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99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99화
199 애플의 55%를 살 수 있는 돈/노키아와 모토로라
원 역사에서, 세계는 2004년까지 20년간 저유가 시대였다.
2004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38달러였던 유가는 2005년 55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달러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오펙. OPEC)의 겁주기 발표와 러시아의 EU에 대한 가스 공급 차단으로 인해 가격이 급격히 올라 버렸다.
2004년 5월 12일 현재, 국제 유가는 80달러를 돌파했다.
블랙홀이 매도한 시점은 75달러.
회사 유보금의 무려 70%를 쏟아부었으니 데니스가 숨이 넘어갈 듯 호들갑을 떠는 것이 당연했다.
-투자하느라고 세계 각국에 페이퍼 컴퍼니를 175개나 만들어서 돌렸다니까. 나라별로 다시 10곳으로 쪼갰고.
“눈치챈 곳은 없지?”
-와, 너 이제 그냥 습관처럼 말하네? 그 큰 금액을 어떻게 완벽히 숨겨? 몇 곳은 눈치챈 것 같더라고.
“어디?”
-미국, 독일, 영국은 확실해. 오늘 오전 11시쯤에 백악관 비서실장한테 전화가 왔었거든.
“응?”
-안다는 뉘앙스를 슬쩍 풍기길래 느낌이 싸하더라고. 그런데 그 외에 별다른 말은 안 하고 아이폰2 시리즈가 언제 나오는 것만 묻던데?
“그 사람이 그걸 왜 물어?”
백악관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비서실장은 니콜라이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던 터라 기억이 깊이 남아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의 비서실장 자리에 있는 인물이 니콜라이에 관한 것도 아니고 아이폰2 시리즈 발표 시점만 물어보고 끊어?
‘뭐 어때. 내가 싫어하는 짓만 안 하면 되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것만 묻고는 바로 끊었어.
“그게 다야?”
-그 사람 통화 중에도 꼭 미친 사람처럼 자꾸 웃더라고. 좀 이상해. 그리고 프랑스, 일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랑 핀란드는 우리라고 의심하는 것 같아.
러시아 정부는 당연히 알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를 가장 많이 만든 나라면서 가장 많은 금액이 들어갔으니까.
다른 나라들은 대략 알고 있거나 의심이 가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국가별로 입금된 금액이 너무 크다 보니 웬만한 국가에서조차 환율 변동이 있을 정도라.
“알더라도 증거는 확실히 없지?”
-이런 거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잖아. 이것도 처리 못 하면 옷 벗어야지. 그런데 얼만 줄은 왜 안 물어봐?
“진정하고 정신 좀 차려. 여기 본사는 폼이야?
-아, 이런. 내가 너무 흥분했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모든 계열사 현황은 모스크바의 블랙홀 본사에서 가장 먼저 알 수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금액이 너무 커서 은행에 넣어 둘 수도 없는데.
“투자 회사의 본분을 따라야지.”
-애플의 55%를 살 수 있는 돈을 다?
니콜라이가 기자 시절 때, 애플의 연 매출은 약 1,000억 달러였고 순이익은 240억 달러였다.
그런데 블랙홀은 이보다 대략 20년이나 앞선 시점에 과거의 애플보다 17배가 넘는 순이익을 봤으니.
한창 잘나갈 때의 애플이 17년간 벌어들일 금액을 몇 달 만에 번 것이다.
“그 금액을 다 받아 줄 만한 회사가 몇 개나 된다고.”
-하긴. 그럼 어디에 투자하게?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해. 지금 노키아랑 모토로라 주가 상황 어때?”
-아이폰이 나온 후부터 둘 다 바닥을 기고 있지. 노키아가 휘청거리니까 핀란드 경제도 상황이 말이 아니야.
노키아와 핀란드의 관계.
니콜라이는 이들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노키아는 핀란드 GDP의 4%, 핀란드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했다.
시가총액이 헬싱키 증시의 70%였을 정도로 핀란드 경제는 노키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노키아가 크게 흔들리자 핀란드 경제도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노키아가 죽자 핀란드가 살아났었지.’
원 역사에서 2014년에 노키아가 핵심인 휴대전화 사업 부분을 MS에 매각한 후, 핀란드 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핀란드는 과거부터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높고, 교육 경쟁력도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였지만, 기업 실적은 신통치 않아 ‘핀란드 페러독스’라는 말까지 있었다.
창업을 주저하는 문화와 고율의 법인세가 문제로 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키아의 몰락이 위기감을 불러왔고, 그 위기감이 핀란드 페러독스를 해결했다.
노키아는 1만 명 이상의 공학 인재들을 구조 조정했는데, 그들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흘러갔다.
대학들은 산학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창업 활동을 격려했고, 정부는 벤처캐피털을 조성해 신생 기업에 자금을 공급했다.
이로 인해 점차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에 도전하는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헬싱키 기술대학 학생 3명이 창업한 ‘고비오’는 2009년 ‘앵그리 버드 모바일 게임’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2010년 설립된 ‘슈퍼셀’은 전략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의 대성공을 거뒀고.
특히 슈퍼셀은 이 게임으로 설립 4년 만에 약 2조 원의 매출을 올렸을 정도였다.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에는 오히려 기회가 된 셈이다.
니콜라이가 러시아 산업의 다각화에 신경 쓴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었다.
‘한곳에 치우친 산업은 위험해.’
많은 사람이 창업에 도전하고 새로운 회사들이 많이 생겨야지만 러시아 경제가 다방면으로 건전해진다.
‘청년들의 창업에 투자를 좀 많이 해야겠어. 그렇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미래 정보를 통한 투자는 당연히 계속해 가야지.’
“지금 노키아 지분이 5.5%고 모토로라가 3.7%지?”
-맞아.
“두 회사 주식을 지금 사들여도 괜찮겠어?”
-이럴 때 두 회사 주식을 계속 사들이면 저번처럼 눈치가 보일까 봐서 물어보는 거야?
“각국 정상들이 전화하니까 자꾸 신경 쓰이잖아. 내년 6월에 아이폰2 시리즈 나올 쯤이면 좋을 것 같기도 해서.
-여기서 더 떨어질 곳도 없잖아? 돈 버는 데 뭔 눈치를 보냐? 그냥 무시하고 매수하자.
과거엔 니콜라이가 먼저 덤비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제는 데니스가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두 회사 지분 3% 넘기고 공지했을 때 경영권 생각이 있다고 밝혔는데 여기서 더 사들이면… 미국이야 오래전부터 우리 지사가 있어서 그렇다 쳐도 핀란드 정부에서는 틀림없이 항의할 텐데 말이야.”
-인구 500만밖에 안 되는 나라야.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도 없고.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으로 보여. 그냥 사들이자.
“알겠다. 그러면 주가에 영향 미치지 않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사들여 봐.”
-얼마까지나?
“계열사로 만들려면 20% 정도까진 가야지.”
-오케이 올해 안으로 끝낼게.
“그리고 직원들 특별 보너스 좀 챙겨 줘야겠지?”
-워낙 많이 벌어서 입 싹 닦으면 좀 그렇잖아.
“그럼 형이 적당히 좀 줘.”
-너는 자주 그러더라. 적당히 얼마나?
“여름휴가도 다가오니까 미리 당겨서 준다는 생각으로 연봉의 150%면 어떻겠어?
-연봉의 150%면 우는 직원들도 나오겠네. 그렇게 할게. 아, 또 어깨 힘주게 생겼어.
발표가 나가고 정말 기뻐서 우는 직원들이 나왔을 정도로 그날은 블랙홀의 축제의 날이 되었다.
* * *
러시아 1차 투표일을 2주일 앞두고 중국 공산당 정부는 ‘내몽골 자치구’가 특별 자치구가 됐음을 선포했다.
“오늘부로 내몽골 자치구는 고비 특별 자치구와 같이 됐음을 선포합니다. 앞으로 모든 사항은 니콜라이 시장의 책임하에 진행될 것이며….”
당연히 자치구 주민들의 반발이 뒤따랐다.
그러나 니콜라이는 이미 계획해 둔 바가 있었기에 단호히 대처했다.
고비 특별 자치구 시청.
“먼저 자치구 주민이 되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모두 자치구에서 내보내세요. 이제부터는 이곳도 고비 특별 자치구처럼 운영해야 합니다.”
“보상금 문제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
고비 특별 자치구 부시장이 다소 걱정스럽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보상금은 먼저 지급하고 차차 그들의 부동산을 팔아서 충당하면 됩니다.”
“그렇더라도 수 대에 걸쳐서 거주해 온 주민들은 쉽게 떠나려 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중국 국적을 포기하라는 것도 아닌데, 막무가내식으로 항의하는 자들은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내보내세요.”
“…알겠습니다.”
“반발이 정 걱정되면 그들을 직접 고비 특별 자치구에 데려가서 곳곳을 구경시켜 줘 보세요.”
“아! 그러면 될 것 같습니다. 고비 특별 자치구를 올해만 편하게 출입할 수 있게 개방하면 어떻겠습니까?”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요.”
“네. 말씀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고비 특별 자치구에 이어 내몽골까지 특별 자치구가 됐다는 소식은 세계를 강타했다.
인터넷은 이 소식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고비처럼 여기도 새 주민 안 받나? 받으면 좋겠다.
-그런 말은 없던데요?
-근데 내몽골 주민들이 왜 항의하는 건가요? 나 같으면 고맙다고 할 텐데.
-인터넷상에 이상한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거든요. 중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느니, 무슨 칩을 몸에 심는다느니 같은. 다 아닌데도 속는 사람들이 많은가 봐요.
-중국에 컴퓨터 있는 가정이 거의 없음. 컴퓨터 있음 엄청 잘 사는 사람임. 그러니 정확한 정보를 모름.
니콜라이의 지시로 고비 특별 자치구가 완전히 개방되면서 내몽골 주민들은 TV가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자 움직였다.
“우와! 저게 TV에서 봤던 그 드론이구나?”
“집들 정말 좋다. 여긴 유럽의 잘사는 나라들보다 더 좋네.”
“하아. 아버지, 어머니 이래도 중국 본토로 이사 갈 겁니까?”
“흐음… 좀 더 생각해 보자꾸나.”
“당신, 뭘 더 생각해요? 앞으로 우리 자식들이 이런 곳에서 살게 해야죠. 이사 갈 거면 당신 혼자 가요.”
사람들에게 전해 듣고 TV로 봤다고는 해도 직접 보는 것과는 천양지차였기에 내몽골 주민들의 여론은 점점 정착하자는 쪽으로 기울어 갔다.
몽골 국민들은 처음부터 대환영이었다.
어찌 됐든 오랜 기간 둘로 나뉘어 있던 지역이 하나가 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내몽골이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을 때, 드디어 러시아 대선의 1차 투표가 끝났다.
결과는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대로 세르게이 후보와 여당의 한 인물로 압축되었다.
이들은 9월에 있을 2차 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자가 결정될 것이다.
한편, 몽골은 대선을 바로 실시해 작고한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든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야당 후보와 큰 차이로 몽골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첼시의 구단주 자격으로 피파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온 니콜라이.
그는 자하르 대통령 부자에게 앞으로 러시아가 투자해야 할 곳에 관해 말했다.
“…그래서 창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 줘야 할 겁니다. 창업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복잡한 절차를 최소화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부처에 통보해서 진행하라고 하마. 자세한 내용은 네가 다시 설명을 좀 해 주거라.”
“그럴게요.”
“그리고 좀 전에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이 전화를 했어. 노키아 문제 때문에 말이야. 블랙홀이 노키아 주식을 10% 넘게 사들여서 걱정이 많은 것 같더구나.”
“앞으로 애플의 생산 라인이 모자랄 겁니다. 라인을 더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차라리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사업 부분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러면 휴대전하 사업 부분만 필요한 거란 말이지?”
“네.”
“그럼 됐다. 내가 핀란드 대통령과 얘길 해 보마. 노키아 운영진은 더 버티면서 다시 시작할 생각인 것 같은데, 핀란드 정부는 힘들다고 판단한 모양이야.”
당연한 얘기다.
가장 빨리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오성전자도 제품이 나오려면 한참 멀었는데 노키아는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덩치가 크면 당연히 장점도 많지만 이런 급박한 시기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회장이 모든 것을 걸고 스마트폰에 올인하면 모를까.
원 역사에서도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아이폰과 갤럭시를 따라잡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처참히 무너졌다.
시간은 흘러 몽골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고 9월이 되면서 러시아에는 대통령 선거의 최종 투표가 시행되었다.
결과는….
“기호 1번 세르게이 후보가 83%를 획득하면서 당선되었습니다.”
이때, 니콜라이는 1년여 전에 약속했던 대로 멕시코인 교주를 만나러 시베리아 교도소로 향했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한 그는 난생처음 보는 장면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