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92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92화
092 미대 출신 니콜라이가 그린 큰 그림/일본은 나가리
클린턴 대통령을 고비사막으로 끌고 온 이유가 있었다.
이미지 바꾸기.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러시아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함이었다.
고비사막에 북한 주민들을 데려오고, 미남 미녀들을 선발해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시켜 러시아의 문화를 전파하는 등.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지금까지의 러시아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추가로 입소한 2만 명이 보급품을 받는 모습을 보던 클린턴 대통령.
이런 모습은 영상으로만 봤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인지라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그런 그를 보며 자하르 대통령이 측은지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이 사람들은 이제 막 북한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은 여기에 온 지 몇 달이 되었고요.
말라비틀어진 상거지 중의 상거지 모습과 건장한 사내의 모습은 외견상으로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됩니까?”
“오늘 들어온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5만 명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들어올 겁니다.”
“허어….”
니콜라이는 안내원과 함께 있는 그를 보며 카메라맨에게 말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잘 찍어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섯 대가 다양한 각도에서 찍고 있으니까 편집하면 원하시는 모습들이 잘 나올 겁니다.”
“좋네요. 저기 저런 모습, 저런 장면이 딱 좋습니다. 뭔가 고뇌에 찬 표정 같은 거요.”
“클로즈업해서 다 잡고 있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클린턴을 고비 사막으로 데려온 이유가 있었다.
광고 효과.
이미지 바꾸기의 한 방법.
미국 대통령을 광고 모델로 쓸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나. 거기다 공짜로.
전 세계로 나가게 될 고비 사막의 새 영상에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혼자도 아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냉전 시대를 열었던 미국과 러시아의 수장이 등장한다.
두 나라의 대통령이 나란히 나온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미국을 이용해 러시아의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지.’
멀찍이 떨어져서 클린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던 그에게 주민이 물었다.
“대장님, 저 사람 뉘래요?”
“미국 대통령이십니다.”
“대통령이 뭐래요?”
“나라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책임지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분을 말합니다.”
“아~ 아, 그리면 저 사람이 코쟁이들의 두목?”
말은 좀 그렇지만 의미는 같으니.
“비슷합니다.”
주민들은 외국 사람들을 한꺼번에 이렇게나 많이 보는 건 처음인지라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북한 주민들은 미국에서 온 사람들을 구경하고.
미국에서 온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을 구경하고.
참으로 아이러니한 장면이었다.
수십 년간 별 관심이 없었고,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미국과 북한이 고비 사막에서 만났다.
이 만남은 이 죽음의 땅에 희망의 싹을 틔웠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었다.
니콜라이는 여기에 극적인 몇 가지를 더 추가했다.
“샤샤, 왜 안 와?”
“다 왔어. 곧 들어올 거야. 아, 빨리 좀 오지. 연락은 어제 했는데 이제 오네.”
샤샤가 투덜거리며 무전기에 대고 물었다.
“통과했습니까?”
치직 칙.
-네, 방금 외곽 출입구 통과했습니다. 5분 후에 도착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5분 후면 이제 준비해야겠네.”
니콜라이는 카메라맨에게 다시 한번 지시를 내렸다.
“조금 있으면 도착한다니까 다섯 분을 최대한 오래 클로즈업하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카메라 잡는 것만 10년을 넘게 했습니다.”
옆에 있던 CNN 여기자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한테 이런 기회를 주셔서 고마워요.”
“처음 보는 사이도 아니고 전에 찍었던 영상이 나가면서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잖아요. 서로 도와야죠.”
“이거 잘나가면 고문님 덕분에 저 이번에 승진하게 될 거예요. 미리 감사드려요.”“미리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일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그렇게까지….”
상기된 표정이던 그녀의 얼굴에 활짝 꽃이 피었다.
“참, 그리고 말씀하셨던 배경 음악은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Heal The World)’가 어떨까요?”
오우. 딱 좋다.
지금 상황에 딱 어울리는 음악이다.
니콜라이도 활짝 미소를 지으며 멀찍이 떨어져 있는 파란색 텐트 쪽으로 향했다.
텐트 안에는 익숙한 인물이 있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니요. 우리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인데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금 나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지요.”
한국 대통령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며 밖으로 나갔다.
니콜라이는 다른 텐트에도 들러서 좋은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렸다.
“주석님, 나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온 건가요?”
“네, 김 위원장이 곧 도착하면 모두 모이게 됩니다.”
“그래요. 가시지요.”
중국 장쩌민 주석에게는 자하르 대통령이 여기 오기 전에 미리 연락을 취해 설득해놓은 상태였다.
아무리 북한과 가까운 중국이지만 턱밑에 핵이 있는 건 그들도 원치 않았기에 러시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김 위원장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고비 사막에는 5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모이게 되었다.
러시아, 미국, 중국, 한국, 북한.
모두 모인 자리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선언한다.
러시아, 미국, 한국, 중국은 이에 찬성하고 승인한다.
세계에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
니콜라이가 그린 그림의 결과물이었다.
잠시 후.
다섯 사람은 드넓게 펼쳐진 고비사막의 푸른 나무들을 뒷배경으로 한 채 나란히 섰다.
그 모습을 CNN과 러시아 방송국에서 나란히 촬영했다.
니콜라이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자기가 만들어 냈다는 것에 깊은 희열을 느꼈고 감동했다.
옆에 있던 얀덱스의 총책임자 일리야가 그 감동에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올 말을 꺼냈다.
“얀덱스, 구글, 야후에다가 각국 TV에 속보로 방영되는 뉴스의 자막에도 고비 사막 후원 계좌를 모두 넣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전세계에 나가는 거라서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겁니다. 사장님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셨습니까?”
“기회는 운으로 오기도 하지만 만들어 내기도 하는 거죠.”
5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모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추구하는 성향이 전혀 다른 나라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핵을 포기하며, 죽은 사막을 다시 되살리는 일에 손을 잡는 자리라면 반드시 기회를 잡고 살려야 했다.
니콜라이는 이런 생각으로 이번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던 것이다.
“저 사람들 너무 불쌍해요. 제가 먹을 거 줘도 되나요?”
“쏘냐, 그러지 않아도 돼. 조금 있으면 식당에서 맛있는 거 많이 먹을 거야.”
“아이가 너무 말라서 넘어질 것 같은데… 나는 자라서 저런 사람들을 도울 거예요.”
“그래.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돈 많이 벌어야 해요.”
“그렇지.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쏘냐처럼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계속 유지해야 해. 그 마음을 간직하면서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꾸준히 도와야 하는 거야. 알겠지?”
“네.”
니콜라이의 말에 이제는 14살이 된 쏘냐가 분홍빛 입으로 야무지게 대답했다.
니콜라이의 시선은 다시 정면으로 향했다.
이번 행사의 취재와 행사 진행을 맡게 된 CNN 여기자의 멘트가 시작되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5개국을 대표하는 분들이 북한의 핵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핵무기는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무기인 만큼 이 자리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기자의 뒤에서는 다섯 사람이 나란히 선 채 멘트가 끝날 때까지 잠시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핵을 포기하면서 쓸모없고 죽은 사막을 다시 되살리자는 의미도 있는 만큼 많은 후원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말을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엔 큰 차이가 있다.
기자가 ‘후원’이라는 말을 했기에 세계인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핵무기를 없애고 블랙홀 인베스트먼트와 같이 사막을 살리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는 블랙홀의 이름을 넣는 서비스까지 해 주었다.
동시에 니콜라이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북한의 핵 포기 선언이 있었기에 이제부터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이어지게 될 겁니다. 독일과 프랑스를 통해 러시아, 한반도의 최남단까지요. 이렇게 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각 나라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될 텐데요….”
기자의 말은 정확했다.
많은 이득이 있을 것이다.
러시아, 미국, 중국, 한국, 북한은 지금보다는 더 많은 경제적인 이득을 얻게 될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랬기에 모두 찬성했다.
그 경제적인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니콜라이조차 가늠키 어려울 정도일 터.
세계인들의 관심은 러시아와 고비 사막으로 몰리고 있었다.
“니콜라이 고문님. 북한이 핵 포기를 하게 하고, 고비사막을 녹지화하는 것까지 모두 고문님께서 주도한 일인데요. 어떻게 이런 큰일을 생각하신 건가요?”
“두 가지 일 모두 크게는 지구를 살리고 다르게는 인류의 평화를 위한 거였습니다. 저와 우리 러시아는 세계평화와 자연생태계를 살리는 일에 매진하고자 추진하게 됐습니다.”
“그렇군요. 러시아가 이런 일에 직접 나서 줬으니 다른 나라들도 깊은 관심을 보이게 될 겁니다.”
그녀는 니콜라이를 위한 서비스까지도 잘해 주고 마무리를 지었다.
역시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이다.
모든 행사가 끝이 나고 각 나라의 지도자들은 자국으로 돌아갔다.
‘에어 포스 원’에 오른 클린턴 대통령은 참으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성추문 사건으로 좋지 않았던 이미지가 이번 일로 나아졌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은 찝찝한 면이 있었다.
‘왠지 니콜라이 그자한테 당한 느낌이란 말이지.’
CIA 국장도 그런 느낌을 받고 넌지시 말했다.
“우리가 모스크바에 있을 땐 아무 말도 없다가, 고비 사막에 도착하고 난 후에 그런 행사가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요.”
“이건 그자의 설계임이 분명합니다. 고비 사막에 도착하면 빼도 박도 못하게 될 테니 그런 짓을 벌인 겁니다.”
“나도 그런 느낌이 좀 들긴 했어요. 그런데 이번 행사가 우리한테 손해날 일은 아니지 않나요?”
“그렇긴 합니다. 대통령님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면 됐어요. 어차피 북한의 핵 포기는 우리도 원했던 바고, 사막을 되살리는 일도 좋은 일이잖아요.”
클린턴 대통령은 좋은 쪽으로 의미를 뒀다.
한편, 니콜라이 때문에 피바람을 맞았던 미국 월가의 사람들이 뉴스를 보고 이를 빠득 갈고 있을 때, 이들보다 더 화가 치민 곳이 있었다.
일본 총리 관저.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이게 뭡니까?”
“….”
“어떻게 저 자리에 우리 일본이 빠질 수 있냔 말이오?”
“…미국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외무 장관의 말에 총리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외무 장관이 이렇게 큰일을 모르고 있을 수가 있습니까? 이게 말이 되는 일이오!”
“…죄송합니다.”
“허어. 여태 어떤 요구를 해도 꾹 참고 다 들어줬는데 미국이 우리 뒤통수를 칠 줄이야. 기가 막히는군.”
북한의 핵 포기는 일본도 반기는 일이었다.
연락을 줬으면 두말하지 않고 참석했을 터였다.
그런데 아무런 말이 없었다는 건 완전히 일본을 무시한 처사와도 같았다.
총리는 이것에 화가 난 것이다.
“총리님. 그러면 늦긴 했지만 제가 백악관에 항의해 보도록 하겠….”
외무 장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총리의 말이 튀어나왔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지금 항의해서 어쩌잔 말이오! 우리가 지금 항의해서 얻을 게 뭐가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저건 이미 늦었으니 어쩔 수 없게 됐고. 우린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가져와야 합니다.”
“네?”
“횡단 열차가 한반도의 최남단까지 이어진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거기가 어디겠습니까?”
“부산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가능성이 가장 큰 게 아니고 정확히 부산이에요. 설마하니 제주도까지 잇진 않을 거 아닙니까?”
“그건 맞습니다.”
총리는 이미 지난 일엔 미련을 버리고 다른 것을 가져오기로 했다.
한반도 특히, 한국이 모든 이득을 가져가게 할 순 없었기에.
“해저 터널을 연결하자고 하세요.”
“…?”
“뭘 그렇게 놀랍니까? 어떤 방법을 써서든 꼭 성사시키세요.”
“…알겠습니다.”
일본이 생각하는 해저터널.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니콜라이는 한국 대통령을 배웅하며 채권자(돈을 빌려줬으니까)로서 한마디를 했다.
“돌아가시면 혹시나 일본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을 겁니다.”
“일본에서 왜 연락을…?”
“시베리아 횡단 열차 때문일 겁니다. 혹시나 연락이 오면 사실대로 말씀하십시오.”
“…?”
“모든 권리는 러시아에 있으니 러시아와 의논하라고요. 저를 만나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렇게만 하면 되는 거지요?”
“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지요. 그럼.”
니콜라이는 이제는 완전한 러시아인으로서, 러시아의 입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