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40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40화
040 최고의 일터로 바꾸기/미스 미스터 선발대회
에너지 패권국.
현대사에 일어난 큰 전쟁들은 결국 에너지를 차지하기 위해 시작됐다.
미국은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 사우디와 동맹을 맺었고.
2차 세계대전 때 맞붙은 적이 있는 독일과 유럽국가들조차도 가스 때문에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이처럼 에너지는 한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소다.
그리고 그 에너지 분야의 정점에 서게 될 가스프롬.
지금은 막 태동하는 시점이라 그런 힘이 없으나 곧 그 힘을 내뿜게 될 것이다.
영하 45도의 사하공화국.
샤샤와 가스프롬의 부사장을 대동하고 현장에 도착한 니콜라이는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직원들에게 불편 사항을 직접 듣기 위함이었다.
“월급이 두 달이나 밀렸으면 직원들과 그 가족은 무슨 돈으로 생활합니까?”
“…정부에 몇 번이나 건의해봤지만 민영화하는 중이니 팔릴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부사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간의 사정이 어땠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현장이 될 곳이 이런 처참한 꼴이라니.
니콜라이는 직원들이 오직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모든 걸 지원할 생각이었다.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들을 다 말씀해 보세요. 제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면 모두 처리해줄 테니까요.”
“우선 밀린 월급부터 지급되어야….”
“내일 중으로 모두 해결해 드리죠. 그리고 위로차 전 직원의 월급을 10% 올려 드리겠습니다.”
“네?”
부사장은 물론, 새 사장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우르르 몰려와 있던 직원들의 눈도 동그래졌다.
“퇴사한 직원들한테 모두 연락해서 재입사할 생각이 있으면 하라고 하세요. 앞으로 사람이 많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더 얘기해 보세요.”
“여기엔 제대로 된 숙소가 없습니다.”
“흠. 그럼 직원들은 어디서 생활합니까?”
“그건 말씀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게 더 빠를 것 같습니다.”
부사장이 안내한 곳은 소비에트 연방 때 지어졌던 5층짜리 아파트였다.
참담한 몰골이었다.
외벽의 스티로폼 같은 허접한 단열재와 철판은 반이나 벗겨졌고, 외벽을 타고 흘러내린 시뻘건 물이 페인트 색을 대신하고 있었다.
건물 안도 비슷했다.
각 층의 계단 벽면 구석은 검회색 곰팡이가 잠식한 지 오래다.
철문은 부식되어서 문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고.
“처참하군요.”
“…집 안은 더 심합니다.”
여기서 더 심하면 직원들은 대체 어떻게 살았단 말인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안으로 들어갔다.
13평형의 아파트.
방 두 개, 작은 거실에 부엌과 화장실.
‘냄새 한번 지독하네.’
복도에서보다 더 이상한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러시아인 특유의 고기 썩는 체취에, 여러 역한 냄새까지 섞이니 골이 띵할 지경이다.
꾸준히 관리했으면 이 정도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테지만 누가 신경이나 썼겠나?
5년 넘게 땅만 파고 있는 회사였는데.
월급이 두 달밖에 안 밀린 게 신기할 정도다.
나라가 바뀌고 정부에서는 가스프롬을 방치하다시피 했었다.
가스와 원유를 퍼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돈만 계속 들어가다 보니 점점 관심이 멀어졌던 것이다.
그러다 민영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관심을 끄게 되었다.
많은 직원이 퇴사하면서 가스프롬은 사실상 폐업상태나 다름없었다.
독일 기업이 가스프롬을 인수하고 이런 것들을 봤다면 그들도 뒤통수가 꽤나 얼얼했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5년 넘게 살았단 말이죠?”
“해결할 방법이 없었던 지라….”
“이것도 해결해 드리죠.”
“…!”
“직원들에게 1년 6개월 안으로 새 아파트를 지어 준다고 공언하세요.”
“…새 아파트를, 1년 6개월 만에 말입니까?”
엘리베이터가 필요 없는 5층이면 최단기간에 지을 수 있었다.
여긴 너무도 추운 곳이라 초고층보다는 5층이 적당할 것이다.
땅은 차고 넘치니 아파트 주변으로 각종 편의시설도 부족함 없이 넣을 수 있을 듯했다.
“약속드리죠. 우수리스크에 있는 유니콘 아파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요. 아니,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겠군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직책이 부사장일 뿐이지 그도 직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했었다.
그런데 새 사장이 취임하면서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를 주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른 건요?”
“생활용품과 식품이 너무 모자랍니다. 먼 곳에서 들어 오는 것들이다 보니 비싸기도 하고요. 직원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모든 것들을 한 곳에서 싸게 살 수 있으면 딱 좋겠죠?”
“물론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
“모스크바에 있는 U마트 보셨나요?”
“네, TV에 나온 걸 봤습니다.”
“그걸 여기에 하나 넣으면 어떻겠어요?”
“….”
부사장은 이제 말도 안 나오는지 입만 떡 벌렸다.
“모스크바 같은 규모로 지어드리겠습니다. 아파트와 동시에 공사를 진행하면 되겠네요.”
일사천리.
니콜라이가 새 사장이 되니 안 되는 게 없었다.
5년 넘게 쌓여 있던 문제점들이 단 몇 시간 만에 해결되었으니.
고단한 삶에 찌들어 있던 부사장과 직원들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하라니까요. 마음 바뀌기 전에요.”
“아, 알겠습니다. 주변에 교육시설이 너무 열악합니다. 직원들은 가족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데 학교가 제대로 없어서요.”
“샤샤, 잘 받아적어.”
“안 그래도 아까부터 쭉 적고 있었어.”
부사장과 직원들은 그동안 불편했던 점들을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에서 ‘한’ 같은 게 느껴지는 것 같다.
“도로 사정도 너무 안 좋습니다. 내린 눈이 얼면 차가 움직이기 힘들어지거든요. 그 때문에 외부 물건들이 제때 못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트에 들어갈 중앙난방의 열을 일부 빼내, 도로 아래로 통하게 하면 될 겁니다. 도로 아래 곳곳엔 열판을 깔고요.”
우수리스크 아파트의 지상에도 이 방법을 썼었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하자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지 않겠습니까?”
돈? 무슨 지금 돈 걱정을 해?
앞으로 2개월 후면 돈방석도 모자라 다이아몬드 방석에 앉게 될 텐데.
니콜라이는 이런 마음과는 달리 겉으로는 매우 힘든 결정이지만 직원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돈도 아끼지 않겠다는 듯이 말했다.
“직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면 제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직원이 없으면 회사도 없으니까요.”
그러자 생기가 돌았던 그들의 눈빛이 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저거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이지?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저런 눈빛이다.
이후로도 많은 얘기가 나왔지만 모두 받아들였다.
모두 돈만 있으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에.
“오늘 말씀하신 내용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해결해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사장님은 일주일에 세 번씩 보고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자, 그럼 내일 월급 잘 받으시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니콜라이는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모스크바의 저택으로 향했다.
* * *
집으로 돌아온 니콜라이는 영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모스크바가 두 시간 빨랐기에 이럴 땐 편했다.
“형은 요새 뭐 하고 지내?”
-우리 니콜라이 사장님이 시킨 일 열심히 하고 있지.
“독일 자동차 회사들?”
-그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 짓는 걸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대.
“오호. 어디가 가장 반응이 좋아?”
-폭스바겐이 제일 적극적인데 요구 사항이 좀 많더라고.
폭스바겐이면 세계 자동차 기업 순위에서 1등을 하게 될 회사였다.
그런 회사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관심을 두고 있다니.
니콜라이는 떡밥을 더 던져 보기로 했다.
“뭘 요구하는지 메일로 보내 봐. 옐친 대통령도 외국 기업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어서 웬만한 건 다 들어줄 거야.”
-오케이. 그리고 벤츠와 BMW에서도 관심이 많아.
죄다 빵빵한 회사들이다.
이들이 들어오기만 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자동차 산업에 특화된 도시가 될 수 있다.
협력업체들까지 생각하면 일자리 창출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 전체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 회사들만 들어와도 이번 프로젝트는 성공한 거야. 그러니까 형이 잘 꼬셔 봐.”
-쉽게 넘어올 회사들이 아니잖아.
“형이 할 일이 그런 거야. 잘 꼬시는 거.”
-하여튼, 메일로 자료 보낼 테니까 들어줄 수 있는 것들 표시해 줘. 그걸 가지고 다시 만나볼게.
“그런데 독일 정부에서 가만 있을까?”
-기업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가겠다는데 독일 정부가 뭐라고 해?
하긴, 미국 기업들도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중국으로 들어갔었다.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과 북한에도 들어갔었고.
러시아에 못 올 이유가 없다.
-그거 때문에 전화한 거야?
“아니, 다른 거 때문에.”
-이번엔 또 뭘 시키려고? 나 너무 부려 먹는 거 아니야?
데니스가 자꾸 형처럼 굴려고 하자 니콜라이는 정색하며 말했다.
“불만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정신 차리게 해 줄 필요가 있겠어.
아무리 형이라도 비즈니스 관계에서만큼은 잘 따를 수 있게.
“할아버지한테 말씀드릴 테니까 러시아로 들어와. 유니콘 건설에서 일 배우게. 키릴 형과 디마도 일 배우고 있으니까.”
세게 나가니 금방 말을 바꿔 버린다.
-사장님, 지시할 거 있으면 뭐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 시키는 건 군소리 없이 다 하겠습니다.
“잘해. 러시아와 영국 어느 회사에서 그런 연봉과 혜택을 줄 수 있겠어? 안 그래?”
-에이, 그냥 해 본 소리야. 지시할 게 뭔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IBM, 비자가 어떤 회사인 줄은 알지?”
-당연히 알지.
“그 회사들 주식 사들여. 시장에 나오는 대로 전부.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너 가스프롬 인수한다고 돈 많이 쓴 거 아니었어?
별로.
가스프롬이 생각 외로 저렴했거든.
정부에서도 안 거지. 하루라도 빨리 팔아야 돈을 버는 거란 걸.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유니콘 은행에서 대출받아 인수했어.”
그 덕에 달러는 고스란히 남았다.
-러시아 진짜 부자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너 같은데?
“별소릴 다해. 하여튼, 그 회사들 주식 계속 사들여.”
니콜라이는 한국의 IT버블이 언제 터졌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2000년 초반.
미국은 5년 전부터 IT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했으니, 지금이 딱 그 시점이었다.
지금부터 계속 오르다가 1999년에 박살이 난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부터 들어갔다가 99년에 분위기 보고 싹 다 빼버리면 돼.’
그리고 다시 사들인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처럼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것들 다 사들이려면 만만치 않은 돈이 들 텐데, 정말 괜찮겠어?
“돈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최대한 많이 사들여.”
얼마 안 남았거든. 다이아몬드 방석에 앉을 날이.
가스랑 원유 나오면 서로 달라고 난리가 날 텐데 무슨 돈 걱정.
-그런데 비자 회사 주식은 왜 사라는 거야?
“러시아에 카드 시스템을 좀 도입해 볼까 해서. 카드가 활성화되면 유니콘 은행에도 큰 도움이 되고 나라 살림살이도 엄청 좋아질 거야.”
-그렇긴 하겠네. 카드를 쓰면 세금이 자동으로 들어오는 것과 같으니까. 알겠다. 네 말대로 진행할게.
전화를 끊은 니콜라이는 샤샤와 함께 U마트로 움직였다.
* * *
U마트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물건이 잘 팔리니 이제는 굳이 연락하지 않아도 다른 나라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자기 물건들을 넣어 달라고.
마트가 워낙 넓었기에 물건이 괜찮기만 하면 모두 받아들였다.
싸면서도 질 좋은 새 물건들이 계속 유입되다 보니 U마트의 인기는 고공행진이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 마트의 인기가 식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
니콜라이가 살았던 시대에, 세계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기업은 월마트였다.
인터넷 쇼핑이 대중화 되었음에도 대형 마트의 매출은 크게 줄지 않았다.
니콜라이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U마트의 덩치를 더 키울 생각이었다.
마트 안으로 들어온 니콜라이는 내부를 쭉 둘러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
“이제는 유니콘 그룹을 브랜드화 해야겠어.”
갑작스러운 말에 샤샤가 머리를 갸웃하며 물었다.
“브랜드화라니?”
“우리 러시아인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다 알 수 있는 이름으로 만들자는 거지.”
“어떻게?”
“저기 있잖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자, 손님들에게 박카스와 스팸을 홍보하고 있던 미남미녀들도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유니콘 건설에 파견 나가면서 니콜라이에게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있었다.
“직원들?”
“응. 유니콘 미스 미스터 선발대회.”
최고의 미녀와 최고의 미남.
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하고 대중화 시킨다.
기업들이 스포츠 구단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러시아 최초로 미스 미스터 선발대회를 진행하려는 니콜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