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60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60화
060 당신의 능력을 믿으니까요/해결사
애플 본사로 다시 들어간 니콜라이와 데니스.
두 사람은 길 아멜리오 CEO의 초췌한 얼굴을 보고 그가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말씀하셨던 대로 9억 달러에 지분 45%를 양도하기로 협의를 봤습니다. 회사의 빚은 이사진들이 상환하기로 했고요.”
“저도 사업하는 입장으로 얼마나 힘든 결정이었는지 잘 압니다. 애플이 다시 이름을 떨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길 아멜리오와 이사진 대표자가 감사함을 표했으나 니콜라이는 마음속으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고생했습니다. 이제 푹 쉬세요.’
계약 당사자들은 3시간에 걸쳐 세세한 부분들까지 확인을 마친 후 최종적으로 사인을 했다.
15일 안으로 인수대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이 계약은 무효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유리 유수포프로부터 7일 이내에 입금될 거란 말을 들었다.
“자 그럼 조만간 제가 애플의 최대 주주가 되는군요.”
“맞습니다.”
“돌아가기 전에 부탁 하나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말씀하십시오.”
니콜라이는 애플을 싹 뜯어고치기로 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라는 말처럼.
‘그러자면 새 인물이 있어야겠지.’
애플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성장시킨 인물.
그를 쫓아낸 이들을 내쫓고, 새로운 CEO 자리에 그를 앉혀야 한다.
그래야지만 애플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으니까.
“스티브 잡스와 약속을 잡아 주십시오. 최대한 빨리요.”
“…!?”
* * *
실리콘 밸리의 레스토랑.
니콜라이는 스티브 잡스를 인터넷에서 사진과 영상으로만 봤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애플을 나가 ‘NeXT’를 설립한 그의 지금 나이는 41살.
병마에 시달렸던 기간에도 아이폰 발표 무대에 올랐던 그의 모습보다는 확연히 젊었다.
“얘긴 들었지만….”
스티브 잡스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니콜라이는 잡스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으나 잡스는 모른다.
정보의 격차는 곧 힘을 의미한다.
니콜라이는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
“애플을 다시 이끌어 주십시오.”
“…!”
“애플을 만든 사람이 가장 잘 알지 않겠습니까?”
“나를 내쫓을 땐 언제고….”
스티브 잡스의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전 CEO와 마찰이 많았다는 건 애플에서도 유명했다.
그는 이사진들을 선동해 반기를 들었으나 역풍을 맞고 애플을 떠났었다.
“잡스 씨도 전 CEO를 내쫓으려다가 실패해서 이렇게 된 거라고 들었습니다만?”
“….”
“그리고 제가 내쫓진 않았습니다.”
“니콜라이 씨에게 말했던 건 아닙니다.”
“서로의 입장 차가 있었다는 거 잘 압니다. 저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애플을 맡으시고 마음대로 하십시오. 경영진들을 싹 갈아 치워도 됩니다.”
“…제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저는 투자자입니다. 제가 투자한 기업을 가장 크게 성장시켜 줄 사람에게 맡기고 싶을 뿐, 그 어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경운 처음이었기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이제 20대 중반밖에 되지 않는 인물이 애플의 새 주인이 된 것도 당황스러운데, 애플의 모든 것을 자기에게 맡긴다?
이걸 말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지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궁금한 점을 묻기 시작했다.
“정말 내 뜻대로 운영해도 된다는 겁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데니스는 니콜라이와는 반대로 속이 타들어 갔다.
돈을 얼마나 퍼부었는데 회사의 운영을 모두 맡긴다니. 그냥 맡기는 것도 아니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니.
당장 끼어들고 싶었지만, 일단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도 조건 같은 게 있을 것 같은데요?”
“아 물론 조건이 몇 가지 있긴 합니다.”
“말씀해 보시죠.”
“큰 결정은 저와 의논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마냥 반대하진 않을 겁니다. 두 번째는 앞으로 제가 협력하라고 하는 기업들이 있을 텐데 가능한 제 말을 따라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앞의 두 가지 조건은 사실 조건도 아니었다.
회사의 주인이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인데 이걸 요구라고 말했을 때부터 스티브 잡스는 더 혼란스러웠다.
“NeXT를 인수하십시오.”
“네?”
“말씀드린 그대롭니다. 인수하셔서 애플과 함께 운영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저야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인수 금액을 너무 높게 잡으시면 안 됩니다.”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스티브 잡스는 여기에 무슨 함정이 있지나 않을까 싶어 의심하는 중이었다.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누구라도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니콜라이는 늘 간결하게 말했다.
“당신의 능력을 믿으니까요.”
확신이 없고 모르는 사람은 말을 길게 한다.
반대로 확신이 있고 잘 아는 사람은 단순하고 간결하게 말한다.
애플의 유명한 광고 문구 ‘Simple is best’처럼.
스티브 잡스는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자기가 애플을 경영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도 없었고 이건 본인이 원했던 일이었으니까.
‘남자는 자기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는 말처럼 그의 능력을 믿고 맡긴다는데 더 무슨 말을 하겠나.
“알겠습니다. 제 능력을 믿고 맡겨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여기 데니스에게 전하십시오. 그러면 바로 연락드리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모두가 만족한 결과였다.
아니, 데니스는 불만이 있긴 했지만 결국은 니콜라이의 선택을 믿었다.
그 큰 금액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쏟아부을 니콜라이가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자리에서 일어난 니콜라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저는 내일 돌아가니까 뒤를 잘 부탁드립니다.”
“잘 처리하겠습니다.”
“아 참. 깜빡한 게 하나 있군요.”
“…?”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3개월마다 종합검진을 철저히 받아야 합니다. 특히 암이나 간 쪽을 집중적으로요.”
니콜라이는 정확한 연도는 몰랐지만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사망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것도.
그가 사망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터라 기자 시절에 이런 정보를 접했었다.
“그게 무슨…?”
“제 회사를 쭉 운영해 가야 할 분의 몸에 이상이 생겨선 안 되잖아요. 제 철학이니 꼭 그렇게 해 주십시오.”
스티브 잡스는 현대의학을 불신하며 몸에 칼을 대는 걸 극도로 꺼리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건강검진일 뿐이고 자신을 생각해 주는 니콜라이의 말에 흔쾌히 대답했다.
“제 몸을 위한 일인데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죠. 그러겠습니다.”
원 역사에서 잡스는 암세포와 정상적인 DNA가 나란히 배열돼있는 상태라 암을 발견했을 때 수술만 했어도 살 수 있었다.
지구상에 그런 식의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은 단 20명 밖에 없었기에.
그러니 오늘은 잡스의 운명이 완전히 바뀐 날이었다.
“그럼 다음엔 전화로 다시 얘기하죠.”
둘의 첫 만남은 그렇게 끝났지만, 이 만남은 세계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먼 훗날, 시가총액 3조 달러가 될 애플.
원래 역사에서 니콜라이가 기자 시절 때의 국가별 GDP 기준으로 애플의 시가총액은, 영국에 이어 세계 6번째였다.
그 아래는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 러시아, 한국이다.
한 기업의 가치가 국가 순위에서도 6위를 한 것이다.
애플(Apple).
니콜라이는 애플의 진정한 주인이었다.
* * *
“중국에도 이을 거란 말인가요?”
니콜라이는 백악관의 연락을 받고 클린턴 대통령과 잠시 만났다.
주로 가스프롬에 관한 대화를 많이 했는데 가스관을 어디까지 연결할 거냐가 핵심이었다.
“장쩌민 주석님이 직접 부탁한 일이고 저도 괜찮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흐음….”
러시아는 지금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문을 꼭 닫아 걸고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런 중국에 에너지를 싸게 공급한다는 게 못마땅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몰랐지만 니콜라이는 숨김없이 얘기했다.
“유럽 쪽은 독일을 중심으로 뻗어나갈 거란 말이지요?”
“네.”
“체첸 공화국에서도 원유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거기에서도 송유관을 이을 건가요?”
“가능하면 만들 생각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에너지 자원은 곧 국력과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기에 클린턴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니콜라이는 클린턴을 만나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러시아의 가스와 원유에 의지하게 될 국가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기로.
* * *
‘월드 볼’ 2회차도 이월되었다.
당첨금이 두 배 넘게 불어난 터라 세계인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다른 나라에서는 인터넷으로만 살 수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판매소가 있었기에 러시아인들의 구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만큼 2등 당첨자 수도 가장 많았고.
니콜라이는 모스크바에 돌아오자마자 부모님과 함께 유리 유수포프의 집으로 향했다.
“미국에서 오느라 피곤할 텐데 내일 오지 않고.”
“비행기에서 많이 자서 괜찮습니다.”
“그래, 미국에 갔던 일은 해결이 잘 된 것이냐?”
“잘 마무리 지었어요.”
“다행이구나. 입금은 3일 후에 될 게야.”
“고맙습니다.”
“애플이라고 했었지?”
“네.”
“나도 좀 알아봤는데 문제가 많은 회사더구나. 투자금이 워낙 커서 걱정이 조금 되긴 했다만,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생각했다.”
유리 유수포프는 그동안 애플만 알아본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태국 상황도 세세히 알아봤었다.
지금 상황은 몇 년 전, 러시아의 경제 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니콜라이가 그런 움직임을 보였다면 확실했다.
그렇다면 그때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었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은행들에서 가스프롬을 담보로 하고 빌린 것과는 별도로, 유니콘 그룹을 담보로 하고 대출을 받았다.
니콜라이가 대출금을 상환할 때 같이 하면 되었기에 문제없었다.
니콜라이와 대화를 마친 유리는 며느리 마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영부인 활동을 하려니 정신 없지?”
“제가 특별히 하는 일은 없습니다. 아버지가 신경 못 쓰는 부분만 챙기면 되거든요.”
“사돈이 적적할 테니 너희들이 자주 찾아뵙도록 하거라.”
“네, 아버님.”
“그리고 이반 너는 굼 백화점을 언제 개장할 생각이냐?”
“니콜라이와 의논해 봤는데, U마트 때처럼 11월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괜찮은 생각 같구나. 그런데 마트도 아니고 지금 러시아 경제 상황으로 볼 때 백화점이 수익을 잘 낼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너와 니콜라이를 믿고 맡기긴 했다만 말이다.”
“모두 백화점으로 한 것도 아니잖아요. 일부는 다른 용도로 전환했으니 큰 무리 없을 겁니다.”
백화점 수가 전국에 무려 1,200개가 넘었기에 백화점 외에 다양한 용도로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어야지. 굼 백화점 인수 대금을 분할해서 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굼 백화점을 인수해 줄 곳이 없을 때 옐친은 분할 해서 내도 된다는 조건으로 유니콘 그룹에 팔았었다.
“알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네가 사장으로 있으니 그 돈은 네가 갚아야 해.”
“물론입니다.”
“나는 앞으로 그룹의 계열사들을 조금씩 넘기려고 한다. 예고르에게도 일부 가게 될 게야. 그리고….”
유리는 셋째 안턴을 떠올렸으나 머리를 흔들었다.
‘그놈은 글러 먹었어. 그놈보다는 손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더 좋겠지.’
젊을 때 몸을 사리지 않고 막 대했던 것이 나이가 들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이상이 없었지만 몸이 점점 힘을 잃어 가고 있다는 건 알았다.
그랬기에 훗날을 미리 대비하려 했다.
유리 유수포프의 얼굴에 그늘이 지자 함께 갔었던 빅토리아가 애교를 부리며 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할아버지 오늘은 우리 여기서 자고 가도 되나요?”
“그럼 되고말고. 언제든지 자고 가.”
다 컸지만 그래도 손녀딸이라고 유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 * *
다음날 니콜라이는 자하르 대통령의 연락을 받고 크렘린궁으로 들어갔다.
“네가 해결해 줄 일이 또 생겼구나.”
자하르는 이젠 니콜라이를 해결사로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것 좀 보거라.”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을 본 니콜라이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