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17)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17화
17화 업계 평균(1)
회사가 내놓은 특허 문제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나였다.
어머니가 드디어 전원주택을 지을 곳을 결정하셨다.
판교에 800평 규모의 대지를 매입한 것이다.
매입가는 평당 180만 원으로 14억이 소요되었는데, 지난번 증여한 자금을 이용해 토지를 구매한 것이다.
“결정 잘하셨어요.”
“그래, 네 말대로 생각보다 서울과 멀지 않더구나.”
이번 전원주택을 위한 토지 구매는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위임한 일이지만 증여한 자금을 다 쓰실 줄은 몰랐다.
보통 전원주택을 지을 거면 구매한 토지의 반도 필요가 없다.
토지와 건축비까지 생각해 드린 돈이었는데 그걸 몽땅 토지 구매에만 사용하신 것이다.
그래서 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런데 토지만 사시려고요?”
“응.”
“집은요?”
“그건 후에 우리 아들 회사가 자리 잡으면 하려고.”
“아직도 회사가 걱정이세요?”
그 말에 아무 말씀을 안 하시는 어머니였다.
“걱정 마세요. 회사는 잘될 거예요.”
어머니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후일 모를 일에 대비할 쌈짓돈으로 생각하시는 거다.
“그래야지.”
“그런데 판교 돌아다니셨으면 그쪽 이야기 같은 건 없나요? 뭐 개발한다는 말 같은 거요.”
얼마 후 판교 개발 계획이 발표될 걸 알고 있지만, 어머니가 돌아다니시면서 들은 이야기가 궁금했다.
“말은 있더라. 부동산 중개사들이 개발이 확실하다고는 하는데 믿을 수 있어야지.”
그 말씀을 하시면서 뭔가를 주저하시는 어머니였다.
“이상한 것 있어요?”
“아니, 내가 잘한 일인지 걱정이 돼서.”
“다 사 놓으시고 그러면 어떻게 해요. 제가 한번 알아봐 드릴까요?”
“사업하기도 바쁜데 무슨…….”
그러나 일말의 불안감이 있으신 듯해 보였다.
아들 돈 손해 보면 어떻게 하냐는 듯한 표정이 엿보였다.
“그냥 없는 땅이라 생각하고 지내세요. 그리고 한번 알아볼게요.”
그 말에 내 손을 꼭 잡으시는 어머니였다.
***
사업 때문에 학교를 잘 못 나가지만 성룡이한테 전화가 와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처음엔 의도적이었지만 몇 번 만나서 이야기해 보니 괜찮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가식적인 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건 정치를 꿈꾸는 놈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그놈의 참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친구지?”
내 말에 성룡이가 대답한다.
“같은 학교, 같은 나이면 친구겠지!”
얼렁뚱땅 넘어가는 성룡이었다.
아직 나와 성룡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그게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그러네! 그런데 왜 만나자고 한 거냐?”
“사업한다며…….”
그 소문은 또 어디서 들은 건지 모르겠다.
“학과에 소문이 다 났다. 교수님한테 사람 소개해 달라고 했다면서?”
“그렇지.”
이제야 소문의 출처를 이해했다.
사람이 필요하기에 나는 교수님께 부탁했다.
모집해 주시려는지 교수님께서 학과에 이야기하신 것 같다.
“그거 알아보려고 만나자고 한 거냐? 너도 오게?”
“나는 아니고, 사람 한 명 추천해 주려고…….”
“네가, 추천을?”
추천한다는 말에 난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성룡이가 자신의 집안에 대해 내게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난 성룡이의 집안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런데 생판 처음 들어 보는 회사에 사람을 추천하겠다니…….
“응, 아는 사람이 있는데, 능력도 괜찮아서.”
능력 있는 아는 사람?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럼 다른 큰 기업에 들어갈 분인데 우리 같은 신생 회사에 오려고 할까?”
“아마 갈 거야. 기존에 틀에 박힌 회사가 아니라 신생 회사가 그 사람에게는 좋을 것 같아서.”
“이해할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 능력 있는 아는 사람을 추천해 준다고 해도 그 사람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 실망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신생 회사라는 약점이 있는 회사인데……. 진짜 이유가 뭐냐?”
이런 내 말에도 별 표정의 변화가 없는 성룡이었다.
사람 하나 추천하자고 날 찾아온 것도 이상했고, 그것도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게 더 이상했다.
어떻게 보면 이건 청탁이기 때문이다.
청탁의 경우, 능력 없는 이를 추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추천할 사람은 우리 사촌 형이다.”
성룡이는 그러면서 말을 이어 갔다.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처음 우리 회사를 알게 된 것은 사촌 형과의 대화를 통해서였고, 다음으로 학과에 사람을 뽑는다는 학교 게시판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알아보니 내가 차린 회사란 것이다.
“특이하네. 대단한 회사도 아닌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촌 형 생각은 아니더라고.”
“뭐가?”
“사촌 형이 그러더라. 특허가 나오면 앞으로 공유기 사업에서 너희 회사가 급격한 성장을 할 거라고.”
공유기 분야의 사업은 그리 큰 규모가 아니었다.
엄청난 기술력이 동반된 사업이 아니었기에 장비의 개발도 그리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말이 나온다는 건 이 분야에 특별한 특허가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도와 드리기 위해 루비에게 관련 특허를 전해 준 것뿐이었다.
“공유기 만드는 회사의 성장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
“사촌 형이 그러는데 관련 분야를 세계시장으로 넓히면 20억 달러 정도의 규모고 앞으로 발전한다면 50억 달러까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
한화로 2조 4,000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생각지도 않은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닐 것 같은데……. 시장 규모야 제품이 좋아야 할 테고, 특허에 뭔가 있다는 소리인데 다 까놓고 이야기해 봐.”
“공유기 암호화, 보안 공격의 탐지 대응인가? 그게 유무선 공유기 시장이 성장할수록 너희 회사가 다른 공유기 회사의 발목을 잡을 특허라고 하더라.”
난 성룡이의 말을 듣고 뭔가 내가 크게 착각한 것이 있나 하고 한번 되짚어 봤다.
무선 공유기의 암호화와 보안 공격의 탐지 대응은 소프트웨어적인 분야다.
이는 루비가 공유기 특허에 관련해 추린 내용이었다.
“일단 너희 사촌 형을 회사로 한번 데리고 와라.”
“알았다.”
취직이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한 자료를 먼저 루비에게 확인해야만 했다.
***
“루비야, 무선 공유기 암호화와 보안 공격의 탐지 대응이 정확히 뭐지?”
그저 이름 자체로 본다면 공유기의 암호화 방법이었고 보안 공격의 탐지 대응은 해킹 등의 불법 사용자에 대해 대응을 하는 일이었다.
“정확한 명칭은 무선데이터보호2(Wi-Fi Protected Accsess2, WPA2)로 볼 수 있어요. 이는 256bit로 현재 사용하는 WEP(Wired Equivalent Privacy)의 64bit보다 안전한 암호화 방식이에요. 그리고 보안 공격의 탐지 대응은 불법적인 외부 사용자에 대한 권한 말소 및 시스템의 재설정 방법이에요.”
“이게 중요한 거야?”
“과거의 데이터라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그리 중요한 기술은 아니에요. 올해 제정될 WPA 또한 256bit 암호 체계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지난번 루비는 NIST(미국 국립 표준 기술 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가 올해 발표할 ASE를 변형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무선 공유기의 암호화 특허를 설계했다고 했다.
실제 NIST는 아직 ASE란 이름을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 한마디로 ASE는 없는 단어였다.
뭐, 명칭은 크게 상관없었다.
“그게 너의 기준이야 아니면 지금의 소프트웨어 성능의 기준이야?”
내가 한 가지 간과했던 것, 바로 그 기준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었다.
“제 기준이에요.”
“제길, 사고 쳤네.”
당분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사고를 쳐도 크게 친 것이다.
“이거 NIST나 다른 곳과의 알고리즘과 겹치는 게 없는 것 확실하지?”
“NIST를 기초로 모방 설계한 것은 맞지만, 엄밀히 따지면 같은 건 아니에요.”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었다.
만약 알고리즘까지 겹친다면 큰 문제가 될 뻔했다.
“NIST에서 올 11월에 ASE를 발표한다고 했지?”
“네, 맞아요.”
난 이때까지만 해도 별문제 없이 해결 가능할 것으로 봤다.
눈에 보이게 알고리즘을 침해한 것도 아니었고 기존에 있는 특허를 침해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여러 곳에서 말들이 슬슬 나오고 있었다.
***
NIST(미국 국립 표준 기술 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에서는 공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알고리즘을 도용했단 말인가? 아니면 아예 다르단 말인가?”
NIST의 소장은 연구원에게 재차 물었다.
“비슷하다는 것뿐이지 도용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도용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 볼 성질이 아니었다.
그것도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에서 내놓은 알고리즘, 아니, 암호화 기술은 따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 치들이 난리가 나겠군.”
앤드류 소장이 지칭하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는 알버트였지만 자신이 나서서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할까요?”
“뭐 알아서 하겠지, 우리는 이를 확인해 보내 주면 될 일이니까.”
“알겠습니다.”
***
CIA에 들어온 NIST의 보고서를 확인하는 휴 가이슨 과학기술국장은 일말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번 신청한 알파벳의 특허를 NIST에 자세히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 답변서가 지금 도착을 한 것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선 공유기의 암호화가 아닌 그 알고리즘에 대한 것이었다.
상대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것은 CIA가 자주 사용하는 정보 취득의 한 방법이다.
그런데 알파벳의 무선 공유기 암호화 기술 알고리즘을 이용해 암호화가 되면 보안을 뚫을 방법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버린 것이다.
특허 신청만 한 기술을 가지고 이렇게 빨리 대처하는 이유는 암호화 기술은 CIA가 중요하게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위로 올려야겠군.”
같은 국의 국장이지만 그보다 상부인 작전국장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CIA는 국장, 부국장 등 각국의 국장이 있었는데 이 중 작전국장이 삼인자에 해당한다.
국장은 백악관 및 의회의 업무를 보고, 부국장은 내부를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있었다.
수석작전 장교, 일명 작전국장은 CIA 내부 인사 중 가장 높은 직위였고 실질적인 CIA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과학기술국의 휴 국장이 말하는 ‘위’는 작전국장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는 서류를 들고 티모시 해밀턴의 작전 국장실로 이동했다.
작전 국장실에 서서 왔다는 말을 전한 후 들어선 휴 과학기술국장은 심호흡을 한 번 했다.
“무슨 일인가?”
“하나 보고할 것이 있어서요.”
“허허, 자네가 보고할 거라면 지난번 올라온 그것인가?”
“그렇습니다.”
“표정이 딱딱한 것을 보니 잘 안된 것 같군.”
“네, 연구 결과, 지금으로서는 암호를 뚫을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라는 말은 앞으로는 뚫을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 맞나?”
“시간이 지나면 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는 미지수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휴 가이슨 과학기술국장이 나간 후 바로 전화를 드는 티모시 작전국장이다.
“한국지부장 연결해.”
그러고는 전화기를 내려놓는 티모시 작전국장이었다.
휴 가이슨 과학기술국장이 놓고 간 보고서를 확인하는 티모시 작전국장, 채 일 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전화가 울린다.
“알파벳이란 회사에 대해 모든 것을 조사하도록.”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티모시 작전국장은 다시 보고서를 살펴본다.
***
사무실로 성룡이가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여기는 내가 말한 사촌 형.”
“성룡이 외사촌 형인 류성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한경민이라고 합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고맙습니다.”
입사를 전제로 만나는 자리였기에 서로 간의 예의를 지켜야 했다.
그건 여기 있는 셋 또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난 다른 이야기가 아닌 처음부터 본론을 꺼내 물었다.
왜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지 직접 물어본 것이다.
“네, 회사의 발전 가능성이 커 보여서요. 거기에 제가 하고 싶었던 보안 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요.”
공유기 관련 인사라고 해서 난 공유기에 관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는 보안 부분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성룡이 추천이라고 해도 성호 씨? 님? 이거 호칭이 이상하기는 하네요.”
“그냥 성호 씨라고 해 주세요. 여기는 학교가 아니고 사회니까요.”
“아, 감사합니다. 그럼 성호 씨를 나타낼 만한 자료는 준비하셨나요?”
그를 나타낼 자료, 그걸 확인해 봐야 입사 가능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있습니다.”
류성호가 건네주는 건 이력서와 같은 종이가 아닌 잘 정리된 파일이었다.
그걸 받아 확인해 보았다.
류성호(34세)
-한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미국 MIT 석사 및 박사 학위 취득
-야후 보안개발팀
-안랩 수석 연구원
거기에 각종 프로젝트와 성과까지 나온 포트폴리오였다.
“서류를 보면 우리 회사 같은 신생 회사에 올 분은 아닌 것 같군요.”
그만큼 경력과 프로젝트 성과가 뛰어났다.
“사장님께서는 회사의 가치를 작게 보시는 것 같네요.”
“제가요?”
알파벳이란 회사의 가치?
그 누구보다 크게 보고 있는 나였다.
그러나 밖으로 보이는 회사의 가치?
글쎄다.
사업에 나서는 분야는 하나뿐이다.
말만 거창한 반도체 개발,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
그러나 지금은 공유기를 개발하는 회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그런 회사였다.
“네, 전 이 특허를 만든 알파벳의 연구원 밑에서 일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연구원은 없는데요. 그거 루비가…… 아니, 내가 옮겨 적은 것뿐인데…….’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류성호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