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92)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92화
92화 이인자에서…….
조지 터넷 국장이 결정을 내렸는지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내부 회의가 끝났고 이에 관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비밀리에 만나는 자리는 뉴욕의 할렘가였다.
밖에서 볼 때는 다 쓰러져 가는 건물이지만 내부는 밖과 천양지차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번 만난 곳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결정한 건가요?”
“물론입니다. 손잡기로 하죠.”
“그럼 내가 얻을 이익이 뭐죠?”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럼즈펠드가 주문한 슈퍼컴퓨터 금액은 아니지만, 20억 달러로 CIA로 주문하겠습니다.”
럼즈펠드가 주문한 30억 달러에서 한참 모자란 금액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8억 달러 상당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뭐죠?”
“미국 보안 계약의 20% 지분까지 확보하게 해 드리죠.”
20%의 지분이라면 기존보다 4%가 더 확보되는 것이다.
이는 금액으로 치면 16억 달러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5년이면 80억 달러에 해당하는 막대한 비용이다.
내가 원한 25%가 아닌 20%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더 이상은 어렵단 말로 들리는군요.”
“그렇습니다. 독점을 가장 경계하는 정부 입장으로 20%의 지분도 쉽지는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뭡니까?”
“특수작전사령부에서 전역자 일부를 우리가 흡수해 주기를 원하더군요.”
내 말에 무슨 뜻인지 아는 듯 바로 이야기를 꺼내는 조지 터넷이다.
“아마 피터 존슨과 그 팀원들 때문일 겁니다. 민간군사기업으로 전환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조지 터넷 국장의 말에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순전히 피터 존슨과 그 팀원들이 탐이 나서 벌이는 일이었다.
얼마 전 피터와 특수 작전 사령관의 요청, 즉 특수 작전 사령부 산하 전역자를 일부 흡수해 달라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민간 군사 기업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
그러나 논의가 없다고 해도 이를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그렇군요.”
“지금이 민간 군사 기업을 설립할 적기일 수 있죠. 언제까지 피터 존슨 같은 인물을 경호원으로 썩힐 수는 없으니까요.”
“왜 그렇죠?”
“전쟁이……. 아, 아닙니다.”
말을 하다 마는 조지 터넷 국장이었다.
“전쟁의 확대를 바라는군요.”
“…….”
“석유 확보 때문인가요?”
“…….”
내 말에 곤혹스러워하는 조지 터넷 국장이다.
더는 곤혹스럽게 할 수 없었다.
실제 베네수엘라에 대해 한 가지 작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을 밀어내려는 계획을 이미 세워 실행 중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 유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단초를 제공했다.
차베스가 벌이는 외국 자본에 대한 석유 산업의 보호가 그 명목이었다.
이를 위해 반대파를 이용해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었고, 이는 국민들의 총파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하죠. IBM과의 슈퍼컴퓨터 협상을 주선해 주실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아니, 직접 연락해도 아마 IBM은 받아들일 겁니다.”
“무슨 말이죠?”
“IBM에서 알파벳의 설계도를 구매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뭘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이게 사실이라면 병신 짓을 하고 있던 것이다.
럼즈펠드에게 IBM과의 협상을 주선해 달라고 했기에 럼즈펠드와 척을 지면 IBM과의 협상은 물 건너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지 터넷 국장의 말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
“혹시 럼즈펠드 장관 때문에 기다리고 있던 건가요?”
그 말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생각하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렇네요.”
내 말에 약간 어이없어하는 조지 터넷 국장이었다.
“하도 재미있는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미안하군요.”
이건 돌려 까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까는 것도 아니었다.
그 중간 즈음이라 할까.
“알겠습니다. 그럼 MODU텍에서 직원을 보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나는 화제를 바꿔 말했다.
좀 창피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 IBM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
조지 터넷 국장과 헤어진 후 바로 로버트와 피터를 호출했다.
거기에 더해 호이킨 법무팀장까지 호출해 회의를 열었다.
“IBM과 연락을 취해 보세요.”
내 말에 반응하는 이는 호이킨 법무실장이었다.
“혹시 슈퍼컴퓨터와 관련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왜 아는 사람 있나요?”
“네, 얼마 전에 그쪽 법무 담당자와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호이킨 법무실장을 쳐다봤다.
그러자 호이킨 법무실장은 다시 설명을 이어 갔다.
“그때 슈퍼컴퓨터에 관한 이야기는 나왔지만, 그저 흘리듯 물어보는 말이라 간과한 것 같습니다.”
[긴장은 했지만, 호이킨 실장의 말은 진심이에요.]다른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기에 루비를 한 번 터치했다.
혹시 모르기에 확인은 해 봐야 했다.
“그럼 다시 연락을 취하세요. 빠른 시간 내에 슈퍼컴퓨터의 공동 개발에 대해 논의하자고요.”
조지 터넷 국장이 말한 설계도 구매가 아닌 공동 개발로 진행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협상이 중요했다.
“일단 연락해 조율해 보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리고 로버트 실장?”
“네, 회장님.”
“IBM의 사무엘 팔미사노 회장에 대해 모든 것을 조사하세요.”
얼마 전 IBM의 사장 겸 이사회 의장에 오른 인물인 사무엘 팔미사노.
IBM의 10년을 책임질 인물로 루비의 인물사전에 나와 있었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오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는 알려진 것만이 아닌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알아오라는 말이었다.
그만큼 개인적인 일까지 알고 싶은 나였다.
“알겠습니다.”
호이킨과 로버트가 나간 후 피터와 나 둘만 남았다.
잠깐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조지 터넷 국장이 민간 군사 기업 설립을 예상하더라고.”
내 말에 피터는 그저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이고 있었다.
그것은 곧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과 같았다.
“예상한 거야?”
“네, 많은 특수작전사령부 전역자라면 그쪽 밖에는 활용 방안이 없으니까요.”
“연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지?”
“자금 배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민간군사기업을 운영할 경우 한 명당 연 20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이는 장비 및 운영, 지원 근로자 금액이 포함된 겁니다. 그럴 거면 MODU텍을 민간군사기업으로 변경하는 것이 더 좋은 방안입니다.”
보안 계약 성격상 경호원이나 보안 요원이 필요하다.
이를 민간군사기업으로 전향하자는 피터의 말이었다.
[민간군사기업은 실제 전투병보다 이쪽이 더 큰 시장이에요. 거기에 일부 경호 인력을 이용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요.]루비 또한 피터의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럼 MODU텍을 분리하자는 말이네.”
“맞습니다.”
“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줄 수 있어?”
“물론입니다.”
“그럼 그렇게 해 줘.”
피터와의 이야기가 끝이 나고 루비와 이야기를 더 나눠야 했다.
나는 민간 군사 기업이 아닌 경호실을 계속해서 키울 생각이었다.
그게 통제가 쉽고, 애사심이 더 클 것 같아서였다.
거기에 더해 정보실까지 그렇게 운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지 터넷 국장 때문에 생각이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앞으로 전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 말은 민간군사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이들은 군사조직이기에 경호실과는 다른 첨단 중무장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루비도 민간 군사 기업으로 MODU텍을 분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네, 여러 용도로 사용 가능해요. 회사의 보안 업무, 경비 업무, 핵심시설의 보호, 거기에 민간 군사 기업이란 이름의 위압감까지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해요.]“일단 피터의 보고서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시간이 있으니 IBM부터 해결한 후에 결정하는 것으로 해야겠어.”
[그러셔도 되지만 내년이면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거예요. 결정하셨다면 그 전에 설립하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알았어.”
***
Haver의 지분 80%가 알파벳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AK 자산운용 45%를 유일그룹에 다시 넘기게 된다.
이와 더불어 대치동의 아파트 용지 또한 AK로 넘어오게 된다.
“이제 시작이군요.”
“그런가요?”
황규태 실장은 한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유일그룹의 이인자라 불리는 이학우 실장이다.
“Haver와 태수건설을 인수해서 조그만 그룹으로 시작할 텐데 후회 안 하시겠습니까?”
“조금 전 황 실장이 한 말처럼 이제부터 시작 아닙니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황규태 실장이었다.
“아마 오늘 김 회장에게 보고가 들어갈 겁니다. 초반 우리가 이 실장님을 도와 드릴 수 없다는 점 아셨으면 합니다.”
“그건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죠.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도록 하죠.”
“뭐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Haver의 지분 매각을 진행하도록 하죠. 명목상이지만 우린 49%, 이 실장님이 51%가 될 겁니다.”
지분의 51%를 넘기게 되었지만, 지분의 실소유자는 이학우 실장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많은 편의를 봐줘서 고맙군요.”
이학우 실장 중심으로 뭔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게 뭔지 아직 밝혀진 것은 없었다.
이학우 실장이 나가고 난 후 전화기를 든 황규태였다.
전화를 건 상대는 유일그룹의 권재엽 실장이었다.
“나다.”
“말씀하시죠.”
사무적인 말투의 권재엽이다.
“이학우 실장이 다녀갔다.”
그 말에 권재엽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게 다였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황규태 실장은 그저 잠깐 생각에 잠기게 된다.
***
김혁권 회장에게 보고하는 권재엽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보고를 하는 것이다.
“왜 이 실장이 알파벳을 갔단 말인가?”
“황규태 실장 이야기로는 Haver 인수를 타진했다고 합니다.”
방금 넘긴 Haver를 인수하기 바란다는 말에 혹시라는 생각이 드는 김혁권 회장이다.
김혁권 회장은 요즘 되는 일 하나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자산운용을 가져오고 HGTS의 지분을 가져와 알파벳에서 빼내 온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그런데 아직 회사를 완전히 떠나지 않은 이학우 실장이 Haver 인수를 타진하다니…….
그 말은 유일그룹을 완전히 떠나겠다는 말과 같았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는 김혁권 회장이다.
“이학우 실장 어디 있지?”
“그게······.”
말을 잘 못 하는 권재엽 실장의 말에 다그치려는 찰나, 회장실 문이 열렸다.
이학우 실장이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직은 그 정도의 권한은 있다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전략실장 시절, 중요한 일정이 없을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행동했던 것이다.
“반갑습니다, 회장님.”
들어오면서 깍듯이 인사하는 이학우를 보는 김혁권 회장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이 내쳤지만, 어느 때는 친구였고, 어느 때는 가족이었다.
그 정도로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전략실장 시절 보이지 않은 깍듯함에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앉지!”
언뜻 힘 있는 목소리로 들렸지만, 실상은 뭔가 짜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네, 회장님.”
이학우 실장이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서운했나?”
“…….”
“내가 자네에게 못 할 짓을 한 것 같군.”
“아닙니다. 언젠가 전 떠날 사람이었습니다.”
“허허허.”
허탈한 웃음을 보이는 김혁권 회장이다.
“그래도 마지막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더 이상은 안 볼 것처럼 말하는군!”
“…….”
“더 말해야 뭐 있겠나. 그래, 뭐 필요한 것 없나?”
필요한 것 있으면 뭐라도 주겠다는 말이었다.
그게 회사든 돈이든 말이다.
“없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려고 왔습니다. 그리고 지배 지분에 대해서는 홍 부장과 그 팀원들이 작업한 일이니 제가 나가면 조정하시면 될 겁니다.”
여기서 뭔가를 원한다면, 초반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일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는 것이다.
김혁권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이 이런 담소를 나누는 마지막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YOUARE와 겹치는 Haver이기에 이젠 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YOUARE의 시장 진입이 과연 쉬울지는 모를 일이다.
“알았네. 그럼 건투를 빌지.”
“네, 회장님.”
유일그룹을 빠져나온 이학우 실장은 본사 건물 앞에 서서 꼭대기 층을 바라봤다.
자신의 모든 젊음이 녹아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