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55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55화
055 석유 많은 공화국/미래 신문의 쿠데타
체첸(체치냐. 인구 125만).
북캅카스 지역에 있으며 인구 다수는 체첸인이다.
16세기에서 19세기를 기점으로 다게스탄 지역을 통해 이슬람교가 전해져 체첸인들 절대다수는 수니파 이슬람교를 믿었다.
소비에트 연방 붕괴 후 체첸인들의 분리주의 운동이 벌어져 ‘조하르 두다예프’를 지도자로 하여 ‘이치케리야 체첸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독립을 원하지 않았던 러시아와 벌어진 체첸 전쟁의 여파로 심각한 경제난과 난민 문제가 발생하여 사회 혼란이 이어졌다.
* * *
‘크라스노다르’에 하루 일찍 도착한 니콜라이는 샤샤와 함께 정부 요원들이 마련해 둔 호텔에 묵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자 샤샤가 다소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묻는다.
“왜 너를 보냈을까?”
“빨리도 물어본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두다예프는 소비에트 연방의 군인 출신이잖아.”
군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가 정치인이다.
니콜라이는 정치인도 그렇다고 정부 관료도 아니지만, 자하르는 본인의 뜻을 전하기에 가장 알맞은 인물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금은 취임식도 하지 않은 상태라 아직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기도 했고.
“군인 출신이 정치인을 좋아하겠어? 더구나 두다예프는 현역 시절, 정치인들 때문에 징계를 여러 번 받은 적이 있는데.”
“두다예프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는 생각에서 널 보낸 거구나?”
“그런 점도 있지만 협상 하면 나라고 생각하셨겠지.”
옐친 쪽과 담판을 지어서 자하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인물이 니콜라이였으니 더욱 믿었던 거였다.
“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나야 너 뒤에 서 있을 건데 뭐. 네가 정신 바짝 차려야지.”
“호텔 방엔 우리 둘만 있게 될 거야. 넌 로비에 있어야 하니까 조심하라고.”
두다예프는 본인이 직접 살인한 적이 있을 것이다. 명령 하나로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 간 적도 있을 것이고.
이런 인물과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하는 만큼, 니콜라이도 조금은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그건 죽고 살고의 부담이 아니라 두다예프를 어떻게 구워삶아서 체첸을 다시 러시아의 품에 안을까? 하는 걱정에서 나오는 부담이었다.
군인의 생각은 다소 경직된 면이 있기에 융통성 없이 고집이 너무도 완고하다면 어떡할까.
‘제발 그래야 하는데. 단순하면 오히려 더 편해. 정치인들 같이 이리 재고 저리 재면 무척이나 피곤해질 거야.’
니콜라이에겐 군인을 상대하는 게 더 편했다.
군인은 원하는 것이 뭔지를 정확하게 말한다.
정치인들처럼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않고.
그날 저녁을 먹고 신문을 펼치던 니콜라이는 흠칫했다.
1996년 7월 20일.
미래의 날짜였다.
【체첸 공화국 두다예프 대통령사망. 자택에서 이인자 미런이 쏜 총에 심장을 관통당해 사망】
신문에는 지금 니콜라이가 처한 상황을 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나타나 있었다.
‘미런? 이인자의 쿠데타 같은 건가?’
원래 역사에서도 두다예프가 사망한 연도는 1996년이었다.
러시아 공군 폭격기의 집중 공격을 받고 사망했으나 지금은 총격을 받고 생을 마감한다고 나왔다.
그가 사망한 후, 체첸은 여러 무장세력으로 찢어지면서 두다예프와 같은 구심점이 사라져버린다.
각 무장 세력들은 모스크바 오페라 극장에서 700명의 인질을 잡는가 하면, 러시아 도시 곳곳에서도 테러 활동을 벌인다.
이 때문에 체첸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공세는 더욱 심해지게 된다.
이런 점들을 보자면 두다예프가 살아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상황이 될 것이다.
니콜라이는 일단 두다예프를 살려서 그를 친러시아 세력으로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 * *
니콜라이는 약속 장소인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 주변은 양쪽의 경호원들이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는 터라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호텔 로비엔 정장을 입은 러시아 경호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니콜라이가 들어서자 두 사내가 그를 방으로 안내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방 안으로 들어간 그는 군인임에도 검은색 정장을 입은 두다예프와 마주했다.
조하르 무사예비치 두다예프(52세).
소비에트 공군 조종사 출신으로 콧수염이 꽤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니콜라이가 손을 내밀자 두다예프는 잠깐 멈칫했으나 곧 손을 맞잡았다.
“뜻밖이군요. 러시아 정부를 대표해서 오신 분이 이렇게 젊으실 줄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뭐 그렇긴 하지요. 양쪽이 원하는 결과만 잘 나오면 됩니다.”
두다예프는 니콜라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었기에 그의 변화 하나하나를 살폈다.
잠시 휴전을 한 상태일 뿐, 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다.
두다예프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실례지만 정부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 있습니까?”
군인 출신답게 에둘러서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궁금한 것은 바로 물었다.
“조금 놀라셨겠군요. 자하르 대통령님이 제 외할아버지입니다.”
“그러면 당신이 그 니콜라이…?”
그의 얼굴이 급격히 변화를 일으켰다.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자하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게 한 인물이 당신이라는 건 알지요. 요 몇 달 사이에 많은 일을 하셨더군요?”
니콜라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는 건, 전쟁을 하는 중에도 러시아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 잘 안다는 뜻이었다.
“외할아버지가 대통령이고 친할아버지는 러시아 최고의 재벌이라니. 참으로 좋은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좋은 운명?
‘내가 독극물 테러를 당해 죽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는데 무슨 좋은 운명을 타고나?’
순간적으로 화가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걸 억지로 참았다.
“원래는 두 분 모두 지금의 자리에 계시진 않았습니다.”
“그건 그렇긴 하군요. 이름은 들어 봤지만, 얼굴은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두다예프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님께서 제게 전권을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두다예프 대통령이 올바른 결단을 내리셔서 크렘린궁으로 마음대로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요.”
“하하, 그건 나도 같은 마음입니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말을 하는 중에도 두다예프는 니콜라이를 주의 깊게 살폈다.
그가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러시아의 대통령을 바꿀 수 있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리고 또 하나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그 얀덱스라는 걸 니콜라이 씨께서 만드셨다고요?”
“그렇긴 합니다만?”
“시간 날 때마다 보곤 하는데 참 잘 만들었더군요. 내 인적 사항도 올라가 있는 걸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하하.”
“체첸 공화국에도 인터넷이 됩니까?”
“체첸이 어디 아프리카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그런 뜻이 아니라 제가 알기로는 체첸엔 아직 인터넷망이 안 깔린 줄 알고 있거든요.”
소비에트 시절에 깔린 게 있긴 하겠지만 전쟁통에 그게 남아 있을 리가 없을 텐데?
그렇다면 혹시?
‘몰래 러시아 내부를 자유롭게 왕래했다는 뜻인가? 뭐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두다예프가 꼼꼼히 살핀 것처럼 니콜라이도 그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그러시죠.”
“자하르 당선인께서는 제가 어떻게 하면 이 전쟁을 멈출 거라 하셨습니까?”
“질문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가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대통령님께서 이 전쟁을 멈출 수 있겠습니까?”
니콜라이의 말에 두다예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하르 당선인과 니콜라이 씨는 확실히 옐친 전 대통령과는 다른 면이 있군요. 그 사람은 앞뒤 없이 힘으로만 밀어붙이려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그는 오래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우린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원하시는 걸 말씀해 보십시오. 우리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면 뭐든 들어드리도록 할 테니까요.”
“쉽지 않을 텐데요?”
“일단 들어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체첸 공화국은 국제적으론 아직 러시아 영토로 되어 있었다.
대통령이란 명칭은 두다예프가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본인에게 붙인 것이다.
그렇지만 자하르는 그를 대통령이라 불렀다.
지금 니콜라이도 같은 호칭으로 말했고.
그걸 두다예프도 알고 있었기에 본인의 체면을 세워준다고 느꼈다.
“나는 다른 독립국들처럼 체첸도 완전한 독립국으로서의 자격을 얻길 원합니다.”
“그건 알고 있는 사항입니다. 그것 말고는요?”
“지금 체첸이 가장 원하는 건 이것 말고는 없습니다. 오직 독립을 원할 뿐이에요.”
“대통령님은 체첸의 진정한 대통령이 되셔서 체첸을 한 국가로 다스리길 원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체첸 국민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얻길 원하시는 겁니까?”
“무슨 뜻인지요? 쉽게 말해 보세요.”
미간을 좁히는 두다예프에게, 니콜라이가 살짝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대통령님이 체첸의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까? 오직 체첸 국민이 행복하면 그거로 만족하시느냐 말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두다예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으음… 옐친 집권때 전쟁이 시작됐지요. 그땐, 옐친은 물론 정치인들도 말이 통하지 않았어요. 혹시 옐친의 딸 타냐를 압니까?”
“압니다.”
“아 선거 때문에 만났겠군요. 그 여자는 정말… 하아.”
“….”
그 여자는 어디 안 낀 데가 없어.
“옐친이 죽고 그 여자는 뭘 하고 있나요?”
“집에서 조용히 지내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언제고 꼭 한번 만나 보고 싶군요. 그녀는 우릴 무슨 벌레 보듯 했었지요. 그때의 그 치욕을 생각하면….”
두다예프가 꽉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타냐의 안하무인 격인 성격을 생각하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만했다.
“그 화를 풀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만남이 서로에게 좋게 잘 마무리되면요.”
기겁할 타냐의 얼굴을 떠올린 니콜라이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오호, 그거 듣던 중 반가운 말이네요. 그리고 아까 말했던 거 말입니다. 그 당시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면서 많은 곳이 독립하지 않았습니까?”
“네.”
“다른 곳들은 독립을 허락했으면서 유독 체첸만 걸고넘어졌단 말이지요. 이게 뭐 때문이겠습니까?”
에너지 자원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다른 곳들에 비해 체첸은 인구가 125만밖에 되지 않았고 땅도 작았기에 군대가 밀고 들어가면 쉽게 점령할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강력하게 저항한 터라 지금에 이른 것이다.
“석유 때문이겠죠.”
“맞습니다. 러시아 정치인들은 결국 돈 때문에 우릴 놔두지 않았던 겁니다.”
“체첸이 공화국으로만 남아 있어 준다면 그 어떤 간섭도 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공화국의 대표가 되어도 된단 말입니까?”
“공화국마다 시장이 있는데 누군가는 해야지 않겠습니까?”
“하하, 말 한번 시원시원하게 하시는군요. 말이 참 잘 통합니다.”
“경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니콜라이 씨가 유니콘 그룹을 대표하는 회사들을 가지고 있지요?”
이 사람 인터넷을 참 많이 돌아다녀 봤군.
“몇 개 가지고 있습니다.”
“우수리스크 아파트도 그렇고 사하 공화국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그걸 니콜라이 씨가 모두 진행하고 있다던데…?”
“맞습니다.”
“그 젊은 나이에 그런 일을 해냈다니 참 대단하군요. 사실 우수리스크 아파트를 보고 충격을 좀 받았습니다.”
“체첸은 그곳들 보다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요.”
조금씩 마음이 통하기 시작한 둘의 대화는 점점 더 깊어지더니 끝날 즈음엔 약속된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더 흘러 버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군요. 잘 말씀해 주십시오. 내 입지를 보장해 준다면 나는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요.”
두다예프를 100% 믿을 순 없다.
하지만 여태까지 많은 대화를 나눠본 니콜라이로서는 그가 거짓말을 할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나는 자하르 당선인 보다 니콜라이 씨를 믿겠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러시아 대통령 당선인보다도 니콜라이를 더 신뢰한다는 뜻이기에 그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감사합니다. 오늘 나눴던 대화 내용을 잘 전달하고 곧 좋은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니콜라이는 마지막 쐐기를 박기 위해 말을 이었다.
“주변 인물 중에 ‘미런’이라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있긴 합니다만?”
“우리가 접수한 정보에 의하면 앞으로 4일 후인 7월 20일에 그 사람이 반란을 일으킬 겁니다.”
“…반란이라니요?!”
두다예프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쿠데타가 더 정확한 말이겠네요. 그러니 반드시 그날엔 감기를 핑계 대시고 두꺼운 옷을 입으십시오.”
“…?”
“옷 안에 방탄조끼를 입으셔야 하니까요.”
“그 사람이 쿠데타를….”
두다예프는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찡그렸다.
“제 말을 꼭 명심하셔야 합니다.”
“흐음….”
“그럼 몸조심하시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 *
호텔로 돌아온 니콜라이는 4일 동안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전화로 자하르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좋은 답변을 받았다.
문제는 이제 체첸으로 돌아간 두다예프가 일을 잘 끝내고 서로 협의한 대로 이행하느냐였다.
4일간 호텔에서 보낸 니콜라이는 오후 1시가 넘어갔을 때,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들었다.
“니콜라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