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새로운 공화국들/비상이 걸린 샌드위치
‘스탄’ 국가들의 현실은 과거의 몽골과 비슷하다.
몽골처럼 바다가 없다 보니 해상 물류가 불가능했다.
동쪽은 중국, 동북쪽은 러시아, 서쪽은 이슬람 때문에 전쟁이 끊이질 않기에 스스로는 외부로 나갈 수가 없었다.
카자흐스탄 같은 경우는 러시아와 몽골에 완전히 에워싸인 격이라 더욱 불안했다.
이건 세 나라와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버린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도 마찬가지였다.
즉, 러시아의 도움이 끊겨 버리는 그때가 바로 세 나라의 몰락이 시작된다는 뜻.
그랬기에 여태 조용히 지냈었는데 엄청난 수의 난민으로 인해 강하게 항의했던 것.
니콜라이는 이런 사실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터라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슬며시 압박하는 동시에 당근을 제시했다.
“키질쿰 사막으로 유입되는 난민들의 수가 계속 늘어서 이러시는 거 아닙니까?”
“그렇소.”
카자흐스탄의 대통령으로 원 역사에서는 무려 29년간을 집권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가 대표로 답했다.
“수가 는다고 해서 난민들이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거긴 러시아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데요.”
“그게 그리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무려 500만 명이 아프가니스탄인입니다. 그들이 여러 인종과 섞였다곤 해도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요.”
“어느 나라든 이런 종류의 위험성은 일부 안고들 있습니다. 미국도 흑인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고요.”
“그래도 우린 화약고를 옆에 두긴 무척 불안합니다.”
불안감은 시작은 작지만, 나중엔 정상들의 판단마저 집어삼킬 정도로 커져서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지금은 불안감을 해소해 줘야 할 터.
“그전에 먼저 세 분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
“세 나라는 왜 공화국 편입을 주저하는 겁니까?”
단도직입으로 물은 말에, 세 정상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미 여섯 나라가 공화국으로 편입해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룩한 걸 봤음에도 편입하지 않은 이유가 분명히 있었기에.
니콜라이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공화국으로 편입하게 되면 자신들의 입지가 오래가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겠지.’
원 역사에서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29년이나 집권했으니 그 욕심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사실, 그가 주변국 정상들을 설득해서 여태 버텼던 것.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합치자는 겁니까? 우린 우리의 길을 가고 싶을 뿐입니다.”
“객관적으로 따져 봐도 세 나라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건 세 분께서도 잘 아실 텐데요?”
“크흠….”
“아시다시피 우리 러시아는 정상들의 자리를 온전히 보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앞서 편입한 공화국 정상들만 봐도 알 수 있죠.”
지금은 그렇지만 훗날 그들이 있었던 직책은 대통령이 아니라 ‘공화국 시장’ 개념으로 바뀔 것이다.
“우린 약속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단지 공화국으로 편입만 하라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
잠시 말을 끊은 니콜라이가 세르게이 대통령을 보자 그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게 정 힘들다면 키질쿰 사막의 국경을 개방하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오?”
“러시아가 공화국들과의 국경을 없앤 것처럼, 세 나라도 국경을 없애 주십시오. 그러면 지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겁니다.”
키질쿰 사막 공사가 완전히 끝나면 어차피 세 나라 국민이 특별 자치구로 넘어가면서 국경은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사막엔 각종 생산 공장들도 많이 있을 테니 세 나라는 더 많은 지원을 더 빨리 받을 수 있게 된다.
“때가 왔을 때 잘 판단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까지 누렸던 걸 계속 누릴 수 있게 되실 테니까요.”
“…!”
당근 후에 다시 강력한 압력을 넣어 보았다.
“먼저 국경을 없애고 공화국으로 편입하는 걸 깊이 생각해 보셔야 할 겁니다. 남은 8개국 중에 세 나라가 마지막이 될 땐….”
“…?”
“지금처럼 좋은 말로 하진 않을 테니 말입니다.”
군사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말에 세 정상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지금 우릴 협박하는 거요?”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속으로 무척이나 놀랐다.
‘설마 군사력까지 생각했을 줄은 몰랐군. 잘못하다간 정말 큰일 나겠어.’
뺏길 바엔 다른 나라 정상들처럼 좋은 조건으로 편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는 옆의 두 정상과 잠깐 시선을 교환했다.
“우린 할 만큼 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호의를 보일 때 좋은 조건으로 편입하는 방법을 말씀드린 거죠.”
세르게이 대통령이 아무 말이 없었기에 이건 그의 생각이라는 뜻.
“크흠. 일단 돌아가서 깊이 의논한 후에 답변하도록 하지요.”
“그렇게 하십시오.”
세 사람이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 같으냐?”
“먼저 국경을 없애는 것엔 합의할 겁니다.”
“공화국 편입은?”
“그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키질쿰 사막 공사가 끝나고 주민들이 왕래를 시작하면 그들도 느끼는 것이 있을 테니 곧 결정을 내릴 겁니다.”
“저들이 더는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야.”
“과한 욕심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 줘야죠.”
둘이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샤샤가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저는 만날 사람이 있어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나도 신형 스텔스기와 무기 시연이 있어서 나가봐야겠어. 너는 나중에 보겠다고 했지?”
“드론 부대 방문한 후에 가 보려고요.”
“그럼 나중에 보자꾸나.”
니콜라이가 샤샤와 함께 조금 떨어져 있는 귀빈실로 들어가자 차를 마시고 있던 일론 머스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민정수석과 얘길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니콜라이의 대화가 길어질 걸 안 민정수석이 영민하게 대처한 모양이었다.
“고문님. 정상들은 나갔습니까?”
“조금 전에 나갔어요.”“그럼 제가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한번 만나 봐도 되겠습니까?”
“아, 수석이 카자흐스탄 출신이었죠?”
“네. 잘 설득해 보겠습니다.”
“잘됐군요. 어서 가 보세요.”
“네. 그럼.”
그가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자 귀빈실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
데니스가 중요한 부분들은 모두 끝낸 상태라 니콜라이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분 50%를 넘기는 조건으로 7,500만 달러를 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데니스가 깎아서 결정된 금액이었다.
원 역사에서는 1억 달러였으니 2,500만 달러를 절약한 셈.
“네. 테슬라의 가치가 그 정도는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가치가 있는 회사에 왜 다른 투자자들은 투자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먼저 기를 좀 죽여 놓고 시작하려는 생각으로 슬며시 꺼낸 말에 일론 머스크의 감정이 얼굴에 바로 나타났다.
“아, 저는 테슬라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했기에 투자하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무슨 일로 보자고 한 건가요?”
“대표님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입니다.”
“무슨 생각을요?”
“대표님께서 지분 50%를 인수하게 되면 훗날 테슬라가 상장했을 때 최대 주주가 됩니다. 그러면 경영권 문제가….”
원 역사에서 테슬라는 2010년 6월, 나스닥에 상장했으니 앞으로 2년 정도 남았다.
“블랙홀이 인수하거나 투자한 자회사와 계열사들을 보면 경영권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이 정도면 답변이 됐나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전기 자동차의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두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사실, 러시아에서 전기 자동차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1년 중 영하의 기온을 유지하는 지역들이 대부분이라 전기 자동차를 운행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엘진 화학의 지분을 사들이고 드론 택시를 만들어 내면서, 배터리만 더욱 발전시키면 테슬라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던 것.
“블랙홀의 자동차 계열사들과 테슬라가 협업하면 새로운 운송 수단들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테면 러시아가 만든 드론 택시를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 그런 뜻이 있으셨군요.”
“엘진 화학에도 말해 놓을 테니 잘 협업해 보십시오. 그럼, 만족한 답변이 됐으면 계약을 추진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최종 책임자들의 결정이 떨어지자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자동차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할 테슬라마저 블랙홀의 계열사가 되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은 핸드폰과 더불어 블랙홀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한편, 카자흐스탄까지 따라간 민정수석은 대통령을 설득해 나갔다.
“세르게이 대통령님은 임기 내에 모든 독립국의 공화국 편입을 원하십니다. 세 나라가 편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설 땐… 정말 군사력을 동원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생기겠어요?”
“사실, 대통령님보다는 니콜라이 경제 고문의 의지가 더 확고할 겁니다. 앙골라 내전과 멕시코 사태를 생각해 보십시오.”
“크흠….”
“경제 고문은 같은 편에는 한없이 친절하고 자비롭지만, 적이라 판단되면 조금의 인정도 없는 분입니다. 시베리아 교도소도 그런 의미로 생긴 거고요.”
대통령이라고 왜 이런 사실을 모르겠나.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 번 결정되면 더는 무를 수 없으니까.
“간단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파이가 더 커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되면서, 카자흐스탄은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되는 겁니다. 그만큼 대통령님께 돌아가는 혜택도 커지는 것이고요.”
“그렇긴 한데….”
“이런 일은 숨겨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정말 무슨 이유로 공화국 편입을 꺼리시는 겁니까?”
“소비에트 독립국들이 모두 공화국으로 편입된 후를 걱정하는 겁니다. 지금은 아무런 문제없이 잘해 준다고 해도, 그 후에 러시아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누가 알겠어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뜻.
하지만 민정수석의 답변은 너무도 명쾌했다.
“모두 공화국으로 편입되고 카자흐스탄만 남으면, 그땐 상황이 더 힘들어질 텐데요? 러시아 정부가 지금처럼 좋은 말로 나오겠습니까?”
니콜라이도 비슷한 말을 했기에 대통령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아시다시피 세르게이 대통령의 뒤는 니콜라이 경제 고문일 겁니다.”“뭐 그렇겠지요.”
“경제 고문께서는 약속을 천금같이 지키시는 분입니다. 설마하니 대통령님을 강제로 끌어 내리겠습니까?”
“….”
원 역사에서 29년간 권력을 잡은 그였기에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도 지금이 아니면 다신 기회가 없다는 걸 알았기에 민정수석의 설득에 마음이 급격히 기울었다.
“정부의 요구대로 먼저 국경을 없애고 대통령님께서 두 나라 정상들을 설득해 주십시오. 그러면 세르게이 대통령과 니콜라이 경제 고문도 더 극진히 대하실 겁니다.”
“…흐음.”
“전에 말씀드렸던 곡물 수출량을 줄인다는 건 사실입니다. 당장 결정을 하지 않으시면 다음 달부터 바로 시행될 테니 잘 판단하셔야 할 겁니다.”
“…저녁까지 시간 좀 줄 수 있겠어요?”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민정수석은 정부에서 제공해 준 숙소에서 저녁까지 기다렸으나 다음 날 오전에 다시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오전 11시가 되었을 때 대통령궁으로 들어갔다.
밤새 고민을 많이 한 것인지 대통령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정상과 깊이 논의해 봤는데, 먼저 국경부터 없애기로 하고 공화국 편입은 내년 1월 1일에 하는 것으로 협의를 봤습니다.”
민정수석은 속으로 우라!(만세!)를 외쳤다.
“잘 판단하셨습니다. 제가 돌아가서 이 기쁜 소식을 직접 전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민정수석이 잘 좀 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손을 굳게 마주 잡았다.
소비에트 독립국 중 세 나라까지 편입이 되면 이제 남은 곳은 5개국뿐이다.
민정수석은 빠르게 러시아로 돌아가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세르게이 대통령과 니콜라이는 두 사람도 해결하지 못한 일을 수석이 이렇게 빨리 처리하자 그의 능력을 더욱 높이 샀다.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군. 민정수석이 언제고 큰일을 해낼 줄 알았지.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큰일을 해냈습니다. 블랙홀에서 큰 선물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아니야.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갈 순 없지. 니콜라이 네가 신경 좀 써 주거라.”
“네.”
러시아 정부는 곧바로 언론에 발표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키질쿰 사막과의 국경을 없앤다!】
이어, 2009년 1월 1일부터 세 나라가 러시아 공화국으로 편입한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세계는 러시아의 광폭 행보에 또다시 놀랐다.
특히, 이 세 나라와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가 되어 있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비상이 걸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