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한반도 영웅의 탄생/아! 간도
뉴욕 UN 본부 사무총장실.
청와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반기면 사무총장은 널뛰는 가슴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 말을 더듬었다.
“휴, 휴전선을 넘겠다고요?”
-그렇습니다.
“…언제 말입니까?”
-15일 자정에요.
“하아….”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한국이 전쟁을 선포하다니.
너무도 믿기지 않는 말이라 사무총장은 재차 물었다.
“확실합니까? 정말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겁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15일 자정에 휴전선을 넘어 평양으로 진격할 겁니다.
“흐음….”
-총장님도 한국인이시니 마음이 어떠실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닙니다. 제 마음은 모르실 겁니다. 저는 한국인이기 앞서 UN 사무총장입니다. 제 판단에 따라 한반도의 역사가 바뀌게 될 텐데….”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UN에 통보는 해야 하기에 이렇게 전화를 드린 겁니다.
“하아… 제게 너무 큰 짐을 지우시는군요.”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힌 사무총장은 중요한 부분들을 확인해 나갔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남북은 폐허가 될 겁니다. 그러면 한국이 승리해도 그 피해가 막심할 텐데, 대체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하셨습니까?”
-우리 군이 큰 피해를 입을 일은 없을 거요.
“그게 무슨…?”
-북한군이 우릴 향해 총구를 겨눌 일은 없을 거란 말이오.
한국군이 휴전선을 넘는 데 가만히 있어?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하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개통된 후부터 남북관계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지만, 이건 말이 되질 않는다.
“이해가 안 됩니다. 북한군이 어떤 이유로 말입니까?”
-더는 말씀드리지 못하나, 전면전을 치르는 일은 없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국이 전쟁을 선포했다.
앞서 UN 사무총장직을 말하며 둘러댔지만, 그에겐 가족이 먼저였다.
아내를 뺀 가족 친척들이 모두 한국에 있는데 걱정하지 말라니.
대통령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자 그는 속이 타들어 갔다.
“휴전상태라 언제든 전쟁을 할 수 있다곤 해도, 회원국들이 이해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통보만으로는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없습니다.”
-명분은, 국방위원장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오.
“…?”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공식 석상에 잘 나오지 않은 것과 몸무게가 몰라보게 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생명이 위태로운 정도였던가?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면 정확한 정보가 있다는 뜻.
한국의 정보력은 러시아와 손을 잡은 후부터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거기다 이건 남북문제야.’
한반도 문제니만큼 청와대의 정보가 UN을 훨씬 앞설 것이기에 그는 대통령의 말을 믿었다.
“그 말씀은 국방위원장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15일쯤에, 생을 마감하게 될 거요.
날짜까지 말할 정도면 거의 확실하단 얘기.
‘설마 암살을?’
아내다. 이건 너무 나갔다.
한국 대통령이 그럴만한 인물은 아니고 암살의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모르진 않을 테니.
‘정신 바짝 차려야겠군.’
사무총장 자신도 한국인이라 이 사태에 모든 힘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UN 회원국에게 이번 사태를 잘 이해시키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UN 쪽은 제가 잘 처리할 테니 대통령께서는 양쪽의 피해가 최소한이 되는 데에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모쪼록 한국에 피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게 되길 원합니다.
“흐음. 2011년 12월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겨울이 되겠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총장님께서도 당분간은 힘든 나날이 되겠군요. 하지만 크리스마스 전에, 태극기가 꽂혀 있는 모습을 보게 되실 겁니다. 주석궁에서요.
성탄절을 평양에서 보낼 수 있다라.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지는 사무총장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휴전선을 넘는 명분은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 외에 하나 더 있는데….
“…?”
-그건 곧 알게 되실 겁니다.
곧 알게 된다기에 더는 묻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그는 미국과 EU를 포함한 회원국들을 잘 설득시키기 위해, 사무총장에 오른 이후로 머리를 가장 많이 굴렸다.
한편, 니콜라이는 오래전 자신이 바꾼 것을 참 잘했다고 느꼈다.
‘그걸 낮춘 게 장수의 비결이었어.’
장선택과 국방위원장의 세 아들을 만나 술을 진탕 마시고 집무실로 돌아와 샤샤 앞에서 헛구역질을 해댔다.
“어후, 속 아파 죽겠네. 맨날 보드카만 퍼마셨나 왜 그리 쎄?”
평양으로 들어가는 보드카 수가 꽤 많았기에 해본 말인데, 샤샤가 바로 이해되는 말을 했다.
“도수를 40도까지 낮췄기 망정이지 옛날처럼 60도 넘었으면 어쩔뻔했어?”
“더 낮출까?”
“40도가 딱 좋아. 더 낮추면 시위할걸?”
“그래. 뭐 많이만 안 마시면 되지. 참, 그 사람은?”
“옆방에 와 있는데, 불러?”
머리를 끄덕이자 옆방으로 들어간 샤샤가 웬 늙은 군인과 함께 나왔다.
어깨에 큼지막한 별이 하나 박혀 있는.
조선인민군 차수 리철순.
한국의 계급으로는 대장(포스타)이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닙니다. 모스크바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힘든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속드린 대로 뒷일은 제가 모두 책임지고 처리해 드리죠.”
한국군이 휴전선을 넘는 또 하나의 명분을 만들어 줄 인물.
국방위원장과 장선택, 세 아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북한의 최고 권력자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인 리철순은 마치 자신에게 세뇌하는 것처럼 힘주어 말했다.
“저는 배신자가 아닙니다.”
“…?”
“인민의 행복과 한반도 통일을 위해, 정말 힘든 결단을 내린 겁니다. 이 점을… 정확히 해 주십시오.”
“아, 그럼요. 청와대에 확실히 말해 두죠. 그리고 주신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형 집행에서 제외하겠습니다.”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게 되면 리철순 차수가 이 전쟁의 명분을 만들어 줄 것이라,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기로 약속했다.
니콜라이는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다.
“우리와 손을 잡기로 결단한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대통령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를 믿은 것이 아니라 니콜라이 대통령을 믿었다.
니콜라이가 블랙홀 대표로 있으면서 많은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잘 알기에.
고비 사막을 도시로 만들면서 북한 인민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직접 봤었다.
이라크 반군을 처단하고 멕시코 사태를 해결할 때, 북한 특수부대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도 직접 봤었다.
그리고 내몽골, 동북 삼성이 자치구로 변하는 모습. 앙골라와 르완다/부룬디가 통일하는 모습까지도 직접 봤었고.
또,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쓴 것도 자세히 알고 있었던 터라, 니콜라이라면 북한의 인민을 버리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이런 말을 진심으로 말하자.
“크흠.”
니콜라이는 대놓고 칭찬을 듣는 것 같아 조금 무안했다.
그러나 샤샤는 리철순 차수의 마음이 이해된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끄덕했다.
말을 마친 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이번에는 더 깊은 무안을 주었다.
“한반도가 통일이 되더라도 대통령님의 임기 동안에는 북쪽이 러시아의 통제를 받길 원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건가요?”
“남조선의 경제가 세계 수위를 다툰다지만 수십 년간 세뇌를 받은 북조선 주민들을 단기간에 교화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건 경제와는 다른 문제이니 말입니다. 양쪽 주민들의 이념적 마찰은 정치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큽니다.”
“그렇겠죠.”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고비 특별 자치구와 러시아를 오가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곤 해도, 북한 전체로 보면 미미한 수다.
“그리고 러시아가 통일된 북쪽에 영향력을 깊이 행사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에 큰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우리 북조선은 비록 힘이 없어서 중국에 요구하지 못했지만, 간도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아! 간도가 있었다.
간도는 동북 삼성을 2시 방향에서 7시 30분 대각선 방향으로 쭉 잘랐을 때, 아래쪽에 해당하는 지역들이다.
전생에 한국인이면서 기자였던 니콜라이는 간도에 관한 지식이 꽤 되었다.
“과거엔 어림도 없었지만, 통일 후에는 중국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땅을 되찾겠다는 거니까요.”
리철순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저는 대통령께서 경제 고문 시절 내몽골과 동북 삼성에 왜 그렇게 심혈을 기울이셨는지를 깊이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국방위원장께서 알아보라고 지시를 했었거든요. 물론, 제가 고민한 내용을 보고하진 않았습니다.”
“….”
“그때 내린 결론은, 대통령께서 한반도에 깊은 애정이 있으시다는 거였습니다. 가장 먼저 사업을 진행한 나라가 남조선이셨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가스관까지 연결하셨지 않습니까? 저는 그 모든 것들이 단순히 러시아의 이익을 위한 것으론 보이지 않았습니다.”
“…!”
“그런 분이 동북 삼성에 속해 있는 간도를 러시아 땅으로 만들진 않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러시아가 북조선처럼 땅이 좁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순간, 가만히 듣고 있던 샤샤의 눈이 번쩍였다.
자신이 평소 생각했던 것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통일 대한민국이 중국에 간도를 요구하면 중국은 명분이 약해집니다. 지금은 동북 삼성을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으니 대통령께서 승인만 하신다면 간도는 100여 년 만에 한반도의 품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흐음.”
“이번엔 제가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십시오.”
“대통령께서는 간도를 러시아 땅으로 만드실 겁니까?”
생각 외로 머리가 정말 뛰어난 인물이다.
그랬으니 목숨을 걸고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 했겠지만. 그렇더라도 이 정도까지 생각이 깊을 줄이야.
“그 답변은… 통일이 된 후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차수님에게만 특별히 가장 먼저 말씀드리죠. 이거면 답변이 됐겠죠?”
“감사합니다.”
리철순은 이 말이 뭘 뜻하는지 알았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니콜라이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기에 그도 미소로 답했다.
샤샤도 그를 향해 니콜라이와 비슷한 미소를 보냈다.
“그럼 저는 평양으로 돌아가서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곧 제가 직접 연락을 드리죠.”
국방위원장과 네 명이 없는 북한.
한반도 북쪽의 최고 권력자 리철순은 이렇게 러시아로 완전히 돌아섰다.
파풀리아스 대통령이 그리스를 살린 영웅으로 예약된 것처럼, 리철순 차수도 통일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예약되었다.
다음날.
보드카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정신을 잃다시피 하며 잠든 장선택과 세 아들.
속이 더부룩하던 그들은 아침 메뉴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릴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겁니까?”
“모스크바에도 남조선 식당이 많아서 요리사를 초청해 만들었습니다. 술 마신 다음 날 먹기에 좋다고 해서 준비해 봤는데, 어떻습니까?”
라밀 비서실장의 물음에 콩나물국을 마신 장선택이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으 시원하다. 좋지요. 사실 먹을 게 걱정이 좀 됐는데, 설마 돼지 해장국까지 준비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김정운과 형제들도 기름진 러시아 음식이 나올까 싶었다가 이런 반가운 음식들이 나오자 미소를 머금었다.
“식사를 마치시면 생에 처음 경험하게 될 것들이 많을 겁니다.”
“호오, 그거 기대되는군요.”
해장국을 깨끗이 비운 그들을 보며 라밀 비서실장은 속으로 네 명의 최후를 떠올렸다.
‘이게 너희들에겐 최후의 만찬이 될 거야.’
네 명은 온천에 몸을 푹 담근 후, 생에 처음으로 드론 택시에 올랐다.
그리고 모스크바를 빠져나가 다른 도시들을 둘러보며 러시아에만 있는 신문물들을 경험했다.
이제 이틀만 잡아 두면 된다.
이틀 후 니콜라이가 리철순에게 전화하는 즉시, 휴전선에 있는 부대들은 완전히 무장해제 될 것이다.
국방위원장의 사망하는 때가 15일 오전 10시 35분이니 자정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다.
최후가 될 것임은 꿈에도 모르고 네 명이 러시아에 묶여 있으면서 이틀이 빠르게 흘렀다.
12월 15일 오전 11시.
니콜라이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 리철순 차수는 부하에게 급히 보고를 받았다.
“위, 위원장님께서 돌아가셨답니다.”
“뭐?”
그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번호가 뜨지 않았으나 그는 누구에게 걸려온 것인지 알았다.
일단 부하를 내보내고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대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접니다. 위원장님 소식은 들으셨죠?
“그, 그걸 어떻게 정확히…?
-우리 요원들은 세계 각국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국에 깊이 개입해 있죠. 북조선이라고 없겠습니까?
“…역시 그렇군요.”
-지금이 UN에 요청할 때입니다.
지금 북한에는 리철순 차수의 서열이 가장 높기에 가능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UN에 요청하겠습니다. 체제 안정을 위해 남조선군을 파병해 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