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94)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94화
94화 선빵을 맞다
슈퍼컴퓨터의 설계도가 아니라면 IBM이 원하는 것은 뭘까?
생각해 봐도 딱히 접점이 없다.
우리가 가진 거라고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일부, 거기에 미국의 보안 계약, 투자 회사뿐이었다.
“PWC 인수에 참여한다는 말인가요?”
“물론입니다. 매력적인 회사죠.”
“…….”
“우리 솔직해지죠.”
나는 이런 분위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의 표정으로 어느 정도 상황을 유추할 수 있으므로 직접적인 질문이 더 나은 선택이다.
속에 있는 말을 꺼내 상대를 흔들어 그 진위를 파악하는 것.
이게 내가 가긴 무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분위기도 그리 좋지 않았다.
“무슨 말인가요?”
“설계도 말고 진짜로 원하는 게 뭐죠?”
이렇게 묻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웃음 짓던 사무엘 팔미사노 사장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고는 생각을 정리한 듯 말을 하기 시작한다.
“우린 귀사가 얼마 전 인수한 Informix를 원하고 있습니다.”
Informix라는 말에 그런 회사도 가졌는지 생각을 해 봤다.
내 기억으로는 없는 기업이다.
그러나 내가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었다.
이런 일에는 루비가 제격이다.
내가 원하는 말을 바로 꺼내는 루비였다.
[MODU텍에서 인수한 회사예요. 그리고 사무엘 팔미사노 사장의 말은 진실이에요. 한 가지 주저하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MODU텍은 여러 회사의 인수를 추진했다.
미국 정부의 보안 계약을 위한 조치였는데, 이는 지난번에 조범현 부회장에게 일임한 일이다.
[Informix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RDBMS), 데이터 타워 시스템 등 데이터 관리 전문 회사라고 보면 돼요.]“그럼 MODU텍에 제안을 하셔야지 왜 슈퍼컴퓨터 설계도를······.”
“???”
말을 못 하는 사무엘 팔미사노 사장을 보면서 지난 회의가 떠올랐다.
IBM에서 MODU텍을 원하고 있고, 럼즈펠드는 MODU텍을 이용해 또 뭔가를 얻으려고 한다.
가장 가망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 프로그램 매매였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것은 럼즈펠드와 조지 터넷이 직접적으로 경쟁이 붙은, 바로 보안 알고리즘이었다.
[프로그램 매매가 MODU텍의 보안 알고리즘과 같아요.]내가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든, MODU텍이든 시작은 모두 보안 알고리즘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슈퍼컴퓨터일까?
여기에도 뭔가 있지 않을까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일단 생각해 보기로 하죠. 다음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더는 사무엘 팔미사노에게 캐낼 것이 없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
사무엘 팔미사노가 떠난 후 조범현 부회장을 호출했다.
“Informix라는 회사 인수는 어떻게 한 건가요?”
내 물음에 조범현 부회장은 바로 대답을 한다.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는 개발자들의 의견에 마침 매각 협상 중이기에 채 오게 되었죠.”
“그 매각 협상 중이던 회사가 IBM이었고요?”
“맞습니다.”
가져온 것을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필요하다면 그보다 더한 회사도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MODU텍이 인수한 회사 목록을 볼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그러면서 전화기를 들어 자료를 가져오라고 지시를 내리는 조범현 부회장이다.
잠시 후 한 비서가 들어와 서류 하나를 가져온다.
서류에는 관계형 데이터관리 시스템 회사인 Informix, 보안 소프트 회사인 XDegrees, 백신 회사인 GeCAD 소프트웨어, 인터넷 및 네트워크 최적화 회사인 Propel 소프트웨어, 웹 로고 관리 회사인 Pyra Labs 등 20여 개의 회사가 나열되어 있었다.
가장 비싼 것이 Informix였는데 인수 가격은 20억 달러였다. 대부분 2억 달러에 인수하였으며 적게는 몇 천만 달러에 인수한 회사들이다.
“서류를 확인하니 아직 이야기 중인 것들이 많네요.”
그러고 보니 그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기업을 M&A 했다.
생각 외로 이쪽에 능력이 뛰어나 보였다.
이러면 또 말이 달라진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전 필요한 기업들을 인수하는 일, 그걸 조범현 부회장에게 일임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세를 불리는 방법 중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요.”
M&A만큼 회사를 키우는 데 빠른 방법은 없다.
“그건 잘하셨네요.”
“그런데 럼즈펠드가 나간 후 회사가 조금 어수선한 것 같군요.”
아직 조범현 부회장에게 럼즈펠드와 있었던 일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이참에 럼즈펠드의 일을 조범현 부회장에게 이야기해 줬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내 얼굴을 찌푸리는 조범현 부회장이었다.
“이렇게 된 겁니다.”
“그럼 이젠 적이겠군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에 대한 대안은 있으십니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안이야 지금부터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 전에 조범현 부회장에게 지시할 일이 남아 있었다.
“몇 개의 회사를 인수해 주셨으면 합니다.”
“회사요?”
“네, 000회사와 000회사, 그리고 000회사입니다.”
나는 조범현 부회장에게 세 개의 회사를 거론했다.
“다 인수를 해야 하는 겁니까?”
흥미로운 듯한 표정을 짓는 조범현 부회장이다.
“아닙니다. 하나 정도는 인수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모두 인수한다면 좋겠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일단은 전부 인수해 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보도록 하죠.”
***
럼즈펠드 국방 장관은 토머스 킨 911테러 진상 조사 위원장과 약속을 잡고 비밀리에 만남을 추진했다.
“오랜만이군, 토머스…….”
개인적인 친분 또한 있는지 편하게 말하는 럼즈펠드였다.
그런 럼즈펠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토머스 킨 위원장이었다.
“그렇군요.”
“이거 진상 조사로 바쁜데 불러내서 미안하군.”
온통 시선이 토머스 킨 위원장에게 쏠려 있었다.
“뭐, 급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죠.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하나만 조사해 주면 되네.”
“이번 911테러와 관련 있는 겁니까?”
911테러 문제가 아니라면 럼즈펠드가 자신을 급하게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죠?”
“알파벳이란 회사를 조사해 줬으면 하는군.”
“알파벳요?”
토머스 킨 위원장도 조사하면서 본 회사의 이름이다.
거기에 요즘 한창 월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회사였다.
바로 인텔 때문이다.
또한, 월드컴, 엔론 등과 관련해서도 신문상에 오르는 회사였다.
그러나 별다른 문제점을 찾을 수 없기에 그저 확인 정도만 하고 있었다.
“그러네.”
실제로 의혹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국민이 느끼는 공포심은 대단했다.
그 누구라고 해도 한 점의 의혹만 있다면, 사돈에 팔촌까지 다 털어 버릴 수 있는 권력이 911테러 진상 조사 위원회에는 있었다.
“원하는 것이 뭡니까?”
서류를 건네주면서 말하는 럼즈펠드였다.
“별것 없네. 해독 프로그램과 로그, 그리고 알파벳의 911테러 전후의 투자 이익에 대한 자금 이동 내역이면 되네.”
“어렵지 않겠군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알파벳은 아니라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재무부의 보고서에 나와 있는 알파벳.
그렇기에 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말게. 다른 부분은 내가 최대한 막을 테니까.”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죠.”
“알았네.”
가볍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에 토머스 킨 위원장도 바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
[KM-Investment 911테러 전후로 수천% 수익 창출]911테러로 가장 큰 이득을 본 회사는 알파벳의 자회사인 KM-Investment다.
정부의 소식통에 따르면, KM-Investment는 911테러 전 계획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CIA의 조지 터넷 국장에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쌍둥이 빌딩의 민간인 피해는 없었지만, 많은 경찰과 소방관이 순직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한다.
KM-Investment는 911테러 전 막대한 주가지수 풋 옵션 투자를 하면서 이익을 얻은 것이다.
그 이익만 수백억 달러에 달할 정도다.
그만큼 사전 정보를 취득해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에 대해 의심하는 인물들 또한 존재하기에 이에 대한 조사를 확실하게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알파벳이란 회사와 KM-Investment라는 회사가 어디야?
-기사에 있잖아. 인텔의 지분 50%를 인수한 회사잖아. 거기에 월드컴과 엔론까지 인수한 회사지.
-그럼 911테러로 돈 벌어서 인텔을 인수했단 말이야?
-그럴 가망성이 크다고 본다.
-바보들 아니냐? 대놓고 투자해서 이익을 가져간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올라온 기사였다.
이 기사가 터지면서 점점 여론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부 회의까지 벌여야 했다.
“이게 럼즈펠드의 길들이기 공격인가?”
럼즈펠드가 왔다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기사가 터졌다면, 럼즈펠드일 확률이 가장 높았다.
그렇기에 이것을 럼즈펠드가 나에게 보내는 공격 신호로 인식한 것이다.
“그런 것 같습니다.”
내 말에 피터 존슨이 대답한다.
“점점 일이 재미있어지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받아야지······. 큭, 혹시 살인 멸구라도 생각하는 거야?”
꼭 청부 살인이라도 지시해 달라는 말투였다.
그걸 나만 느낀 것이 아니라 루비 또한 느끼게 된다.
“…….”
[피터의 감정은 진실이에요.]루비의 말에 나는 순간 오한이 들었다.
도대체 내가 피터 존슨에게 어떤 존재이기에 이런단 말인가?
그저 동생 구해 주고, 같이 생활하는 인물.
거기에 피터의 동생과 사귀는 사이.
그것이 전부였다.
지금 피터에게 누군가를 죽여 달라고 한다면······.
아마 죽일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기에 순간 겁이 났다.
“그런 생각은 다음부터 일절하지 말도록 해.”
“…….”
내 말에 아무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피터다.
만약 피터의 성격이라면 내 의견이라고 해도 반론을 제기했을 것이다.
말을 꺼내 놓고 약간 복잡한 상태가 지속이 되었고 분위기는 약간 처져 있었다.
그 와중에 분위기가 전환되듯 내 전화기가 울렸다.
번호를 확인하니 CIA의 조지 터넷 국장이었다.
이번 일 때문에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여보세요.”
“네, 조지 터넷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제가 회의 중이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럼즈펠드가 이번 911테러 진상 조사 위원장인 토머스 킨을 만났습니다.”
예상이 사실로 확정되는 조지 터넷의 말이었다.
예상과 사실은 다른 이야기였다.
이젠 진짜로 적이 된 인물.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죄송합니다.”
내 인사에 사과를 건네는 조지 터넷 국장······.
내 선택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지금 조지 터넷이 보여 주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죠.”
“이 건에 대해서는 도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도움을 주셔야 할 것 같네요.”
조지 터넷이 도와줄 일…….
CIA만이 나를 도와줄 수 있었다.
나는 한동안 조지 터넷 국장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그거라면 상관없습니다.”
“그런가요. 혹시 CIA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스럽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린 항상 한 회장님께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지 터넷과의 통화는 끝이 났다.
“나를 먼저 때린 건 럼즈펠드네.”
[선빵을 맞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