가를 지급하지요.”
당연한 것인데 마치 큰 결심을 했다는 듯한 부시의 표정.
니콜라이는 그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지만 이런 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잘 알기에 일단 들어나보기로 했다.
“대가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먹혀들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부시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러시아 주변국들을 NATO 회원국으로 받지 않겠다는 약속이면 만족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NATO의 동진은 없을 겁니다.”
부시의 저 오만하고 뻔뻔스러운 모습.
니콜라이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미국은 오래전에 이런 약속을 했었다.
원 역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 원인’은 냉전 해체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NATO의 확장과 동진 때문이었다.
미국은 독일이 통일되고 냉전이 해체되던 1990년,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라고 약속을 했었다.
그러나 통일 이후 미국과 NATO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 부분엔 복잡한 사연이 있으나 미국이 이런 약속을 한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교묘한 내용으로 소비에트 독립국들과 NATO 협상을 진행하려다 자하르 대통령의 사인 거부로 무산됐었다.
NATO의 동진 불발은 러시아 스스로 지켜낸 거였다.
기존의 약속을 지키지도 않고 뻔뻔하게 같은 약속을 다시 내뱉다니.
‘철면피가 따로 없군.’
그랬으니 미국의 대통령이 됐겠지만.
“이런 약속이면 러시아가 만족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부시는 자신의 제의를 거부하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러시아에 가장 필요한 것을 해결해 준다고 했으니까.
그러나 니콜라이의 입에서는 예상 밖의 말이 나왔다.
“NATO가 미국 거였습니까?”
“…!”
“미국이 결정하면 NATO 회원국들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건가 보군요? 러시아는 회원국 중 어느 곳에서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핀란드, 체코 등의 회원국 승인도 받지 않았을 텐데도 이딴 말을 서슴없이 하는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건… 러시아가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내가 약속하지요.”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 한 약속을 반드시 시킨다.
소비에트가 무너지고 러시아가 들어서면서부터 그래왔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러시아에 하는 약속은 문서로 작성하지 않으면 절대로 믿지 않았다.
니콜라이에게 부시의 약속은 사기꾼들이 이익을 탐하려 나불대는 말과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러시아와 니콜라이는 말을 믿지 않는다.
오직 문서만 믿을 뿐.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니콜라이 대표라면 결정할 수 있는 일일 텐데요?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요. 자하르 대통령을 대신한 자리라고.”
니콜라이의 결단은 자하르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다.
무엇보다 군사용 드론은 니콜라이가 추진한 일이기에 부시는 그를 설득하면 된다고 확신했다.
니콜라이는 부시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괜히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었던 터라 그가 스스로 물러날 방법을 떠올렸다.
‘당신이 명령을 내리면 늘 그대로 됐겠지만 나는 달라.’
니콜라이는 CIA 국장과 비서실장을 한 번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NATO 회원국 정상들과 대통령을 포함한 상/하원 대표가….”
“…?”
“문서에 사인해 주시면 러시아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미국 대통령의 약속만으로는 안 되겠다.
순간, CIA 국장이 주먹을 꽉 쥐었고 부시는 자리를 고쳐 앉더니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내 약속만으로는 안 된단 말이지요?”
“미국은 약속을 말로 하는진 몰라도, 러시아는 모든 걸 문서로 남깁니다.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없으니 말입니다.”
드론을 사고 싶으면 앞서 말한 사람들의 사인을 받아 와라.
부시는 절대로 그러지 못할 터.
그가 원한다고 해도 회원국 정상들이 사인해 줄 리가 없다.
‘교묘히 빠져나가는군. 이런 인물이었으니 러시아가 그렇게 짧은 기간에 변했겠지.’
니콜라이에게 당했다는 걸 안 부시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부시는 가장 빠른 해결책을 위해 러시아의 드론을 원했는데 그게 되지 않으니 차선책을 택하기로 마음을 돌렸다.
“그러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우리가 드론을 만들 수밖에 없겠군요.”
드론을 미국이 만든다?
‘어디 만들어 보시지. 드론 만드는 게 간단해 보이지? 겉보기엔 간단해 보여도 거기엔 러시아의 모든 반도체 기술이 다 들어가 있단 말이지.’
인텔과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다 달려든다고 해도 최소한 3년은 걸릴 것이다.
그동안 러시아의 기술은 더욱 발전해 있을 테니 미국이 앞설 일은 없다.
특히.
‘연구 중인 고중량을 실을 수 있는 드론이 만들어지면….’
드론은 군사 부분뿐만 아니라 운송 수단으로서도 격변을 일으킬 터였다.
또, 애플의 스마트폰을 위한 새 인공위성이 곧 발사되면 스마트폰의 장점과 새로운 GPS 시스템으로 인해 드론은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가 된다.
“꼭 만족할 만한 드론을 만들길 바랍니다.”
니콜라이의 여유는 세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
“그 말씀 때문에 보자고 하셨다면 저는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바쁜 분이시니 가 보셔야지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니콜라이는 예를 갖춰 인사한 후 밖으로 나갔다.
얼마 후, CIA 국장이 화가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팔 생각도 없었을 겁니다. 그랬으니 그런 조건을 내건 게 아니겠습니까?”
“흐음. 우리가 만들자면 시간이 꽤 들겠지요?”
“러시아 드론만큼 성능이 나오려면 몇 년은 걸릴 것 같습니다. GPS 기술이 들어가 있어서 그 시스템에 맞는 인공위성부터 새로 띄워야 하니 말입니다. 자금도 만만치 않게 들 테고요.”
“그렇겠지요.”
두 나라에 들어가는 전쟁 비용을 생각하면 드론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자금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러시아가 드론을 몇 대나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까?”
“앙골라 내전을 한 번에 종식시켰을 정도면… 최소한 몇천 대는 될 거로 보입니다.”
“몇천 대라….”
실제로는 3만 대가 넘었다.
워낙 특급 비밀로 다루고 있는 터라 러시아 내부에서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내가 러시아에 부탁할 날이 올 줄은 몰랐군.’
호출을 받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들어왔다.
“국무장관께서는 절 대신해 중국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란 말씀입니까?”
“그래요. 장쩌민 전 주석에게도 인사를 하고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국장께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좀 다녀오세요.”
“저는 무슨 일로 말입니까?”
“블랙홀에서 진행한 사막 녹지화 공사가 곧 끝날 겁니다.”
앙골라의 사바나 지역 녹지화와 도시화 사업의 끝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걸 축하하는 것으로 하면서….”
부시는 CIA 국장에게 사우디 국왕을 만나서 전할 내용을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들 보세요.”
부시가 소파에 몸을 묻은 채 눈을 감자 세 사람은 조용히 바깥으로 나갔다.
비서실장은 CIA 국장과 국무장관에게 인사한 후,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이어, 슬며시 주식거래 창을 띄웠다.
“애플에 뭔가 큰 건이 있다고 했었지?”
그는 여유자금으로 애플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한편, 밖으로 나온 니콜라이는 데니스에게 안에서 있었던 대화를 간략히 말해 주었다.
“어디서 날로 먹으려 들어. 드론 팔았으면 틀림없이 겉에 미국 국기 찍어서 자기들이 만든 거라고 끝까지 우겼을 거야.”
“일인 이 문제는 해결된 것 같고. 형은 AMD 인수 건에 신경 써줘.”
“알겠어.”
미국이 전쟁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나라에 신경을 못 쓰는 동안 러시아는 힘을 더욱 키워나가면서 민생 생황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2개월 후, 5월 1일.
러시아는 전국적으로 노후화된 수도관을 교체해 나갔다.
동시에 전깃줄을 모두 땅속으로 묻는 작업도 시작했고.
러시아와 중국은 수질이 좋지 않아서 차 문화가 발달했었다.
그러나 앞으로 상수도를 통해 공급되는 물음 모두 몇 단계의 정수 절차가 진행된 후에 가정으로 공급될 것이다.
“관에 녹이 잔뜩 슬었네?”
상수도관을 교체하던 인부가 눈살을 찌푸렸다.
“소비에트 시절 때 묻은 거잖아.”
“어? 저긴 물이 새는데. 저게 대체 언제부터 샌 거야?”
노후화된 관 때문에 거의 35%가 중간에서 새면서 버려지고 있었으나 러시아는 땅이 워낙 넓은 터라 여태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교체 작업으로 싱크대의 물을 바로 마셔도 좋을 정도까지 바뀌어 나갔다.
전기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러시아의 소식을 접한 한국도 회의를 거쳐 이걸 검토해 나갔고 우선 노후화된 상수도부터 교체하기로 결론을 냈다.
수십 년간 묻혀 있었던 상수도관 사진이 인터넷에 뜨면서 밥을 먹던 사람들은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우웩! 내가 여태 저런 물을 마셨다니.”
전국의 땅이 파헤쳐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땅에 쏠려 있을 때, 러시아는 새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기자 회견을 앞둔 자하르 대통령이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허어… 애플에서 만든 핸드폰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
이렇게 설명하기 힘들 줄 알았으면 하나 가져오는 건데.
니콜라이야 당연히 스마트폰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만 이걸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려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자하르 대통령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설명하는 건 더 힘들었다.
“새 인공위성이 궤도에 오르면 러시아 국민들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이라는 걸 써 보게 될 겁니다. 러시아에서 가장 먼저 출시할 생각이거든요.”
스마트폰이라는 것도 생소한 사람들에게 와이파이 개념을 설명하는 건 그냥 포기했다.
“하여튼, 새 핸드폰으로는 러시아 전역 어디서든 통화할 수 있게 됩니다. 통신 요금도 꽤 많이 낮아질 거고요.”
“네 말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구나. 일단 나는 적어 준 대로 읽기만 할 테니 기자들 질문은 네가 받도록 하거라.”
“그럴게요.”
기자 회견 시간이 되고 자하르 대통령은 러시아의 새 인공위성 발사를 발표했다.
“인공위성은 이틀 후 모스크바시간으로 정확히 오후 한 시에 발사됩니다. 또한 애플에서 아이폰이….”
동시에 지구 반대쪽의 미국에서도 중대 발표가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원 역사와 같은 검은색 티와 청바지 차림으로 아이폰 1세대가 탄생했음을 세계에 알렸다.
발표가 있기 전, 니콜라이의 축하 영상이 가장 먼저 화면에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