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37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37화
037 현금 부자/달러를 다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계약서를 인쇄하고 돌아온 키릴.
그는 자기를 마치 초등학교 학생처럼 야단치는 니콜라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계약서 한 장이 잘못되면 무려 아파트 한 채가 그냥 날아가. 그런데 인쇄를 이따위로 해 오면 어쩌자는 거야? 형, 이 아파트 살 돈 있어?”
“너 말이 좀 심하다.”
“이런 말 안 들으려면 잉크가 번졌는지 안 번졌는지 확인을 했어야 할 거 아냐. 형 눈으로 봐. 다 번져 있잖아?”
키릴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앞으로 계약서 인쇄랑 식당 점검하는 것에다가 야간 순찰도 매일 두 시간씩 돌아.”
“너무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야간 순찰은 좀 그렇잖아? 야간 경비가 따로 있는데 내가 굳이 그걸 왜 해?”
“그 사람들이 딴짓하는지 안 하는지 살펴보라고. 정 하기 싫으면 모스크바로 돌아가고. 난 말릴 생각 없으니까.”
저게 사촌 동생이라니.
묘하게 배배 꼬아서 지능적으로 괴롭히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놈이다.
“…그러면 1시간으로 좀 줄여주라. 새벽엔 너무 춥잖아.”
“두 시간!”
“딱 중간으로 타협해서 1시간 30분으로 해 주면 안 될까?”
“두 시간!”
“나쁜 새끼. 알았다, 두 시간.”
사무실 밖으로 나와 검게 저물어 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건 분명히 악마일 거야.”
키릴은 여기 온 후로 모스크바 생활이 천국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야간 순찰 2시간을 돌아야 한다니.”
그것도 이 추위에.
아버지에게 계약서 인쇄와 식당 점검에 야간 순찰 2시간이 추가됐다는 말은 차마 못할 것 같았다.
“아니지. 머리를 쓰자. 현장에 친척이라곤 나밖에 없으니까 나한테만 자꾸 힘든 일을 시키는 걸 수도 있어.”
그러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키릴은 다른 사무실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어, 키릴 형인데. 너 우수리스크로 좀 와라.”
-…거긴 왜?
이 고통을 나누기 위해 동생을 끌어들이기로 한 키릴이었다.
“미안하다, 디마야. 나 혼자 당할 순 없잖아.”
* * *
모스크바에 U마트 2개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3개를 동시에 짓고 있는 이반.
그는 공항 개표구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모스크바 사람들한테 하루 만에 50%나 팔았으니 저 사람들까지 가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이 옐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 U마트를 짓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번엔 은행과 큰 거래를 하지 않으면서도 돈이 특별히 많은 사람들까지 소개받았다.
비행기를 타는 저 사람들이 우수리스크 아파트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니콜라이가 하루 만에 2,500채를 팔았다는 게 정말이에요?”
딸 빅토리아의 물음에 이반이 개표구로 들어가는 한 명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이다.”
“우수리스크 황무지 땅값이라고 해 봐야 뻔할 텐데. 거기 땅 아빠가 샀잖아요?”
“사긴 샀지.”
그땐 러시아 경제 위기가 최고조였던 때였다.
거기다 수십 년간 팔리지 않았던 땅이라 거의 줍다시피 해서 샀었다.
“그 싼 땅에다가 35층이면…? 그걸 그렇게나 비싸게 팔았는데도 벌써 2,500채 넘게 팔렸다니….”
“나도 전화 받고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나 확인했었다.”
“아파트가 싸지도 않다면서요?”
“모스크바에 있는 아파트보단 조금 싸.”
“2,500채를 팔았으면 U마트 매출하고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벌었다는 말인데. 미쳤다!”
* * *
우수리스크 현장에 도착한 키릴의 동생 디마는 7층까지 올라간 아파트와 그 넓은 면적에 압도당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큰 현장을 니콜라이가 총책임을 맡고 있다고?”
“총책임을 맡은 게 아니라, 여기 아파트가 모두 니콜라이 거야. 나도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파트 계약서를 보고 알았다.
유니콘 건설의 법적인 명의가 니콜라이로 되어 있다는 걸.
그때의 그 당황스러움과 유리 유수포프에 대한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예고르도 그 사실을 알고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
그 이후로는 니콜라이 옆에 키릴을 더욱 붙어 있게 하면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키릴은 처음에 이곳으로 오겠다고 괜히 나섰다가 이젠 벗어나지도 못하는 꼴이 되어 후회막심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일은 벌어졌고 유리에게 다시 무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을.
‘그래도 아직 기회는 많아.’
없을걸?
그는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여기 45평 가격이 얼마나 해?”
“네가 그건 알아서 뭐 하게? 따라오기나 해.”
키릴은 자기를 대신해 줄 희생양을 이끌고 니콜라이에게 향했다.
사무실에서는 니콜라이와 샤샤가 다음 고객님들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별 보너스는 잘 받았나요?”
“네! 사장님.”
“너무 감사해요.”
“사장님, 불러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보너스까지 챙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미남미녀 도우미들의 눈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렸다.
“저는 과정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좋은 결과에 대해서도 확실히 보상합니다. 저번처럼 잘해 주시면 보너스가 또 나갈 테니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해 주세요.”
“피를 토하겠습니다!”
“그 자세, 맘에 듭니다. 그럼 저번 교육에 이어 추가 교육을 시작하죠. 우선, 우리 아파트는 다 지어져 있는 게 아니라서 고객님들에게 무엇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잘 알려 줘야 합니다.”
니콜라이는 대형 지도의 한 곳을 지시봉으로 딱 짚었다.
“여기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를 잇는 6차선 국도가 3년 후에 완공되죠. 그 도로와 우리 아파트를 잇는 도로는 입주 전에 완공되고요. 그러면 도시 접근성이 엄청 좋아지겠죠?”
“네!”
“이런 식으로 지금은 없지만 미래에 좋아지는 부분을 더 적극적으로 말해 줘야 하는 겁니다.”
이 일대의 땅들은 광활한 평지라 건물을 짓기에 참 편했다.
그래서 지리적인 이점과 지형적인 이점을 동시에 살려 이곳에 대단위 놀이동산을 넣어 볼 생각이었다.
“여기는 러시아니까 미국의 디즈니랜드보다 훨씬 큰 테마파크를 만들 겁니다.”
도우미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잔뜩 생겼다.
지어지기만 하면 당장 가겠다는 듯이.
“아파트가 완공되고 늦어도 3년 뒤에는 개장할 예정이니 그 부분도 강조해 주세요. 아파트와는 꽤 떨어져 있어서 시끄러운 부분은 없을 거라는 것도 말해 주고요.”
그렇게 한참을 교육하고 있는데 키릴이 문을 열며 머리를 삐죽 내밀었다.
“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머지는 샤샤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 주세요.”
“네, 사장님.”
그들이 나가자 키릴이 디마와 함께 들어왔다.
“디마가 여긴 웬일이야?”
디마는 니콜라이와 동갑이었다.
“키릴 형이 오라고 해서.”
니콜라이가 키릴을 빤히 보았다.
“…?”
쟤는 왜 불렀는데?
“아버지껜 말씀드렸어. 너 도와주면서 배울 거라고.”
“나야 밥만 먹이고 사람 공짜로 쓰는 거라서 좋긴 한데. 디마, 정말 괜찮겠어?
그는 모르고 온 상태였기에 형을 노려봤지만 이미 아버지가 허락했다는 말에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반기를 들면 용돈이고 뭐고 다 막아 버릴 것을 알기에.
“그럼 너는 키릴 형 조수가 되는 거네?”
니콜라이의 말에 디마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내가 하던 거 디마한테 하나씩 넘겨도 될까?”
“야간 순찰부터 넘기는 게 좋겠네. 고생했어.”
“고맙다.”
고생했다. 라는 말이 이렇게나 고마울 줄이야.
이 나이 먹고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 키릴이었다.
사실 누구한테 말을 못해서 그렇지, 야간 순찰은 고역이었다.
며칠밖에 하지 않았지만 평생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일이라 정말 죽을 맛이었다.
니콜라이가 꼭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두 시간을 돌아야 한다고 해서 더 죽을 맛이었다.
잠은 항상 11시에 자고 일어나는 시간은 6시였는데, 딱 그 중간이라 잠을 깊이 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새벽.
부어어엉-
“불편하더라도 안전화는 꼭 신고 다녀. 안 그랬다간 못에 찔려서 파상풍 걸리는 수가 있으니까.”
디마가 손전등을 얼굴에 비추자 키릴이 머리를 ‘탁’ 치며 말했다.
“45도 아래로 비춰. 오늘 딱 한 번만 같이 돌아 주는 거니까 앞으로는 너 혼자서 해.”
“형이 정말 이 일을 했다고?”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데? 그냥 모스크바로 돌아가자. 아버지한테 잘 말씀드리면 이해해 주실 거야.”
이해? 후후. 이거 아버지가 강제로 시켜서 하는 거라고.
“너 돈 많이 벌고 싶지 않냐?”
“갑자기 무슨 말이야?”
“아버지 눈치 보지 않고 네 마음대로 돈 쓰고 싶지 않냐고.”
“그거야 당연히….”
디마는 평소에 보던 키릴의 모습이 아니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세상 무서울 게 없고 싹수없기로 유명한 키릴이었는데, 몇 달 사이에 너무 많이 변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모스크바 U마트 초대박 난 거 봤지?”
“봤어.”
“거기랑 아파트랑은 체격이 달라. 니콜라이가 왜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줄 알아?”
“…?”
“이 미친놈이 아파트 분양금을 모두 달러로 받았어.”
“루블이 아니라 달러로?”
“그래. 매일 아침 8시에 은행에서 현금 차량이 오거든.”
니콜라이가 돈을 다 세어놓으면 가져가는 차량이었다.
“이 또라이가 자기 손으로 달러를 하나하나 다 세어 보고 그 감촉과 냄새를 맡고 싶다나 뭐래나.”
“아, 그래서 무장한 사람들이 사무실 근처를 그렇게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던 거구나?”
“거기 사무실은 쳐다도 보지 마.”
“그 돈 센다고 형도 아침 6시에 일어나라고 했던 거야?”
“하아….”
키릴이 긴 한숨을 내쉬자 허연 입김이 보였다.
“쌓여 있던 돈은 오늘 다 보냈는데 나머지 아파트 분양되면 또 아침부터 세기 시작할 거야.”
“우와 니콜라이 징글징글하다.”
“나도 세상에 별 이상한 사람들 참 많이 봤지만 니콜라이 같은 놈은 정말 처음이다.”
“그런 놈한테 왜 날 자꾸 붙이려는 건데?”
“미친놈이긴 해도 돈 버는 능력은 타고났으니까. 너도 돈 많이 벌고 싶으면 어떡하든 옆에 잘 붙어서 배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키릴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직 자기의 고통을 동생에게 떠넘길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샤샤한테 잘 보여. 자잘한 것들은 샤샤가 다 지시하거든.”
“샤샤? 걔 숙부님 집에서 잡일 하던 사람이잖아?”
“잡일? 다신 그런 말 꺼내지 마. 니콜라이 앞에서 그런 말 했다간 뼈도 못 추려. 그리고 옛날엔 그랬어도 지금은 샤샤가 너보다 더 부자라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니콜라이가 여기 35평을 하나 줬어. 그것도 최고 로열층으로. 너는 그런 돈 없잖아?”
아버지한테 용돈을 타 쓰는데 그런 돈이 어디 있겠나.
“요즘은 돈이 최고야.”
“그래도 내가 샤샤한테까지 숙이고 들어가는 건 좀….”
“여기 현장 대장은 니콜라이고 두 번째가 샤샤라니까 그러네.”
“세 번째는 누군데?”
“…그거야 당연히 나지.”
세 번째는 현장 소장이고 자신은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여기 우수리스크는,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어서 자기에게 비밀을 만들어 주는 묘한 능력이 있는 현장이었다.
* * *
드디어 기다리던 사람들이 대거 몰려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고객들이 밀려들며 현장은 다시 활기를 띠었다.
역시 부자들을 타깃으로 잡은 게 적중했다.
그들은 고민을 오래 하지 않았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가격만 말하면 바로 계약했으니까.
그들에게도 이 아파트는 매력이 충분히 있었던 거다.
왜 안 그렇겠나.
니콜라이가 무려 30년 후에나 선보일 아파트의 멱살을 잡아 끌어다가 지은 것인데.
“다른 도시에 지을 생각은 없습니까?”
“여기 분양이 끝나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지을 생각이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여기만큼 좋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처음 시작할 때 모든 힘을 다 쏟는 법이다.
니콜라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현장에 참으로 많은 것을 쏟아부었기에 다른 도시에 또다시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서 여기보다 더 좋게 지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디즈니랜드보다 더 큰 테마파크를 지을 거라고 하셨는데 확정된 건가요?”
“틀림없이 지을 겁니다. 1년 내내 개장하는 곳으로요.”
러시아에 테마파크를 짓자면 가장 큰 문제가 눈이었으나, 그것을 해결할 방안도 이미 생각해 뒀다.
테마파크가 들어서면 한국에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으니 박물관 운영도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다.
거기다 아파트의 위상은 더 올라갈 것이고.
또, 공업단지도 더 많이 알려지면서 외국 기업들이 더욱 많이 들어오겠지.
‘우수리스크는 식품 전문 공업단지로 만들었으니 됐고. 다음은 전자, 기계 쪽 전문 공업단지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 * *
며칠 후, 유리 유수포프의 서재.
“코리아의 미래 자동차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자동차 공장을 짓길 원한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자동차 공장을?”
“네. 우리와 합작 회사를 차리고 싶는가 봅니다.”
유니콘 그룹도 자동차 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 있었던 국영기업을 러시아 경제난이 터지면서 인수한 회사였다.
그런데 미래 자동차가 러시아에 들어오는 시점이 원 역사에서는 2010년이었으니 무려 15년이나 당겨진 것이다.
“네 생각은 어떠냐?”
“저는 괜찮다고 봅니다. 자동차 공장이 세워지면 일자리도 그만큼 많아지면서 내수시장이 일어날 테니까요.”
“흐음. 위에 말을 해놓을 테니 네가 한번 추진해 보거라.”
“네.”
그때, 밖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회장님, 행장님 와 계십니다.”
“아 들어오시라고 하게.”
“네.”
문이 열리며 나이가 지긋한 사내가 들어와 맞은 편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는 러시아 국영은행의 은행장이었다.
국영은행은 이제는 유니콘 그룹의 계열사였고.
“무슨 일인데 행장님이 직접 왔어요?”
“회장님, 니콜라이 씨에게 아직 말씀 못 들으셨습니까?”
“…?”
“…?”
유리뿐만 아니라 이반도 무슨 말인지 몰라 행장을 빤히 보았다.
“지금 은행으로 엄청난 양의 달러가 예치되었습니다.”
“달러라니? 그게 니콜라이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어제부로 우수리스크 아파트가 모두 다 팔렸답니다.”
“뭐요?”
유리와 이반의 눈이 거의 동시에 커졌다.
“그런데 달러는 무슨 말이요?”
“분양 대금을 모두 달러로 받은 모양입니다.”
유리의 미간이 좁아졌다.
“니콜라이 씨가 이 달러를 절대로 외부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고 해서요.”
유리 유수포프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니콜라이가 자신에게 아직 말을 안 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달러를 받았다는 건 예사롭지 않은 일이었다.
저번 경제난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다른 말은 없었나요?”
“네, 혹시 회장님은 이유를 아시는가 해서 이렇게….”
“어제 분양이 다 끝났다면 아마 오늘 연락이 오겠군요. 알아보고 말해 줄 테니 그만 가 보세요.”
“그러면 정부엔 보고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당분간은 보고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행장이 조심스럽게 나가자 유리 유수포프가 물었다.
“5,000세대가 분양이 끝났다면 엄청난 자금이겠구나?”
“꽤 비싼 가격이었으니까요.”
“지금 7층까지 올라갔다고 하지 않았나?”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35층짜리를 7층까지만 올려놓고 다 팔았다.
이건 없는 물건을 판 거나 마찬가지지 않나?
러시아에서 이렇게 건물이 판매된 적은 없었다.
그것도 꽤 비싼 아파트가 무려 5,000세대나.
“허허. 날 얼마나 놀래키려는 것인지. 그런데 니콜라이가 왜 다시 달러를 모으려는 것일까?”
“글쎄요….”
* * *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한국엔 IMF였고 러시아에는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이었다.
니콜라이는 알고 있었다.
이 위기는 갑자기 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된 것임을.
그렇기에 니콜라이는 미리 준비하려는 것이었다.
러시아를 이 금융 위기에서 고통을 겪는 나라가 아닌, 기회를 잡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