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irman of Pharmaceutical Company is a Poison King RAW novel - chapter (219)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219화(219/225)
< 들립니다. >
사하라 초원의 하늘은 티끌 한 점 없었다.
균열도, 많게는 20개 이상 열렸던 게이트도, 싹 다 사라졌다.
태주는 비공개 라이브 방송을 종료했다.
슬슬 정리해야지.
천군들은 군인이라 비교적 자유로운 신선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게이트를 넘어 천계로 회군했다.
해맑 선녀는 남았다.
그녀가 원했기 때문에.
탁탑신장이 회군하기 전에 태주에게 해맑을 부탁했다.
“대협만 믿소.”
“안전하게 천계로 돌려보내 드릴게요.”
“감사하오. 그럼 이만.”
천군들이 줄을 지어 넘어가자, 염라의 문은 핏! 하고 닫혀버렸다.
이제 남은 이들은 신선들과 해맑 선녀, 미호 선자, 그리고 제천대성, 다 합쳐서 48명.
“뭐야? 검선과 제천대성은 언제 왔어?”
“보아하니 끝까지 눈치 보다 막차 탔군.”
“선계 최초의 왕따 신선을 보나 했더니.”
“태세 전환에 따른 위기 극복 능력은 상위계에서 검선을 따라올 자가 없지.”
검선과 제천대성은 들은 체도 안 했다.
대신 태주에게 달려가 갖은 아양을 다 떨었다.
“역시 태주 대협이야. 게이트가 막 늘어났을 때 얼굴빛 하나 안 변하고 대응하는 모습이라니, 정말 본선의 가슴이 웅장해졌어.”
“헤헤헤, 무엇 하나 모자람이 없습니다. 만천화우의 위력, 용의 현신, 치밀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잘생긴 외모까지.”
태주도 검선과 제천대성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짐작은 했다.
아마 자신이 게이트 공략을 쉽게 끝내지 못할 거란 쪽으로 베팅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나도 섭섭하지 않았다.
검선의 판단은 정확했다.
염라의 문이 아니었다면 상당히 어려워졌을 수도.
어쨌든 게이트는 완벽하게 처리했고···,
이제 뭘 한다?
어차피 정해져 있다.
신선들이 원하는 게 뭘까?
지구에서 시원하게 놀다가 선계로 돌아가는 거지.
태주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황제에게 전화를 거는 태주.
“여보세요.”
– 어이, 김회장! 방송 잘 봤어. 아주 스펙터클 하더군.
“부탁이 있습니다.”
– 뭔가?
“여기 카이로 전초기지 공항에서 뉴서울 공항으로 가려고 하는데, 비행기 한 대 보내주실래요?”
– 알았네. 수호에게 말해두지.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 아니야. 수호가 내줄 거야. 걔 돈 많아.
“네? 굳이···,”
– 이번에 도박으로 나한테서 100억 땄거든. 에잉! 내가 10분만 빨랐어도.
“···.”
황제와 금수호도 내기를 한 모양.
솔직히 기가 막히긴 하다.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쪽에선 토토, 또 한쪽에선 내기.
그 도박의 선택지엔 실패 따윈 없었다.
단지 빨리 끝내느냐, 아니면 시간이 걸릴 것이냐만 존재했을 뿐.
황제가 전화를 금수호에게 넘겼다.
– 김회장!
“네, 금 비서관님.”
– 아직 사하라 초원이지? 거기서 대기하게. 카이로 전초 도시 현지에 제정원 요원들을 파견해 뒀었거든. 걔들에게 지시했어. 다 알아서 처리해줄 거야.
다행이다.
비행기 타려면 여러 절차가 필요한데.
삼한제국이면 몰라도 여긴 외국이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던 참이었다.
비행기를 탈 계획이라 전하자 신선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다들 기대감에 들뜬 표정들.
TV, 혹은 영화에서나 봤던 비행기.
그걸 실제로 타게 된다니.
탑승 경험 있는 신선도 있다.
검선이 으스대면서.
“비행기라, 다들 신발 벗고 타야 하는 건 알고 있소?”
신선들이 코웃음 쳤다.
“거, 누굴 바보로 아나?”
“철 지난 개그가 먹힐 줄 알았소?”
“검선은 비행기 타지 말고 날아서 오시오. 원숭이는 근두운 타고.”
순간!
부우우웅!
초원을 향해 달려오는 대형 버스 두 대.
태주 일행에게 오더니 멈춰 섰다.
“김태주 회장님. 제정원에서 나왔습니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요.”
“천만에요. 오히려 영광입니다. 어서 타시죠. 삼한까지 빠르게 모시겠습니다.”
신선들이 버스에 올라탔다.
카이로 공항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린 후, 출국 수속 없이 현지에서 섭외한 비행기에 올라탔다.
시끌벅적한 기내.
한쪽에 모여서 진지한 표정으로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누는 신선들.
여행 계획이라도 세우려는 건가?
이윽고 뉴서울 공항.
이번에도 입국 절차 없이 공항 밖으로 나왔다.
신선들의 숫자가 꽤 많다.
누가 보면 효도 관광 온 패키지 관광객들인 줄 알겠다.
가이드라도 붙여드리고 싶었지만 신선들은 이미 비행기 안에서 정리가 끝난 모양.
“태주 대협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오.”
“여기부터는 알아서 움직일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맞소. 우린 없는 셈 치고 집에 가서 푹 쉬시구려.”
살짝 미심쩍긴 하다.
“그럼 돈이 필요하실 텐데 제가 카드를 드리겠···,”
“어허! 그동안 진 신세가 얼만데, 민폐를 끼치면 쓰나? 우리가 벌어서 우리가 쓰면 되오.”
신선님들도 다 계획이 있구나.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설마 또 광고를 찍으려고?
‘뭐, 알아서 잘하시겠지.’
해맑 선녀는?
일이삼백이가 고양이 상태로 해맑 선녀에게 폭 안겨서 헤롱헤롱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저 새끼가···,’
게이트 괴수를 이빨로 찢어버리는 놈이, 가증스럽게 귀여운 척 냥냥거리면서···, 제 주인하고 있을 때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일이삼백이도 있고, 옆에는 미호 선자와 하선고님도 있으니까.’
해맑 선녀는 전혀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그동안 밀린 일 처리하고 시간 내서 선계나 한 번 더 갔다 오자.
텅 빈 선계.
독선 혼자서 얼마나 외로울까.
※ ※ ※
뉴서울 리더스 클럽.
다이아몬드 등급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백두 그룹 정욱철을 포함해, 발해 그룹 회장, SH 그룹 회장, 유텔레콤 CEO, 삼한일보 사장, CK 미디어 그룹 대표 이사···, 삼한에서 난다긴다하는 재계 인사들이 다 왔다.
그들을 초대한 사람은 정욱철 회장.
솔직히 부를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어르신의 명을 거역할 수도 없고.
다이아몬드 회원들이 모이는 클럽 전용실.
그런데 정욱철 회장이 초대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있는 금수호 비서관.
“비서관님은 어떻게 여길···,”
“나라고 그분과 연이 없을까? 연락받고 왔네. 그러니 혼자 독차지할 생각은 말아.”
“끄응.”
큰일이다.
매우 위협적인 경쟁자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지도.
그때!
리더스 클럽 오너 이고르 바라노프가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
“그분들께서 오셨습니다.”
“오! 그래?”
반색하는 정욱철.
금수호도 벌떡 일어나서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다이아몬드 회원들도 엉겁결에 따라서 일어났다.
들어온 사람은 10여 명.
회원들은 깜짝 놀랐다.
그중의 한 명이 너무 유명한 분이었기 때문이다.
“아!”
“저, 저분은···,”
“시, 신선님?”
지구에도 잘 알려진 선계의 신선.
바로 검선이었다.
그럼 함께 온 노인들은 누구겠나?
당연히 같은 신선들이겠지.
검선이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생각 같아선 따로 인사도 하고 담소도 나누고 싶다만,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즉시 본론으로 들어가마.”
신선님이 자신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니.
“팔 물건들이 있다. 그대들이야 삼한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왔겠지만, 지금 보일 물건들은 꽤 쓸만할 것이다. 사고 싶으면 액수를 말하라. 경매 형식으로 진행하겠다.”
검선이 눈짓하자, 품에서 부적 한 장을 꺼내는 단주 선인.
부적의 정체는 1회용 아공간 부적.
찢으면 미리 담아뒀던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태주 대협이 지구로 가는 문을 열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세운 계획.
언젠가는 자신들도 지구로 넘어오게 될 터였다.
하지만 독선의 통제가 만만치 않다.
선도 하나에 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환율을 책정한 것도 모자라, 벌금과 세금이라며 검선과 제천대성에게서 거액의 돈을 뜯어 가지 않았나?
거렁뱅이 신세로 지구에 놀러 가면 뭘 해?
쓸 돈이 없는데.
게이트 토토에 그렇게 열을 올렸던 이유도 이것 때문.
물론 태주 대협이 챙겨주기야 하겠지만 그 또한 독선이 가만히 있을까?
반드시 제재가 들어온다.
그래서 은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직접 벌어서 시원하게 쓰자고.
번 돈은 추적이 안 되게 현찰로 받는다.
쓸 만큼 쓰고 남은 돈은 아공간 부적에 보관한다.
그럼 독선도 모를 것이다.
각자 선계에서 팔만한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단주 선인이 제작한 1회용 아공간 부적에 담아뒀다.
이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검선은 부적을 찢었다.
후두두두둑!
떨어지는 각종 물건, 방안에 가득 쌓였다.
검선이 하나하나 들어서 설명했다.
“선도 10알이 포장된 과일 바구니네. 이 중 6알은 하품, 3알은 중품, 1알이 상품이야.”
정욱철과 금수호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이고르도 꿀꺽 침을 삼켰다.
선도의 가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호리병은 주선이 담근 신선주, 술병 자체도 보물이지. 크기가 작아 보여도 술 10말은 거뜬히 들어갈걸?”
10말이면 180리터.
“화선이 그린 그림이야. 집에다 걸어두면 심신의 안정과 평안이 찾아올 거네. 가끔 그림 안으로 들어가 풍경도 즐길 수 있고.”
“대목 선인이 신목(神木)으로 튼튼하게 짠 의자와 탁자 세트도 있네. 이걸 이용해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면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돼.”
“환수계에서 자라는 차나무가 있지. 다선이 직접 따서 찻잎을 잘 볶아 만든 발효차 덩어리, 눈곱만큼 떼어내서 따듯한 물에 우려 마시면 피부가 깨끗해지고, 정력에도 좋다네.”
“그리고 영약은 잘 알 테지. 이것들은 조금 특별한 영약이야. 공청 석유와 만년 설삼 등을 배합해서 만들었어. 모두 3알, 삼봉 선인의 태청단, 매화 선인의 자소단, 곤륜 선인의 청허단.”
그 외에도 많은 물건이 있었다.
쇼호스트처럼 하나하나 들고 물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이어가는 검선,
사람들은 그저 입만 떡 벌렸다.
진짜?
신선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을 테고.
“자자, 지금부터 판매를 시작하지. 선도 과일 바구니부터, 현찰로 받겠네. 살 사람 있나?”
하지만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정욱철도, 금수호도, 이고르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제일 먼저 손을 든 사람은 삼한일보 사장.
사실 사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었다.
그래봐야 과일 아닌가.
하지만 저 복숭아 과일 바구니를 구매함으로써 검선 등 신선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으니까,
“전 삼한일보 사장입니다. 과일 바구니 1억, 1억에 사겠습니다.”
검선과 신선들은 주먹을 꽉 쥐었다.
됐다.
첫 판매 성공.
가격도 예상을 넘었다.
10개에 1억, 개당 천만 원.
선계에서 독선에게 갖다주면 개당 만 원 쳐주는데.
여기선 무려 천 배였다.
“허허허, 좋은 가격이군. 그럼 이 선도는 삼한일보의 사장에게···,”
그때였다.
큰손이 움직였다.
“전 10억 드리죠.”
리더스 클럽 오너 이고르가 손을 들고 말했다.
깜짝 놀라는 검선.
10억? 갑자기 10배로 뛰어?
“어어, 저, 정말인가?”
“지금 현찰로 뽑아서 드리···,”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욱철이 끼어들었다.
“100억에 사겠습니다.”
그러자 기절초풍하는 신선들.
“허어억!!!”
100억?
고작 선도 10알에 100억?
하지만 금수호 비서관이,
“110억.”
누구보다 선도의 효능을 잘 아는 금수호.
참을 수 있나?
선도가 10개인데.
그러나 정욱철도 만만치 않았다.
“···120억.”
“130억.”
“140억.”
으드득!
정욱철이 이를 갈며 금수호에게 쏘아붙였다.
“정녕 이렇게 나오실 겁니까?”
“돈 많은 사람이 사는 거지.”
“국가 세금으로요?”
“어허! 의심이 지나치군, 황궁 내탕고에서 나오는 돈이야. 황제 폐하의 개인 재산이란 말이지. 그럼 자넨 무슨 돈으로? 혹시 비자금인가?”
“천만에요. 저도 제 개인 돈입니다만.”
결국 두 고래의 싸움은 정욱철이 300억을 지르면서 끝났다.
금수호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어차피 둘 다 먹을 수는 없다.
황제 폐하와도 조금 전에 전화로 이야기를 끝냈다.
전력을 다해 신선주로 간다.
다른 다이아몬드 회원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300억을 지르고도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정욱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다음 경매를 준비하는 금수호 비서관.
뭔가 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귀한 물건일지도.
다음으로 시작된 신선주 경매.
다른 회원들도 적극적으로 경매에 뛰어들었다.
“100억!”
“150억.”
“200억.”
“230억.”
“250억.”
.
.
.
검선과 신선들은 어질어질 정신이 혼미해져 쓰러질 지경.
이렇게 많은 돈을?
실로 초초대박이었다.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다, 단주, 아공간 부적은 충분하게 가지고 왔소?”
“한 200장 챙겨왔으니 충분할 거요.”
“번 돈은 공평하게 나눕시다. 이번에 쓸 돈은 들고 다니고, 나머지 돈은 부적 안에 넣어두고.”
“독선에게 들키지 않는 게 중요하오. 이 일이 새어나가면?”
“어허! 그런 끔찍한 소릴!”
이게 진정한 인생 역전.
게이트 토토 따윈 아무것도 아니다.
누가 1등을 했던 신경 쓸 것도 없다.
※ ※ ※
며칠이 지났다.
태주는 구례 자택 지하 수련실에 있었다.
광케이블이 지나는 차원 구멍은 여전했다.
비욘드 결정체 마나 공급 장치가 겨우 1% 닳았다.
이 정도면 10년도 끄떡없겠다.
그리고 비욘드 결정체가 하나뿐인가?
2,000개가 넘는다.
‘그나저나 신선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하다.
자신의 카드라도 사용했다면 결제 메시지로 위치를 알 수 있을 텐데.
티제이 그룹 차원에서 언론과 SNS를 예의주시하는 중,
혹시나 신선님들로 인한 문제가 터지는지 알아보려고.
아직은 큰 문제가 없었다.
‘자, 게이트를 열어보자.’
그동안 공유창고 반짝임이 없었다.
게이트를 통해 넘어갈 수 있는 판국에 더는 공유창고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일 지도.
태주는 정신을 집중했다.
선계 멀티플렉스 앞마당을 상상하면서,
지이잉!
그러자 조금 터 커진 게이트.
이젠 허리만 살짝 굽히면 들어갈 수 있을 정도.
그런데?
[하아! 이번에도 다른 곳에 열었군요. 우리 미테란에도 열었으면 좋겠는데, 대화가 안 통하니 어쩔 수도 없고.]뭐지?
이젠 환청 수준이 아니다.
음성도 뚜렷했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도 명확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은 여기까지네요. 주신께서 권능을 거두실 예정이셔서.]“그래요?”
[네, 아무리 주신이라 하셔도, 차원과 차원을 넘어서 의사를 전달하는 권능은···, 에?]당황한 듯한 반응.
[호, 혹시 제 목소리 들리나요?]“맞습니다. 들립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저는 미테란 차원의 라넬리아라고 해요.]“김태줍니다.”
소통이 시작됐다.
< 들립니다.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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