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뱅크런/퇴임 후가 행복한 두 사람
증권가 찌라시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자들에게 두려움을 준다.
만일, 그 정보가 신빙성이 있다면 두려움은 더욱 커지는 법.
월 스트리트를 시작으로 한 세계 증권가는 블랙홀이 공매도한 기업들이 문제가 많다는 걸 파악하게 되었다.
외국의 행정 서비스가 느리긴 해도 증권가는 달랐다.
“리먼부터 팔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AIG도 문제가 많아. 빨리 팔아!”
“은행들이 가장 문제야!”
“이렇게 되면 블랙홀의 판단이 맞는 거잖아?”
“아, 죽어도 따라갔어야 했는데.”
사실로 판단된 두려움은 눈덩이처럼 커져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는 흐름을 만들었다.
리먼브러더스 뉴욕 본사.
“인터넷에 이딴 정보가 떠돌아다니는 걸 알았으면 최대한 빨리 해명했어야 할 것 아니오?”
“해명하려면 거짓말을 해야 했는데 그렇게 되면….”
“이보세요! 거짓말을 하는 게 무슨 대숩니까? 주가부터 살려 놨어야죠.”
“그럼 지금이라도 해명을 하는 건 어떨지….”
“지금 당장 하세요. 당장! 주가가 복구되지 않으면 당신 자린 더는 없을 줄 알아요!”
이런 현상은 다른 공매도 기업들도 비슷했다.
그날 저녁 CNN 속보.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건 리먼브러더스를 공격하는 세력들이 불순한 의도로 흘린 것으로 자사의 재무 상태는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합니다. 투자를 함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했기에 고객들이 맡긴 자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리먼이 나서자 다른 기업들도 언론 발표를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고객의 자금을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증권가 찌라시 수준의 정보에 흔들리는 고객이 있었선 안 될 것입니다.”
은행들도 뒤늦은 변명에 합세하며 기자 회견을 가졌다.
“우리는 프라임(Prime) 고객들 중심으로 모기지(Mortgage. 주택담보대출)를 해 줬습니다. 인터넷의 내용은 사실과 많이 다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은 증권가 찌라시 수준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면 문제가 생기면 귀사의 CEO는 당연히 책임져야 할 테고 다른 사람들도 책임을 질 건가요?”
“그건 지금 답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블랙홀의 투자 이력은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거로 보는데 귀사는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은행들에 문제가 생긴다는 건 미국에 큰 문제가 생긴다는 건데, 그 말은 세계 경제가 흔들린다는 거죠.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블랙홀이 이번엔 실수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자신이 똑똑하고 잘 안다고 자신하는 자들이 많은 곳이 증권가지만, 신빙성 있는 정보가 있기에 그들은 이 발표를 믿지 않았다.
투자 회사들과 은행들이 신뢰를 잃으면 그건 곧 회사의 존망과 직결된다.
3월이 되었을 때 고객들의 불안감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뱅크런(Bank run)의 조짐도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원 역사보다 더 일찍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경제 정책의 변화로 지난 7년간 집값이 빠르게 상승했다.
빚내서 집을 샀음에도 집값 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대출 이자보다 훨씬 커지면서 너도나도 빚으로 집을 사는 투기가 시작되었다.
금융 기관과 투자 은행들은 이 대출 채권을 증권 형태의 금융 상품으로 팔아먹었으며 이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금융 기관에서 사들였다.
러시아, 한국, 일본의 몇몇 은행들만 빼고.
한국 여의도 증권가.
“미국 기업들 채권을 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야.”
“샀으면 어휴… 생각만 해도 아찔하군.”
청와대에서도 미국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기에 이번 사태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퇴임하기 전까지는 미국 채권을 사지 말라던 이유가 이것을 두고 말한 거였어요.”
“니콜라이 대표의 조언이 정말 무섭도록 정확했습니다.”
국무총리의 말에 장관들이 머리를 끄덕였다.
“블랙홀을 따라 연기금들을 분산해서 공매도를 쳤을 때 사실 조마조마했었는데 그게 신의 한수였습니다. 결과가 예상대로 나오면 50년간은 연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과거의 결과가 있으니 우린 당분간은 블랙홀을 믿고 가야 합니다.”
대통령의 말에 장관들이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데 블랙홀에서 오성전자의 지분을 25.5%까지 늘렸습니다. 내버려 둬도 괜찮겠습니까?”
“원래는 얼마였죠?”
“16.7%였습니다.”
“아이폰3이 나오면서 오성전자의 주가가 떨어지니까 매입한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재벌 기업들의 회장들은 회삿돈을 자기 돈으로 여기잖아요.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다시 개혁을 할 필요가 있어요. 견제할 곳이 있어야 그들도 정신을 차리겠지요.”
재벌들이 사회에 이바지한 바도 크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았기에 대통령은 재벌들의 정신상태를 뜯어고치기 위해 내버려 두기로 했다.
사실 블랙홀이 한 일이라 뭐라 할 수도 없었지만.
우려한 대로 고객들은 은행에 넣어 뒀던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통장에 있는 돈 다 찾을 겁니다.”
“적금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것도 찾을 거니까 바로 처리해 주세요.”
“해약하면 이자가 너무 아까운데요.”
“이 사람이 지금 뭐라는 거야. 지금 이자 생각할 땝니까?”
두려움은 두려움을 낳고 더욱 커진 두려움은 군중을 전염시킨다.
미국은 불안감에 전염되었다.
집을 담보로 대출해 줬던 은행들이 고객에게 대출 연장을 해 주지 않게 되자 사람들은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집값의 하락.
대부분 90%까지 대출을 받았는데 집값이 하락하자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어졌다.
워싱턴 D.C. 백악관.
“심각합니다. 은행들은 벌써 뱅크런을 인정했습니다. 투자회사들과 보험회사들까지 충격을 받고 있고….”
“나도 아니까 짧게 얘기하지.”
“블랙홀이 공매도한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요.”
“허어….”
그 튼실한 기업들이 정말 블랙홀의 예상대로 되고 있다니.
부시 대통령은 니콜라이를 알면 알수록 더욱 모를 지경이었다.
“블랙홀을 따라 들어간 기관들이 얼마나 돼?”
“공매도를 금지하기 전에 코리아의 일부 투자 회사들과 정부에서 운영하는 연기금이 들어갔습니다. 일부 나라들에서도 들어가긴 했는데 그건 미미한 수준입니다.”
“어떻게 또 러시아와 코리아가 주축이 된 거야?”
“그건 저도 잘….”
비서실장이 말끝을 흐리자 파월 국무장관이 답변했다.
“요 몇 년간 코리아는 러시아가 하는 일이면 따라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그랬을 겁니다.”
“그래도 그렇지. 연기금을 공매도에 넣다니.”
그런데 그 판단이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국가가 운용하는 연기금이라면 최소한 수천억 달러였을 터.
‘부럽군. 그 큰 금액을 1년도 안 되어서 벌게 됐다니.’
부시 대통령이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으나 국무장관의 말은 계속되었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이 흐름대로 가면 6개월을 버티지 못할 겁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CIA 국장까지 확신하자 부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그 기업들이 파산할 것 같아요?”
“전문가들 말로는….”
“그 튼실했던 기업들이 말입니까? 몇 달 전만 해도 아무 문제 없다지 않았어요?”
“기업들의 내부 사정까지는 세세히 알 수 없는 터라….”
“그러면 인터넷에 떠돌던 그 내용은 어떻게 된 겁니까? 누군가는 알았으니 유포했을 거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회사들이 평소와 달리 강경 대응을 하는 걸 보고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그 기업들의 내부자 짓인 것 같습니다.”
CIA 국장은 블랙홀이 의심됐으나 ‘죽어도 같이 죽자’라는 마음이기에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여파가 어디까지 갈 것 같습니까?”
“많은 나라가 해당 기업들의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이 사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
“세계적인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이 정말 신빙성이 있어요?”
“이건 제 말이 아니라 세계를 대표하는 경제 전문가들이 한 말입니다.”
“끄응.”
자신의 임기 동안 이런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
어떻게 해서든지 다음 정권에 떠넘겨야 했기에 부시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무장관. 그러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면 안정이 되겠어요?”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서 한두 군데를 막는다고 안정될 것 같지 않습니다.”
블랙홀이 인터넷에 정보를 유포하면서 미국 상황은 원 역사와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시간을 두고 점차 쓰러지는 것이 아닌 한꺼번에 나가떨어지고 있는 것.
“대책을 세워야 할 거 아닙니까?”
“전문가들과 더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금 더 지켜보는 것으로 합시다.”
백악관에 비상이 걸린 이때 니콜라이는 키질쿰 사막에서 데니스에게 전화를 받았다.
-지금 미국은 비상사태야. 은행들의 뱅크런이 잇따르고 주택 가격이 폭락하고 있어. 우리가 공매도를 쳤던 기업들의 주가도 바닥을 치고 있고.
“그거 말하려고 전화했어?”
-지금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너도 잘 알잖아? 너 너무 태평한 거 아니야?
“시장에 나올 만한 회사들이나 잘 살펴봐.”
-인수하려고?
“좋은 조건이면.”
-백악관에서 아직 말이 없는 걸 보니 대책을 세우는 것 같은데 그 회사들이 넘어가도록 두고 보겠어?
“그게 대책을 세운다고 될 일이야? 모두 살리려면 돈을 얼마나 많이 찍어내야 하는데.”
-그렇긴 한데… 참, 오성전자 지분 25.5%까지 올렸어.
“청와대와 오성 반응은?”
-청와대는 조용해. 오성 이 회장도 우크라이나에 스마트폰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조용하네.
오성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으니 조용할 수밖에.
-이번엔 아이폰3 생산량이 엄청나던데? 노키아 공장 돌아가면서 생산량이 늘어난 거지?
“알면서 물어.”
핀란드 내의 공장은 그대로 두고 러시아에 새 공장을 지으면서 아이폰의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그 결과는 매출 증대로 나타났고.
애플의 주가가 짧은 기간에 2조 달러까지 육박한 이유는 생산량과 판매량이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주가가 조금 더 떨어지면 우리의 목표치가 돼.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뭘 어떻게 해. 돈 쓸어 담고 백악관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봐야지.”
-그럼 일단 나는 목표치까지 떨어지는 거 지켜보고 있으면서 연락 기다릴게.
“그렇게 해.”
전화를 끊자 샤샤, 키릴, 디마가 들어왔다.
“교육 성과는 어때?”
“우와! 그 사람 정말 대단하다. 전에 보긴 했지만 다시 봐도 믿기지 않을 지경이야.”
샤샤의 감탄에 키릴과 디마도 혀를 내둘렀다.
“그 사람 정체가 뭐야? 이슬람교도들은 쉽게 생각이 바뀌지 않는데 이건 뭐….”
“니콜라이 너도 봤지? 몇 달 사이에 사람들 눈빛이 완전히 바뀌었어.”
이들이 말하고 있는 그 사람의 정체는 바로….
그때 그 사람이 웨이브 된 장발을 휘날리며 들어왔다.
“마침 잘됐네요. 어서 오세요.”
시베리아 교도소의 전설적인 인물 ‘페르난도 교주’였다.
니콜라이가 중간에 앉고 그가 오른쪽 소파에 앉자 세 사람은 왼쪽에 나란히 앉아서 그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페르난도 씨는 기독교 출신인데 어떻게 이슬람교도들까지 교화할 수 있는 거죠?”
“종교는 달라도 사람을 교화하는 방법은 비슷합니다.”
느긋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그가 말을 이었다.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했던 대로 온종일 노동에 시달린 후에 일정 휴식을 주는 거죠. 그런 후에 정신 교육을 매일 하게 되면 점차 생각이 바뀌게 되어 있거든요. 세뇌가 이래서 무서운 겁니다.”
“다시 봐도 신기하군요. 말은 쉽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대표님께서 전적으로 제 의견을 들어주셨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실 자금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성공 확률이 확 떨어지거든요.”
엄청난 노동 후에 세상 편한 휴식.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교육의 반복.
페르난도는 이런 것들을 반복해 그들을 세뇌해 나가고 있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하나가 더 있었는데.
500만 명을 교화하려면 페르난도 혼자서는 무리였기에 사이비 교주 최초로 IT 시스템을 접목했던 것.
“그 사람들도 국경을 지키고 있는 자들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단 거죠?”
“한번 종교에 깊이 빠진 사람들은 더 쉽습니다. 이 사람들도 앞으로 대표님을 거의 신으로 여기게 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사기꾼으로 치부했으나 지금은 니콜라이에게 꼭 있어야 할 존재가 되면서 다시보게 되었다.
“인터넷 영상을 활용한 방법은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매일 세 군데씩 순회만 하면 되니까요.”
“좋았다니 다행이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혹,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요?”
“최고의 시설을 주셨는데 불편하다니요. 아주 만족합니다. 휴일엔 헬리콥터를 이용해 도시에서 쉬고 올 수도 있게 해 주시지 않습니까. 감사드립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뭐든 말해 주세요.”
“네, 그럼 저는 오후 교육이 있어서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페르난도가 나가자 세 사람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사람은 우리와 끝까지 가야 해. 반드시.”
샤샤의 말에 키릴과 디마도 머리를 강하게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디마. 시베리아 횡단 열차 노선을 잇는 계획은 어떻게 됐어?”
“몽골 끝 노선을 중국과 키르기스스탄 국경으로 잇는 게 가장 좋은 노선이라고 결론 났어.”
“그럼 그렇게 공사 시작하라고 해.”
“응. 그리고 도시 공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유튜브 댓글이 엄청나게 많던데 어떻게 할까?”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은 다 받아. 홍보도 되고 좋잖아.”
그렇게 키질쿰 사막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으나 미국 상황은 더욱 좋지 않게 변했다.
1개월이 더 흘러 4월이 되었을 땐 주가가 블랙홀이 공매도를 친 목표치까지 떨어지면서.
-니콜라이. 됐어!
“호들갑 떨지 말고 저번처럼 잘 흩어놔.”
블랙홀은 다시 한번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한국 정부의 연기금과 일부 투자 회사들도 초대박을 치게 되었고.
그리고 두 사람도 초대박을 쳤는데, 이번에는 CIA 국장까지 응급실로 급히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비서실장과 국장은 왜 안 보입니까?”
부시 대통령의 물음에 파월 국무장관이 대답하기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두 사람이 갑자기 쓰려져서 지금 응급실에 있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심장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허어. 무슨 이런 일이… 내가 일을 많이 시킨 건가요?”
“….”
응급실에서 VIP 실로 옮긴 CIA 국장.
그는 퇴임 후의 파라다이스를 상상하며 세상 다 가진 듯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