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절대 비밀/쇼핑 시작!
똑똑.
노크 소리에 VIP 병실에 있던 가족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의사와 간호사는 조금 전에 다녀갔는데…?”
의아한 표정을 지은 그녀가 딸에게 눈짓을 보내자 딸도 머리를 갸웃하며 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중년 사내를 본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맞이했다.
“아, 어서 오세요. 국장님.”
“아직도 몸이 안 좋은 겁니까?”
순간, 침상에 누워 있던 비서실장의 두 눈이 움찔했다.
“아니요.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여보, 국장님 오셨어요.”
“으응?”
아내의 목소리에 비서실장이 눈을 비비고 안경을 꼈다.
“국장님이 여긴 어떻게?”
“입원을 했다는데, 와 봐야지요. 대통령님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CIA 국장도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 응급실에 실려 갔었지만, 곧바로 퇴원하고 방문했다.
“잠깐 자리 좀 비워 줘.”
“네, 그럼 말씀들 나누세요.”
아내와 딸이 밖으로 나가자 비서실장이 마치 막혀 있던 뭔가를 토해 내듯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하지요?”
“….”
“다 이해합니다. 나도 너무 충격을 받아서 조금 전까지 병실에 있다가 의논할 게 있어서 온 겁니다.”
충격을 받았다는 말은 국장도 투자를 했었다가 엄청난 수익을 봤다는 뜻.
그가 먼저 마음을 열었기에 비서실장도 속내를 내비쳤다.
“국장님은 가족에게 말했습니까?”
“아직 못했습니다. 실장님도 그렇지요?”
“….”
“복권 1등 당첨된 사람들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이걸 말하자니 혹시나 비밀이 새어 나갈까 싶어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숨기자니 그건 또 가족을 속이는 것 같아 그렇고. 하아….”
“블랙홀을 따라 공매도에 들어갔던 겁니까?”
“다 알면서 물어요. 실장님은 애플과 공매도 양쪽으로 벌었겠군요?”
“그래서 충격을 두 배로 받았습니다. 가족은 아직 대출 빚이 있는 줄 알고 있는데….”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의 고민도 CIA 국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번 금액을 밝히면 가족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건 비서실장의 직책을 어떤 식으로 이용하더라도 도저히 벌 수 없는 금액이고 또, 이 금액을 밝히면 아내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마침 같은 고민을 하는 국장이 찾아오자 함께 전장을 누빈 전우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었다.
“나도 잠깐 입원해 있을 때 깊이 생각해 봤는데….”
“…?”
“당분간 숨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밀은 한 사람만 알았을 때 비밀이지 두 사람이 알게 되면 더는 비밀이 아니게 되니 말입니다.”
“역시 그렇겠죠?”
“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우리가 아무리 떳떳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우릴 달리 보게 될 겁니다. 대통령께서도 더는 우릴 신뢰하지 않을 테고요. 그러니 최대한 숨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비서실장은 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상식적으로 두 사람의 직책을 최대한 이용한다고 해도 이렇게 큰 금액을 벌 수는 없다. 그게 가능했다면 역대 고위급 인사들은 죄다 돈방석에 앉았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리 생각지 않을 것이다.
“일단 대출 빚은 갚으시지요.”
“안 그래도 갚을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국장님은 공매도에서 얼마나 버셨습니까? 참, 블랙홀 계열사에도 투자를 하신 거로 아는데?”
“다 해서 8,000만 달러 정도 됩니다. 대출에다가 이리저리 빌리기까지 해서 넣은 돈이었지요. 실장님은 여태 투자한 수익을 다 모으면 얼마나 됩니까?”
“….”
8,000만 달러가 어마어마한 금액이긴 해도 비서실장의 수익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금액 차가 너무 커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국장이 먼저 밝혔기에 비서실장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 하면….”
“…?”
“17억 5,000만 달러가 조금 넘을 겁니다.”
“네?”
전에 포브스에서 발표하려고 했던 금액은 12억 달러였는데 애플의 시가총액이 거의 2조 달러에 육박했기에 비서실장의 주식 가치도 덩달아 올랐다.
거기에 더해 공매도로도 벌어서 그의 자산은 포브스 순위로 보자면 대략 90위 내외일 터.
CIA 국장은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8,000만 달러도 문제지만, 아시다시피 저는 밝힐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 아닙니다.”
“정말 그래요. 우린 절대로 밝혀선 안 될 것 같습니다. 포브스는 내가 잘 막아 놓을 테니 실장님은 지금처럼 끝까지 비밀로 하십시오.”
결국 두 사람은 밝히지 않기로 마음을 모았다.
이어, 대화의 주제는 둘에게 은인 중의 은인이 된 니콜라이 얘기로 넘어갔다.
“블랙홀에서는 공매도로 끝낼 것 같진 않던데 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도 그렇게 보이더군요. 자료를 살펴보니 공매도를 맞은 기업들 대부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은 파산까지도 가능하단 겁니까?”
“거의 확실해요. 시간이 문제일 뿐이지. 니콜라이 대표라면 그런 기업들을 두고 보고만 있진 않을 겁니다.”
“그러면 우리도 다시 기회를 봐야지 않겠습니까?”
이번엔 비서실장과 의견이 달랐기에 국장이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우린 공매도를 친 것으로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일에 하나 이번 일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그렇겠군요. 변명할 말은 있어야 할 테니.”
공매도를 친 것과 파산을 앞둔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공매도는 아무런 정보 없이 순전히 자신들의 감으로 들어갔다고 할 수 있으나 파산한 기업들에 투자하게 되면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로 투자했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일반인들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는다. 그러나 자신들은 백악관의 비서실장과 CIA 국장이지 않은가.
이번 투자는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니콜라이 대표를 한번 만나 봐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직책이 있다 보니 마음대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국장의 중얼거림에 비서실장이 눈을 번뜩였다.
“마침 좋은 기회가 있습니다.”
“…?”
“다음 달에 부룬디와 르완다가 통일을 합니다. 니콜라이 대표가 추진한 일이니 틀림없이 거기 참석할 겁니다.”
“오, 그거 잘됐군요. 그럼 우리가 대표로 해서 간다고 하면 되겠습니다.”
니콜라이가 참석한다고 하면 부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으려 할 테니 좋은 기회였다.
“출근은 언제 할 수 있겠습니까?”
“내일 출근할 겁니다.”
“병문안 갔다고 말씀드리고 내일 출근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미국을 움직인다고 할 수 있는 실세 중의 실세인 두 사람의 방향은 이렇게 점점 니콜라이를 돕는 쪽으로 움직였다.
5월이 되자 공매도를 맞은 기업들의 주가가 갈수록 떨어지더니 끝내 첫 번째 파산 신청을 한 기업이 나왔다.
리먼브러더스.
원 역사대로 더는 버티지 못한 리먼이 항복을 선언한 것. 이 여파는 곧 다른 기업들에까지 미치면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났다.
은행들의 상황도 심각했다.
부실 채권과 뱅크런의 충격으로 인해 영업이 더는 불가능할 지경까지 되면서 세계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백악관.
당분간은 지켜보자고 했었던 부시 대통령이 비상 회의를 열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자금 지원을 해야지 않겠어요?”
“괘씸하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내버려 뒀다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겁니다. 지원을 하시죠.”
“그렇다고 모든 회사에 지원할 순 없습니다. 일단 은행들부터 지원하고 다른 회사들은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자동차 빅3부터 살려야 합니다.”
“보험회사들부터 살려 놔야 국민들의 원성이 조금이나마 사그라질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은행들이 먼저지요.”
긴 회의였으나 끝내 지원하자는 쪽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로비를 받은 곳이 제각각이었기에 어느 회사부터 살릴지에서 의견이 나뉘었다.
그러던 중 가만히 듣고만 있던 CIA 국장이 의견을 내비쳤다.
“이참에 부실기업들은 어느 정도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쉽게 자금을 지원해 주면 그들은 언제라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모두 부실기업인데 그걸 어떻게 나눈답니까?”
“그중 몇 개 기업을 시범 케이스로 보여 줘야죠. 어딜 선택할진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 보면 될 테고요.”
부시 대통령의 생각도 비슷했다.
모두 살릴 순 없다.
들어갈 금액도 금액이지만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는 물어야 국민들의 원성을 돌릴 수 있기에.
“이 문제는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 보고 어딜 살리고 어딜 버릴지 판단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백악관의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을 때, 니콜라이는 이번에도 한 발 앞서갔다.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에 들어온 부시는 세 사람과 마주 앉았다.
“몸은 괜찮나?”
“네, 심장이 좀 안 좋다는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국장은 어때요?”
“피곤이 쌓여서 잠시 정신을 잃었을 뿐 다른 병은 없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우리 같은 나이에는 매사에 조심해야 합니다.”
두 사람의 건강을 확인한 부시가 막 다시 입을 열려던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삐삑-♬
인터폰을 받은 비서실장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부시를 보았다.
“니콜라이 경제 고문 전화입니다.”
“…?”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비서실에서 연결을 안 해 주지만, 니콜라이의 전화라 무시할 수 없었던 것.
“어떻게 할까요?”
“으음. 받아 보지.”
테이블 쪽으로 전화가 돌아가자 부시가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제가 공매도를 친 기업들에 관해 의논드릴 게 있어서요.
“무슨 의논을요?”
-그 기업들이 지금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렀다는 건 아실 테니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세요.”
-블랙홀이 그 기업들을 인수하겠습니다.
순간, 부시의 눈 아래가 가는 경련을 일으켰다.
병 주고 약 준다더니. 공매도를 친 자가 이제 와서 다시 살리겠다고?
그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내가 그 말을 어떻게 판단해야겠어요?”
-어차피 내버려 두진 않을 거잖습니까?
“….”
-살리려면 결국 정부 자금이 들어가야 할 텐데 그렇게 하면 대통령님을 향한 국민들의 원성이 커질 겁니다.
“그래서요?”
-그럴 바엔 차라리 블랙홀에 넘기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중엔 은행들도 꽤 있어요.”
-블랙홀은 코리아와 재팬에도 은행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태 아무런 문제 없이 운영됐죠. 그 부분은 잘 아실 겁니다.”
부시 대통령의 미간 주름이 깊이 잡혔다.
정부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에서 살리는 방법이 최선이긴 하다.
하지만 다른 나라도 아니고 러시아의 블랙홀이라는 게 걸렸다. 또, 블랙홀은 그 회사들이 파산지경이 된 빌미를 제공한 곳이지 않나.
부시가 선뜻 대답하지 않자 니콜라이는 그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가려운 곳을 긁어 주었다.
-지금은 다른 걸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일단 살려 놓고 봐야지 않겠습니까? 저도 일부 책임을 느끼고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나 부시의 승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건 안 될 것 같군요.”
-정말 힘들겠습니까?
“다른 회사면 몰라도 블랙홀의 도움을 받을 순 없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파월 국무장관이 불만을 강하게 표했다.
“절대로 안 됩니다. 일이 이 지경이 된 게 누구 때문인데 거기에 넘깁니까. 이건 안 될 일입니다.”
부시가 가만히 있자 CIA 국장이 넌지시 끼어들었다.
“장관님. 우린 감정에 휘둘러선 안 됩니다. 정확한 사실을 두고 말씀하셔야죠.”
“그게 무슨 말이오?”
“지금 문제가 터져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여기서 몇 년이 더 흘렀다면 지금의 열 배가 넘는 금액이 들어가야 할 겁니다. 그런 부실기업들을 미리 솎아 낸 블랙홀을 욕할 수만은 없습니다.”
“크흠….”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블랙홀 편을 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편, 전화를 끊은 니콜라이가 샤샤를 보자 손으로 OK를 그렸다.
“그런데 이건 어디다 쓰게?”
“쓰면 안 되지.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내용인데.”
“그럼 왜 녹음하라고 한 거야?”
“일종의 보험 같은 거라 할 수 있지.”
니콜라이는 틀림없이 그 회사들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부시 대통령이 반대했다.
이제 블랙홀은 할 만큼 한 셈.
미국 정부가 그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소한 몇 달은 걸릴 것이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 각국의 기업들을 쇼핑 카트에 담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