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21)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21화
21화 관계의 정립(2)
김무경은 아들이 서재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앉아라.”
그러나 분명 여기 온 이유가 있을 테니 그걸 아는 것이 더 중요했다.
“네, 드릴 말씀이 있어요. 아니, 상의할 일이 있어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인 것 같구나.”
부모는 누구나 자식을 사랑한다.
문제는 그들 자신만의 잣대로 사랑하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김무경 또한 아들의 정치 입문에 대해 자신의 잣대를 적용했기에 싸움이 커진 것이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죄송해요.”
아들의 말에 쌓여 있던 앙금이 다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미움이 있고, 질투가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무슨 일이냐?”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아직 친구라고 할 정도는 아닌 친구가 있어요.”
지금까지 경민을 만나 나눈 대부분의 대화를 꺼내는 성룡이다.
마지막 하나, 대통령이란 말만 제외하고 말이다.
듣는 내내 김무경은 속으로 환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치에 입문시키려고 노력했는데 안 되더니 친구 하나 만나서 정치에 뜻을 두다니.
아버지는 성룡의 말을 부분적으로 잘못 이해하긴 했지만 되묻지는 않았다.
“친구라는 애가 성호 들어간 회사의 사장이냐?”
지난번 성호가 들어간 회사에 대해 거실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성룡의 주변 친구들을 웬만큼 알고 있었지만, 이런 말을 꺼내게 할 만한 친구는 없었다.
그렇기에 경민이 생각난 것이다.
“맞아요.”
“그럼 나에게 뭘 물어보고 싶은 거냐? 기업가의 돈을 후원받는 게 좋을지 아니면 친구의 돈을 후원받는 게 좋을지 그걸 물어보고 싶은 거냐?”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돈이 필요하다.
비자금이든 아니면 후원을 통한 자금이든 말이다.
용도로 본다면 정치에는 비자금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솔직히 모르겠어요, 경민이가 말한 친구의 의미를. 그게 더 혼란스러워요.”
“친구라…….”
김무경 또한 친구란 단어를 되뇌어 봤다.
“어떻게 할까요?”
“내가 한번 만나 볼 수 있겠느냐?”
김무경의 말에 성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 보면 성룡은 영락없는 대학생이다.
“알았다. 내가 한번 만나 볼 테니 그 후에 의논하기로 하자.”
김무경 또한 경민의 회사인 알파벳에 대해 알아봤다.
복권에 당첨된 것, 공유기 관련 특허를 신청한 것, 복권 당첨금의 일부를 골드만삭스를 통해 투자한 것, 그리고 증권사에 돌고 있는 알파벳의 국내 수익률까지 말이다.
아들이 사촌 형을 소개할 정도의 친구가 누구인지, 사실 김무경은 외동아들인 성룡을 끔찍이도 사랑한다.
그 사랑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불화가 생겼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아들을 미워한 적이 없었다.
아들이 자신을 피할 뿐이었지…….
***
“반갑습니다, 아버님. 혹시 의원님이라고 해야 하나요?”
김무경 의원을 만나는 자리였다.
성룡이 빠진 김무경 의원과의 독대 자리였다.
“아니네, 지금은 아버님이 좋겠군. 허허.”
“우리 아들을 정치에 뜻을 두게 해 줘서 고맙네.”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할 수 없지만, 고맙다고 하면 일단 좋은 것이니 경민은 가만히 있었다.
“아닙니다. 성룡이한테는 정치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내가 정치에 뜻을 두게 한 것이 아니기에 난 에둘러 말을 했다.
“그런가? 오늘 내가 보자고 했는데 괜찮은가?”
“네, 괜찮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십시오.”
아마 오늘의 만남을 통해 나와 성룡이의 관계가 확실히 정립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김무경 의원 또한 나를 만나러 왔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는 성룡이다.
대통령이란 말이 성룡이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 같다.
정치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정치를 해 오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성룡이가 그걸 못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뭐 급하다고. 그래, 회사를 하나 운영한다고?”
“조그만 회사입니다. 시작한 지도 채 몇 개월 되지 않았고요.”
회사 이야기부터 한다는 것은 내 역량을 알아보기 위한 수단 같았다.
“보니, 지난 1월에 미국 파워볼인가 하는 복권에 당첨되었더군.”
“여행 중 행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성룡이의 말만 듣고 날 만나러 온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행운이 있으면 좋은 일이지. 부럽군.”
“하하하, 행운으로 얻은 돈은 금방 사라진다는 말이 있더군요. 조심해야죠.”
“재미있는 표현이군.”
“자네는 내가 목적이었나 아니면 우리 성룡이가 목적이었나?”
“성룡이의 친구로 답변을 드릴까요, 아니면 초보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답변을 드릴까요?”
내 변화된 행동에 이채를 보이는 김무경 의원이었다.
“오늘은 성룡이 친구를 보러 온 거니 친구로서 이야기해 보게. 둘 다 해도 되지만 말이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처음에 성룡이에게 접근한 이유는 의원님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룡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괜찮은 녀석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친구를 할까, 아니면 아버님과의 거래를 위한 도구로 사용할까 고민했지만, 속마음을 숨기고 접근하는 것은 양심이 허락지 않아 솔직히 다 털어놓았습니다. 그게 다죠. 그러면서 성룡이에게 저와 친구가 될 건지 아니면 거래 관계가 될 건지 질문을 던져 놓은 상태입니다.”
난 성룡이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가감 없이 설명했다.
내 말에 처음으로 황당한 표정을 짓는 김무경 의원이다.
“재미있군. 너무 솔직한 건지, 아니면 그 말에 거짓이 섞여 있는 건지 정확한 판단이 안 서는군.”
내 말에 김무경 의원도 솔직한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그 말에 난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더 설명할 거리도 없었다.
성룡이가 의원이 되고 나중에 힘이 생겨 대통령이 된다.
그래서 그에게 접근해 권력에 빌붙어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싶다.
그러나 현재 성룡이가 가진 권력은 아무것도 없으니 당신의 권력을 성룡이에게 줘서 방패막이가 되어 줘라.
이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게 친구가 아닌 거래 관계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난 거기서 더 나아갈 생각이기에 지금 김무경 의원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 한 가지 더 물어보지. 자네는 우리 성룡이와 친구가 좋나 거래 관계가 좋나?”
“거래 관계가 더 좋습니다.”
내 말이 의외였는지 표정이 조금 변하는 김무경 의원이었다.
“거래 관계라. 그럼 친구는 되기 힘들겠군.”
“친구가 못될 이유도 없죠.”
내 말에 김무경 의원은 얼굴에 약간의 노기를 띠었다.
“내가 정치를 해 보니 친구란 없더군. 그 세계에서 친구란 그저 이익에 편승한 이합집산이더군. 그런데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인가?”
사람은 자기의 상식선에서 사고한다.
김무경 의원은 지금껏 자신의 상식선에서 생각했기 때문에, 친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입니다.”
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했다.
비웃는 것이 아닌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모습이 앞의 김무경 의원에게 어떻게 비칠지는 모르겠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건지도 모르겠군. 난 자네를 높게 평가했는데 말이야.”
무엇을 기준으로 높게 평가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김무경 의원이 그렇다 하니 그러려니 할 수밖에.
“작기는 하지만 저는 한 기업을 이끄는 대표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성룡이와 친구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의 뜻을 모르시는 것 같네요.”
“…….”
내 반응은 김무경 의원이 생각한 것이 아닌 듯했다.
다시 당황하는 표정을 한 김무경 의원이었다.
저 닳고 닳은 3선 의원의 표정 변화가 사뭇 신기하기는 했다.
웃으며 칼을 꽂을 수 있는 자들, 그런 이가 당황하는 표정은 두고두고 찍어서 보관해야 하는 데 말이다.
“무슨 말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성룡이가 깨끗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자네가 얻을 이익도 없이, 정말 그런 친구가 있다고 보나?”
“왜 이익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죠?”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버님이 있지 않습니까!”
“…….”
처음에 나는 성룡이의 인물사전을 보고 그와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성룡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고 그저 아버지를 잘 둔 정치 지망생이었다.
그럼 누구를 얻어야 내 한국 내 입지가 높아질까?
그건 여당 내 방귀깨나 뀐다는 성룡이의 아버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성룡이를 이용해 김무경 의원과 연합을 하자.
나는 그의 아들의 좋은 친구이자 동시에 김무경 의원을 도우며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게 내 결론이었다.
그렇기에 성룡이에게나 김무경 의원에게나 정확히 내가 접근한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잠시 내 말의 뜻을 헤아리는 김무경 의원이다.
난 다음에 나올 김무경 의원의 대답을 기다렸다.
무슨 말이 나올까.
아들을 위해 구정물에 발을 담글 것인지, 아니면 내 제안을 거절할 것인지 궁금했다.
“그럼 내 아들을 위해 뭘 해 줄 수 있나?”
“하하하,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해 줄 것은 없습니다. 서로 마음이 맞아 끌어 주고 밀어주면 될 일이죠. 가장 깨끗한 정치인으로 만들 생각이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요.”
그러면서 난 그에게 서류 하나를 건넸다.
그걸 받아든 김무경 의원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두 달 만에 번 투자 수익금입니다.”
내가 건네준 것은 제인을 통해 투자한 투자 내역서였다.
“단기간의 행운은…….”
“저에 대해 이미 알아보신 것 아닌가요? 제가 어디에 돈을 투자했는지를요.”
이것도 모른다면 김무경 의원의 정보력은 앞으로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와 연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세무서에 신고한 역외수입신고서에 작성한 것이었다.
그건 밝혀지라고 만든 자료이기에 숨기지 않았다.
“김무경 의원에게는 ”
“어떻게, 뒤집어쓰시겠습니까?”
“자네는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부터 준비한 건가?”
“그것까지는…….”
그 전부터라고 말할 수도 없기에 그저 말을 얼버무렸다.
“내가 자네의 능력을 가늠한 것이 우습군. 반갑네! 국회의원 김무경이라고 하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김무경 의원이다.
난 그런 김무경 의원의 손을 맞잡으며 인사를 했다.
나를 아들의 친구가 아닌 거래 관계로 인정한 것이다.
그게 아들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자신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반갑습니다, 의원님.”
“허허.”
기분 좋게 웃는 김무경 의원이었다.
그렇게 나와 성룡이의 관계는 정리되었다.
‘친구하자, 미래의 대통령 성룡아. 큭큭.’
난 성룡이를 한국에서 가장 깨끗한 정치인으로 보이게 만들 생각이다.
그에 대한 보상은 앞의 김무경 의원을 통해 얻으면 될 일이었다.
***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났다.
피터 실장이 방에 들어섰다.
“사장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네, CIA의 친구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CIA란 말에 뭔가 일이 잘못됐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혹시 CPU의 아키텍처 특허가 알려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난번 지나가는 말로 피터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CIA가 StarOne의 주주를 찾는다면 내가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밝혀지는지 말이다.
그때 피터의 대답은 100%라는 것이었다.
0.1%의 불가능성도 없는 100%의 가능성.
그렇다 보니 그게 가장 먼저 생각이 난 것이다.
“다른 일 때문입니다.”
피터의 말에 난 일단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일단 만나 보면 왜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들어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조금 지나자 누군가가 피터와 함께 들어왔다.
“로버트 폴링입니다.”
“반갑습니다. 한경민입니다.”
그렇게 인사가 오고 갔다.
“그런데 CIA에서 이곳을 찾아올 이유가?”
“한 가지 논의 드릴 사안이 있어서입니다.”
로버트가 말을 꺼내자 피터가 말했다.
“로버트, 하나도 가감 없이 이야기해. 괜히 숨기지 말고.”
나는 이렇게 말하는 피터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서로 아는 사이냐는 무언의 질문이었다.
“제인이 잘못됐을 때 도와준 지인입니다.”
그 CIA에 있다는 지인이 앞의 로버트란 말이었다.
“그렇군요. 논의할 사안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번에 특허 등록한 보안 알고리즘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보안 알고리즘.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안인데 CIA까지 불러들인 것이다.
내가 고안한 보안 알고리즘 때문에 류성호 연구원이 들어왔고, 이어서 그의 친구들이 들어왔으며, 이젠 CIA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사고를 친 것은 알고 있지만, CIA까지 확장될지는 몰랐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피터도 있으니 속인다고 해도 속일 수 없을 것 같군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등록한 보안 알고리즘 특허, 아니, 정확히는 무선 인터넷 보안 특허가 문제입니다. 우리는 꾸준하게 적성국이나 테러 단체의 정보를 취득했는데, 256bit의 귀사 보안 알고리즘을 해킹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뭐, 시간이 지난다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보안 알고리즘을 만든 귀사라면 혹시 해킹할 방법이 있을까 해서 문의하러 왔습니다.”
이런 말을 막 꺼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이건 자신들이 불법과 관련된 일을 저지르고 있는데 나 때문에 막혔다, 그러니 그걸 막은 사람에게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 수단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가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이야기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로버트가 꺼낸 첫마디를 떠올렸다.
피터가 있으니 속인다고 해도 속일 수 없을 것 같다.
도대체 피터 존슨이 미국에서 어떤 사람인데 이러는 건지.
내 눈은 피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걸 이렇게 다 말해도 되는 건가요?”
내 물음에 로버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별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뭐, 확인해 봐야 합니다. 아직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보지 않아서요.”
될지 안 될지는 나 또한 모른다.
그러나 루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루비가 직접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현시대에도 소프트웨어나 기기를 만들면 가능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거기에 루비가 만든 알고리즘이 뚫린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였다.
보안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도 뚫리지 말아야 할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다음에 이야기하시죠. 저도 일단 확인을 해 봐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올까요?”
“며칠 후에 방문해 주셨으면 합니다.”
잠시 시간을 번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