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8)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08화
8화 미국여행의 목적(2)
며칠 후 일을 다 처리한 후 성룡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에 그와 술 약속을 잡았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고 난 뒤 5일 후에 면접관의 말처럼 미국 여행비자가 발급되었고, 그 후 빠르게 항공권을 예약하고 미국 뉴욕의 호텔 예약까지 마친 상태였다.
이를 위해 항공권만으로 한화 편도 120만 원, 호텔 3일 투숙 비용으로 42만 원 상당의 돈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다.
3일이라는 시간을 잡은 건 메가볼 당첨 후 안전한 호텔로 옮겨 투숙하기 위해서다.
당첨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기도 싫었다.
나는 만약 ‘루비가 있는 세상과 내가 있는 세상이 다르다면’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 선에서는 합리적인 의심이었고 이게 돈을 최대한 아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리고 당첨이 되면 내가 가진 모든 돈을 사용하더라도 당첨금을 받기 전까지는 안전한 숙소를 잡을 계획이었다.
이 모든 것이 끝나고 성룡이와의 술 약속을 잡은 나였다.
내가 먼저 연락한 것이 뜻밖이었는지 조금은 당황한 듯하지만, 그 후 흔쾌히 약속을 잡은 성룡이다.
“내가 전화 안 하면 안 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웃으며 이야기하는 성룡이를 보면서 나 또한 웃음 지으며 이야기를 한다.
“그런가?”
“그런가는 뭐가 그런가야. 솔직히 말해 봐.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지?”
“그래, 변명은 안 할게. 너랑 친해지고 싶다.”
유치한 말이었지만 솔직한 심정을 꺼냈다.
그건 루비가 알려 준 성룡이에 대한 인물사전에 나와 있는 내용 때문이다.
미래 일기를 통해 가족이 아닌 사람은 기본적으로 믿지 않기로 했지만, 인물사전에 나와 있는 내용대로라면 성룡이는 믿음이 아닌 미래의 권력 때문에 필요한 인물이었다.
“재미있네. 성격 마음에 들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으며 말하는 성룡이를 보면서 나 또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성룡이에 대한 인물사전의 내용은 이렇다.
-2004년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
-2021년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
두 개의 굵직한 명함 같은 경력 사항.
이게 성룡이의 인물사전에 있는 가장 큰 내용이다.
루비가 보여 주는 화면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2004년에 국회의원이 된다는 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당선이 된다는 말이었다.
“그럼 친구가 되는 건가?”
“그래야지. 이렇게 이야기해 놓고 친구 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은데.”
“같이 복학하는 처지에 복학생들끼리 뭉치면 좋을 것 같아서.”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지만 몇 마디 안 해 봐도 성격이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접근한 내가 약간 미안할 정도로 말이다.
이런 성룡이의 성격을 보면 왜 최연소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몇 마디 말을 나눠 본 결과, 남을 포용할 수 있는 성격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성룡은 오늘 경민이의 전화를 받고 약간 당황했다.
이유는 학교 다닐 때 몇 번 마주친 적밖에 없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복학 신청을 하면서 전화번호를 넘겨줬지만, 진짜 연락을 할지는 몰랐던 것이다.
성룡은 기본적으로 인맥이라는 것을 우선시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경민은 학교 다닐 때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아니었다.
학교 수업 이외에는 대부분의 학과 행사나 모임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인물로 기억하고 있었다.
실상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경민이었기에 행사나 모임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그걸 친하지도 않은 성룡이가 알 길은 없었다.
성룡은 모든 사람과 두루두루 친하긴 했지만, 술을 조금 먹고 난 뒤 경민의 질문에 그와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성룡은 혼자서 거울을 보며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 속마음을 꼭 아는 듯한 말투, 재미있어!”
실제 성룡은 선균관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에 들어왔지만 꿈은 취업이 아닌 정치에 있었다.
의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 부모님과의 불화로 정치학과가 아닌 정치와 무관한 전기전자공학부에 들어왔다.
그때 불화가 없었다면 아마 정치학을 전공했을 것이다.
그런데 경민의 질문 중 정치할 계획이 있느냐는 말에 성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성룡이 3선 의원인 김무경 의원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학교에 없었다.
큰 그림을 그리는 성룡이 벌써 아버지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른다면 자신에게 플러스가 될 것은 하나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성룡은 경민과 대화하면서 마음까지 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거기까지였다.
만약 경민이 자신과 같은 위치에 올라설 수 있는 인물이라면 친구로 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가면을 쓰며 만나는 친구가 아닌,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든다는 것,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렇게 생각해 보니 경민과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와 친구가 될 정도의 위치까지 한번 올라와 봐. 그러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할 거야.”
혼잣말이었지만 과연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한 분야의 최고.
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아무거나 상관이 없었다.
***
미국에 넘어온 것은 미국 시각으로 1월 23일이었다.
3일 후인 26일에 메가볼의 추첨이 이뤄질 것이다.
추첨번호 1, 8, 20, 37, 45, 메가볼은 17번이다.
매번 이월을 거듭하면서 이번 당첨금이 벌써 8천만 달러를 넘어간 상태다.
최종 당첨금은 8,200만 달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말로 이 번호가 당첨될지는 아직은 미지수지만, 이 일을 위해 수백만 원에 해당하는 돈을 사용한 상태다.
그렇기에 무조건 당첨이 되어야만 했다.
메가볼은 1~50까지의 숫자 중에 5개를 고르고 메가볼이라는 1~35까지의 숫자 중의 하나를 골라 총 6개 번호가 당첨되어야 한다.
6자리의 숫자가 모두 당첨이 되면 1등이 되는 것이고, 2등은 메가볼을 제외한 5개의 번호를 맞히면 되는 것이며 1백만 달러의 고정 당첨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다.
가까운 LA나 샌프란시스코를 갔다면 모를까.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을 선택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뉴욕은 2001년에 뒤늦게 메가볼에 가입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작년 뉴욕주의 옆 뉴저지 주가 메가볼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실제 뉴욕주는 슈퍼볼이라는 복권을 판매하는 지역이다.
“루비, 이번 슈퍼볼 당첨금액이 얼마였지?”
“23일에 지급되었고 8,930만 달러예요.”
나는 메가볼만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러면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문제는 미국은 복권이 당첨될 경우 신상이 공개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라도 당첨이 되면, 그것도 동양에서 온 관광객이 당첨되었다면 어쩔 수 없이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하나든 두 개든 상관없을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별도의 방안을 생각해 봐야 했다.
“당첨자 수는?”
“오래된 자료라 당첨자 수는 나와 있지 않아요. 그저 1등 당첨번호와 당첨금액만 나와 있는 상태예요.”
미국 복권은 무제한 이월 방식을 취하기에 수십 번의 이월도 가능한 구조다.
현재 파워볼의 경우 10번의 이월이 이뤄진 상태다.
한 명의 당첨자보다 두 명, 세 명의 당첨자가 생기면 그 관심도가 떨어질 확률이 높았다.
관심을 받는다고 나쁠 것은 없었지만, 앞으로의 할 일을 생각하면 좋을 것도 없었다.
괜히 노출되어 범죄조직의 표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루비야, 이번 일이 끝나면 가상교육프로그램 있지?”
“네, 경민 님.”
“그걸 이용해 경영학 공부를 할 수 있지?”
“가능해요.”
그 말에 난 당첨이 된 후의 일을 생각했다.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 경영 공부는 최우선 과제였다.
뭘 알아야 사업을 하든 복수를 하든 할 것 아닌가?
“그래, 그럼 설정을 변경할게. 이번 24일에 추첨하는 파워볼과 26일에 추첨하는 메가볼에 동시에 당첨되는 것으로. 그에 맞춰 자금 계획을 다시 세우도록 해.”
루비를 이용해 한국에서 당첨금을 이용한 자금 계획을 모두 세워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번 파워볼의 당첨까지 본다면 당첨금액은 40%가량 늘어날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그에 맞는 사용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거기에 루비의 통신 모듈까지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돈을 벌어야 통신 모듈을 개발하든 할 것 아닌가.
나는 요즘 하루에 3~4시간씩 프로그램을 만지며 루비가 알려 준 설계도를 손수 베끼는 중이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이번으로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매번 로또에 당첨된다면 누군가 의심을 할 것이고, 그건 남들의 이목을 쏠리게 하여 위험에 노출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음속에는 때를 기다려 최고 금액에 당첨되고 싶은 욕망도 있었지만, 지금은 초기 자본금이 필요한 시기였다.
***
파워볼 복권을 그날 사들이고 바로 뉴저지로 넘어갔다.
뉴욕과 뉴저지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택시를 타고 10분 남짓이면 넘어갈 수 있었다.
뉴저지주에 넘어가 메가볼의 복권까지 구매한 뒤 나는 바로 뉴욕 호텔 방에 틀어박혔다.
이젠 파워볼과 메가볼의 복권 당첨만 생각하면 되었다.
24일 저녁 파워볼의 복권부터 방송이 시작되었다.
루비의 도움으로 영어로 나오는 방송을 통역해 시청하고 있다.
당첨번호가 불릴수록 내 손에는 땀이 났으며 심장은 요동치듯이 떨려 왔다.
‘실제로 이게 당첨이 될까?’라는 의문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불리는 숫자는 내가 가진 복권 용지와 같은 것이었다.
31, 34, 39, 42, 49번이 호명되고 파워볼 26번이 호명될 때 난 속으로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파워볼 당첨이 끝내고 큰소리를 지른다면, 누가 내 복권을 빼앗으러 오지 않을까?
그런 소심한 생각도 했기에 소리를 지를 수는 없었다.
무려 8,900만 달러에 달하는 당첨금.
이번 회차에 당첨된다고 했으니 나 말고 최소한 한 명이 더 있을 수 있다.
많으면 몇 명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조금 지나야 발표하는 일이기에 기다리면 알 수 있었다.
먼저 당첨된 복권에 대해 안전을 확보해야만 했다.
이틀 후 다시 메가볼의 당첨이 예정되어 있기에 복권 용지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
이는 파워볼의 복권법을 어기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음 날, 나는 날이 밝는 대로 복권 수령처에 들러 1등 당첨자라고 말한 뒤 서류를 작성했다.
수령처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았고 내 머릿속엔 온통 메가볼 생각만 가득했다.
이곳에는 이름과 거주지를 적게 되어 있는데, 거주지는 대한민국 서울까지만 적으면 되었다.
복권을 파워볼 수령처에 넘겨준 뒤 당첨금 수령 절차를 밟게 되었고, 난 이들이 얻어 주려고 한 호텔을 뒤로하고 변호사의 선임을 부탁한 후 뉴저지의 호텔로 이동했다.
***
미국 복권의 당첨금 수령은 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최소 일주일의 기간이 소요된다.
파워볼의 당첨 후 바로 뉴저지에 있는 페로트니아 호텔로 가서 하루에 40만 원 상당의 숙박비를 지불한 뒤 숙박하기로 했다.
기존에 하루 남은 숙박비가 아깝기는 했다.
잘못된 판단으로 뉴욕 호텔에 지불한 숙박비가 아깝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4,000만 달러의 복권을 더 받았기에 아쉬움을 뒤로했다.
페로트니아 호텔에 들어서자 왜 최상급 호텔이라고 칭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40만 원이라는 숙박비가 비싸기는 했지만, 그 값을 하는 것 같다.
크지는 않지만, 방과 거실이 따로 분리된 구조였다.
한국의 집보다 훨씬 좋은 호텔이기에 생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내가 가진 금액으로 이곳에 묵을 수 있는 최대한도는 40일 남짓이다.
그 안에 안전하게 당첨금을 받은 후 다음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었다.
“루비, 다시 한번 오늘 만날 사람을 설명해 줘.”
몇 번을 들었지만, 오늘이 아니면 이 사람과의 접점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화면에 투영할게요.”
사진과 함께 이름, 나이, 주소, 가족관계 등의 인적사항과 함께 현재 상황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파일이 나타났다.
“오늘이란 말이지?”
“네, 이 사람의 자서전을 통해 알려진 일이에요.”
다시 한번 사진과 이름 등을 꼼꼼히 체크하는 나였다.
이름: 피터 존슨(27)
주소: 뉴욕–—
경력 사항: 네이비실 최연소 팀장 출신
짧은 경력 사항이지만 대단함을 가져왔다.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 중 하나인 네이비실의 최연소 팀장이라는 타이틀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피터 존슨을 만나러 가는 이유는 미래의 피터 존슨이 쓴 자서전에 기인한다.
그는 내게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지금이 아니면 그와 친분을 쌓을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 것이다.
복권 구매를 뉴욕으로 설정한 것도 피터 존슨 때문이었다.
“지금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지?”
“뉴욕의 할렘과 슈거 힐 지역이 맞닿은 더 시티 칼리지 오브 뉴욕으로 가시면 됩니다. 정확한 위치는 화면에 투영해 드릴게요.”
피터 존슨을 만나러 가는 길이지만 정확히 지금 피터 존슨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있다.
탐정과 같은 사람 찾는 인물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내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
“안면 인식 기능 ON 해 줘.”
“알겠어요.”
원래 계획은 복권 당첨 전에 만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이 꼬이다 보니 메가볼과 파워볼 복권을 둘 다 구매해 파워볼 복권이 당첨된 상황으로 변했다.
호텔 앞에 대기한 콜택시를 이용해 할렘가 서편에 있는 더 시티 칼리지 오브 뉴욕으로 향하는 길이다.
가면서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조금은 망설여졌다.
피터 존슨이 아니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미래의 일기에 나온 배신의 쓴맛을 더는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간 뒤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