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73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73화
173 외교술/뿔난 일본
오성전자도 갈아타는 중이다.
이 회장이 누군가?
주변의 만류와 비판적 시각에도 반도체 사업을 강행해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그런 이 회장이 피처폰을 버리고 스마트폰을 선택했다.
구 회장에게는 아이폰이 나온다는 것보다 이 회장의 선택이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구 회장님. 애플은 아이폰에 모든 걸 걸었습니다. 니콜라이 대표가 장담한 대로 되지 않으면 애플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여태 니콜라이 대표가 말한 것들이 성공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요?”
“그야 잘 알지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크흠….”
정곡을 콕 찌르자 구 회장이 헛기침을 했다.
“어찌 보면 우린 경쟁하는 관계인데 왜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엘진이 무너지면 우리 오성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텐데 말입니다.”
사실이 그랬다.
엘진의 부진은 곧 오성전자의 이익이 된다.
이 회장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사실, 니콜라이 대표의 부탁이 없었다면 구 회장님을 만나서 이런 말씀을 드리진 않았을 겁니다.”
“….”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떠먹여 줄 순 없는 노릇.
최종 판단은 구 회장의 몫이기에 이 회장은 이쯤에서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제가 구 회장님을 설득하려 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엘진전자는 니콜라이 대표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7%가 그 증거입니다.”
“…?”
이 회장은 마치 엘진전자의 미래를 본 것처럼 확신에 차 있었다.
“블랙홀은 항상 투자한 기업들의 경영권을 가져갔으니까요. 단지 그 힘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죠. 엘진전자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까지 주식을 매수할 겁니다.”
이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구 회장도 힘겹게 소파에서 엉덩이를 뗐다.
“구 회장님과 새 시대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애플이 오성전자와 손잡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니콜라이는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길 바랐다.
독주는 자만에 빠지게 한다.
자만은 초심을 잃게 하고.
원 역사에서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일본 기업들과 카메라 필름 시장을 장악했던 ‘코닥’이 그랬다.
이들은 공통점은 현실 안주.
정상에 오르자 계속되는 꿀맛에 중독되어 현실에 안주하더니 결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니콜라이는 이런 점들을 극히 경계했기에 다른 핸드폰 기업들도 함께 가길 원했던 것.
어차피 그 기업들도 블랙홀이 대주주로 있기에 끌고 가려 했던 이유도 있었고.
“하루빨리 결정하셔야 할 겁니다.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것과 상대의 힘에 눌려 끌려가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니까요.”
구 회장과 헤어진 이 회장은 러시아로 전화를 걸었다.
블랙홀 본사에서 전화를 받은 니콜라이는 엘진전자의 상황을 전달받았다.
-정확히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이 회장님께서는 할 만큼 하신 겁니다. 절 대신해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주주의 말인데 거부할 수가 있어야지요, 허허.
“러시아 공장에 오시면 연락 주십시오.”
-대선 준비 때문에 한창 바쁘실 텐데 시간이 나겠습니까?
“회장님의 방문이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 내야죠.”
-감사합니다.
이렇게 되면 오성전자는 원 역사와는 다르게 애플의 IOS 쪽으로 확실히 가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역사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니콜라이로서도 세계 핸드폰 시장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가스프롬에서 한국의 7광구를 조사한 지 한 달이 넘으면서 결과가 나왔다.
앙골라는 부사장에게 맡기고 모스크바로 복귀한 가스프롬의 사장이 블랙홀 본사에 도착했다.
“사장으로 승진한 걸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아파트는 마음에 들던가요?”
“물론입니다. 아내가 꼭 감사 인사를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7광구 조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기대 이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그러면 문제는 역시 중국과 일본이겠군요.”
“맞습니다.”
중국은 석유와 가스 대부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서 쓰고 있다.
7광구 근처에서 채굴하고 있긴 해도 그건 아주 일부분이었다.
그러니 중국도 7광구에 한 숟가락 걸치려 드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과 2028년까지 공동 채굴 협상을 한 터라 그때까지 버티기로 돌입한 상태였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 정부로서는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 했던 것.
니콜라이는 러시아 입장에서 냉정히 판단했다.
과연 여기에 러시아가 뛰어들어서 얻을 수 있는 게 뭘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러시아로서는 특별한 이득이 없었다.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리가 이 사업을 맡으면 수익이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저는 이 사업을 맡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유는요?”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7광구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은 원유와 가스를 얻게 됩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33%는 그들 몫이니까요.”
“그렇겠죠.”
“그래서 반대하는 겁니다. 굳이 우리가 나서서 우리 밥그릇을 깰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세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일이라 우리가 맡지 않겠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사장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한국과의 친근감을 배제하고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해 보면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가스프롬의 매출이 줄면 블랙홀뿐만 아니라 러시아 정부에게도 피해가 가는 것이라 깊이 생각해 볼 문제였다.
“가스프롬의 사장으로서 말씀드리자면 7광구는 우리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했으면 합니다.”
니콜라이는 고민했다.
그의 고민이 길어지자 사장은 혹시 자신의 말이 잘못된 것인가 싶어 눈치를 살폈다.
그렇게 5분여가 흐르고서야 니콜라이는 입을 열었다.
“크게 생각하면 사장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전하십시오. 7광구는 우리가 참여하지 못하겠다고요.”
“이유는 뭐라고 할까요?”
“그대로 말하세요.”
“세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참여하지 못하겠다고 말입니까?”
“그렇게 대답하는 게 가장 무난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에너지는 국가의 존망을 결정할 정도로 민감한 문제였기에 이번만큼은 끼어들지 않기로 했다.
가스프롬 사장은 곧바로 한국 정부에 전했다.
전달을 받은 한국 정부는 러시아도 어쩔 수 없는 국제 사회의 일원임을 확인했다.
“러시아가 하지 못하겠다고 한 이유가 그들 말대로 세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겠습니까?”
국무총리의 물음에 대통령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 문제가 해결되고 7광구에서 원유와 가스가 채굴되면 가스프롬의 이익이 줄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총리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외교부 장관까지 같은 말을 하고 나서자 대통령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흐음….”
“저는 러시아를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러시아도 결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했을 테니 이해합니다.”
국무총리는 러시아와 척을 져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기에 최대한 조심했다.
“이 문제는 어떡하든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2028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전 정권도 그랬고 전전 정권도 그랬습니다. 그들도 지금처럼 늘 시간은 충분하다고 했었지요. 그렇게 미루다가 지금까지 왔는데 다시 미루면 다음 정권이 이걸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까?”
대통령은 7광구 문제를 이번에 최대한 매듭지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전작권을 가져왔고 미사일 사거리 지침도 사라졌으니 역대 정권 중에서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외교부에서 일본에 계속 건의하세요.”
“일본은 늘 그랬던 것처럼 차일피일 미루려 할 겁니다. 외교부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고 외교부가 있는 겁니다. 러시아가 아니면 다른 나라….”
말을 하다 말고 대통령이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무릎을 탁! 쳤다.
“그러면 되겠군요.”
“…혹시 좋은 방법이 생각난 겁니까?”
국무총리의 물음에 대통령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외교부에서 러시아에 다른 협조를 구해 보세요.”
“어떤 협조를 말입니까?”
“러시아가 7광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걸 인정만 해 달라고 하세요.”
“그 말씀은…?”
“미국을 끌어들여야겠습니다. 미국이 도와주지 않으면 러시아와 손을 잡겠다고 하는 겁니다.”
“아!”
외교부 장관이 감탄을 토했다.
러시아를 싫어하는 미국.
한국이 다시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 한다면 미국은 러시아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본을 압박하거나 미국 기업이 들어가게끔 할 터.
한국은 미국만 끌어들일 수 있으면 되었다.
그러나 국무총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미국은 지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과 전쟁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 중국과 일본을 자극하려 하겠습니까?”
“그건 우리가 지금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 백악관에 연락을 해 본 후에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
대통령은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기에 곧바로 크렘린궁으로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자하르 대통령은 니콜라이에게 소식을 전했다.
“한국 대통령이 머리를 잘 쓴 것 같구나. 나 같아도 우릴 끌어들였을 거야. 너는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 같으냐?”
“부시 성향을 보자면 청와대의 손을 들어 줄 것 같습니다. 우리 때문에 미국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으니 더욱 나서려 하겠죠.”
“중국이야 그렇다지만 일본은 아직 건재한데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의 말을 들으려 할지 모르겠구나.”
“에너지 문제만큼은 일본도 쉽게 물러나지 않으려 할 겁니다. 여태 버틴 세월이 있으니까요.”
“미국과 일본의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단 말이냐?”
“일본이 그럴 배짱은 없죠.”
이번 문제만큼은 미국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니콜라이는 7광구로 인해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 기대감이 생겼다.
백악관 대통령 관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보고에도 부시 대통령은
생각에 깊이 잠겨 말이 없었다.
그러자 파월 장관이 CIA 국장에게 물었다.
“러시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청와대 얘길 믿을 수 있겠습니까?”
“가스프롬의 탐사 전문가들이 한 달에 걸쳐서 조사한 건 맞습니다.”
“그렇다면 청와대의 말이 맞나 보군요. 두 나라가 가깝게 지낸 지 꽤 됐으니 말입니다.”
“이번에도 러시아가 개입하면 우리 입장이 참 우스워지는데 말입니다. 아프리카 지역이 점점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마당에 아시아까지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게 둘 순 없습니다.”
CIA 국장의 말이 끝나자 부시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러시아 다음 대통령은 자하르 대통령의 아들인 세르게이 후보가 유력하다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8년간 민정수석을 하면서 사실상 차기 대통령 수업을 받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CIA 국장은 세르게이의 당선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부터 러시아는 5년 중임제로 바뀌었으니 당선만 되면 10년은 할 수 있단 얘긴데….”
그러면 니콜라이가 10년은 더 러시아 정부의 힘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였다.
7광구 문제가 가스프롬이 관여되어 있다면 니콜라이가 나섰다는 뜻.
부시는 그에게 밀리고 싶지 않았다.
저번에 만났을 때 드론 때문에 수모를 겪은 후부터는 니콜라이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졌다.
“국무장관이 엑슨 모빌에 연락해 보세요.”
“우리가 들어가려는 겁니까?”
“러시아가 들어가게 둘 순 없잖아요.”
“알겠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를 사이에 두고 한국의 외교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한편, 백악관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고이즈미 총리는 이를 갈았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이번 문제만큼은 우리도 물러날 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