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84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84화
084 사막은 공짜지/뼛속까지 뽑아 먹기
“죽어라! 죽어!”
언제 씻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
흙먼지와 기름기가 뭉쳐져 봉두난발이 된 머리.
거기에 옷은 아프리카 난민들조차 머리를 저을 정도로 해져 있었다.
꽃제비 무리.
북한에서는 이들을 그렇게 불렀다.
다섯 명의 꽃제비가 한 아이를 밟아 댔다.
입에 빵조각을 문 채 바닥에 쓰러져 맞고 있는 아이의 앙상한 갈비뼈가 부러질까 위태위태해 보였다.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니콜라이가 차에서 내리자 뒤와 앞의 트럭에서 경호원들과 러시아 특수부대 군인 수십 명이 우르르 따라 내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밟아 대던 꽃제비들이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마을 회관이 어디지?”
그의 물음에 샤샤가 지도를 보며 대답했다.
“조금만 더 가면 나와.”
“일단 쟤들한테 먹을 것 좀 나눠주고 마을 회관으로 오라고 전해. 통역사 불러서.”
“그럴게.”
그의 지시대로 통역사가 말함과 동시에 먹을 것까지 나눠줬다.
그러자 그것들을 조심스럽게 받아든 꽃제비들이 쓰러진 아이를 일으키더니, 함께 마을 회관이 있는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죽음을 앞둔 굶주림 앞에서는 그들도 포악해졌으나 그게 어느 정도 해결되자 인간의 이성이 조금은 돌아온 것이리라.
“나라가 이 꼴이 되도록 위원장은 도대체 뭘 한 건지. 쯧쯧.”
꽃제비 무리를 보며 정 회장이 혀를 찼다.
“조금 있으면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거기서 잠시 쉬고 가시죠.”
“좋습니다.”
20분쯤 후, 니콜라이 일행은 마을 회관에 트럭 한 대를 풀었다.
이미 각 지역으로 지시가 내려갔기에 책임자가 줄을 선 사람들에게 준비한 것들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
책임자들이 중간에서 착복할 시엔 즉결처형이 될 거란 지시가 있었던 터라, 그들이 물건에 손을 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고맙슴메다. 물건들은 제가 책임지고 잘 나눠주겠으니 걱정하지 마시라요.”
여기서부터 트럭들은 북한 전역으로 흩어졌다.
니콜라이는 30대의 트럭과 함께 평양으로 움직였다.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 회관에는 그가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이동하던 니콜라이 일행은 해가 거의 질 무렵이 되어서야 평양에 도착했다.
니콜라이는 다른 사람들은 호텔에서 쉬게 하고 샤샤와 함께 주석궁으로 향했다.
* * *
김 위원장은 니콜라이 일행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고 받았다.
“곧 도착할 거랍니다.”
“기래?”
“네. 물건들을 직접 나눠주면서 오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자하르의 외손자면서 그 어린 나이에 경제 고문이라… 남조선을 구한 사람이 니콜라이 그자라고 했었지?”
“맞습니다. 남조선에 파견 나가 있는 정보원들에 의하면, 여기 오기 전에 남한의 부도난 기업들을 대거 인수했다고 합니다.”
“흐음. 보통 인물이 아닌 건 확실한데….”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 위원장이 사내에게 물었다.
“물건에 손대는 놈은 즉결처형한다고 지시는 확실히 했갔지?”
“몇 번이나 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신경 쓰는 이유는 자하르 대통령 때문이었다.
자하르의 비위를 조금이라도 거슬리게 되면 그날이 북한의 최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중국은 국경을 완전히 닫아 버렸으니 이제 비빌 데라곤 러시아뿐이란 말이야.’
그러나 자신이 누구에게 지시를 받았다는 게 기분이 나빠 눈살을 찌푸렸다.
“이봐. 러시아가 110억 달러를 정말 받아 내려는 건 아니갔지?”
“그들도 우리 사정을 빤히 아는데 설마 그러겠습니까.”
“그럼 니콜라이 그자는 왜 오는 기야?”
“아마 다른 구실이 있지 않겠습니까?”
“무슨 구실?”
“저도 거기까진 파악을 못했습니다.”
“흐음.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면 알갔지. 임자도 옆에 있으라우.”
그들이 러시아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니콜라이는 안내원을 따라 약속된 장소로 들어갔다.
* * *
김 위원장은 이런 사람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분명 겉은 백인이 틀림없는데 무슨 말을 이렇게나 잘한단 말인가.
보고를 받긴 했어도 직접 마주 앉아 니콜라이의 말을 들으니 완전히 남조선 사람 같았다.
“이건 대통령께서 보낸 겁니다.”
러시아가 어떤 이유로 방문하게 된 것인지가 적힌 서류였다.
그걸 건네받은 김 위원장이 잠깐 보고는 옆의 사내에게 줬다.
“소비에트 시절 때 우리가 차관 명목으로 110억 달러를 빌렸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어요. 나도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니 말이지요.”
그걸 부정하게 되면 마지막 동아줄인 러시아와는 완전히 끝나 버린다.
일단 인정은 하고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우린 갚을 돈이 없어요. 오다가 봤겠지만 나라 사정이 이런데 무슨 돈이 있겠어요.”
“그 점은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여긴 왜 찾아온 거요?”
채무자가 되면 북한의 주석조차도 ‘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장쩌민 주석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이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얼굴이 잔뜩 굳었다.
“갚을 의지가 있으시면 방법은 있습니다.”
“…그 방법이 뭔지 어디 말이나 한번 들어봅시다.”
발뺌했다면 고강도 압박을 쓰려고 했었는데 인정을 했기에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북조선의 지하자원 채굴권을 주시죠.”
“채굴권을 달라?”
“네.”
위원장은 옆의 사내를 잠시 바라본 후 말했다.
“그것만 주면 채무는 끝나는 거요?”
“어업권도 주십시오.”
“어업권까지?”
그가 놀라 되물은 말에 니콜라이는 이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설마 이 두 가지가 110억 달러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크흠… 또 뭐가 있어요?”
“동해 쪽으로 해서 남쪽으로 가스관과 송유관을 연결하게 해 주십시오.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북한을 통과할 수 있게도 해 주시고요.”
“허어 참.”
김 위원장은 이것들만 해도 기가 찼는데 니콜라이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노동 인력을 원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요?”
위원장의 커진 목소리에도 니콜라이는 담담히 말을 받았다.
“우리가 새로 추진할 사업이 있는데 거기에 엄청난 인력이 필요합니다. 북조선에서 그 인력을 충원해 주길 원합니다.”
“얼마나요?”
“처음엔 최소 5만 명은 넘어야 합니다. 차차 늘릴 생각입니다.”
“무슨 사업이길래 처음부터 5만 명이나 필요하단 거요?”
“사막을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사업입니다.”
중국의 사막들을 100년간 임대하는 것.
장쩌민 주석에게 차관을 빌려주는 대가로 요구한 것 중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이건 형식상 100년이라 한 것이고, 니콜라이는 몇 년 안에 러시아 것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무슨 사막에다가…?”
“그건 러시아가 진행하는 걸 보시면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그보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내용을 받아들이실 겁니까?”
“지하자원 채굴권, 어업권에 가스관과 송유관. 거기다 횡단 열차를 통과하게 하고, 5만 명까지 보내 달란 거였지요?”
“맞습니다.”
“흐음….”
잠시 말이 없던 위원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날이 저물었으니 푹 쉬고 내일 얘기하는 건 어떻겠어요?”
니콜라이도 바로 대답할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는 니콜라이를 김 위원장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 *
차로 답답한 마음을 달랜 김 위원장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봐.”
“네.”
“다른 것들이야 그렇다 하지만, 5만 명을 충원해 달란 말은 뭐야?”
“…사막을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사막을 어떻게 활용해 볼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내가 그걸 몰라서 묻나? 사막을 어떻게 활용하냔 말이야.”
“저도 거기까진 잘….”
참으로 묘한 인물이었다.
그리 긴 대화를 한 건 아니지만 위원장은 니콜라이에게서 뭔지 모를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장쩌민 주석에게서도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니콜라이에게는 묘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고,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게 하는 힘이 있었다.
수십 년간 북한을 독재한 그조차도 이런 묘한 분위기는 갖지 못했었다.
“사막을 대체 어떻게 하려고….”
“…저기 위원장님.”
“왜?”
“니콜라이 고문이 보드카를 잔뜩 싣고 왔습니다.”
“꼬냑 같은 건?”
“모두 러시아산 보드카입니다.”
“그래? 그래도 예의를 아는 사람이군. 몇 병 가지고 와 봐.”
“알겠습니다. 그리고 호텔 옆방의 도청 장치는 어떻게…?”
“됐어. 괜히 실수라도 하는 날엔 어떻게 책임지려고. 모두 철수시켜.”
“네.”
한편, 호텔로 들어간 니콜라이와 샤샤는 샤워부터 하고 마주 앉았다.
“확인해 봤어?”
“몇 번이나 확인해 봤는데, 없더라.”
북한이 늘 하던 짓이었기에 니콜라이는 샤샤에게 도청 장치를 찾아낼 수 있는 기계를 구매해 두라고 했었다.
니콜라이가 샤워하는 동안 샤샤가 독일제로 꼼꼼히 확인해 봤으나 기계는 반응하지 않았다.
“근데 아까 그거 무슨 말이야?”
“뭐가?”
“사막에서 무슨 사업을 해?”
니콜라이는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샤샤의 궁금증을 조금씩 풀어 주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땅은 넓지만, 농경지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은 아주 적어. 이건 너도 알고 있지?”
“알지.”
“전에 장쩌민 주석이 왔을 때 중국의 사막들을 100년간 임대해 달라는 조건도 넣었거든. 그 사막을 모두 녹지로 만들려고.”
“사막에다가 농작물을 키우겠다고?”
샤샤의 놀란 표정에도 니콜라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러시아에서 가져온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아니 그게. 농작물을 키울 거면 그냥 다른 나라 땅을 빌리거나 사서 해도 되는데, 왜 굳이 사막에다가 해?”
“너도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봤잖아?”
“…?”
“그 사람들 그대로 놔두면 조만간 다 죽어. 아마 몇 년 안에 수백만 명이 죽을걸?”
실제 역사에서도 ‘고난의 행군’ 때 죽은 사람이 수백만이나 되었다.
각종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까지 포함되는 것이나 주원인은 굶주림 때문이었다.
니콜라이는 김 위원장에게 돈이 들어가게는 할 수 없었기에 이런 방법을 택한 거였다.
북한 주민들을 일터로 받아들여 제대로 먹인 후에 정상인으로 만들어 일을 시킨다.
다시 허약한 주민들을 받아들이면서 이걸 계속 반복 순환시킨다.
그렇게 북한의 죽어 가는 주민들을 일단 살린다.
사람도 살리고 니콜라이의 사업도 키우고.
무엇보다 앞으로 있게 될 황사 문제도 해결하고, 그 넓은 사막을 공짜로 쓰면서 각종 농작물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다.
그것도 무려 100년간이나.
이런 말을 들려주자 샤샤의 눈은 더욱 커졌다.
“사막을 어떻게 그렇게 바꿔? 그게 정말 가능하기나 해?”
“사막은 원래부터 사막이었는 줄 알아?”
“아무리 그래도 그 넓은 사막을 어떻게….”
니콜라이는 언론사에 근무할 때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중국인 부부 단 두 사람이 20년에 걸쳐 사막을 산으로 바꾼 영상을.
거기서 부부는 수박, 호박, 가지, 고추, 토마토 같은 것과 각종 과일까지 재배해 내다 팔았다.
이 부부뿐만 아니라 중동의 어떤 나라에서도 사막에 농작물을 키워 ‘자급자족’한다는 영상을 봤었다.
두 곳 모두 문제는 물이었는데.
지금이 1997년이기에 아직은 지하 대수층에 물이 충분할 터였다.
거기다 가스프롬에는 가스관과 송유관을 만든 뛰어난 기술력이 있었다.
“관을 만들어서 강에 있는 물까지 끌어들여 사막에 공급하겠다고?”
“응. 그렇게 하면 물은 해결되지. 사막이 완벽히 녹지화되면 그때부터는 사막 기후도 바뀌어서 비가 자주 내릴 거야.”
“들어보니 그럴 듯하긴 하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뭐가 오래 걸려? 처음부터 5만 명이 투입되는데. 점점 더 늘릴 거고.”
“아 맞다. 그게 있었지.”
인해전술로 밀어붙인다.
한 사람이 하루에 작은 나무를 백 그루만 심어도 5만 명이면 5백만 그루가 된다.
조금 더 힘을 내서 2백 그루를 심으면 1,000만 그루다.
이걸 1년에 300일만 해도 30억 그루의 나무가 사막을 뒤덮게 된다.
물론, 매일 관리를 해 주는 상태로.
나무가 일단 자리를 잡으면 그때부터는 농작물을 키우기 시작하면 될 터였다.
이것까지 말해 주자 샤샤는 그제야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진짜 네 머리는 못 따라가겠다. 네 계산대로라면 정말 한 2년만 해도 중국의 모든 사막이 산으로 바뀌겠어. 그런데 이런 걸 왜 다른 나라에서는 안 할까?”
“너 그걸 정말 몰라서 물어?”
“모르니까 묻지.”
“하아 참.”
대통령 임기는 기꺼해봐야 4~5년인데 이런 걸 생각할 대통령이 있겠나.
독재자들이나 왕실 사람들은 이걸 할 의지가 없을 거다.
거기에 들어가는 돈이 아까울 테니까.
다른 땅도 있으니 굳이 사막을 바꿀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니콜라이는 북한이라는 특수한 나라를 이용하려 했기에 이 방법을 생각해 낸 거였다.
“앞으로 러시아인들은 사시사철 아주 저렴하게 농작물들을 먹을 수 있게 될 거야. 북한 주민들도 모두 정상인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고.”
그들에게 월급은 줄 수 없으니 일정 물건으로 대신 줄 생각이었다.
물론, 공산당들이 절대로 뺏어갈 수 없게 해서.
* * *
다음 날.
다시 김 위원장을 만난 니콜라이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하지요. 어제 말했던 내용을 받아들이겠어요.”
김 위원장은 이제 홀가분했다.
러시아가 더 물고 늘어지면 상황이 복잡해지기에 여기서 마무리를 짓고자 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중국이 국경을 완전히 닫아 버린 상태라, 러시아에서 물건을 들여와야 하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그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니콜라이의 요구는 끝난 게 아니었다.
“원금 110억 달러는 끝났으니까, 이제 이자 계산을 의논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