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15년 후까지는/곡물, 물, 다음은 집
브룬디와 르완다 통일.
두 나라는 러시아의 도움으로 인해 드디어 통일을 이루었다.
유럽 국가들의 침략으로 오랫동안 식민지의 아픔을 겪었던 두 나라는 앙골라와 더불어 아프리카에서 경제 성장이 가장 빠른 나라가 되었다.
“통일을 축하드립니다.”
행사에 초대된 세르게이 대통령은 통일 대통령이 된 인물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각국 정상들보다 높이 예우해 준다는 뜻.
“이 모든 게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어 그는 니콜라이의 두 손을 굳게 잡으며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경제 고문에게는 어떤 말로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사실상 두 나라의 통일을 이뤄 준 인물이기에 그 어떤 찬사와 감사함으로도 모자란 감이 있었던 터라.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도 훈훈한 시선을 보냈고 기자들은 손을 맞잡은 모습을 재빨리 카메라에 담았다.
파파팍!
“우리의 힘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우린 러시아와 경제 고문의 은혜를 대를 이어 전할 겁니다. 그 은혜는 학교 교과서에도 실을 생각입니다.”
눈빛과 맞잡은 손이 너무도 강렬해 약간 부담을 느낀 니콜라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슬며시 손을 뺐다.
“이제 주민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십시오. 지난 수십 년간 고생은 차고 넘칠 만큼 했으니 말입니다. 다시는 끼니 걱정을 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겁니다.”
“약속하지요. 주민들이 헐벗고 굶주리지 않게 내 모든 역량을 쏟겠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앙골라와 두 나라의 통일을 직접 목격했다.
러시아는 달랐다.
서방 세계의 침략 이후 말뿐인 약속과 경제 수탈이 아니라 행동과 경제 지원으로 보여 준 러시아.
이런 결과들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의 마음은 러시아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앞으로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다양하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경제 고문의 말이라면 뭐든 따를 생각이니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조언이라니요. 양국은 이제 친구가 된 겁니다.”
“친구라, 하하. 참으로 좋습니다.”
정상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니콜라이는 저녁이 되었을 때 두 사람을 만났다.
백악관보다 경계가 더 삼엄한 호텔로 들어선 두 사람은 로비에 있는 니콜라이에게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오랜만입니다. 여기서 두 분을 만나니 색다른 기분이군요.”
국무장관과 CIA 국장은 경호원들이 신경 쓰였지만 어쩔 수 없이 그와 마주 앉았다.
“반갑습니다.”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 배우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겁니까? 타이타닉 흥행에 이어 이번엔 아바타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죠?”
“블랙홀 엔터테인먼트에서 신경 쓰고 있는 작품이긴 합니다.”
국장의 다소 실없는 말에 국무장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크흠. 대통령님을 대신해 의견을 묻고자 만나자고 한 겁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십시오. 한 시간은 비울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국무장관은 다른 나라로 치면 국무총리와 같은 지위다.
그런데 일개 기업인이 시간을 운운해?
‘건방진.’
러시아의 경제 고문이라고 해도 이렇게 나올 순 없었기에 국무장관의 표정이 잔뜩 굳었다.
시간이 없었기에 국무장관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공매도를 한 기업들 말입니다. 정말 블랙홀이 모두 인수할 의사가 있는 겁니까?”
“저는 누구처럼 간을 보는 성격이 아닙니다. 한번 뱉은 말은 되도록 지키려고 노력하죠.”
“이번 사태는 경제 고문이 일으킨 것이나 마찬가진데 기업들을 인수한다고 하면 우리 입장이 뭐가 되는 겁니까?”
“대통령님이 반대하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일은 생각을 접었습니다만? 그 일 때문에 오신 거라면 그만하시죠.”
직접 인수할 생각이 없다고 하니 국무장관은 화제를 돌렸다.
“저는 경고를 하려고 왔습니다.”
“…?”
“블랙홀이 미국 경제에 너무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요.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게 백악관의 입장입니다.”
“이해가 좀 되지 않습니다.”
“전에는 여러 일이 있어서 조용히 넘어갔지만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면 더는 두고 보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
미국이 드디어 칼을 빼든 것이다.
그런데 니콜라이의 표정은 담담했다. 마치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이.
“그렇게 하십시오. 미국과 관련된 일이면 먼저 백악관에 통보하겠습니다.”
“할 말이 그것뿐입니까?”
“일개 기업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미국 대통령이 경고를 했으면 죽었다 생각하고 찌그러져 있어야죠.”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도 너무 깊이 개입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블랙홀은 사업과 관련된 일만 하란 겁니다.”
“알겠습니다.”
반응이 있어야 뭔가 성취감 같은 것이 생기는데 상대가 반응이 너무 없자 국무장관은 김이 팍 샜다.
“하실 말씀 다 하셨습니까?”
“뭐 그렇습니다.”
“그럼 이만 일어나시죠. 저도 일이 좀 있어서.”
선제공격을 한 사람은 국무장관인데 왠지 당한 느낌이 들었기에 그의 기분은 더욱 좋지 않았다.
축객령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뗐지만, CIA 국장은 그대로 있었다.
“안 갈 겁니까?”
“따로 할 말이 있어서요. 먼저 가십시오.”
두 사람을 잠깐 번갈아 보던 그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는 이내 호텔 밖으로 나갔다.
“국무장관이 요즘 신경이 좀 날카롭습니다. 자신이 내세운 일들이 모두 매끄럽지 않아서 말입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은 물론 미국의 여러 중대한 결정에도 그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는데 그 일들이 모두 매끄럽지 않은 결과를 보인 터라.
“국장님께서는 저보다 얼굴이 더 좋으신 것 같군요?”
“하하, 요즘 그런 말 많이 듣고 있습니다. 좋은 일들이 많다 보니.”
“하실 말씀이 뭔가요?”
“아, 별다른 건 아니고 전에 말씀하셨던 것 때문에요.”
“…?”
“셰일가스 기업들 정보 외에 다른 것을….”
CIA 국장이 정보를 준 덕분에 그 기업들을 모두 인수할 수 있었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지.’
니콜라이의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저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주변을 한번 둘러본 국장이 몸을 앞으로 숙이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공매도한 기업들에 백악관이 구제 금융을 지원한다고 해도 6개월 이상은 걸릴 겁니다.”
니콜라이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머리를 끄덕였다.
“이런 일은 정부와 인수 협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폭락한 주식을 기업이 사 모은다면 백악관에서도 나설 수 없게 됩니다. 그걸 막으면 세계 금융을 통제하겠다는 것과 같으니까요.”
“그렇죠.”
“정말 인수할 생각이 있다면 그냥 주식 매입을 하는 쪽이 확실할 겁니다.”
역시 돈 앞에서는 장사 없다고. 돈맛을 톡톡히 본 국장의 입에서는 더 중요한 정보가 나왔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부실 주택들이 수백만 채가 쏟아졌습니다. 은행들이 파산 상태에 이르면서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 내놓은 것들이죠. 정부에서도 이걸 해결하긴 해야 하는데 수가 너무 많아서 방법을 못 찾고 있습니다.”
“…!”
“지금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은 이 주택 문제거든요. 이걸 잘 활용해 보시면 블랙홀이 큰 이득을 보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아주 중요한 정보였다.
‘수백만 채의 주택이 나왔단 말이지….’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에서.
니콜라이는 기자 시절 집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게 있었기에 이건 그냥 넘어가기 아까웠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겠군요?”
“말도 마십시오. 50%는 보통이고 거의 75%까지 떨어진 곳들도 있을 정돕니다.”
“그렇게 떨어졌는데 안 삽니까?”
“떨어졌어도 그전에 가격이 워낙 많이 올랐던 주택들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거든요. 주택들이 지금도 계속 쏟아지고 있어서 함부로 못 사는 거죠.”
니콜라이가 깊은 관심을 보이자 말을 마친 CIA 국장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지금 세계적으로 위기가 왔다고들 하는데 기업들 주식도 떨어지고 있고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가지고 계신 주식들이 대부분 블랙홀 계열사 주식이지 않습니까?”
“모두 블랙홀 계열사 주식입니다.”
“그럼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대로 계속 가지고 계십시오. 혹, 조금 떨어지는 곳이 있으면 더 사들여도 좋고요.”
“오!”
너무도 시원한 답변이라 국장의 표정이 더없이 밝아졌다. 마치 십 년 묵은 체기가 쑥 내려간 듯했다.
“한 말씀 더 드리자면….”
“네. 두 말씀 하셔도 됩니다.”
“그 기업들은 앞으로 15년 후까지도 절대로 팔지 마십시오.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흔들려선 안 됩니다. 훗날 정말 불안하시면 그때 절 찾아오십시오.”
“아, 감사합니다. 절대로 안 팔겠습니다. 절대로요.”
“혹시 이번에 공매도 따라오신 겁니까?”
“크흠. 아실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데 사실 비서실장도 따라갔었습니다.”
두 사람이 유독 친근하게 대하더니. 그 이유가 이거였다.
“그러면 실장님께도 방금 말씀드렸던 걸 전해 주시죠. 앞으로 우린 같은 배를 탄 겁니다.”
“그렇죠.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겁니다. 맞습니다.”
CIA 국장은 오래 있을 수 없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엉덩이를 뗐다.
“국무장관이 기다리고 있어서 이만 가 봐야겠습니다.”
이어 눈짓을 보내곤 호텔 밖으로 나갔다.
‘CIA 국장과 비서실장이 날 많이 도와주는군.’
부시 대통령이 지금까지 블랙홀을 강하게 견제하지 않았던 이유가 저 두 사람 덕분이었다.
블랙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두 사람이 교묘하게 문제의 핵심을 틀어 버렸으니까.
‘미국 주택들이 헐값에 나왔다라….’
니콜라이는 행사를 다 마친 후 일단 키질쿰 사막으로 향했다.
미국 기업들의 파산신청에 이어 주택 가격의 폭락.
그 여파는 강력한 태풍이 되어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백악관에서도 문제가 걷잡을 수 없게 됐음을 인지하고 깊은 고민에 싸였다.
“기업들의 부실 채권 규모가 너무 큽니다. 구제 금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거기다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로 인해 부실 주택의 수가 800만 채가 넘습니다.”
한 채당 대략 25만 달러만 잡아도 무려 1조 8,750만 달러다.
이걸 정부에서 해결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
거기다 부실기업들까지 해결해야 한다.
미국이 아무리 기축통화국이라도 이만큼의 돈을 찍어 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설혹, 찍어내어서 해결하게 되면 글로벌 금융 위기의 충격은 더욱 커질 것.
부시 대통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원 역사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근 10년이 넘게 걸렸기에 한 번에 해결하기란 불가능한 상태였다.
비서실장의 보고에 부시가 물었다.
“어디부터 살리는 게 좋을 것 같나?”
“그나마 괜찮은 기업들부터 살린다고 해도 이 충격을 피해 가긴 어려울 듯합니다.”
CIA 국장도 심각성에 기름을 퍼부었다.
“우리의 중장기 국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EU 쪽도 벌써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요.”
“부실기업들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지만 800만 채가 넘는 부실 주택들이 가장 문제입니다. 4인 가족으로만 따져도 3,200만 명이 거리로 내몰리게 됐으니 말입니다.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공화당은 참패를 면치 못할 겁니다.”
국무장관까지 가세하자 부시 대통령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다들 아는 내용이고. 대책은 뭡니까?”
대책이 있었다면 전문가들이 먼저 말을 했겠지.
풍선 효과처럼 한쪽을 누르면 반드시 한쪽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는 사태라 모두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비서실장이 모두 알고는 있으나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전에 니콜라이 대표가 했던 말 말입니다.”
“…!”
“부실기업들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부시 대통령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더욱 구겨졌다.
CIA 국장과 국무장관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말이 예상되어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고개를 숙이란 말이야?”
“그런 뜻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습니까?”
“분명히 말하지만 블랙홀, 아니 니콜라이 대표의 도움을 받을 일은 없어.”
지금까지는 그래도 이렇게까지 반발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이러는 것이 이상했다.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블랙홀을 견제하라고 하셨을 정도니.’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새해에 가족들이 모였을 때 조용히 따로 자리를 마련한 자리에서 아버지는 블랙홀과 니콜라이를 강력히 견제하라고 했었다.
부시 대통령도 심각성을 느끼고 이렇게 강력히 대응하는 것. 그러나 그 대응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준(연방준비제도. FRB)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지금 상황에서 모든 기업을 살릴 순 없다고 했습니다. 몇 개 기업으로 추려야 한다고….”
“흐음.”
돈 복사가 가능한 나라이지만 연준의장에게 대통령이 명령을 내릴 순 없었기에 부시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갔다.
한편, 사막에서 데니스에게 세계 상황을 보고받고 있던 그는 이제는 움직일 때가 됐음을 알았다.
“전에 메일로 보냈던 기업들 명단 말이야.”
-시작하게?
“그 기업들을 다 인수하긴 무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곳들만 간추려서 보낼 테니까 조용히 시작해 봐.”
-그러자면 페이퍼 컴퍼니를 다시 사용해야겠네.
“그 방법밖엔 없잖아. 그리고 건설 사장한테 말해 놓을 테니까 세계 각국에 나와 있는 주택들 싹 사들여.”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주택 가격들 폭락했잖아.”
-아무리 폭락했더라도 세계적으로 사들이자면 미국이 나서도 안 되는 일이란 거 너도 잘 알면서 그런 말을 해?
“누가 우리 돈으로 산다고 했어?”
-엥? 그럼 무슨 돈으로? 대출로는 어림도 없는데?
세계 각국의 폭락한 주택들.
니콜라이는 이번 기회에 전생의 ‘집 없이 살았던 설움’을 원 없이 풀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