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s Youngest son RAW - Chapter (30)
31화. 반격의 시작.
동광철 일행이 탑승한 차는 한적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저 차다. 밀어붙여!”
동광철은 손가락으로 미행하는 차를 가리켰다.
송광식은 이를 악물고는 액셀을 힘껏 밟았다.
갤로퍼는 굉음을 내며 속력을 냈고, 백은지를 미행하는 차량의 뒤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쾅.
앞차는 한 바퀴를 돌더니 그대로 가로수를 들이받고는 멈춰 섰다.
백은지가 탑승한 차는 멈췄지만, 그녀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이철성이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고 그 뒤를 송광식이 뛰어갔다.
동광철은 급히 앞으로 달려가 그들의 퇴로를 차단했다.
“부숴!”
동광철의 지시에 이철성과 송광식이 알루미늄 야구 배트로 차 유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노련하게 창의 구석을 노려 쳤고, 유리는 힘없이 부서졌다.
차 안에 탑승하고 있던 사내들은 몸을 웅크리며 떨어지는 유리 파편을 피했다.
“내려. 빨리 안 내려?”
이철성이 고함을 지르더니 사내들을 차례대로 끌어냈다.
끌려 나온 두 명의 사내들은 곧바로 바닥에 꿇려졌고, 송광식이 앞으로 나섰다.
“왜 미행했냐? 누가 시켰어?”
모질게 입을 다문 둘을 보자 송광식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더니 트렁크에서 오함마를 꺼내 질질 끌고 왔다.
그것을 본 둘은 겁을 집어먹은 듯 움찔거렸다.
“그럼 그냥 죽어! 이 새끼들아!”
송광식이 오함마를 높이 들어 내리쳤다.
“으헉!”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그들은 손으로 머리를 싸매며 머리를 감싸 안았지만, 오함마는 아스팔트 바닥을 찍었다.
“아, 조준이 잘 안 되네. 미안하다. 이번에는 제대로 할게.”
송광식이 다시 오함마를 높이 치켜들었다.
“자, 잠깐만.”
“빨리 말해.”
둘이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송광식이 다시 고함을 지르고는 오함마를 들어 바닥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부하로 보이는 놈은 오줌을 싸고는 눈동자 흰 부위를 드러내며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단단한 덩치를 가진 사내가 쓰러진 동료를 보다 송광식을 노려보았다.
“너희들 뭐야? 설마 살인이라도 하겠다. 이거야?”
“이 새끼 봐라? 제법 눈이 살아있는데.”
“그만!”
동광철이 제지하자 송광식은 오함마를 들려다가 움찔하고 물러났다.
“추강호. 오랜만이다.”
단단한 덩치를 가진 사내는 목소리를 듣더니 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설마······. 광철이 형?”
“그래 나다. 동광철.”
어둠 속에서 동광철이 모습이 드러내자 추강호는 혼란에 빠졌다.
동광철은 천천히 걸어와 추강호의 앞에 편하게 앉았다.
“누구냐? 누가 사모님을 미행하라고 시켰어?”
“말 못 합니다. 형도 알잖아요. 그걸 어떻게 말해요.”
“말하지 않으면 넌 죽는다. 너 지금 이게 가벼운 문제로 보여? 지금 너를 사주한 놈들이 감히 백산그룹을 노리고 있단 말이다.”
추강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이렇게 엄청난 일일 줄은 모른 듯하다.
“말하기 싫은가 본데, 그럼 질문을 바꾸지. 백산백화점 인천점 서재은 사장님이 사주했냐? 아니지. 보통 이런 일은 아랫사람이 하니까, 이지호가 사주했겠군.”
추강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참혹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것을 본 동광철은 싱긋 웃었다.
“표정을 보니 이지호가 맞군. 목적은 보나 마나 사소한 정보라도 캐려는 의도겠지. 설마 사모님께 해를 끼칠 의도는 아닐 테고.”
“사모님께 해를 끼치다뇨? 말도 안 돼요. 그랬다가는 우리 같은 피라미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형도 잘 알잖아요.”
“그럼 천천히 대화를 나누도록 하지. 광식아. 추강호하고 이 녀석 묶어서 차에 태워. 그리고 뭔 생각인지 자세히 알아내. 그리고 이 차도 치우고.”
“알겠습니다.”
송광식과 이철성이 추강호 일행을 차에 태우고, 그들의 차를 치우는 동안 동광철은 백은지에게 다가갔다.
백은지가 조용히 창문을 내리자, 동광철이 고개를 숙였다.
“서재은······. 맞아?”
“예. 실토는 하지 않았지만, 표정을 보니 확실합니다. 미행한 목적과 그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알아내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휴, 이것들이 대놓고 움직이네. 알았어. 일단 타.”
“예. 지시를 내려놓고 바로 오겠습니다.”
백은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광철은 송광식과 이철성을 불러 자세하게 배후와 목적,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알아내라고 지시하고는 지갑을 꺼내 수표를 건넸다.
거금을 확인한 송광식과 이철성의 얼굴이 환해졌다.
“잘 들어. 감히 백산그룹을 흔드는 놈들이야. 그러니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알아내. 뒤처리는 백산에서 알아서 할 거야. 알아내면 바로 보고하고.”
“걱정하지 마십쇼. 저희가 형님을 모시고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형님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습니까?”
“그래. 너희들을 믿는다.”
동광철은 그들을 다독이고는 곧바로 백은지의 차량 조수석에 탑승했다.
차량이 멀어지자, 송광식이 추강호 일행을 태우고 이동했고, 이철성이 추강호가 타고 온 차를 몰고 그 뒤를 따랐다.
다음날.
백산백화점 인천점.
“표정이 왜 그래?”
이지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이자, 서재은이 뾰족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지호는 그녀를 집무실로 데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백은지를 미행하고 있는 녀석들에게서 연락이 끊어졌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백은지 그 년이 눈치를 채기라도 했단 말이야?”
“알아보고 있습니다. 설령 그녀가 눈치를 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제 지시를 받아 백은지를 관찰하고 그 결과를 보고했을 뿐이니까요. 중요한 부분은 아무것도 몰라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하필이면. 백은지가 너를 물고 늘어지면 어떡하지?”
“글쎄요. 그래 봐야 소용없을 겁니다. 저를 해임할 수 있는 분은 오직 사장님뿐이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주주총회에서 한충식을 백산건설 대표이사에서 끌어내리면 다 끝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
이지호의 위로에도 서재은은 불안한 마음을 풀지 못했다.
“빨리 한강식이 일을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는데. 며칠 내로 안 되겠지?”
“하하하. 사장님. 백산그룹을 두고 전쟁하는 겁니다. 한 달 걸려도 빠르죠. 침착하세요. 백은지가 알아도 우리를 어쩌지는 못할 겁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요즘 답답해서 내가 잠을 못 자.”
“정신 바짝 차리세요. 반드시 이깁니다.”
“지호, 너만 믿어.”
서재은은 힘을 주어 말했다.
이지호는 약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
한남동.
한도영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섰다.
“도영아.”
백은지의 굳은 표정을 보고는 한도영도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일 있어요?”
“방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한도영의 어깨를 감싸고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닫은 그녀는 한도영을 자리에 앉히고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제 수원에서 올라오는 길에 미행하는 놈들이 있어서 잡았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할머니의 사주를 받은 놈들이었어. 정확히는 이지호지.”
“그렇군요. 또 알아낸 것 없어요?”
“놀라지도 않네?”
“놀라야 할 일인가요? 계속 이 부분에 관해 대화를 나눴는데요. 그거 말고 알아낸 것 없어요?”
“이지호가 워낙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그놈들은 아는 게 별로 없어. 다만, 이지호가 명동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명동요? 설마 사채?”
“그럼 사채 말고 뭐가 있겠어. 내 생각인데 저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계획 같아.”
“아빠는요?”
“휴우.”
백은지는 한숨을 내쉬더니 답답한 표정을 짓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빠는 아직도 할머니를 믿고 있어.”
“얼마나요? 자세히 말해 주세요.”
“나도 정확히는 몰라. 다만 회장선임문제로 그룹이 시끄러운 것은 확실해. 그이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김 실장도 대답해주지 않고. 그이는 회장을 선출할 때 할머니가 돕는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아. 큰 서방님도 회장이 되려고 움직이고 있고. 아, 정말 답답하네.”
김혁수 비서실장이야 한충식의 수족이니 당연히 입을 닫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강식이 움직였다면 당연히 서재은도 움직였다고 봐야 한다.
그들은 한편이니까.
“엄마. 그럼 고모(한예희)와 작은 숙부(한홍식)를 만나주세요. 일단 그들이 할머니 편에 서지 못하도록 막아야 해요.”
“둘이 가진 주식을 합해야 겨우 10%야. 그이가 가진 10%를 더해도 20%. 이걸로 막을 수 있을까? 할머니가 아버님의 주식의결권을 위임받았다면 11%, 큰 서방님이 10% 그리고 은행에서 할머니의 손을 들어준다면 무난하게 할머니나 큰서방님이 회장이 되겠지. 은행은 아버님의 의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테니까.”
“큰숙부를 회장으로 밀겠지요. 할머니는 기껏해야 할아버지의 대리인에 불과하니까요.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더라도 주식을 그녀에게 넘겨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고모, 작은 숙부가 아빠를 밀면 동남은행, 서부은행도 신중하게 고민할 겁니다. 그때 큰 숙부(한강식)를 만나 담판을 지어야죠.”
“가능할까? 솔직히 그의 비리 자료를 찾아냈지만, 그걸로는 힘들어. 일단 회장에 앉으면 그 정도는 충분히 무마시킬 힘을 가지게 되니까. 아마 내가 그를 찾아가 협박해도 무시하며 콧방귀를 뀔걸?”
“일단 고모, 숙부부터 만나주세요. 시작도 안 해보고 부정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도 안 돼요. 힘내요. 엄마. 어차피 이번 싸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장기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거예요.”
“그래. 힘내자.”
“저도 같이 가요.”
“굳이 갈 필요 있겠니? 험한 말이 오갈지도 모르는데.”
“꼭 가고 싶어요. 저는 뒤에서 듣기만 할게요.”
백은지는 말없이 한도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들의 약점을 손에 쥐었지만, 이 일이 쉽게 해결되리라 생각할 만큼 그녀는 순진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한충식이 백산그룹의 경영권을 쥐는 일이다.
그때까지 닥쳐올 모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하는 그녀였다.
“하긴 네가 겉모습만 고등학교 1학년이니까 들어서 나쁠 것은 없겠다. 대신 하나는 명심해. 그때는 엄마의 진짜 화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겠으면 따라오고.”
“괜찮아요.”
“그럼. 쉬어.”
“쉬세요.”
한도영은 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침대에 몸을 눕히고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온 걸 보니 서재은이 의결권을 쥔 게 확실해. 그러니까 서재은이 아버지를 돕는다는 말이 나왔겠지. 이대로 진행된다면 서재은과 한강식이 백산그룹을 손에 넣을 게 확실해. 일단 한홍식, 한예희를 포섭해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해. 그리고 엄마를 미행한 놈들을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있을 거 같은데.’
골똘히 이것저것 생각하던 한도영은 메모장을 꺼내 몇 개를 적어 내려갔다.
다음날 오후.
백은지는 한도영을 데리고 한홍식을 만나기 위해 백산칼튼호텔을 방문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곤란했기에 방음이 잘된 방으로 들어섰다.
“조용히 앉아 있어. 곧 올 거야.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내가 정말 화를 낼지도 몰라. 괜찮겠어?”
“예. 괜찮아요.”
한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은지가 아무리 화를 내더라도 크게 충격을 받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엄마 성격이 강단 있으니, 작은 숙부와 대판 싸울지도 모르겠군. 아니 작은 숙부는 좀 유약한 편이니 곧바로 기선 제압되어 깨깽하고 꼬리를 내리려나? 아냐, 백산그룹의 경영권이 걸릴 문제니 쉽게 굴복하진 않겠지. 그렇더라도 최소한 전향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한도영 역시 한홍식, 한예희가 버틸 것으로 예상했다.
비리를 알고 있어도 감옥에 집어넣기까지 상당히 많은 물적, 인적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은 일단 백산그룹의 경영권을 잡은 후에, 그걸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백은지와 한도영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을 압박하여 전향적인 자세로 돌려놓거나 최소한 중립으로 만들려는 의도였다.
내선 전화가 울렸다.
백은지는 간단히 통화하더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왔어. 거기 조용히 앉아 있어.”
“예. 알았어요.”
한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