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irman of Pharmaceutical Company is a Poison King RAW novel - chapter (224)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224화(224/225)
< 외전(4) >
미테란 대륙의 모든 영지가 그렇듯,
카두인 왕국 테일즈 백작령도 철저하게 폐쇄된 공동체였다.
신분의 구분도 엄격하다.
귀족이 아닌 평민끼리도 그렇다.
개척마을이나 화전민촌에 사는 사람들은 성 주변에 사는 사람보다 못하다.
성 밖의 사람들과 성벽 안에 사는 시민의 지위도 다르다.
도시 안이라고 차별이 없을까?
리치홀 시는 전형적인 이중 성곽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외성으로 둘러싸인 도시 한 중앙에 위치한 높고 평탄한 언덕, 그 위에 내성이 세워졌다.
그리하여 내성 안에 사는 사람과 외성 안에 사는 사람도 구별된다.
또한 내성 안에 위치한 세 번째 성.
바로 영주관.
페론 테일즈 백작과 그 가족들이 사는 거처.
경비 임무를 맡은 기사와 병사들, 마법사들이 설치한 마법진,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철통같은 요새였다.
로디 또한 저 영주관에 직접 들어가는 건 힘들다.
들어갈 생각도 안 했다.
굳이?
그가 주목하는 건 수도교.
사람이 살기 위해선 물이 필요하다.
북쪽의 산 위에 형성된 호수의 깨끗한 물이, 높게 세워진 수도교를 타고 외성과 내성으로 흘러 들어간다.
물론 수원지의 방비는 엄중하다.
뿐인가?
수도교 위에도 각종 마법진들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다.
정화 마법진, 해독 마법진, 안티 매직 마법진···,
로디가 그 수도교 위에 있었다.
가슴에 투명부를 붙인 채로.
안티 매직 마법진이 작동할까?
절대 감지할 수 없다.
신선의 술법과 마법은 근본부터 다르다.
단주 선인이 만든 부적을 마법 따위가 어떻게 간파해?
로디는 수도교에 손을 담궜다.
얼마 전에 혼원무상독령공이 6성으로 올랐다.
화경 직전의 경지.
덕분에 독정의 크기가 훨씬 더 커졌다.
집어넣을 독기는 아주 약하게, 은밀하게, 있는 듯 마는 듯,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도 모르게끔, 대신 독정을 텅텅 비울 정도로 많이.
하루에 한 번 투명부를 붙이고 수도교 위에 올라 독을 풀었다.
그 이튿날도, 다음 날도, 일주일 동안 계속.
그러나 이 독으로 죽는 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독의 주요 성분은 변종 3줄 무늬 모기 독과 강호의 산공독을 섞은 것.
마나를 가진 사람에게만 작용한다.
약효도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아마 한 달 정도?
대상은 기사와 마법사들이다.
그들을 완전하게 무장해제 시킨다.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하게 만든다.
자신들이 중독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후일 터.
※ ※ ※
리치홀 내성에 위치한 영주관.
7서클 마법사 페론 테일즈 백작은 건물 최상층 꼭대기 테라스로 나와 밑으로 펼쳐진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웅다웅 열심히 살아가는 영지민들.
충직한 노예들이다.
저놈들이 있어야 테일즈 가문의 영광과 부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자신에겐 똑같지만 노예들에게도 급이 있다.
내성에 사는 노예, 외성에 사는 노예, 성 주변에 사는 노예, 성 멀리에서 사는 노예, 화전촌 노예, 개척촌 노예.
페론 테일즈 백작도 노예들의 급수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우를 해줬다.
그래야 통치하기 편하다.
일종의 갈라치기 전법.
노예가 노예를 막아준다.
반란?
일어나면 뭐 해?
상위 노예가 하위 노예들을 알아서 진압해 줄 텐데.
자신들이 가진,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런데 이 평화롭던 테일즈 영지에 문제가 생겼다.
벌레만도 못한 빚 노예 광부 한 놈이 관리자를 죽이고 마정석을 털어 도망친 것.
‘감히···,’
그깟 마정석이야 없어도 그만이지만, 백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광산에서 그런 일이 생겼다는 건 치욕적이었다.
빨리 잡아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페론 테일즈는 테라스에서 방으로 돌아와 집무실 의자에 앉아 그를 보좌하는 집사에게 물었다.
“피트는? 아직도 연락이 없나?”
“네, 하지만 반란자를 추적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멍청한 놈,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도.”
“염려 마시옵소서. 곧 성과가 있을 것이옵니다.”
“흐음.”
반란자의 이름은 로디.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단검과 쇠구슬로 날려 관리자와 감독관을 죽였다던데.
그렇다면 암살 계통의 기술을 익혔을 터.
더불어 심계도 깊은 것 같다.
무려 5년 동안 광산에서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살아왔다는 뜻.
뭐, 아무리 강해봤자 7서클 마법사 페론 테일즈에겐 손끝 하나로 눌러 죽일 수 있는 허약한 벌레일 뿐, 사실 위협조차 되지 않았다.
“찾으면 생포할 필요 없이 바로 죽이라고 전해.”
“네!”
“목만 잘라서 가지고 오도록.”
시간이 흐르고,
페론 백작은 로디의 존재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다.
영지의 지배자로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변고가 발생했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질병이 퍼진 것.
먼저 기사들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간단한 질병이었다.
몸에 힘이 빠져 움직이기 불편한 정도?
열도 나지 않았고.
그 정도야 치료하면 되지.
치료사들을 불러 약을 지어 먹였다.
그다음 날.
이번엔 마법사들이 쓰러졌다.
전염병인가?
이러면 골치 아픈데.
즉각 병자들을 다른 곳에다 분리했다.
또 다음날.
기사와 마법사들의 병세가 호전되기는커녕 더더욱 악화됐다.
심지어.
“···서클이 깨졌다고?”
“그, 그렇습니다.”
서클이 부서지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무리한 마나 운용으로 서클이 깨질 수는 있다.
그러나 병 때문에 그리되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저주나 독 쪽으로 조사해봐.”
“이미 하고 있습니다만···,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아서.”
“허허,”
쓰러진 자들은 마법사들.
3서클이 되면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이 포이즌 큐어, 해독 마법, 또한 저주라도 사제가 신성 마법을 펼치면 금방 해제된다.
“앞으로 음식과 물을 마시기 전에 해독 마법을 먼저 사용하라고 해. 창고를 열어 해독 주문 스크롤도 나눠주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라넬리아 성교의 사제님들을 모셔와.”
영지 신전의 사제들이 도착했다.
효과가 있었다.
신성 마법 치유 주문을 사용하니 쓰러졌던 마법사들이 훌훌 털고 일어났다.
그러나 일시적인 효과였을 뿐.
다음 날 더 많은 숫자의 기사와 마법사들이 쓰러졌다.
5서클 마법사인 집사도 쓰러졌다.
페론 테일즈의 아내와 자식들도 포함됐다.
대체 원인이 뭘까?
독이라면 일반인들도 영향을 받아야 하는데,
내성의 일반 시민들과 하인들은 멀쩡했다.
외성의 상황도 마찬가지.
오직 기사와 마법사들만.
급기야 사제들마저 쓰러졌다.
신성력을 가진 사제들이 쓰러졌다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밀려드는 공포감.
‘설마?’
페론은 정신이 번뜩 들었다.
가족들을 비롯해 기사와 마법사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는데 자신은?
조용한 집무실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7개의 서클을 하나하나 돌려봤다.
우우우우웅!
“아!”
그리고 발견했다.
워낙 미세해서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지만, 서클의 마나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이물질을.
“포이즌 큐어! 포이즌 큐어! 포이즌 큐어···,”
해독 주문을 연달아 시전했다.
그러자 이물질이 점차 사라지는 듯 했는데.
“이런!”
자신이 발각된 걸 알아차렸는지, 두 배로 증식해서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달려드는 기운,
미치고 환장할 노릇.
영지의 사제들도 쓰러져 신성 마법도 불가능하고.
사람들의 탈출 러시가 시작됐다.
병사들이 겁에 질려 도망갔다.
관리와 부유층 상인들도.
내성이 텅 비었다.
외성의 시민들도 성 밖으로 뛰쳐나갔다.
페론 테일즈 백작은 증상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7서클 마법의 힘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그도 속수무책, 방법이 없는 건 매한가지.
다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자연적인 현상은 아니야.’
분명 누군가 있다.
질병이든, 독이든, 저주든.
이렇게 만든 원흉이.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페론은 통신 수정구를 통해 라넬리아 성교 대신전에 연락을 취했다.
추기경에게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자.
– 악마의 저주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마족이나 흑마법사 같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될는지.
“성녀님을 파견해 주십시오. 되도록 빨리.”
– 흐음, 그분은 워낙 바쁘신 몸이라,
“제가 그동안 교단에 많이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듣기로는 대신전을 증축하실 계획이라고···,”
– 허허, 백작님이 그걸 어찌 아시고?
흥정이 시작됐다.
성녀를 불러오는 대가.
돈이면 다 되는 거지.
– 알겠습니다. 백작님, 성녀님에게 연락을 취해보겠습니다.
됐다.
성국 대신전의 성녀.
라넬리아 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분.
그녀라면 질병도, 독도, 저주도, 모조리 완치시킬 수 있을 터.
페론 테일즈 백작은 영주관에서 홀로 남았다.
성녀 일행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면 금방 오실 텐데.’
하지만 그를 찾아온 자는 성녀가 아니었다.
※ ※ ※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착용하고,
지구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로디는 내성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텅텅 비어있었다.
일반 병사들과 하인, 하녀들이 몇몇 남아있었지만 그들이야 위협조차 되지 않으니.
독의 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럴 수밖에.
강호의 절대독마 당군악이 익힌 혼원무상독령공.
지구의 절대독마 김태주가 익힌 혼원무상독령공.
미테란의 절대독마 자신이 익힌 혼원무상독령공.
모두 각각 출발점이 달랐다.
셋 중에서 가장 특혜를 받은 사람이 바로 로디 자신.
처음 배울 때부터 선도를 섭취했다.
따라서 조화의 선기는 독정과 결합하였고.
보통 독정이 아니다.
선기가 합쳐진 조화의 독정이다.
그 독정이 만들어낸 독을 마법 주문으로 해독할 수 있나.
삐걱,
로디는 영주관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긴 대전의 끝.
높은 단상에 놓인 의자 위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페론 테일즈 백작이었다.
페론은 누군가 영주관 문을 열고 저벅저벅 걸어올 때부터 직감했다.
아무리 지키는 이가 없다고 한들 영주관에 서슴없이 들어와?
그렇다면 저놈이다.
자신의 영지를 이렇게 만든 원흉.
하지만 낯선 얼굴.
입고 있는 옷도 특이했다.
귀에는 뭘 꽂은 거지?
페론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놈을 향해 물었다.
“너로구나. 이런 짓을 벌인 놈이.”
“맞아. 내가 했어.”
“···이유가 뭐냐? 과거에 나와 만난 적이 있나?”
“아니, 오늘 처음 봐.”
“그럼 대체 왜?”
“너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든. 넌 알지도 못하겠지만.”
로디는 무한공간에서 고리대금업자 피트의 시체를 꺼냈다.
털썩!
페론 백작은 피트의 시체를 유심히 쳐다보다 말을 이었다.
“알만하군. 빚 노예였어. 네가 광산 관리자를 죽인 로디?”
“생각보다 똑똑하네. 맞아. ”
“평범한 벌레가 아니었군. 독을 잔뜩 품었어.”
“오! 나에 대해 잘 아는구나.”
스슷!
로디의 손에 나타난 유엽비도.
길게 끌 생각은 없다.
빠르게 끝내자.
먼저 찍먹부터 해볼까?
츠피릿!
잔영을 남기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는 비도.
“쉴드.”
지잉!
동시에 페론 백작의 몸 위에 씌워지는 반투명한 보호막.
채챙!
유엽비도가 막혔다.
찌직,
깨어지진 않았지만 쉴드에 금이 갔다.
역시 7서클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아이스 스피어.”
그 틈을 노려 페론이 발현한 거대한 얼음창이 로디에게 쏘아졌다.
쐐애애액!
스스슷!
마법이야 환영미리보로 가볍게 피하면 그만.
페론이 의자에 앉은 채로 주문을 영창했다.
“슬립! 일루젼! 블라인드!”
정신에 작용하는 제어 마법도 소용없었다.
선기가 막아주니까.
당황한 표정의 페론.
마법이 안 통해?
방심할 놈이 아니다.
츠피릿!
이어지는 로디의 일섬 공격.
“블링크!”
팟!
순식간에 공간을 이동하는 페론.
‘쯧!’
태앵!
암기가 목표물을 잃고 의자에 박혔다.
제일 성가신 마법.
혼원무상독령공이 7성만 되어도 블링크 마법 따윈 아무것도 아닌데, 독기를 이용해 암기를 유도할 수 있으니까.
“아이스 필드!”
쩌저저적!
바닥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뒤를 이어, 셀 수도 없는 빙결 마법이 연속적으로 날아왔다.
파바바바박!
아이스 필드로 움직임이 제한된 로디.
블링크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페론.
하지만 로디에게도 방법은 있었다.
스릇!
그의 손에 들린 신령비도.
태주님이 보내 준 철장선인의 보패.
츠피릿!
영주관 대전에 은빛 섬광이 번뜩였다.
“쉴드!”
채챙!
페론의 쉴드가 유리창처럼 깨졌다.
그것도 모자라 신령비도가 다시 선회하면서 달려들자.
“헉!”
페론이 대경실색하면서 블링크 주문을 연달아 외쳤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하지만 신령비도는 집요하게 쫓았다.
츠핏! 츠피핏!
그리고 혈접.
수십 마리의 혈접이 허공에서 나풀나풀 날았다.
너무나 느리기에 암기 같지 않은 암기.
신령비도를 피하느라 정신없는 페론은 혈접을 인지하지 못했다.
인지했더라도 진짜 나비인 줄 알았을 터.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팟팟팟팟!
패론이 신령비도를 떨치기 위해 블링크로 이동한 바로 그 자리에,
때마침 날아가던 혈접이,
사뿐!
페론의 머리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쿡!
동시에 혈접의 더듬이가 페론의 정수리를 찔렀다.
“윽!”
독기가 주입됐다.
페론이 서둘러 머리에 앉았던 혈접을 잡아챘지만,
“끝났네.”
로디는 히죽 웃었다.
“···뭐?”
순간!
순식간에 밀려오는 격통.
“어억, 으으으···,”
페론은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째앵!!!
그동안 약해질 대로 약해진 서클의 고리하나가 허무하게 부서졌다.
“커헉!”
츠핏!
동시에 공중을 떠돌던 신령비도가,
푸욱!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페론은 무릎을 꿇었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블링크 시전이 안 된다.
쉴드도 펼칠 수 없었다.
마나 로드가 딱딱하게 굳었다.
“아, 안 돼!”
다 신령비도 덕분이다.
독령을 깨우치기 전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대안.
로디는 저벅저벅 걸어왔다.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
스슷!
비도를 손에 쥐고.
“유언이 있으면 지금 말해.”
“자, 잠깐···,”
그때였다.
“멈춰!!!”
어느새 영주관 입구에서 나타난 여인 하나.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성기사와 사제들.
로디는 그녀가 누구인지 금방 알았다.
‘···성녀?’
성녀는 바닥에 쓰러진 고리대금업자 피트의 시체와 입에서 피를 흘리는 페론 백작을 힐끗 보면서 로디를 추궁했다.
“너어, 정말 악독한 새끼구나. 영지에 저주를 내리고 사람을 죽이다니.”
로디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필 이때 성녀가 나타나다니.
복수를 끝내기도 전에.
“···성녀님께서 상관하실 바가 아닙니다. 제 개인적인 복수라서요.”
“그건 나중에 판단할 일이고 손에서 흉기부터 내려놔.”
“싫다면?”
“거룩한 라엘리아님의 이름으로 심판을 내려주지. 후끈하게.”
이대로 물러서?
천만에.
“그럼 해보시던가.”
“흥! 난 분명히 경고했다? 야! 다들 저 새끼 잡아!”
척척척척!
성기사들이 방패와 검을 들고 로디의 주변을 포위했다.
페론 백작이 환하게 웃으며 로디를 조롱했다.
“껄껄껄껄, 벌레 새끼야! 뭐? 끝났다고? 끝난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야!”
씨발!
좋다.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간다.
성국과 원수가 되어도 할 건 한다.
바로 그때!
화아악!
성녀의 전신에서 솟아나는 빛.
“어머?”
성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현상은 라넬리아님의 계시인데.
갑자기?
“···네?”
성녀는 당황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혼잣말을 했다.
“아아,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아, 아뇨, 나쁜 새끼는 맞지만 그래도 귀족이라, 헉! 무슨 그런 심한 말씀을, 죄, 죄송해요. 네? 사과는 저분에게 하라고요? 네네, 아, 알아서 잘 모실게요.”
얼굴이 빨개진 성녀.
잠시 머뭇거리더니 로디에게 총총걸음으로 다가와서 치마를 잡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호호호, 안녕하세요. 귀인님, 전 성녀 베로니카라고 합니다.”
완전하게 달라진 그녀의 태도.
“···어, 전 로디라고,”
“와! 이름도 좋으시네요. 귀에 착착 감겨요.”
“···.”
이건 또 뭐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페론 백작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서, 성녀님, 저 천한 놈에게 왜?”
“닥쳐! 확 입을 꿰매기 전에!”
“···네?”
그리고 다시 로디를 보며,
“로디님, 제가 대신해드릴까요?”
“뭘?”
“이 새끼 죽이는 거요.”
“···성녀님께서 직접요?”
“어머? 성녀라고 사람만 살리는 건 아니랍니다. 때로는 죽이기도 해요.”
성녀가 왜 이러는지 알만하지만,
복수를 남의 손에 맡길 순 없지.
“제가 할게요.”
“넵! 전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편하게 일 보시고 나오세요.”
성녀와 성기사들이 대전을 빠져나갔다.
아무튼 하던 일이나 계속하자.
멍하니 입만 떡 벌리고 있는 페론 백작.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지?
웬만한 왕국의 국왕도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사람이 바로 성녀인데.
저 빚 노예 따위에게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숙여?
로디가 페론 가까이 다가갔다.
“지옥이라고 들어봤어?”
“지, 지옥?”
“악한 놈들을 벌주는 곳이지. 네가 지구에서 태주님에게 죽었다면 지옥에 떨어져 수천 번 죽었다, 살았다 하면서 대가를 치렀을 텐데,”
페론의 머리에 손은 얹는 로디.
“여긴 미테란이니까,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다.”
“···제, 제발!”
“하지만 낙원은 절대 아닐 거야.”
“살려···,”
우우우웅!
독기 방사가 시작됐다.
독정의 모든 독이 페론의 몸으로 주입됐다.
< 외전(4)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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