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214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214화
214화 한국을 키우는 이유/곡물회사들
북한 방문 전, 크렘린궁으로 들어간 니콜라이는 새로운 인물을 소개받았다.
“네가 잘 가르쳐 줘. 내가 있던 자리에 특별히 임명한 사람이야.”
소수 민족 출신이 민정수석까지?
소비에트 시절 때는 물론, 러시아가 세워진 이후 이렇게 파격적인 인사는 처음이었다.
“경제 고문님, 처음 인사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사내가 정중히 허리를 조금 숙였다.
니콜라이가 불쑥 손을 내미는 것보다는 이런 인사를 좋아한다는 걸 안다는 것.
“반갑습니다. 고려인인가요?”
“네, 고려인 3세입니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고려인.
동서양의 얼굴이 잘 섞여 있어서 40살이 넘은 나이에도 꽤 훈남이었다.
그의 조부모는 2차 세계 대전 때 일본군에 의해 사할린으로 끌려갔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스탈린의 정책에 따라 카자흐스탄까지 다시 끌려가 힘겹게 뿌리를 내렸다.
‘고생을 참 많이 했겠군.’
소비에트 전역으로 흩어진 고려인들의 삶이 그랬듯이 조부모들도 모진 고통의 세월을 겪었으나 자식들의 교육에는 심혈을 기울였다.
그 피나는 노력은 손자에 이르러 러시아의 민정수석이라는 결실을 낳았다.
“소수 민족 사람들의 국정 참여가 많지 않았는데, 높은 자리에 고려인을 임명한 걸 보니 이번부터 많이 달라질 것 같군요.”
세르게이 대통령도 그걸 생각하고 뽑았다.
소비에트는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였기에 소수 민족을 등한시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들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주면서 능력이 되면 고위급으로도 뽑아야지만 불만이 생기지 않고 분열되지 않을 터.
이번 인사는 세르게이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 잘 나타나는 단면이었다.
니콜라이는 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민정수석에게 물었다.
“대통령께서 본인을 왜 뽑았다고 생각합니까?”
이건 시험이다.
니콜라이 경제 고문이 자신을 떠보려는 것.
간단한 질문임에도 민정수석은 잠시 생각을 한 후에 입을 열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을 거로 봅니다. 첫 번째는 카자흐스탄을 러시아의 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남은 독립국들을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세 번째는 중국을 분열시키는 데 한반도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일들에 제가 적합하다 생각하셨을 겁니다.”
“제대로 봤습니다.”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러시아는 민족 구성과 신분을 따지지 않습니다. 앞으로 함께 잘 해결해 봅시다.”
“최선을 다해 만족 하실만한 결과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주변에 인재들이 있으면 언제든 데려와 보세요. 능력이 검증되면 알맞은 자리를 내줄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대통령이 오랜 세월 몸담았던 자리에 앉힌 인물이라면 확실히 뒤를 봐줄 필요가 있었다.
‘막힘없이 일하려면 그만한 힘을 줘야지.’
이런 일을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순 없기에 니콜라이가 적당히 처리해 주기로 했다.
“결혼은 하셨을 테고 자녀는 어떻게 되나요?”
“넷 있습니다.”
“오, 넷이나 있다니 진정한 애국자군요.”
“…늦둥이도 곧 나올 겁니다.”
“다섯째?”
“네. 모두 딸이라 마지막으로 아들에 도전해 본 겁니다.”
“그런 도전 정신이 아주 맘에 듭니다. 지금 어디에 살고 있나요?”
“모스크바에 있는 아파트에 있습니다.”
“아파트가 좋긴 해도 일곱 사람이 살기엔 좁지요. 러시아의 민정수석이 살기에도 좀 모자란 감이 있고요.”
“왜? 날 대신해서 선물을 주려고?”
세르게이 대통령은 자신이 뽑은 인물을 니콜라이가 마음에 들어 하자 마음이 놓였다.
“어울리지 않게 시치미를 떼세요. 그것 때문에 절 부른 거 다 압니다.”
“하하, 들켰구나.”
“모스크바에 적당한 주택을 알아보라고 할 테니 거기로 이사하세요.”
“…!”
“격려금도 넉넉히 나갈 겁니다.”
민정수석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블랙홀의 대표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무리 정부 고위층이라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으면 잘 살아봤자 고만고만하다.
민정수석은 초고속 승진을 했기에 여태 경제적으로 그리 풍족하게 살지 못했다.
아내는 첫 월급날이 빨리 오길 고대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월드볼’ 3등에 당첨된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집에다가 격려금까지?”
“집이야 다자녀 가족이니 당연히 나가는 거고 저는 일반 주택으로 옮겨주면서 크기만 더 업그레이드해 주는 겁니다.”
“격려금은 얼마나 주게?”
“모자라지 않게 드릴 겁니다. 민정수석이 돈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일은 없어야죠.”
“하하. 네가 나보나 나를 더 잘 아는구나.”
민정수석은 니콜라이의 배포에 놀라며 벌써 그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멕시코에서 가져온 장갑차는 정말 우리가 써도 되는 거냐? 백악관에서 아직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이상해서 말이야.”
“백악관에서는 절대로 내놓으라고 못할 겁니다. 부시 대통령은 장갑차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게 더 많다고 판단할 테니까요.”
“250대를 돈으로 환산하면 엄청난데….”
장갑차 한 대의 가격은 보통 500만 달러.
250대면 대략 12억 5,000만 달러(1조 5천억 원)로 국방 예산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러나 부시는 외통수를 당한 상황이었다.
“하긴, 방송이 세계로 쫙 나가면서 이미지가 조금 나아졌는데 돌려달라고 하면 우습게 되겠지. 그러면 우리 군에서 활용해도 되겠구나?”
“우리 군이 써도 됩니다. 아니면 다른 나라에 팔든가요.”
“백악관 사람들 속이 참 쓰리겠어.”
그는 부시의 화난 표정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미국 얘기가 끝나자 대통령은 화제를 북한으로 옮겼다.
“국방위원장을 달래러 갈 거지?”
“달랠지 협박을 할지는 가 봐야 알겠습니다.”
“협정서에 북한이 빠졌다고 화가 많이 나 있을 거야. 위원장을 우리 생각대로 끌고 가려면 적당히 달래 줄 필요가 있어.”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니콜라이는 민정수석의 생각을 알고 싶어 물었다.
“한반도 얘기는 알죠?”
“네,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왜 한반도를 통일시키려는 것 같나요?”
동북아시아 문제를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지 다시 확인차 물었다.
“중국 때문입니다. 우리가 직접 중국에 무력을 행사할 순 없으니 말입니다.”
역시.
‘중국’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니콜라이는 벌써 머리를 끄덕였다.
“중국을 분열시키기에 가장 좋은 나라가 통일 한국이라 생각한 것이 아닙니까?”
니콜라이가 눈을 빛내며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와 중국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면 가장 좋아할 나라들은 미국과 EU일 겁니다. 그래서 우릴 대신할 나라가 필요한데 거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통일된 한국입니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한국은 틀림없이 만주 지역을 먹으려 들 테니 말입니다.”
“계속해 보세요.”
“중국 대륙은 역사적으로 만주 지역을 뺏기면 반드시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과거 중국 대륙을 장악한 국가들은 한국의 옛 국가들이 만주에 진출하지 못하게 막아 왔던 겁니다.”
“….”
“통일 한국이 만주 지역을 먹으려 들면 티베트나 위구르 자치구와 같은 소수 민족이 들고일어날 텐데, 이건 우리 힘을 사용하지 않고 중국을 찢어 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
“경제 고문님이 고비와 내몽골 특별 자치구를 러시아의 영향권에 넣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이은 일련의 모든 일은 중국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께서 인사를 제대로 한 것 같다.
니콜라이가 아무런 말이 없자 대통령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때? 네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숙부님. 오랜만에 우리 집에서 저녁이나 함께하시죠. 민정수석도 함께요.”
니콜리아가 같이 밥을 먹자고 하는 건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라는 걸 알기에 대통령이 피식 웃었다.
“북한에 갈 때 수석도 데려가서 견문을 좀 넓혀 줘.”
“그러죠, 뭐.”
차를 한 모금 마신 세르게이가 역대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네가 지금처럼 외적인 문제를 맡으면 나는 아버지께서 못다 하신 내부 문제들을 계속 바꿔 갈 거야. 그러면 네가 이 자리에 오를 때쯤엔 러시아는 지금보다 더 많이 성장해 있겠지.”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밖으로 나가자 샤샤가 새로운 정보를 주었다.
“멕시코에서 연락이 왔는데, 지하 벙커와 연결된 CCTV를 해킹해서 벙커 내부를 감시하고 있대.”
“그거 잘 됐다.”
계속 감시하면서 심리 변화를 잘 조사해 놓으면 러시아의 우주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갑자기 니콜라이의 집에 방문했으나 여긴 그의 여동생 집이었기에 아무도 긴장하지 않았다.
“웬일이에요?”
“동생 집에도 맘 놓고 못 오냐?”
“오실 거면, 아버지도 모시고 오지 그랬어요?”
“아버진 요즘 취미 생활하기 바쁘시잖아. 말씀드렸었는데 혼자 가라시더라. 이반은?”
“U마트 해외 지사 만드는 일 때문에 어제까지 독일에 가 있다가 지금은 태국에 있어요.”
세르게이가 눈을 껌벅이며 니콜라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반이 U마트를 완전히 맡기로 했어?”
니콜라이는 아버지가 굼백화점과 U마트와 잘 맞는다는 걸 알고 완전히 맡겼다.
“네. 두 회사는 아버지가 저보다 더 잘 아시거든요. 덕분에 매출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모두 소파에 앉자 필리핀 가사 도우미가 시원한 식혜를 내려놓았다.
“이거 아버지가 참 좋아하시는데.”
한 모금 마시고는 알로나가 안고 있는 안나를 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녀석, 하루가 멀다고 크네.”
세르게이 대통령은 알로나를 보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네 장인어른 말이야.”
“…?”
“미국과 유럽의 곡물회사들과 마찰이 좀 있는 것 같던데, 네겐 무슨 말 없었어?”
“아무 말씀 없었는데요?”
“네가 걱정할까 봐 알로나가 말을 안 했나 보구나.”
일이 바빠서 아내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쓴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장인어른 회사 일을 모를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대통령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버지가 큰일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정말 힘들면 말씀드리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래도 니콜라이 네가 한번 알아봐. 내가 보기엔 곡물회사들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어. 이건 국가의 일과도 관련되어 있어서 가볍게 생각할 수준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꼽으라면?
원유와 가스 같은 에너지와 지하자원.
반도체.
곡물과 같은 식량.
이 세 가지 요소는 반드시 러시아가 틀어쥐어야 미국과 자웅을 겨룰 수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라는 최고의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이것들을 장악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
니콜라이는 북한 일이 끝나면 우크라이나에 가서 장인어른을 만나 보기로 했다.
“이분은 처음 보는데요?”
동생 마리아의 말에 민정 수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이번에 민정수석에 임명되었습니다.”
“오빠 자리에 오른 인물이면 나도 잘 보여야겠군요.”
“아닙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니콜라이와 함께 일하려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을 텐데 너무 놀라지 말고 웬만한 일은 그러려니 하고 넘기세요. 그게 마음 편할 거예요.”
그 말에 모두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많이 겪어 봤기 때문이다.
그때, 도우미가 다가왔다.
“사모님, 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모두 가요.”
“여기 도우미도 외국인이네?”
“요즘 국내 근로자들은 이런 일 안 하려고 하잖아요.”
“경제 수준이 올라가니까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해.”
러시아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힘든 일은 외국인들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
선진국들이 겪은 과정을 러시아도 답습해 가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러시아에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손 놓고만 있지 않았다.
집에서 하루를 잘 보낸 니콜라이는 민정수석과 샤샤를 대동하고 평양으로 이동했다.
중국과 한반도의 운명은 이렇게 더욱더 러시아와 얽혀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