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206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206화
206 4만에 4만 더/3개 전쟁을 동시에
다양한 방법으로 러시아 입국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공화국으로도 조직원들을 보냈으나 결과는 같았다.
이에 그들이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참으로 기발했는데.
타깃을 변경한다.
남의 힘을 빌려서 적을 친다.
범죄조직들의 보스들이 비밀리에 모인 가운데 한 사내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국을 칩시다.”
“뭐요?”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었기에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모두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힘으로 러시아를 몰아낼 수 없다는 걸 말입니다.”
“….”
“이 사태의 원흉인 러시아를 몰아내려면 다른 힘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게 미국이다?”
러시아를 뒤흔들 방법이 없으니 타깃을 미국으로 돌린 것.
“네. 러시아가 가장 싫어하고 견제하는 나라는 미국뿐이지요. 미국을 멕시코 땅으로 끌어들여서 러시아와 붙이는 겁니다.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긴 해도 효과는 확실할 듯했다.
그러나 조심스레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걸 잊은 겁니까? 9.11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이 불바다가 됐소. 멕시코라고 가만 둘 것 같아요?”
“제가 노린 게 그겁니다. 미국을 치면 부시는 분명히 군대를 보내겠죠. 멕시코가 아프가니스탄처럼 엉망이 되어 버리면 우리에겐 더 좋은 일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긴 했다.
공권력이 사라지고 무법지대가 되면 범죄조직들이 활개 치기 좋아지니까.
“우리에게 나쁠 게 없긴 하군요.”
“멕시코 내에 미군과 러시아군이 함께 있다면 우리가 바라는 결과가 나오게 될 겁니다. 그들은 절대로 우리처럼 손을 잡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범죄조직들 조차도 확신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진 않을 거라고.
그만큼 두 나라는 냉전 이후 새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손을 잡지 않는다면 두 나라는 각자 우릴 찾으려 들 텐데, 그러면 오히려 우리에겐 적만 더 늘어난 꼴이 되는 거잖소?”
“그만큼 러시아군의 활동 범위가 제한되겠지요.”
두 나라가 들어왔으니 멕시코도 둘로 나뉘게 된다.
“우린 UN과 CIA도 물리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러시아가 껄끄러운 것이지 미국이 두려운 게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군이 활동하는 곳에만 있으면 우리의 안전은 보장됩니다.”
“러시아보다는 미국을 상대하는 편이 낫긴 하지요. 나는 찬성합니다.”
한 사내가 찬성하자 다른 사람들도 본격적으로 의견을 내비쳤다.
“우리가 수십 년간 미국을 상대하면서도 조직을 키웠는데, 러시아와 북조선 놈들은 정말 치가 떨릴 지경이오. 나도 찬성이오.”
“미국도 드론 부대가 있잖아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코리아의 제주도라는 곳에 조직원을 보내서 알아봤는데….”
“제주도?”
처음 들어 보는 지명이라 모두 머리를 갸웃했다.
“러시아 드론이 운영 중인 곳은, 외국에서는 코리아와 고비 특별 자치구뿐이거든요. 특별 자치구도 러시아 본토와 같은 보안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제주도는 가능해서 알아본 것이죠.”
“아, 그렇군요.”
“미국의 드론은 러시아 드론 성능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전문가들 말을 들어 보니 여러 최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어서 따라잡으려면 최소 7년은 넘게 걸릴 거라더군요.”
“그렇다면야 안심할 수 있겠군요. 우리가 그 드론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까? 햇빛을 30분 이상 쬐어 본 지가 언젠지….”
“그럼 모두 의견이 모였으니 바다를 통에 미국으로 조직원들을 보내겠습니다.”
“그럽시다.”
“그전에, 모두 여기에 사인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배신자가 나오게 되면 모두 죽는다.
그걸 사전에 방지하자면 이렇게 이름을 남겨 둬야 딴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기에 모두 동의했다.
그들은 일명 자살 특공대를 보내기로 한 것.
가족들에게는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바다와 육상경로 양쪽으로 수십 명을 보내기로 했다.
바다는 마약 운반 루트로 많이 활용했던 것이라 훤했고, 국경도 최근에 아주 느슨해진 상태였다.
‘국경을 느슨하게 해 준 부시가 고마울 지경이군.’
부시는 범죄조직들을 도운 꼴이 됐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도운 것도 되었다.
미국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이어 멕시코에도 묶어 둘 수 있게 될 테니.
그로부터 5일이 지났을 때, 세계가 발칵 뒤집힐 사건이 터졌다.
멕시코와 가까운 곳에 있는 도시 휴스턴.
휴스턴은 미국 남부 텍사스주 남동부에 있는 도시로 단일 시 단위 행정구역으로는 텍사스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이다.
미국 전체로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에 이어 4번째로 인구가 많다.
그런 휴스턴에서 폭발음이 들려온 것이다.
콰콰쾅! 콰쾅!
콰쾅! 쾅!
일요일 오후 2시.
휴스턴 도심에 있는 42층짜리 빌딩에서 폭발음이 울리더니 빌딩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빌딩은 기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쓰러져 버렸다.
콰콰콰콰쾅!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근거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국경과 가까운 애리조나주의 최대 도시인 ‘피닉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일요일 오후 12층짜리 극장 빌딩에서 영화를 보던 사람들도 생을 달리했다.
이 사건은 속보로 미국 전역에 방송되었고 곧이어 세계에도 빠르게 전파되었다.
-미국의 휴스턴과 피닉스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9.11 사태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이 같은 일이 발생했기에 미국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입니다. 백악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백악관에서는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각 분야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좌중을 훑었다.
“국장. 배후는 언제쯤 밝혀 낼 수 있소?”
“계속 조사 중인데 지금까지 알아낸 것으로 추정해 보자면… 멕시코 범죄조직들 짓인 것 같습니다.”
“그들이 왜 이런 짓을 벌였단 말이오?”
“이유까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멕시코 범죄조직 짓이 확실히 밝혀지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내가 9.11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몰라서 물어요?”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간 것처럼 멕시코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뜻.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두 곳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데 다시 전쟁을 한다면 과연 국민들과 세계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세계평화를 부르짖어 온 미국이 오히려 전쟁을 계속 일으키고 있기에 모두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고 부시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재선에 막 성공한 부시는 지금이 가장 힘이 좋을 때였기에.
“그렇더라도 신중하셔야 합니다.”
파월 국무장관도 CIA 국장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멕시코 범죄조직들이 한 짓이라고 해도 정말 신중하셔야 합니다. 멕시코엔 지금 러시아 특수부대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우리 군대까지 들어가게 되면 상황이 아주 복잡해질 겁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진 알겠어요. 하지만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면 날 어떻게 보겠습니까?”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기에 백악관은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미국은 양쪽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손해 보는 상황이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이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니콜라이도 CNN 방송을 보는 중이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네. 이것들이 미국을 건드릴 줄이야. 그놈들 짓이 확실하지?”
“카르텔들이 한 짓이 확실해. 우리 멕시코 요원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걸 끝까지 미행했었거든.”
미국은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으나 러시아는 ‘즈베즈다’ 요원들이 증거까지 확보한 상태였다.
“이거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부시 성격에 가만 있지 않을 텐데 말이야.”
“결국 들어오겠지.”
“미국 군대가 멕시코로 들어오면 우리와 만날 거잖아?”
“그전에 부시한테 연락이 올 거야.”
니콜라이의 예상은 적중했다.
다음날,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에 연락한 후 니콜라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늦었지만 재선에 성공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고맙소. 내가 전화한 용건 대략 알고 있겠군요?
“크렘린궁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러면 본론부터 꺼내지요. 우리 군이 내년 1월 1일부터 멕시코로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미 결정하셨으니 제가 뭐라 하겠습니까.”
-그전에 의논할 일이 있어서 말이오. 나는 러시아와 지역이 겹치는 걸 원치 않아요. 그래서 말인데, 멕시코 지역을 양분해서 맡는 건 어떻겠어요?
범죄조직의 보스들이 예상한 것과 같은 상황이 부시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말씀입니까?”
-우리가 북부를 맡을 테니 러시아가 남부를 맡아요.
국경과 가까운 곳을 미국 군대가 맡겠다는 건데 너무 일방적인 말, 아니 통보였다.
니콜라이는 부시가 마치 자기 부하에게 말하듯이 하자 같은 방식으로 물었다.
“제게 왜 전화를 하신 겁니까? 러시아 대통령께서 저와 의논하라고 하셔서 전화하신 거 아닌가요?
-그렇소.
“그렇다면 저는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한 신분입니다.”
-….
“우린 멕시코 정부의 요청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고 미국은 테러범들을 잡으려고 들어오려는 거잖습니까? 멕시코 정부의 허락은 받으시고 이러시는 겁니까?”
받았을 리가 있나.
미국이 한다면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직 동의도 구하지 않았을 터.
니콜라이는 이런 미국의 일 처리 방식이 불쾌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남부를 맡으라고 하면 우리 러시아는 그냥 따라야 하는 겁니까?”
-….
잠시 말이 없던 부시가 헛기침을 하며 답변했다.
-크흠.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이군요. 멕시코 문제는 결국 러시아가 거머쥐고 있잖아요. 그래서 먼저 연락한 거요. 통화가 끝나면 바로 멕시코 대통령에게 전화를 넣을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우린 국경과 접한 상황이라 러시아가 남부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알겠습니다. 병력은 얼마나 투입할 생각입니까?”
-반으로 나눈다고 해도 북부 전체를 봉쇄하자면 최소한 4만 명은 넘어야 한다더군요.
육상으로 국경만 넘으면 되니 외국으로 파병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
러시아 특수부대원들은 2,000명을 투입했고 북한은 7,000명을 투입했는데 4만 명이라니.
니콜라이는 드론만으로도 충분히 박살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부대원들은 뒤처리용으로 쓸려고 데려온 거였다.
멕시코 정부군의 도움도 있었기에 병력은 모자라지 않았다.
러시아와 북한 특수부대원들은 모두 러시아에서 특수 제작한 방탄복과 방탄 헬멧을 쓴 터라 목숨을 잃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리와 팔에 총을 맞은 중경상자는 수십 명이지만.
니콜라이는 부시를 슬며시 떠보았다.
“여기서 몇 달간 범죄조직들을 상대해 보니 4만 명이 많게 보이진 않습니다.”
아마도 부시는 여기서 끝내지 않고 추가 병력을 더 보낼 터.
두 곳의 전쟁에서도 그랬으니까.
4만 명은, 부시도 러시아의 반응을 떠보려고 한 말일 것이다.
니콜라이는 멕시코 범죄조직들이 오히려 러시아를 돕고 있음에 헛웃음이 터지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이어, 부시의 간지러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주었다.
“4만 명으로 북부 전체를 봉쇄하고 테러 사태의 배후를 잡아내는 건 힘들 겁니다. 확실히 하시려면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할 거로 보입니다. 우리도 최근 들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했거든요.”
-그렇지요? 나도 진즉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4만 명도 많다고 하도 말리는 통해 답답하던 차였는데, 경제 고문의 말을 들으니 확신이 서는군요. 그럼 그 두 배인 8만 명이면 어떻겠어요?
부시는 측근들도 계속 반대했었는데 되려 니콜라이가 자기 편을 들자 기분이 좋았다.
역시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듣고 싶은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
이건 부시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병력도 병력이지만 중화기도 많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1년 6개월 안에 끝낸다고 큰소리쳤다가 지금 후회하는 중이라, 미국의 도움을 좀 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1년 6개월은 좀 심하다 했어요. 알겠소. 나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 때문에 길게 끌 수 없는 입장인데 잘됐군요. 의논한 대로 8만 명에 중화기도 추가해서 보내도록 하지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슬며시 보이고 부시를 늪으로 더욱 끌어들이면서 러시아는 실익을 챙긴다.
‘인간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UN과 CIA가 된통 당했으면서도 다시 들어오겠다니.
여긴 병력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피아 식별이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는 러시아의 군사용 드론이 제격이다.
니콜라이는 이번 기회에 미국의 힘을 더욱 빼 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