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s Youngest son RAW - Chapter (218)
219화. 한도영의 프레젠테이션.
애플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한도영은 안면 있는 기업가 및 경제부기자, 스타트업 대표와 인사하며 대화를 나누고는 늦은 오후에 BS FUND로 돌아왔다.
BS FUND.
“뭘 거기까지 찾아가?”
권지훈은 한도영을 보자마자, 가볍게 힐난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야야, 그러다 너 애플한테 잡아먹힌다. 잡스가 어떤 놈인데. 절대 방심하지 마.”
“저는 더 독한 놈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배워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잖아요. 프레젠테이션의 테마를 좀 바꿀 생각이에요. 미국으로 올 때만 해도 이 정도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잡스를 보니 안되겠더라고요.”
“며칠 남았다고 바꿔? 그러다 실수하면 어쩌려고?”
“그럴 정도였으면 제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안 했어요. 걱정 마세요. 자신 있으니까.”
한도영은 환하게 웃었다.
“하긴 이제까지 네 경력을 보면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생각도 든다. 도영아. 그래도 조심해. 알았지? 미국 사람들 텃세 장난 아니다.”
“알죠. 그래도 좋은 제품은 잘 팔리잖아요. 토요타가 미국시장을 잠식한 것처럼.”
“그렇지. 그래도 어느 정도 시장을 점유한다 이거지, 완전히 미국 제조업체에 우위를 점하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 이번에는 백산이 애플과 모토로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열심히 해볼게요. 이모부. 진짜는 스마트폰이 아녜요.”
“그럼?”
“안드로이드. 백산의 스마트폰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죠. 백산의 스마트폰이 성공하면 여러 나라의 제조업체가 스마트폰을 만들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죠. 바로 모바일 운영체제. 미래전자, 백산전자가 그 고생을 하고도 안정적인 운영체제를 만들지 못했어요. 그럼 다른 제조업체도 고생하겠죠?”
“그렇지. 유료로 풀면 큰 돈을 벌겠구나.”
“아뇨. 무료로 풀어야죠.”
“무료?”
권지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손바닥을 탁하고 쳤다.
“그렇지. 무료로 풀면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대부분이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겠어. 나중에 안드로이가 대세가 되면 엄청난 수익을 챙길 수 있고. 일단 안드로이드로 운영체제가 굳어지면 그것에 맞게 스마트폰이 진화될 테니, 나중에는 바꾸기 힘들 테니까.”
한도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이모부도 LA에 오세요. 재밌을 거예요.”
“너도 혁신을 강조할 생각이니? 1990년대 후반부터 뭘 하든 혁신이란 말을 쓰면 왠지 있어 보였거든. 그리고 그게 잘 통했고. 다른 기업이 구태에 찌들어 있을 때 홀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랄까? 하여간 요즘 혁신은 마법의 단어야. 물론 그만큼 뭔가 특별한 건 내세워야 하지만. 하지만 솔직히 스마트폰이 혁신은 아니지 않나?”
권지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여간 잡스는 천부적인 장사꾼이야. 100원 짜리 물건을 100원 짜리 물건으로 광고해도 대단한 건데, 200원 짜리 물건으로 광고하니. 헛참. 그런데 그게 또 통해요.”
권지훈은 잡스의 기가 막힌 마케팅 능력을 직접 보았기에 여러 가지 재밌는 일화를 소개해주었다.
한도영은 권지훈의 말을 들으며 잡스가 참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10월 20일.
LA컨벤션센터.
한도영은 컨벤션센터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수행원과 내부로 향했고, 스마트폰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홀로 향했다.
내부를 꼼꼼하게 확인한 그는 직원과 프레젠테이션을 예행 연습했다.
대화면이 잘 나오는지, 실제로 스마트폰을 조작했을 때 대화면에 정확하게 나오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오늘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고칠 수 있지만, 내일 실수가 나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한도영은 특히 스마트폰 조작과 그에 연결된 대화면에 집중했다.
또 실제로 프레젠테이션에서 사용할 스마트폰이 작동도 순서대로 테스트했다.
“혹시 모르니 이 스마트폰을 같이 두십시오. 몇 번 점검했는데 안정적으로 작동됩니다.”
“알았어요. 이거 김 비서가 가지고 있다가 내일 연단 위에 놓아줘요. 내가 빠트릴 수 있으니까.”
“예. 회장님.”
연습을 마친 한도영은 다시 한번 홀을 살폈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난 한도영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는 프레젠테이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으로 그렸다.
“완벽해.”
한도영은 환하게 웃었다.
중압감이 짓누를 때는 겸손보다는 오직 성공 하나만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믿는 게 한도영의 철칙이었다.
욕실을 나온 한도영은 깨끗한 슈트로 갈아입었다.
굳이 옷을 입는 부분에서 잡스를 따라하고 싶지는 않았다.
잡스는 잡스고 한도영은 한도영이었다.
“멋진데요.”
실제로 한도영은 슈트가 정말 잘 어울렸다.
“잘 돼야 할 텐데.”
한도영은 직접 머리를 매만지고는 수행원들과 함께 호텔을 나와 아침 식사를 한 후, 컨벤션 센터로 향했다.
홀로 들어선 한도영은 마지막으로 최종 리허설을 했다.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그는 무대 뒤에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초청 받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한도영을 기다리고 있었고 실내는 매우 조용했다.
한도영이 나오자, 스포트라이트가 비췄다.
잡스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기에 그들은 한도영에 더욱 집중했다.
만약 잡스와 비슷하게 연출했다면 식상함에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졌을 것이다.
“지난 주에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애플의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을 보기 위해서였죠. 아주 멋졌습니다. 여기서 거기 다녀오셨거나 인터넷으로 본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들께 진정한 혁신이 무엇인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애플의 아이폰을 직접 보고 들은 그들은 한도영이 어떻게 스마트폰을 프레젠테이션할까 궁금해했다.
이미 애플을 보면서 스마트폰은 어떻다는 걸 대부분 알고 있었다.
한도영은 이미 이런 부분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자세한 설명을 생략했다.
“백산에서 5년을 준비한 스마트폰. 마이폰(MyPhone)입니다. 모바일폰+인터넷커뮤니케이션기기+음악이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그래도 설명은 필요했기에 기본적인 사양을 설명했다.
그들 중 일부는 지루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 마이폰은 전면에 버튼이 없습니다. 오직 측면에 전원버튼과 소리조절버튼만 있을 뿐이죠. 그럼 어떻게 작동시킬까요?”
아이폰이 하단 중앙에 원형 버튼이 있는데 반해 마이폰은 전면이 깨끗한 액정화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
느슨해있던 그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자, 이렇게 터치하면 화면이 켜지고 하단에 세 개의 모양이 나오죠.”
한도영은 여러 번 하단을 손끝으로 터치해 조작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아이폰과는 다른 형태였기에 중간 중간 박수도 터져 나왔고,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자, 여기까지는 아이폰과 비슷합니다. 이제 진정한 혁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한도영은 말을 마치고는 앱스토어를 화면에 띄었다.
“이걸 앱스토어라고 합니다. 애플리케이션 너무 길죠. 그래서 앱이라고 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앱을 판매하는 곳이죠. 물론 무료입니다. 그럼 뭐를 해볼까요? 슬슬 배도 고프니 맥도널드를 입력해볼까요?”
한도영이 앱스토어에 맥도널드를 입력하자, 여러 개의 앱이 쭉 나열되었다.
한도영은 손가락으로 내리면서 앱을 설명했고, 다운로드를 눌렀다.
중간에 빙글빙글 돌아가며 다운로드 표시가 떴고, 다운로드 완료된 후에 플레이를 눌렀다.
앱스토어를 나가자, 설치된 맥도널드 앱이 대화면에 띄워졌다.
한도영이 앱을 누르자, 맥도널드가 띄워졌다.
아직은 초창기라 상호명, 전화번호, 지점, 메뉴만 있는 정말 단순한 화면이었다.
2020년에 이렇게 했다면 쌍욕을 먹었을 테지만, 초창기인 지금은 환호의 대상이었다.
“어떻습니까? 여기 앱스토어에는 많은 가게가 입점되어 있습니다. 필요한 걸 찾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면 됩니다. 게임도 있고, 음식점도 있고, 아마존도 있고요. 물론 아직은 많지 않습니다. 이제 시작이니까요. 하지만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앱을 개발하여 앱스토어에 입점하고 싶으면 백산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한도영은 홍보도 잊지 않았다.
관객 중에서는 사업가, 스타트업체 관계자도 많았는데 이들은 열심히 전화번호를 기록했다.
일부는 벌써 이것이 돈이 될 거란 걸 직감했다.
앞줄에 앉아 팔짱을 끼고 한도영의 프레젠테이션을 청취하던 잡스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한도영이 여유를 부린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어. 마이폰은 완성되었군. 저 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 그건 그렇고. 앱스토어라니? 정말 기발하구나. 나도 생각은 했었는데.’
잡스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혁신을 내세웠는데, 누가 진짜 혁신인지 단번에 판가름 났기 때문이었다.
전면부에 버튼을 없앤 것도 획기적이었지만, 그것이 아이폰과 마이폰을 차별화하진 못했다.
하지만 앱스토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이폰은 애플이 만들어 준 앱만 사용해야 했다면, 마이폰은 스스로 선택해서 앱을 깔 수도 지울 수도 있었다.
성공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이 끝났다.
애플과 백산의 프레젠테이션에 모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백산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도영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사업가, 할리우드 배우, 스포츠 선수, 경제부기자 등이었다.
앱스토어 입점에 관한 문의가 나오면 재빨리 한도영의 수행원이 자료를 배포했다.
이미 한도영은 백산그룹 대표이면서 LA다저스 구단주, 리버풀 공동 구단주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를 줄 수 있었다.
호텔.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온 한도영은 넥타이를 풀어 놓고는 침대에 몸을 눕혔다.
긴장이 풀어지자 잠이 쏟아졌고, 늦은 밤이 되어서 잠이 깼다.
“더 잘래?”
“아뇨. 몇 시간이나 잤어요?”
“한 세 시간. 안 잘 거면 씻고 와서 인터뷰 기사 좀 봐. 호평일색이다.”
“그래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한도영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는 거실로 나와 빠르게 마우스를 조작했다.
“괜찮네요.”
“짜샤. 겨우 괜찮은 정도가 아니다. 이 기사 봐라.”
권지훈이 손가락으로 짚은 기사를 본 한도영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잡스의 뒷모습을 사진 찍어 놓고는 잡스 패배라고 못 박은 기사였다.
“이거야 말로 전형적인 찌라시네요. 스마트폰 전쟁은 이제 시작했는데, 벌써 패배운운하다니요.”
“뭐, 그만큼 네 프레젠테이션이 인상 깊었다는 뜻이지. 한잔 할래?”
“좋죠.”
권지훈은 맥주 한 캔을 한도영에게 건네주고는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미국에서 스마트폰에 대해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어. 하지만 백산과 애플에서 경쟁적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관심이 커졌어. 특히 네가 다저스를 인수한 게 결정적이었지. 기사가 굉장히 많잖아. 그리고 이런 찌라시가 나온다는 게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거든.”
“그렇네요.”
“생각보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자리 잡을지 모르겠어. 물론 비싸니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렇다.
사실 가격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이폰 499달러.
마이폰 499달러.
한도영은 굳이 시작부터 가격으로 전쟁하고 싶지 않았기에 동일하게 가격을 책정했다.
덤핑으로 미국기업을 누르고 올라선 백산이란 이미지를 받기 싫었다.
이왕이면 더 좋은 성능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은 백산그룹, 마이폰이란 이미지를 얻고 싶었다.
그리고 가격할인으로 고객을 공략하게 되면 나중에 영업이익이 확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