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한국도 은근슬쩍/집단 구타의 결과
1998~2000년에 있었던 닷컴버블 사태.
2007~2008년에 있었던 세계금융위기.
두 번의 위기로 많은 나라가 경제난에 허덕였지만, 지금에 비하면 가벼운 충격파였다.
그땐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파산하는 수준에 그쳤다.
미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괜찮은 기업들은 블랙홀이 인수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몇몇 국가들이 크게 흔들리긴 했지만, 그것 역시 블랙홀이 나서면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차원이 아니지.’
글로벌 기업들이 흔들린 것만으로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해 버렸는데, 지금은 달러와 미국 국채의 가치가 폭락해 버렸으니 말이다.
거기다 헬륨-3의 등장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이 큰 변화를 일으켰다.
세계적인 국가 차원의 위기.
G20에 속한 국가 중에서도 파산을 걱정하는 곳이 있을 정도였다.
그 아래 급의 웬만한 국가들은 산소 호흡기로 아슬아슬하게 연명해 가고 있을 뿐, 그걸 떼면 바로 사망이었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잘 나가다가 과거의 영광을 잃은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그리고 핀란드까지.
러시아의 발트 3국과 인접한 핀란드.
산타클로스의 고향 핀란드는 결국 노키아를 지켜내지 못했다.
블랙홀이 공장을 완전히 러시아로 이전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아예 못 살았던 국가들보다는 이들처럼 애매한 위치에 있는 나라들이 피해를 더 많이 입었다.
이로 인해 네 나라는 EU의 골칫덩이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반대로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해 미리 준비해 왔던 러시아와 한국은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오히려 투자금이 두 나라로 쏠리면서 반사 이익을 얻었다.
부산역 롯데리아에서 한우 스테이크 버거 세트를 먹고 있던 커플은 오성 스마트폰을 보며 계획을 세웠다.
“환율 덕을 톡톡히 보게 됐는데 이참에 여행이나 다닐까?”
“오빠, 좋아 가자! 이탈리아 어때?”
“좋지. 시베리아 횡단 드론 침대 버스로 갈까?”
“아, 나 그거 꼭 타 보고 싶었어. 저번 주에 서윤이가 버스 타고 모스크바 갔다고 얼마나 자랑을 해 대는지. 우리 꼭 가자!”
“콜! 그럼 표 예약할게.”
“예약은 내가 할게. 오빠 나 때문에 돈 많이 썼잖아.”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엘진 스마트폰으로 왕복권을 예약해 나갔다.
휴전선이 사라지고 남북이 완전히 하나가 된 상태였기에 부산역에서 드론 침대 버스를 타면 영국까지 갈 수 있었다.
유럽으로 가는 노선은 다섯 가지였는데 가장 인기가 좋은 노선은.
부산역->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우크라이나->영국이었다.
총 50시간이 걸리는데 중간중간 내려서 잠시 관광을 할 수 있었다.
영국 블랙홀 지사.
“대표님이 이탈리아는 먼저 페라리부터 인수하라고 하셨어.”
“시가총액이 250억 달러까지 떨어져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인수하면 수소차 고급 모델 생산을 맡기는 겁니까?”
“그러시겠지.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데까지만 사들여 봐.”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베르사체, 발렌티노, 프라다, 구찌 같은 10위 권 내의 명품 회사들도 모두 사들이라고 하셨어.”
“대표님은 명품엔 별 관심이 없으셨던 거로 알고 있는데요?”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고가 미술품과 명품은 싫어하는 수준이지.”
“그런데 왜…?”
데니스도 정확한 이유를 몰랐다.
‘또 뭘 하려고 그러지?’
특이한 결정을 내릴 땐 항상 특이한 결과가 나왔기에 기대감이 잔뜩 생긴 데니스였다.
니콜라이의 지시를 받은 데니스는 페라리와 명품 기업들을 시작으로 각국의 알짜 기업들을 흡수해 나갔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알짜 기업들도 대상에 포함되었는데 블랙홀이 너무 공격적으로 인수하자 각국 정부에서 항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크렘린궁으로 먼저 전화를 건 정상은 이탈리아 총리였다.
“기업 인수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국가의 GDP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만 쏙쏙 가져가 버리면 우린 어쩌란 겁니까?”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항의에 니콜라이는 간단하게 답했다.
-저는 이탈리아를 도우려고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나오시니 그냥 내버려 둘까요?
“아니,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
내버려 두면 그 기업들은 결국 파산을 면치 못하기에 총리는 국내 상황을 자세히 전하며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블랙홀이 인수한 기업들 대부분이 국가산업에 속한지라 조금 걱정이 되어서….”
-러시아 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장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혹시 모두 러시아로 이전하려는 건 아니시죠?
-글쎄요. 아직 결정된 건 없습니다.
“그 말씀은… 옮길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일부는 남겨 두겠지만 본사와 중요한 부분들은 옮길 수도 있을 겁니다.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만큼은 국내에 남겨 주십시오. 지금 같이 어려운 때 그 사람들 해고되면 일할 곳이 없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참고만 하겠다.
받아들이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나타났다.
각국의 알짜 기업들이 속속 블랙홀의 자회사로 들어가 버리자 유럽 정상들도 이탈리아 총리처럼 항의했다.
“너무하십니다. 우리가 그 기업들을 키우려고 수십 년간 얼마나 많은 자금을 투자했는데 이렇게 쉽게 가져가 버리시다니요.”
-아시다시피 블랙홀은 투자회사입니다. 기회가 왔는데 그럼 손가락만 빨고 있으란 겁니까? 총리께서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스페인이 우리 입장이라면 가만 보고만 있었겠습니까?
“크흠… 경영권은 남겨주시고 일정 지분만 인수하시는 것으로 해 주십시오.”
-경영권 없이 무슨 사업을 하라고요. 죄송하지만 그렇겐 못 하겠습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도 이탈리아 총리처럼 거절을 당하고 주먹을 불끈 거머쥐었다.
‘EU의 힘으로도 먹히지 않는데 스페인 단독으로는 어림도 없어. 하긴 뭐, 미국조차 러시아의 힘에 항복해 버렸을 정도니.’
니콜라이는 이번만큼은 예외를 두지 않았다.
다시 오기 힘든 인생 최대의 기회라 판단하고, 괜찮다 싶은 기업들은 죄다 쓸어 담았다.
그런데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블랙홀로 흡수되는 것에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는데 국민은 오히려 이를 반겼다.
“블랙홀의 자회사나 계열사가 되면 좋지. 안 그래?”
“당연하지. 정부는 괜히 나서서 우리 앞길을 막으려고 해. 이러다 블랙홀이 포기하고 시장에 내놔 버리면 우린 끝인데. 이거 걱정되네.”
“이럴 게 아니라 우리가 정부에 항의 전화를 해 볼까?”
“아, 그러자. 우리 밥그릇은 우리가 챙겨야지.”
다른 나라 상황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각국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놓여 버렸다.
월스트리트를 뛰어넘어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가 된 러시아의 소치 증권거래소.
세계 1위인 이곳에서조차 블랙홀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시가총액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블랙홀이 스페인 ZARA 인수했어! 본격적으로 사들여!”
“블랙홀이 스위스 네슬레 인수했어!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 모두 사들여!”
증권맨들은 블랙홀이 움직이면 바로 뒤를 따랐을 정도로 블랙홀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다.
러시아 기업들과 블랙홀의 움직임만큼 주목을 끄는 기업들이 있었다.
한국 기업들.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러시아에 진 빚과 다른 빚들까지 갚은 지 오래였고,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도 탄탄했기에 블랙홀처럼 공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애플, 노키아, 엘진과 더불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4등분하고 있는 오성 전자의 행보가 남달랐다.
“부회장님. 유니레버(Unilever. ULVR)인수를 끝냈습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회사로 유명한 바셀린과 수많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88개 국가에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회사였지만 이번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영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오성 그룹으로 넘어가 버렸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 후로 오성 그룹을 물려받았지만, 지금처럼 큰일은 반드시 니콜라이에게 조언을 구했다.
‘니콜라이 대통령께 조언을 구한 덕에 쉽게 인수할 수 있었어.’
아버지와 더불어 오래전부터 친분을 쌓아오며 지켜봤던 터라 그의 롤모델은 언제나 러시아와 니콜라이였다.
이처럼 오성 그룹은 조언에 따라 인수를 했지만 대부분은 독자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했는데, 그 중 대표 기업이 서동식품과 오또기다.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해외 판매를 못 했었던 멕심 커피믹스.
이는 설립 때부터 판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기업과 해외 판매 금지 계약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크래프트 푸드 그룹’이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서동식품이 해외판권을 사 버렸다.
이때부터 한국커피가 세계를 제패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오또기는 ‘크래프트 푸드 그룹’에 속한 하인즈 케첩과 마요네즈 부문만 떼어서 인수했다.
또 다른 분야에서는 한국의 종묘 회사들이 외국의 종자 특허권을 대거 사들였다.
원 역사에서 동아시아 경제 위기(IMF) 때 국내 종자 특허권 대부분을 외국에 빼앗겨 버렸다.
그랬기에 청양고추를 사 먹을 때마다 ‘몬산토’에게 로열티를 지급해야 했었는데 그 설움을 갚은 것이다.
러시아와 한국은 이렇게 세계의 알짜 기업들을 속속들이 인수해 나갔다.
* * *
수많은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영국에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영국인 8명이 한국인 유튜버 한 명을 구타한 사건.
눈을 양옆으로 찢으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을 했기에 유튜버가 그러지 말라고 항의했다가 집단 구타를 당한 사건이었다.
이에 주영 한국 대사관에서는 8명을 잡아들일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EU에서 탈퇴한 영국은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
탈퇴 초기에는 큰 타격이 없었으나 점차 EU와의 무역에 수많은 걸림돌이 생기면서 충격의 여파가 쌓여갔다.
그러다 EU의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미국으로 인해 세계금융위기까지 촉발하면서 교사가 끼니를 걱정하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줄 서세요. 오늘은 UN에서 돼지고기를 보내와서 300g씩 드릴 수 있습니다. 빵은 한 명당 하나씩만 가져갈 수 있어요.”
“밀가루는 없나요?”
“지금은 모자라서 배급할 수 없지만 다음 주에 우크라이나 공화국에서 보내 준다고 연락 왔어요.”
“채소는 당근밖에 없나요?”
“그것도 어렵게 구한 거예요. 다른 구역에서는 당근 배급 안 하고 있어요.”
원 역사에서도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교사들과 일반인들이 UN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받으려고 줄을 선 일은 유명했다.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계 3위 경제 대국 한국의 항의라 영국 정부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명백히 인종차별에 의한 집단 구타였기에 거부할 수도 없었다.
원 역사였으면 어림도 없었겠으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로 바뀌었기에 영국 정부는 8명을 잡아들여 한국에 인도하기로 했다.
“우리는 배급 받아서 살아가는데 코리아 놈은 여행 왔다고 해서 좀 때렸는데, 그게 뭐 그렇게 큰일입니까?”
“이 자식아, 국적을 봐 가면서 때렸어야지. 화풀이하려면 저팬이나 차이나 놈들을 때리던가 왜 코리아를 건드려?”
사내들의 불만에 경찰관은 안 됐다는 얼굴로 머리를 흔들었다.
“너희들 그거 알고는 있어?”
“뭐 말입니까?”
“중범죄자들은 모두 러시아의 시베리아 교도소로 간다는 거 몰라?”
“네? 몰랐습니다.”
“하아… 행운이 따르길 빈다. 잘들 가. 주말에 교회 가면 기도는 한 번 해줄게.”
“정말 우리 시베리아로 가는 겁니까?”
“그럼 내가 장난하는 줄 알았냐?”
“이런 씨.”
얼굴이 벌게진 8명이 온갖 욕설을 쏟아냈다.
“힘 아껴둬. 거기 가면 힘쓸 일 많을 테니까. 그럼 무운을 빈다.”
그렇게 결국 8명은 영국 정부의 버림을 받고 한국으로 끌려갔다.
이어 경찰관이 말했던 대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던져져 교도소로 끌려갔다.
“흐음, 너희 8명이 우리 러시아의 혈맹국인 코리아 남자를 집단 구타했다고?”
“….”
“교도관.”
“네, 소장님.”
“이들은 한국인들 거주지로 보내요.”
“거기 보냈다가 잘못하면 죽을 수도….”
“어떻게 될지는 하늘에 맡겨야죠. 그냥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그날부터 8명은 30분에 한 번씩 한국인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입이 터지고 이까지 뽑히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게 되는 지경이 되었다.
한편, 세계 경제가 폭풍을 맞은 듯이 요동치고 있을 때, 니콜라이는 몇 개국 정상들을 크렘린궁으로 초청했다.
그리스와 인접한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러시아의 발트 3국인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와 인접한 핀란드.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지리적으로 폴란드를 중앙에 두고 압박하는 모양새의 나라들이라는 것.
니콜라이는 이 나라들의 정상들과 담판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