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미래를 위한 보험/5개국의 결정
니콜라이의 초대로 크렘린궁에 모인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와 핀란드 정상.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자 미국까지 러시아와 손잡았고 EU도 눈치를 보는 와중에 초대를 받은 터라 고민이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제 앞가림하기조차 힘들게 됐습니다. 혹시, 최근에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에게 연락받은 적이 있나요?”
“우린 없습니다.”
유하 시필래 핀란드 총리(대기업 출신)의 말에 세 나라 정상들도 머리를 흔들었다.
“이건 EU의 리더 격인 독일과 프랑스조차도 다른 나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아시다시피 지금은 세계 경제의 흐름이 바뀌었어요. 이런 마당에 EU나 미국에 연연할 필요가 있습니까?”
“….”
“자국의 경제력이 따라주지 않는 상태에서 유로화를 선택했을 때 생기는 단점을 지난 15년간 경험해 보셨잖아요.”
설득한다기보다는 당면한 사실들을 다시 짚어주고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들을 어필했다.
니콜라이는 압력을 행사할 생각은 없었다.
선택할 기회만 줄 뿐이다.
“AAU는 각국의 통화를 존중합니다. 굳이 합치지 않아도 충분히 경제협력을 할 수 있으니까요. 러시아의 동맹국들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는 직접 보셨으니 잘 아실 겁니다.”
EU를 탈퇴하고 경이로운 경제 성장을 이룬 그리스의 사례가 있지 않나?
당신들도 그런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된다.
AAU에 가입하기만 하면.
다른 나라들은 가입을 못 해서 안달인데 이 4개국은 EU 회원국들이라 눈치를 보느라 망설이고 있었기에 초청했던 것.
하지만 그 망설임도 오래갈 것 같지 않았다.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할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 AAU 회원국에는 헬륨-3를 우선 공급하고 기반 시설을 짓는 비용까지도 차관 형식으로 지원해 드릴 겁니다.”
“….”
“헬륨-3가 본격적으로 석유와 가스를 대체하게 되면 그땐 늦습니다. 그래서 미국조차도 우리와 손을 잡은 것이죠.”
가만히 듣고 있던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군인 출신)이 물었다.
“미국도 손을 잡았는데 독일과 프랑스는 왜 가만히 있는 것 같습니까?”
“미국은 달러가 기축 통화의 힘을 잃으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지만 EU는 아직 견딜 만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헬륨-3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결과는 뻔한데도요?”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으시는 모양인데, 저는 이해가 됩니다.”
“…?”
개인이든 단체든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심사숙고하면서 여러 가지 이해타산을 따지기 마련이다.
수십 개의 회원국이 속한 EU라면 더욱.
특히, 독일 같은 나라는 한번 정해진 것을 잘 바꾸지 않고, 바꾸더라도 상당히 느리다.
갈라파고스화된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변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건 맞다.
“행정 시스템만 보더라도 알 수 있죠. 우리 러시아의 행정 시스템이 세계 최고라 하면서도 지금까지 이를 받아들여서 쓰고 있는 나라는 코리아가 유일합니다. 이 작은 것도 이런데, 그렇게 큰일을 결정하는 건 EU로서는 쉽지 않겠죠.”
“….”
“EU의 리더 격인 독일은 지금껏 누려왔던 것들을 쉽게 내려놓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메르켈 총리가 러시아와 손잡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까?”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최초의 독일계)의 물음에 니콜라이는 머리를 흔들었다.
“잡기는 할 겁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문제죠. 앞서 말씀드렸지만, 헬륨-3가 기존의 에너지를 본격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늦습니다. 그땐 지금과 같은 지원을 해 주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정말 나중에는 기술지원을 하지 않는 겁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땐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겠군요?”
“네 분께 처음 말씀드린 겁니다.”
정상들은 잠시 차로 목을 축이며 서로의 표정을 살폈다.
EU를 탈퇴하고 AAU에 가입하면 그들도 많은 혜택이 따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EU 탈퇴를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 장고를 거듭했다.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흐르고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군인 출신)이 뭔가를 결정했다는 듯이 물었다.
“지금의 러시아라면 굳이 우리와 손을 잡지 않아도 될 텐데 왜 이렇게 공을 들이시는 겁니까?”
“지형 때문입니다.”
“…?”
니콜라이는 뒤 책상으로 머리를 돌렸다.
“샤샤, 지도 띄워 봐.”
“네.”
뒤의 벽 화면 쪽으로 이동한 니콜라이는 지도에서 4개국 지역을 확대했다.
“여기 보시면 4개국은 우리 공화국들 또는 동맹국과 인접해 있습니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그리스와 접하고 있거나 가깝고, 핀란드는 발트 3국과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접해 있죠”
“우리 슬로바키아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는 말을 걸지 않아서 섭섭했던지 안드레이 키스카(사업가 출신)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슬로바키아도 우크라이나와 동쪽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가 외세에 크게 뚫린 건 딱 세 번인데,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 나폴레옹의 프랑스, 히틀러의 나치 독일 때였습니다.”
“그렇지요.”
“대부분 평야로 이루어져 있는 우크라이나가 뚫려 버리면 모스크바까진 고속도로처럼 뚫려 버리는데, 프랑스와 독일이 이 루트를 타고 진격했죠.”
“그 말씀은 우리 4개국을 서방 세계의 방패막이로 쓰겠다는 겁니까?”
슬로바키아 대통령의 직설적인 물음에 3개국 정상들이 니콜라이를 빤히 보았다.
설마 그건 아니지?
“맞습니다.”
“네?”
정상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핀란드, 발트 3국, 벨라루스,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방패처럼 러시아를 막아주는 형국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니콜라이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
4개국을 친구로 받아들이려면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걸 숨긴다고 정상들이 어디 모를 사람들인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방패가 뚫리게 되면 모스크바도 큰 피해를 입게 되면서 러시아는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모든 걸 다 동원해 이 나라들을 지켜내려 할 겁니다.”
“크흠….”
“여태 지켜보셔서 아시겠지만 우린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와는 다릅니다.”
여기까지만 말하고 더는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말이 많아지면 변명이 되어 버린다.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렸으니 결정은 네 분이 하시면 됩니다.”
다시 대통령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하지만 처음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침묵이었다.
그들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러시아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걸 알기에 초청에 응했던 것이고, 니콜라이의 진심까지 알게 되면서 러시아 쪽으로 더욱 기울었다.
서로 얼굴을 보며 무언의 결정을 내린 것인지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흐음… 사실, 얼마 전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변호사 출신)을 만났습니다.”
“…!?”
세 정상도 처음 듣는 말인지 관심을 보였다.
“폴란드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많이 얽혀 있어서 러시아의 팽창을 많이 걱정하더군요. 미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은 후로 NATO가 사실상 해체된 거나 같은 상황이라 더욱 그랬습니다.”
“….”
“4개국이 AAU에 가입하게 되면 폴란드는 중간에 고립된 형국이 됩니다. 그러니 압박감을 더욱 심하게 느끼게 될 겁니다.”
“그렇겠죠.”
“대통령께서 폴란드에게 먼저 손을 내밀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방패를 만들 생각이라면 지리상으로 중간에 있는 폴란드의 중요성이 가장 큰데도 4개국만 초청한 것에 대해 물은 것.
니콜라이는 폴란드를 설득하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먼저 4개국부터 설득한 후에 만나려고 했었다.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그 부분을 정확히 집어내고 마음을 열자 니콜라이도 다시 진심을 내보였다.
“말씀하신 내용이 모두 맞습니다. 폴란드의 중요성이 가장 크지만, 양국이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4개국 정상들을 먼저 초청한 겁니다. 저는 폴란드가 원하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우리가 설득해 보겠습니다. 폴란드가 응하면 AAU 회원국으로 받아 주시는 거지요?”
“물론입니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세 나라 정상들을 바라보았다.
“AAU의 가입 문제는 폴란드를 먼저 설득한 후에 함께 결정하는 것으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좋은 생각이군요.”
4개국 정상들이 모두 마음을 모았다.
폴란드가 과거의 복잡한 관계를 잊고 AAU에 가입하겠다고 하면 5개국이 한꺼번에 가입하게 된다.
니콜라이는 이들이 나서 줌으로써 일이 더 잘 풀리게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럼 저는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가시죠. 밖에 헬륨-3 배터리를 장착한 드론 승용차를 준비해 뒀습니다.”
“오오! 우리가 처음 타는 겁니까?”
“새로운 모델이라 정상들께서 최초로 탑승하시는 겁니다. 비행기가 조금 빠르긴 해도 드론 승용차로 이동하면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거 아이처럼 기대되는군요.”
“감사합니다, 혹시 도착하더라도 며칠만 더 써도 되겠습니까?”
“기사를 딸려서 30일간 빌려 드릴 테니 편히 쓰십시오.”
헬륨-3 배터리를 장착한 드론 승용차의 배터리 충전 주기는 무려 60일이나 되었다.
우라늄 에너지의 100배나 되는 위력이라.
이것도 일부러 줄여서 60일로 맞춘 거였다.
24시간을 운행한다는 기준으로 60일이고 충전 비용이 무척 저렴해 택시 기사들은 하루빨리 상용화되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시범적으로 일단 100대만 만들어서 문제점들이 없는지 검토를 마친 상태였다.
몇 달 후부터 러시아 내수용으로 먼저 판매를 시작하면 이것 때문에 다시 세계가 발칵 뒤집힐 것이다.
“하하, 역시 대통령께서는 시원시원하십니다. 잘 쓰겠습니다. 그럼.”
4개국 정상들은 그길로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니콜라이와 나눴던 얘기를 그대로 전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러시아가 먼저 손을 내민 것에 집중했다.
“니콜라이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민 게 맞습니까?”
“두 분이 만나면 바로 알게 될 텐데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틀림없이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역사 적인 문제 때문에 우릴 먼저 초청한 것뿐이었어요.”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AAU에 가입하게 되면 얻게 되는 것들로 폴란드 대통령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우리가 결정을 미룬 건 폴란드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리시면 우리 4개국도 바로 AAU에 가입할 겁니다.”
“독일과 프랑스가 어떻게 나올지….”
“미국도 손을 잡은 마당이고 지금 그리스가 어떻게 변했습니까? 우리가 타고 온 드론 승용차 보셨지요?”
“네, 봤습니다.”
“그게 헬륨-3 배터리로 교체한 승용찹니다. 곧 러시아의 모든 차가 교체된다더군요. 이 말은 러시아의 모든 에너지원이 헬륨-3로 바뀐다는 겁니다.”
머잖아 우방국들에게도 같은 일이 진행될 거란 뜻.
폴란드 대통령의 마음은 폭풍우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요동쳤다.
“그래도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께는 미리 말씀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떠날 때 떠나더라도 마무리는 잘 지어야지요.”
“그렇긴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함께 만나보도록 하시지요.”
“그렇게 합시다.”
5개국 정상들은 메르켈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만나 그간의 상황을 말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미국까지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EU를 탈퇴하겠다고 한 것이라도 두 정상으로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5개국 정상들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후였기에 결국, 그들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수밖엔 없었다.
정상들은 이 결정을 바로 크렘린궁으로 전했다.
“잘 결정하셨습니다. AAU 회원국이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로써 러시아는 서방 세계들을 일차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방패를 만들어 두게 되었다.
서방 국가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지금의 러시아를 무력으로 치고 들어오진 않겠지만 이건 먼 미래를 위한 일종의 보험이었다.
NATO와 EU를 넘어서는 힘을 가진 AAU에 세계의 그 어떤 나라가 함부로 덤빌 수 있겠나.
5개국이 AAU에 가입했다는 사실은 빠르게 세계로 전해졌다.
동시에 EU의 독일과 프랑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면서 6개월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