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63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63화
063 뜻밖의 결과/전문가들도 몰랐는데 알아내다니
박스에 들어 있는 종잇조각을 모두 확인한 결과 번호가 적힌 건 딱 하나였다.
‘3번 줄에 있단 말이지?’
3번 줄에 총기류를 소지한 자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딱 한 명이란 뜻이다.
앞에서 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3번 줄 사람들 20명이 옆으로 쭉 세워졌다.
이번엔 1~20번까지 번호를 매긴 채, 그들의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총기를 숨긴 자가 누구인지 번호를 쓰게 했다.
앞에 있는 20명도 당연히 번호를 써서 박스에 넣어야 했고.
그렇게 모든 작업이 끝나자 그 20명 중에서 총기를 숨긴 자를 알아낼 수 있었다.
니콜라이는 경찰 책임자와 군인 인솔자를 뒤쪽으로 조용히 불렀다.
“지금 번호를 말씀드릴 테니까 그쪽으로 보시진 말고 다른 쪽으로 보는 척하면서 그 사람의 얼굴과 복장이나 특색을 기억해 두세요. 나중에 봐도 기억할 수 있게요.”
“알겠습니다.”
“네.”
그의 말대로 두 사람은 다른 쪽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지목된 인물의 특색을 살폈다.
두 사람이 몇 바퀴 돌고 오자 부사장이 물었다.
“지금 바로 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지금 잡으면 안 되죠.”
“네?”
경찰들 책임자도 부사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여기 직원을 죽인 자가 아닙니까? 지금 잡지 않으면 도망갈지도 모릅니다.”
“도망갈 생각이 있었으면 벌써 도망갔겠죠.”
여태껏 회사에 남아 있었다는 건 다른 뜻이 있다는 의미다.
“제보만으로 총기를 숨긴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도 하고요.”
살인사건 이후 퇴사한 직원이 한 명도 없으니 저자가 범인일 확률이 가장 높긴 해도, 100%는 아니기에 확인 작업이 더 필요하다.
“그렇긴 합니다.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걸 밝혀내야 하는 거죠.”
“우리 경찰에서는 흔적도 찾지 못한 사건인데 사장님은 여기까지 생각하고 계셨다니.”
“제 회사다 보니 생각을 조금 더 깊이 했을 뿐입니다.”
니콜라이는 다시 계단에 올라 큰 소리로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앞으로 나온 20명은 잠시 계셔야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그 20명을 향해 다양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중에 범인이 정확히 누구인진 모르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20명은 잠시 식당 안에 있게 하고 군인들이 밖에서 지켰다.
“저 사람 누군 줄 압니까?”
“잘 아는 직원입니다.”
“사무실에 인적 사항과 사진 있나요?”
“네, 입사 때 받아 놓은 게 있습니다.”
“집 주소 적고 사진은 떼어서 가져오세요.”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재빨리 사무실로 들어간 부사장이 곧 말했던 것을 가져왔다.
니콜라이는 그것을 경찰 책임자에게 주었다.
그리고 군인들 인솔자, 부사장, 경리 직원과 입사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직원까지 5명을 한 팀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직원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 부사장 외에 둘이나 더 있기에, 서로 거짓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 20명을 뺀 나머지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겁니다. 다섯 분은 이 주소지로 가서 집 주변에 잠복하고 계셨다가 그 집으로 드나드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십시오.”
“…?!”
“주소지를 보니까 단독주택인 거 같으니 드나드는 사람이 많진 않겠네요.”
“우리 모두 잠복을 말입니까?”
부사장의 물음에 니콜라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몇 시간 안 걸릴 겁니다. 드나든 사람 중에 우리 회사 직원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합니다. 나중에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도록요. 회사 사람이 보이면 기억하고 바로 돌아오십시오.”
“…알겠습니다.”
“다섯 분은 지금 출발하세요. 복장이나 차량이 들키지 않게 특별히 조심하시고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일은 많이 해 봐서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의 자신감을 믿었다.
경찰이면서 계급이 꽤 높으니 이런 경험이 있긴 했을 것이다.
다섯 사람이 먼저 출발하고 1시간쯤 흘렀을 때, 니콜라이는 20명을 뺀 나머지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작업은 며칠 후부터 시작할 건데, 그때 출근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범인으로 알고 전국에 수배령을 내릴 겁니다.”
1시간의 차이를 둔 것은 다섯 사람이 먼저 가서 잠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번호를 써낸 사람이 20명 중에 있었으면 조금 복잡해질 뻔했으나, 다행히 20명 중엔 없었다.
그로부터 3시간 후에 20명에게도 같은 말을 하고 돌려보냈다.
여기서도 3시간의 차이를 뒀다.
번호가 적힌 사람을 집에 늦게 들어가게 하려고.
* * *
니콜라이와 일행은 부사장실에서 잠복을 나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번호 나왔으면 현장에서 그냥 딱 잡으면 되는데 왜 기다리라는 거야? 경찰과 군인까지 있어서 도망도 못 갈 텐데.”
키릴이 이유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너는 마음이 참 편하겠다. 세상을 단순하게 살아서.”
“뭐?”
“살인사건이야. 경찰들도 여태 단서하나 못 찾았는데 그게 그렇게 단순할 것 같아?”
“여기서 사람이 죽었다고?”
“그럼 내가 그냥 총만 찾아내려고 이러는 줄 알았어?”
키릴이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문 쪽을 향했다.
“어디 갈려고?”
“하하, 모스크바에 일이 있다는 걸 깜빡했네.”
“갈려면 말리진 않겠지만 내일 가. 벌써 해 졌잖아.”
“지금 가도 되는데….”
그때, 문이 열리면서 잠복을 나갔던 다섯 명이 들어왔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음료수부터 마시고 숨 좀 돌리세요.”
경리를 보는 여자가 냉장고에서 밀키스를 꺼내 한 잔씩 따랐다.
부사장이 목이 타는지 컵을 한 번에 다 비우곤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사장님은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번호가 적힌 직원 집에 다른 직원이 갈 거란 걸 어떻게 알았나?
“오늘 남한테 덤터기 씌우기 얼마나 좋은 상황이 나왔습니까? 저 같아도 이 기회를 이용했을 겁니다.”
자기가 죽여 놓고 다른 사람이 죽인 것처럼 꾸민다.
살인을 저질러 놓고도 지금까지 도망가지 않고 남아 있었던 이유는, 아마 오늘처럼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 기회를 잡기 위해서일지도 몰랐다.
물론, 그 기회는 니콜라이가 일부러 만들어 준 것이지만.
“잠복하자마자 얼마 안 있어서 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예상하신 대로, 그 집에 사는 직원이 아니더군요.”
니콜라이의 말이 맞아떨어진 걸 직접 확인한 순간에 반신반의하던 마음이 싹 가셨다.
“안으로 들어가 5분쯤 후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집안에 총을 숨겨 두고 나온 거지요.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이 모두 맞았습니다.”
경찰 책임자와 다른 사람들도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누군지는 기억해두셨죠?”
“네. 잠깐만요.”
부사장이 뒤의 캐비닛에서 서류철을 꺼냈다. 이어 그중에서 한 장을 꺼냈다.
“이 잡니다. 입사한 지는 3년 됐습니다. 미혼이고요.”
그런데 니콜라이는 서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사장님, 지금 잡으러 가야지 않겠습니까? 이런 흉악범과 함께 일했다는 걸 생각하니 소름이 다 끼칩니다.”
“더 늦기 전에 잡으시죠. 들어오면서 경찰들과 군인들 준비시켜 뒀습니다.”
경찰 책임자의 말에 니콜라이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 범인이 누군지 알고 증거까지 바로 확보할 수 있는데요. 그럼 흉악범은 지금 당장 잡아들여야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다른 사람들도 부사장과 같은 마음이었기에 니콜라이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곧 스스로 나타날 테니 기다리세요.”
“그 흉악범이 스스로 나타난다고요?”
범인이 스스로 나타날 거다?
부사장이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보자 그들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모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일에 경험이 많은 경찰 책임자도 도대체 니콜라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일단 밖에 경찰들과 군인들은 안 보이는 곳에 잠복시키세요. 다섯 사람만 안으로 불러서 저기 화장실에 잠깐 숨게 하고요.”
무슨 일을 꾸리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니콜라이의 말대로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렇게 사무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흘러 저녁 12시가 막 되어 갈 때.
끼이익-
문이 조용히 열렸다.
“저기… 제가 낮에 번호를 적어 낸 사람입니다.”
사내의 목소리에 모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잠복을 나갔던 다섯 사람이 눈을 부릅떴다.
그들 중 부사장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자… 자네는?”
부사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니콜라이는 문 옆에 있는 화장실을 향해 말했다.
“저 사람입니다. 체포하세요.”
그러자 경찰과 군인들이 재빨리 나와 사내를 사방에서 잡아채며 수갑을 채웠다.
“크윽! 당신들 뭐요?”
사내가 발버둥을 쳤으나 먹히지 않았다.
부사장이 사내를 멍하니 보다가 니콜라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장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네 사람도 부사장과 같은 마음이었다.
총기를 숨긴 자가 누군지 번호를 써내고 다이아몬드 두 개를 받으러 온 사람이, 낮에 잠복했을 때 몰래 집으로 들어간 자와 동일인이라니.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놈은 사람을 죽인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고 포상까지 받으려 한 것이다.
니콜라이가 한 말과 정확히 일치했다.
범인이 잠복한 장소에 나타날 걸 맞춘 것도 대단히 놀라운 일이지만, 이건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보여 준 거였다.
니콜라이의 능력을 여러 번 경험한 적 있는 샤샤, 키릴, 디마 조차도 입을 떡 벌렸을 정도다.
돈과 관련해 그의 능력은 보았으나 이런 건 그들도 처음이었기에.
모두 신선한 충격을 받아 잠시 멍해 있는 동안, 뒤로 수갑이 채워진 사내는 악을 쓰며 고함을 질러댔다.
“사람 잘못 봤어! 이거 풀라니까! 나는 다이아몬드를 받으러 왔다고.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당신이 직원을 죽였으니까.”
니콜라이의 확신에 찬 말에도 사내는 극구 부인했다.
“그게 무슨 말이요? 내가 사람을 왜 죽여요?”
“번호를 써 낸 사람은 네가 맞겠지. 그런데 총으로 직원을 죽인 사람도 네가 맞을 거야. 그렇지 않나?”
“아니요! 나는 그냥 다이아몬드를 받으러 온 것뿐이라고요. 난 아니야!”
니콜라이는 이자가 오늘 꼭 찾아올 것으로 확신했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다이아몬드 두 개를 오늘 당장 손에 쥐고 싶었을 테니까.
“경찰관님이 사건 경위를 다 알고 계시니 이 일은 알아서 처리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사건을 아주 쉽게 해결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사람은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보내면 되겠군요.”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중범죄자들은 모두 거기로 보내지고 있으니까요.”
사내는 끝까지 발악하며 부인했으나 누구도 믿지 않았다.
“내가 아니라니까 왜 이래! 죄 없는 사람을 이렇게 대해도 거야! 이거 풀어! 나 아니라니까!”
“입 닥쳐!”
경찰관이 사내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윽!
사내가 꼬꾸라지며 신음을 토했다.
“내가 직접 봤는데 어디서 거짓말을 해!”
경찰과 군인들이 사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다음날, 잠복했던 집으로 간 경찰들은 손쉽게 총을 찾아냈다.
집의 주인이었던 직원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며 거의 기절할 정도로 놀랐으나 경찰의 설명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 * *
정부의 조사관들은 니콜라이 일행보다 이틀 늦게 도착해, 알로사의 서류를 모두 확인하기 시작했다.
조사관 일곱 명이 사무실을 점령하고 서류를 살핀 지 하루가 지났다.
“어떻습니까?”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모두 맞단 말이죠?”
“네, 생산량이 크게 준 건 맞는데 서류를 조작했다거나 누군가 중간에 빼돌린 흔적은 없었습니다.”
조사관 중 책임자가 자신 있게 말했다.
총으로 직원을 죽인 자는 잡았으나 중간에서 빼돌린 놈은 아직 잡지 못했다.
같은 사람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그는 직원만 죽였다.
그렇다는 건 잡혀간 사람은 횡령과는 상관없고, 뒤로 빼돌린 놈은 따로 있다는 뜻.
조사관들은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니콜라이는 뭔가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생산량이 50%나 줄었다는 건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야.’
그는 생각의 폭을 더욱 넓혀보기로 했다.
“이 서류들이 정확하면 다른 걸 확인해 봐야겠군요.”
* * *
니콜라이는 현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가 생각하기에 이상한 점들을 일일이 기록하며 대조했다.
그는 샤샤, 키릴, 디마에게 따로 임무를 내렸다.
“너는 식당 식자재 비용, 너는 덤프트럭 기름 사용량, 너는 전기 사용량을 확인해 봐.”
‘이럴 땐 맨땅에 헤딩하면서 찾아내는 게 오히려 가장 빠를 수 있지.’
다른 사람들은 그가 또 어떻게 잡아낼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말을 하지 않으니 따라다니면서 시키는 일이나 할 수밖에 없었다.
니콜라이는 3년 전부터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기록된 다른 서류를 조사관들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날짜가 적힌 부분들을 가리켜 가며 말했다.
“3년 전부터 여기까지 평균 사용량을 살피시고, 여기부터 최근까지 사용량을 확인해 보면 뭔가 나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라 그들의 작업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확인 절차가 끝났다고 말한 조사관의 얼굴엔 놀라움이 가득했다.
“직원들 식당 식비 내역, 전기 사용량, 간이 화장실 비운 횟수 등을 확인해 본 결과, 지난 3년간의 평균에 50%나 못 미쳤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 현장 소장, 덤프트럭 기사, 식당 아주머니가 유난히 긴장했던 거였군.’
이 사람들 뿐이겠나.
어쩌면 모두 한통속일 수도 있었다.
“그만큼 현장이 안 돌아갔다는 거죠?”
“맞습니다. 일을 한 것처럼 했지만 현장을 50%만 가동했다는 뜻입니다.”
니콜라이는 옆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부사장을 바라보았다.
“부사장님, 해명해 보세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저, 그게….”
“현장을 계속 가동하지 않았으면서도 왜 가동한 것처럼 꾸민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