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35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35화
035 계약서/스탠퍼드의 학사와 박사
발해 유적지 발굴은 한국 국민의 깊은 관심 속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파트 방향과 반대인 북쪽으로 발굴을 하면 할수록 유적은 끊이질 않고 나왔다.
여기서 한국 정부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이곳을 어디서 관리할 거냐?
타국이라는 점 때문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우리가 관리해 줬으면 한다고요?”
니콜라이의 물음에 김 박사는 정부의 입장에 자기 생각까지 보탰다.
“네, 아시다시피 유적지가 워낙 넓기도 하지만 이곳을 관리하자면 예산이 계속 편성되어야 합니다.”
“그렇겠죠.”
“현 정부는 국민 여론에 밀려서 특별 예산을 편성했지만, 다음 정권도 이렇게 해 줄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김 박사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유적지가 방치될까 싶어 걱정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래서 정부와 우리 사학계에서는 유니콘 그룹의 니콜라이 씨가 계속 관리해 주셨으면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요?”
“네, 명목상으론 유니콘 그룹에서 관리하는 거지만 총책임자는 니콜라이 씨가 됐으면 합니다.”
니콜라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돈 안 되는 일을 왜 자신한테 맡겨서 귀찮게 하냐? 라는 표정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알아서 내 품에 안기는군. 그렇다고 너무 좋아하면 티 나. 최대한 싫다는 모습을….’
“정부와 사학계의 입장이 이해가 가긴 합니다. 그런데 그건 그쪽 입장이고요.”
“…?”
“이 넓은 곳을 계속 유지 관리하자면 말씀하셨다시피 돈이 많이 들 텐데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실 겁니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마냥 정부 예산만 기다릴 순 없잖아요.”
잘했다.
늘 그렇듯이 적당한 거절은 미덕이면서 수익 창출의 기본이니.
“그 부분도 결론을 냈습니다. 이 지역을 관광지로 만드는 겁니다.”
“관광지로요?”
니콜라이가 그린 청사진과 딱 일치했다.
“네. 이곳을 박물관으로 만들고 관광객들에게 공개하면 거기서 들어오는 돈이 꽤 될 겁니다. 그걸로 유지 관리를 하는 것이죠.”
“그 말씀은 벌어들이는 돈을 전부 제가 아니, 우리 유니콘 그룹이?”
“가지게 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당연히 땡큐지. 그걸 뭘 묻고 확인하려 들어.
그러나 니콜라이는 발가락에 힘을 줘서 안으로 오므렸다.
잘못하다간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땡큐!’가 튀어 나갈 것 같아서.
“크흠. 러시아 박물관도 아니고, 유지가 되려면 코리아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곳까지 와야 하는데 얼마나 올지….”
“어렵겠습니까?”
“뭐 꼭 어렵다기보다…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
“정부의 직인이 찍힌 계약서를 써 주시면 우리 유니콘 그룹이 책임지고 맡겠습니다.”
입으로만 한 말을 어떻게 믿고?
뭐든 ‘만사 불여튼튼’ 하려면 명백한 증거를 남겨야 하는 법.
“이런 말씀 드리긴 좀 뭐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사정권이 정치를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문민정부다 뭐다 해도 언제 또 상황이 바뀔지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인데…?”
이 사람이 적당히 넘어가지. 거기서 훅 들어오면 무안해지잖아.
“코리아는 대통령 임기가 5년이죠?”
“맞습니다.”
“여긴 연임할 수 있습니다. 옐친 대통령이 4년 더 할 거란 건 거의 기정사실이죠. 거기다 유니콘 그룹입니다. 유니콘이 어떤 기업인지는 그쪽에서도 알아보셨을 텐데요?”
이런 중요한 일을 제안하면서 유니콘 그룹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고르바초프 서기장 때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을 버틴 기업이란 말이지.
몇 년하고 물러나는 대통령보다 더 믿음이 가지 않나?
역시, 김 박사의 얼굴에서도 인정한다는 티가 났다.
“우리도 유니콘 그룹을 믿습니다. 그래서 맡기려는 것이고요. 하지만 계약서를 쓰는 부분은 제 소관이 아니라서 정부에 보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죠. 그럼 가셔서 이 부분을 해결하시고 다시 오시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 * *
니콜라이는 영국에 있는 데니스를 뺀 가족과 함께, 유리 유수포프가 따로 마련해 둔 모스크바 외곽의 휴양지로 갔다.
이번엔 외가 쪽 사람들까지 온 터라 어디 인도의 대가족을 연상케 했다.
“니콜라이, 전화 왔어.”
“누군데?”
“김 박사님. 코리아야.”
샤샤가 건넨 수화기를 받은 니콜라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김 박사님.”
-회사에 연락했더니 휴양지에 계신다고 해서 이쪽으로 연락드렸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거긴 음력을 쇠죠?”
-네. 여긴 1월 30일부터 연휴가 시작됩니다. 전에 말씀하셨던 계약 말입니다.
“어떻게 됐나요?”
-니콜라이 씨가 원하시는 대로 됐습니다.
“잘 됐군요.”
-계약서는 제가 가지고 다시 들어가겠습니다. 정부 직인이 찍혀 있을 테니까 니콜라이 씨가 서명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해도 됩니까?”
-바쁘실 것 같아서 좀 무리한 부탁을 했는데 들어주시더군요.
고리타분할 줄 알았는데 김 박사님이 일 처리를 참 잘하셔.
“우수리스크 현장엔 11일에 갈 건데, 괜찮을까요?”
-어차피 저는 발굴 때문에 그전에 가 있을 겁니다. 휴가 잘 보내고 오십시오.
“그럼 11일에 뵙는 거로 하시죠.”
전화를 끊은 니콜라이는 박물관을 어떻게 운영할지 벌써부터 머리를 굴렸다.
‘빨대를 제대로 꽂으려면 한국 사람들이 전율을 느낄 정도로 만들어 둬야겠지? 한 번 본 사람은 절대로 잊지 못하게. 구경한 사람들이 소문을 쫙 퍼트려 줄 거야.’
수학여행지로도 괜찮고, 단체 관광 코스로도 인기가 많게 될 것이다.
* * *
옷을 두툼하게 차려 입은 니콜라이는 다차 앞에 있는 강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유리 유수포프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인 자하르가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남자들은 대부분 낚시를 했으나 여자들은 춥다며 다차에서 시간을 보냈다.
“사돈 낚시 실력이 보통이 아니군요. 찌를 넣었다 하면 큰 놈들이 쑥쑥 올라오니 말입니다.”
“오랜만에 낚싯대를 들었더니 운이 따라 주나 봅니다. 허허.”
러시아의 경제계와 법조계를 쥐락펴락하는 두 사람이라 다차 주변엔 총을 든 경호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렇게 편안하게 낚시를 즐겨 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1년에 한 번이라도 가족들끼리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연락만 주시면 꼭 참석하겠습니다.”
가족과 일상적인 이야기만 오가던 대화가 점점 현실적인 대화로 옮겨 갔다.
“사돈, 요즘 체첸 전쟁 때문에 정부 인사들이 불만이 좀 있지요?”
“왜 없겠습니까. 경제가 이런 마당에 굳이 지금 전쟁까지 해야 했냐며 곳곳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거기다 내부적으로는 총기 규제까지 전면적으로 진행했으니… 국민이야 좋겠지만 불평불만이 있는 자들이 많을 겁니다.”
“불평불만이야 있겠지만 사돈이 잘 추진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뭐 특별히 한 건 없습니다. 니콜라이의 제안을 진행한 것뿐이니까요.”
“그렇더라도 모든 불만과 위협은 사돈이 짊어지게 됐으니 대단한 일을 하신 거지요. 옐친 대통령도 반발이 심할 것을 우려해 최근에야 결정을 내렸을 정도니 말입니다.”
총기 규제 때문에 러시아 전역이 시끄러운 건 사실이었다.
니콜라이의 조언대로 마피아 냄새만 풍겨도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잡아갔지만, 총기류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소비에트 연방 때부터 뿌려졌던 것이었기에.
마냥 기다릴 수만 없었던 자하르는 강수를 뒀었다.
6개월 안에 자진신고를 해라.
하지 않았다가 적발될 시엔 5년간 감옥행에 처한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전역에서 엄청난 양의 총기류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 중 군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은 체첸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곳으로 보내졌다.
두 사람의 대화가 나라 이야기에서 사업 쪽으로 방향을 틀자, 니콜라이는 유리 유수포프에게 새로운 사업에 관해 넌지시 말했다.
그러나 가족의 반응은 평소와 달리 시큰둥했다.
“지금 인터넷망 사업도 결실을 보자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다시 IT 기업에 투자하겠단 말이냐? 흐음….”
유리는 평소 니콜라이 말이라면 무조건이랄 수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대답을 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걸 둘째 예고르도 느끼고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보탰다.
“U마트를 더 키우는 게 낫지 않겠어? 굼 백화점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신경 많이 써야 할 테고. 네가 벌여놓은 일 때문에 이반 형님이 고생을 너무 많이 하시잖아. 적당히 좀 해.”
이때만 해도 IT 분야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하달 수 있었다.
…는 개뿔.
이건 그냥 니콜라이의 말을 반대하기 위한 반대일 뿐이다.
예고르가 비꼬듯이 한 말을 들은 이반이, 떡밥을 다시 끼우고 낚싯대를 뒤로 빙 돌렸다.
그런데 그게 아주 우연히도 예고르의 약지 마디 사이에 푹 꽂혀버렸다.
낚시 경력 25년인 이반의 소심한 복수였다.
니콜라이는 아버지의 특별한 자식 사랑에 속으로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인터넷망 사업을 꼭 가져와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 IT 분야 사업은 자동차를 수백만 대 수출하거나 천연가스를 수백만 톤 수출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테니까요.”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냐? 아직 인터넷망도 안 깔렸는데 벌써부터 그리 예상하는 건.”
“숙부님. 제가 여태껏 앞서가서 실패한 사업이 있었습니까?”
이때다 싶었는지 키릴이 얄밉게 끼어들었다.
“아파트는? 자그마치 5,000세대야.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팔려고?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살 사람이 얼마나 될 거 같아? 공업단지 직원들도 먹고살기 바빠서 살 사람이 많지 않을걸?”
자기의 말이 꽤 논리정연하다고 생각했는지 키릴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러나 니콜라이는 이렇게 나올 줄 이미 예상한 터라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툭 내뱉었다.
“러시아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대부분 숙부님과 형님처럼 안 된다고 할 겁니다. 반대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뭐?”
예고르가 발끈하자 니콜라이는 자신의 옆머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한 사람이 머리를 잘 쓰면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제가 건설업과 제조업에 투자한 건 그 때문이죠. 그런데 두 분야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걸 보완하려면 반드시 IT 산업을 선점해야만 합니다.”
예고르와 키릴과는 달리 유리 유수포프는 가능성을 본 것인지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숙부님.”
“…?”
“셋째 숙부님과 연락을 주고받으시는 것 같은데. 숯을 가까이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옷에 묻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숙부님마저 우크라이나로 가시면 키릴 형님 가슴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조심해라. 계속 딴지 걸면 안턴 숙부처럼 보내는 수가 있다.
숙부에게 하는 말이라고 하기엔 다소 저돌적인 뜻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유리가 아무런 말이 없으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예고르와 키릴이 잡아먹을 듯이 니콜라이를 노려보았다.
반면에 자하르와 이반의 얼굴엔 가는 미소가 떠올랐다.
“네 의견은 잘 알겠다.”
유리가 남은 떡밥을 강에 다 뿌려 버리더니 낚싯대를 탁 놓고 일어났다.
“그래서, 네가 투자하려는 기업이 어디냐?”
* * *
세계 금융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영국에 니콜라이 명의로 투자 회사를 차린 데니스.
그는 동생의 뜻에 따라 한 대학교에 와 있었다.
“저기, 컴퓨터 과학과 건물이…?”
사내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멀찍이 보이는 표지판을 가리켰다.
“땡큐!”
일리야가 뽑아 낸 신상정보를 이미 숙지하고 있었던 데니스는, 주변을 구경하며 해당 건물로 털레털레 걸어갔다.
“건물은 옥스퍼드가 좀 더 멋진 것 같은데….”
그러다 캠퍼스를 거니는 한 무리의 학생들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여학생들이 예쁘면 학교도 좋은 거야.”
모교보다 스탠퍼드에 점수를 더 많이 주는 데니스였다.
얼마 후,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드디어 한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절 왜 찾는 거죠?”
데니스는 아무 말 없이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그러자 사내가 흠칫했으나 이내 봉투를 집어 들고 뜯었다.
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좆까! 니가 날 어떻게 우연히 알아?》
“이건…?”
“제 동생이 이걸 전해 주면 알아볼 거라고 했습니다.”
데니스는 니콜라이가 이 문구를 프린트해서 주라고 했던 때를 떠올렸다.
-이걸 정말 주라고?
-주면 안다니까 그러네. 지금 석사 과정 중일 테니까 찾아가서 내 말대로 그냥 줘.
-알겠다. 그런데 두 번째 만나야 할 사람도 스탠퍼드에 있어?
-응. 그 사람은 전기공학과 박사 과정 중이야. 동양인이고.
1995년 원래 역사에서도 두 인물은 스탠퍼드 대학교 학생 신분이었다.
-옥스퍼드엔 없냐?
-없어! 형도 그냥 스탠퍼드로 유학 가지, 옥스퍼드에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갔어?
-이 자식이 형한테 말을 해도 꼭. 근데 마지막 사람도 미국에 있단 말이지?
-워싱턴에. 고르바초프 서기장처럼 앞머리가 없어서 쉽게 눈에 띌 거야.
생각을 접고 현실로 돌아온 데니스가 물었다.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나요?”
“그러죠. 마침 저도 전할 말이 있었거든요. 니콜라이 씨에게요.”
곧, 구글을 만들 세르게이 브린.
그는 니콜라이가 미국에서 찾으라고 한 3명 중 첫 번째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