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irman of Pharmaceutical Company is a Poison King RAW novel - chapter (222)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222화(222/225)
< 외전(2) >
태주는 선계에 방문해 당군악을 만났다.
신선들도 그가 왔다는 소식에 우르르 모였다,
미테란 차원의 같은 영혼, 로디와 연결됐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이거 참 놀랍구먼. 같은 영혼이 셋이라고?”
“한 명이 더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다중우주는 접하면 접할수록 놀라워.”
“저도요.”
“이런 식이라면 이계 신(神)의 소원이 이루어진 거나 마찬가지군.”
“그런가요?”
당군악도 태주가 이계의 신, 라넬리아와 소통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게이트 오픈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로디에게 무한공간과 공유창고도 만들어줬어요. 그리고 신호가 와서 물건도 몇 가지 챙겨 보냈고요.”
“으흠.”
당군악은 살짝 못마땅한 표정.
왜지?
무한공간을 허락도 없이 만들어서 그런가?
하긴! 아무리 같은 영혼이라고는 하나, 무한공간은 독선 당군악만의 선술.
“죄송해요. 무한공간 만들기 전에 허락을 받았어야 했는데.”
“응? 무슨 말인가? 왜 허락을 받아? 자네 무한공간은 자네 건데.”
“근데 표정이···, 언짢은 거라도?”
“아쉬워서 그러지.”
“네?”
“왜 자네만 연결됐지? 나는? 나도 같은 영혼이잖아.”
“···.”
“나도 물건을 전해주고 싶어서 그래. 쯧쯧, 얼마나 힘들었을꼬, 어린 나이에 광부 일이라니,”
그게 섭섭했구나.
“안 되겠어. 오늘부터 좌선 수련이나 해봐야겠군.”
“수련요?”
“로디와 만나보고 싶네. 등선할 때처럼 좌선을 통해 마음을 수련하면 그와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하!”
당군악도 수련을 통해 로디와 영혼 연결을 해보려는 모양.
태주와 독선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검선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좌선 수련이라, 그거 해본 지도 오래됐군. 이참에 나도 해볼까나?”
신선들이 같잖다는 눈으로 빈정거렸다.
“검선답지 않게 좌선 수련은 무슨!”
“그대와 수련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오?”
“하던 대로 쭈그려 앉아 너튜브 쇼트 영상이나 보시오.”
신선들의 반응에 묘한 미소로 답하는 검선.
“그대들은 궁금하지도 않은가?”
“응? 뭘 말이요?”
“우리라고 같은 영혼이 없을까? 천마 새끼에다, 드렉 카락스, 유럽 제국의 황제, 빈센트 뭐시기에, 그런 잡놈들까지 같은 영혼들이 있는데, 우린?”
그러자 뭔가 깨달은 듯,
“···어?”
“응?”
“흠,”
“오!”
“맞는 말이야.”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라고 없을까?
그래서 신선들도 멀티플렉스 앞마당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좌선 수련에 들어갔다.
수련의 목적.
다른 세상의 같은 영혼과 연결해보자.
시간이 꽤 흐르고,
순간!
“허어어억!”
소스라치게 놀라는 주선.
“왜 그러시오? 주선! 설마 같은 영혼을?”
“다, 다리에 피가 안 통해서···,”
“에잉! 깜짝 놀랐네.”
등선 이후 좌선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본 신선들이었다.
다리에 쥐가 나서 그만두고, 지루해서 그만두고, 멍 때리다 졸고···,
제대로 될 리가 있나?
※ ※ ※
무너진 갱도 안.
나가는 입구는 막혔지만 안쪽은 꽤 넓었다.
10평 원룸 정도 크기.
불편하긴 해도 지낼만했다.
멀찍이 화장실도 파고, 누워서 잘 곳도 정비하고.
로디는 태주님이 보내신 식량과 독물로 열심히 혼원무상독령공만 수련했다.
독물도 충분하다.
가는 길도 안다.
깨달음도 가지고 있다.
2성 돌파는 식은 죽 먹기.
그리고,
찌르르르,
막힌 갱도 안에서 맞이하는 2차 배송.
“와! 이게 다 뭐래?”
공유창고로 보내온 지구의 물건들.
소형 발전기 한 대, 가정용 산소 발생기와 공기 청정기, 전자레인지, 간이 접이식 침대, 스탠드가 달린 조명···.
태주님도 자신이 이곳에 오래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 보다.
‘이거면 1년도 가능해.’
그밖에 식물독, 동물독, 광물독, 화학독 등 각종 독물과 간편 조리식 식량과 생수, 신발과 겉옷, 속옷, 없는 게 없다.
위이잉!
로디는 발전기를 먼저 작동시켰다.
미테란 차원의 마정석과 매우 흡사한 마나 결정체를 원료로 하는 전기 발생 장치.
실제로 경험하니 참으로 신기하다.
로디도 마법이 최고인 줄 알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영혼 연결 이후 깨닫고 말았다.
미테란의 마법이라는 게 얼마나 비루한 학문이라는 걸, 인류 문명의 발전에 쓰이기는커녕 오로지 기득권만을 위해 차별적으로 쓰인다는 걸.
그들만의 학문.
이러니 세상이 퇴보하지.
‘내가 변화시키면 돼.’
라넬리아님도 그걸 원하고 있는 듯하니.
로디에겐 원대한 목표가 생겼다.
우선 발판을 만들자.
첫 단계는 혼원무상독령공 5성.
현재 20일 정도가 지난 시점.
2성에 올라섰으니, 못해도 2달만 더 수련하면 5성은 금방이다.
강호 무림으로 따지면 절정의 경지.
여기에 암기술과 용독술까지 갖춰지면?
‘마법사가 뭐가 두렵겠어?’
스슷!
로디의 손에서 태주가 전해준 탈명비도가 나타났다.
‘일섬(一閃)부터.’
쉬잇!
탈명비도가 날아서,
탁!
바윗덩이에 살짝 박혔다.
아직은 턱도 없다.
‘태주님이라면 한 번에 가루로 만들어버렸을 텐데.’
암기로 바위를 부술 수 있을 때까지.
혼원무상독령공과 암기술을 병행해서 수련한다.
※ ※ ※
테일즈 마정석 광산의 갱도는 하나가 아니다.
출입구는 하나지만 들어가면 이쪽저쪽으로 거미줄처럼 뻗어나가는 갱도들이 있어서 자칫하면 길을 잃어버릴 정도.
그런데 요즘 광산의 분위기가 흉흉했다.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문이 퍼진 시점은 갱도가 무너지고 한 달이 지난 후.
광부 로디가 홀로 야간작업을 하러 들어간 그 갱도 말이다.
기묘한 소리가 광산의 갱도 안에서 울려 퍼졌다.
낮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마정석 채굴하는 소리가 워낙 시끄러워서.
하지만 밤이 되면 들린다.
특히 광산 입구로 가면 조금 더 명확했다.
쉬익! 탁! 쉬익! 탁! 쉬익! 탁···,
대체 무슨 소리지?
갱도 안으로 바람이 들어가서 그런가?
아니면 동굴 쥐? 야생짐승들?
그렇다고 해도 그전엔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혹은 로디의 유령일 지도.
쉬잇, 탁! 소리가 무너진 갱도 쪽에서 들려왔으니까.
처음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용한 밤에만 들리는 터라, 숙소에서 자는 광부들이 잠을 설친다는 것 외엔.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나 두 달째가 되자,
츠핏! 팍! 츠핏! 팍! 츠핏! 팍···,
괴이한 소리는 더 뚜렷해졌다.
이제는 낮에도 들렸다.
밤에는 더더욱 시끄럽게.
그리고 그 이야기는 감독관 얀스의 귀에도 들어갔다.
“뭐? 유령? ···폐쇄된 갱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네, 광부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밤에도 잠을 못 이룰 정도라서.”
얀스도 광산 입구로 들어가 확인해봤다.
츠핏! 팍! 츠핏! 팍! 츠핏! 팍!
과연 그 말이 맞았다.
로디가 야간작업하러 들어갔다가 무너진 갱도.
‘놈이 살아있나?’
그럴 리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물도, 식량도 없을 텐데 어떻게 두 달을 버텨?
그래서 점점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발 새끼! 죽으려면 곱게 뒈질 것이지.”
“어, 어떻게 할까요? 지금이라도 로디의 유해를 찾아 정상적으로 장례를 치르면···,”
“무슨 헛소리야? 월 생산량도 간당간당한 판에!”
“···유, 유령은요?”
“눈으로 직접 봤어?”
“그건 아니지만···,”
“닥치고 일이나 해! 생산량 못 맞추면 할당량 제일 낮은 새끼부터 목을 따버릴 테니.”
일단은 입단속 시켰다.
설령 유령이라 해도 뭐가 무서워?
그래봐야 로디 유령인데.
살아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
예를 들어 테일즈 백작가에서 파견 나온 3서클 마법사 말이다.
그러나 한 달이 더 지나 석 달째가 되어갈 때쯤.
츠피릿! 콰직! 츠피릿! 콰직! 츠피릿! 콰직···,
이제는 대낮에도, 굴 안이 아닌 바깥에서도 소리가 확실하게 들린다.
광부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몽둥이로 때려도 광산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츠피피핏! 콰지직! 츠피피릿! 콰지직!
무언가 날아가는 소리, 그것이 벽에 박히는 소리.
더더욱 강렬해졌다.
규칙적으로 들렸다.
얼마나 크고 또렷한지, 광산 관리인 3서클 마법사 게릭의 귀에도 들릴 정도였다.
“얀스!!!”
“네네, 나, 나으리!”
“이게 무슨 소리지? 채굴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저어, 그, 그게···,”
감독관 얀스는 마법사 게릭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석 달 전에 무너졌던 갱도에서 나는 소리란 말이냐?”
“···네.”
“광부 놈들은 유령일까 무서워 벌벌 떨면서 안에도 광산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마, 맞습니다요.”
게릭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갱도가 무너진 건 알고 있었다.
어린 광부 한 놈이 죽었다는 사실도.
돌더미에 깔렸으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고, 천만다행으로 살아남았다고 해도 석 달이 지난 이상 굶어 죽었을 터.
‘놈이 죽은 건 확실해.’
그럼 정말 죽은 자가 유령이 됐다?
‘불가능한 건 아니야.’
당장 언데드 몬스터만 해도 과거 인간이었던 자들이 대부분.
스켈레톤, 좀비, 듀라한, 스펙터, 데스나이트 등등.
그러나 이것들은 인위적이다.
마족이나 흑마법사들이 죽은 자의 시체나 영혼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것들.
‘언데드는 확실히 아닌데···,’
마기가 느껴지지 않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수수께끼다.
‘지원 요청을 해야 하나?’
그건 좋지 않다.
무능한 마법사로 찍힐 수도 있다.
그 와중에도 계속되는 소리.
츠피피핏! 콰지직! 츠피피릿! 콰지직!
점점 가까이서 들리고 있었다.
츠피피핏! 콰지직!
쿠쿵! 와르르르, 쿠쿠쿠쿵!
돌 더미가 무너지는 소리도 들렸다.
미세하지만 땅의 진동이 느껴질 정도.
츠치칫! 콰지지지직!
쿵쿵! 쩌적! 쿠쿠쿵!
시간이 흐르고,
거짓말처럼 소리가 멎었다.
그때였다.
저벅저벅.
광산 입구에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
안엔 아무도 없을 텐데, 모두 밖에 나와 있는데.
저 발소리는 뭐지?
광부들은 긴장했다.
감독관 얀스도 마찬가지.
3서클 마법사 게릭도 광산 입구 밖에서 우뚝 서 있었고.
꿀꺽.
누군가 마른침을 넘기는 소리만 울릴 뿐.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청년.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
윤기가 잘잘 흐르는 피부.
감독관 얀스는 그 청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광부 중에 저런 놈도 있었나?
하지만 낯이 익다.
그래서 요모조모 뜯어봤는데.
“···로디?”
맞다.
그 로디였다.
갱도 사고로 사망 처리가 된.
“무, 무슨?”
죽어서 유령이 된 것이 아니라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비쩍 말라서 창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얼굴은 살이 올라서 붉은빛을 띠었다.
또한 몰라보게 훌쩍 커버린 키.
흐읍!
로디는 오래간만에 맡아보는 외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신선하네.”
아무리 공기 청정기를 가동했다 하더라도 바깥 공기에 비할까.
갑자기 햇빛을 보니 조금 눈이 부셨다.
스슷!
무한공간에서 명품선글라스를 꺼내 착용하고.
명품이 어디 선글라스뿐인가?
검정색 수트와 구두, 태주님이 하사하신 환상 여우 가죽 롱코트.
더불어 가슴팍에 착용한 바디캠이 잘 작동하는지도 확인했다.
경지가 오르면 독령폰이나 이기어폰으로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을 텐데.
광부들은 완전히 변해버린 로디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만 봤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바로 그때!
“저놈이 그 로디라는 놈이냐?”
마법사 게릭이 얀스를 보며 물었다.
“네네, 그, 그런 것 같습니다.”
“이리로 끌고 와서 무릎을 꿇려라. 물어볼 것이 많아.”
“알겠습니다.”
얀스는 자신의 심복 부하 광부들에게 눈짓했다.
먼저 앞으로 나가는 얀스.
동시에 넓게 퍼져 포위하는 부하 광부들.
“로디, 살아있었구나.”
“내가 목숨이 좀 질겨서.”
“그 신발과 옷은 어디서 났어? 얼굴에 쓴 건 또 뭐고?”
“왜? 탐나냐?”
“흐흐흐, 벌레 새끼, 대체 뭘 믿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츠피릿! 푸악!
감독관 얀스는 로디의 손에서 뻗어나는 은빛의 선을 목격했다.
그 선은 자신의 가슴과 이어져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내려 확인해보니.
“···헉!”
뭐지?
가슴에 나버린 주먹만 한 구멍.
여긴 심장이 있어야 할 부분인데.
왜 뚫려있지?
“어어어.”
피도 흐르지 않고 고통도 없었지만, 점차 시야가 흐려졌다.
호흡도 불가능했다.
그저 어어, 소리만 내다가 천천히 뒤로 넘어갔다.
털썩!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광부들.
“으아아아아!”
“사, 사람이, 사람이 죽었다.”
“로디가 사람을 주, 죽였···,”
한편 3서클 마법사 게릭은 무표정한 얼굴로 로디를 보며 말했다.
“얀스를 죽였군.”
“아아, 그동안 맺힌 게 많았거든. 순간적으로 욱하는 성질 때문에.”
“그런가? 어쩔 수 없지. 네가 감독관을 맡아라. 오늘 일은 문제 삼지 않겠다.”
로디는 피식 웃었다.
누굴 바보로 아나?
마법사 놈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뒤로는 뭔가를 하고 있었다.
“어이, 마법사! 지금 네가 하는 그거, 뭐든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큰일 나기 싫으면.”
“응? 내가 뭘 한다고?”
“분명히 경고했다?”
게릭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우우우웅!
엄청난 마나의 유동과 함께.
화르르륵!
로디의 머리 위쪽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
게릭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뒈져!”
화륵!
불꽃 덩어리가 하늘에서 내리꽂혔다.
퍼엉! 콰콰콰쾅!
로디가 있던 자리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얼굴이 후끈하다.
바위마저 녹여버리는 뜨거운 열기.
끝났다.
이 정도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게릭은 조소했다.
“낄낄낄! 멍청한 놈, 뭘 배웠는지는 모르겠다만, 감히 3서클 마법사를 상대하려고 해?”
광부들의 겁에 질린 표정.
“보아라! 이것이 마법사에게 덤빈 대가다.”
역시 노예들은 힘으로 억눌러야 제맛.
그런데?
‘···응?’
광부들의 시선이 이상하다.
놈들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보다 더 뒤를 보고 있었다.
게릭은 고개를 돌렸다.
“다 했냐?”
“···헉!”
로디였다.
왜 등 뒤에 있지?
< 외전(2)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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