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eating Who Loved Me RAW novel - chapter 15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케이트는 그가 어깨를 으쓱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연인들이 서로 가까이 다가설 때 나는 것이 분명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브리저튼이 중얼거렸다.
“이미 거의 끝난 일이라오.”
“제 마음을 산산조각으로 찢고 계시다는 것을 아시나요?”
케이트는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이런, 이런, 나의 사랑스러운 시뇨리나.”
살갗에 입술이 닿는 소리.
“당신 마음이 그런 것쯤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결 우리 둘 다 알고 있지 않소.”
그 다음에는 마리아가 수줍은 듯 뒤로 물러서는 듯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 저는 유희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답니다, 자작님. 물론 결혼을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정말로 어리석은 생각이지만요. 어찌되었건 다음 번에 후견인을 고를 때에는, 뭐랄까 좀더 오랫동안 뒤를 봐주실 분을 찾아야겠다고나 할까요.”
발자국 소리. 브리저튼이 그들 사이의 거리를 다시 좁혀가고 있는 것일까?
그는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소.”
“자작님의 아내 될 분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걸요.”
브리저튼은 쿡쿡 웃었다.
“정부를 포기한다면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아내를 사랑할 경우뿐이지. 그러나 나는 사랑에 빠질 만한 여자를 아내로 고를 생각이 없으니, 당신같이 사랑스러운 여자를 만나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군.”
그런데도 에드위나와 결혼을 하겠단 말이야?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케이트는 온 힘을 다해 참았다. 정말로 발목을 손으로 잡고 개구리처럼 쭈그리고 앉아 있지만 않았던들, 그녀는 분명 복수의 여신처럼 어둠 속에서 나타나 그 남자를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더니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와서 케이트는 그것이 더욱 은밀한 뭔가를 향한 전주곡이 아니기만을 기도했다. 하지만 곧 자작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무엇을 좀 마시려오?”
마리아가 중얼거리듯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브리저튼의 힘찬 발자국 소리가 바닥을 울리며 점점 더,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와서는.
오 안 돼.
케이트는 지신이 숨어 있는 책상 반대편 창턱에 놓여 있는 술병을 보았다. 그가 술을 따를 때 창문 쪽으로만 서 있는다면 들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만일 조금이라도 몸을 돌리는 날엔…….
그녀는 얼어붙었다. 완전히 얼어붙었다. 숨조차 쉬지 않았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깜박이지도 않은 채 (눈꺼풀도 소리를 낼 수 있을까?) 바닥에 앉아 있었기에 그의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끔찍하고 피할 수 없는 공포에 짓눌린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달그락거리며 잔을 내려놓고는 술병의 뚜껑을 잡아 빼, 각각의 잔에 손가락 두 마디만큼 호박빛 액체를 따랐다.
돌아서지 말아라. 돌아서지 말아라.
“괜찮으신가요?”
마리아가 큰 소리로 불렀다.
“물론.”
브리저튼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약간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듯한 목소리였다. 그는 잔을 들고는 천천히 몸을 돌리며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계속 걸어라. 계속 걸어라. 그가 걸으면서 몸을 돌린다면 마리아에게 돌아갈 것이고 자신은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돌아선 다음 걷는다면, 자신은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터였다.
그가 자신을 죽이리라는 것을 케이트는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솔직히, 지난 주 서펜틴 호에서 자신을 죽이려 들지 않은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천천히 그가 돌아섰다. 조금 더 돌아섰다. 그러나 걷지 않았다.
케이트는 스물 한 살에 죽는 것도 그다지 불행한 일은 아니라는 이유를 생각해 내려고 애썼다.
마리아 로쏘를 왜 자신의 서재에 데려왔는지 앤소니는 잘 알고 있었다. 더운 피를 가진 남자라면 누구나 그녀의 매력을 거부할 수 없을 테니까 그녀의 몸은 풍만했고 목소리는 매혹적이었으며, 경험을 통해 그녀의 손길도 목소리 못지 않게 유혹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매끄러운 검은 머리카락과 풍만하고 부풀어오른 입술을 맞아들이면서도, 풍만하고 부풀어올랐을 그녀 몸의 또 다른 부분들에 대한 기억으로 근육이 긴장되면서도, 그는 자신이 그녀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민족을 위해 마리아를 이용한다는 것에 대해 그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그녀도 자신을 이용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그녀는 그들의 관계에서 최소한 뭔가 보상을 받게될 테지만 반면 자신은 보석 몇 개에다 3개월 치의 용돈, 그리고 고급(하지만 썩 고급은 아닌) 주택가에 있는 맨션의 집세를 물게 될 테니까. 아니, 자신이 안절부절못하는 이유는, 짜증이 나서 망할 주먹이라도 벽돌담에 쑤셔 넣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모두 자신이 케이트 셰필드에 대한 악몽을 머리 속에서 몰아내기 위해 마리아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는 다시는 케이트 셰필드라는 여자 때문에 흥분한 상태로 깨어나 고문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 뼈 대한 기억이 뇌리에서 사라질 때까지 다른 여자에게로 빠져들고 싶었다.
왜냐하면 절대로 그 에로틱한 환상을 실현시키지 않을 테니까. 심지어 그는 케이트 셰필드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녀와 동침을 하는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났다. 비록 전신에는 욕망의 물결이 퍼져나갈지라도 아니, 그 꿈이 현실이 되려면 그가 열이 끓어올라 정신 착란을 일으키든지……어쩌면 그녀도 정신 착란을 일으켜야 할지도……그리고 그들 둘 다 무인도에 좌초된다든지, 아니면 그 다음 날 아침 교수형에 처해지게 될 것이라든지, 아니면…….
앤소니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젠장할, 그 여자가 주문을 걸어 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는 그 꿈-아니, 악몽으로 정정해야겠군-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조차도 그녀의 향기가 난다는 걸 맹세라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백합과 비누 향이 섞인 넋이 나갈 것 같은 향기, 지난 주 그들이 하이드 파크를 걸었을 때 그를 에워싸고 현혹시키던 그 향기였다.
고급 위스키와 그것을 마신 후의 악마적인 취기를 즐길 줄 아는, 몇 안 되는 여자 중 하나인 마리아 로쏘를 위해 최고급 위스키를 따르면서도 그가 맡고 있는 향이란 케이트 셰필드의 그 빌어먹을 향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저택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그 이유로 어머니를 죽일 준비가 반쯤은 된 상태였다-이건 정말 웃기는 일이다.
“괜찮으세요?”
마리아가 큰 소리로 물었다.
“물론이오.”
자신의 귀에도 목이 졸린 듯 들리는 목소리로 앤소니가 대답했다. 긴장을 풀려고 할 때면 으레 그러하듯, 그는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돌아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마리아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망할 놈의 향기를 다시 맡았다. 백합 향. 백합꽃이라는 걸 맹세라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누 향. 그녀가 이국적인 백합 향을 쓴다는 것은 꽤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비누 향은 이해가 갔다. 케이트 셰필드 같은 실용적인 여자는 비누로 온몸을 깨끗이 박박 씻을 테니까.
그의 발이 잠시 허공에서 망설였고 그는 평소의 긴 보폭과는 달리 작게 한 걸음 딛고 말았다. 그 향기를 피하지 못한 채 그는 돌아섰고, 코가 본능적으로 분명 백합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향기가 나는 방향으로 그의 눈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보았다.
그의 책상 밑에서.
이럴 수는 없었다.
분명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그녀는 분명 사라지리라.
앤소니는 눈을 깜박였다.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케이트 셰필드, 전 영국을 통틀어 가장 불쾌하고 비위에 거슬리며 극악 무도한 여자가 그의 책상 밑에 개구리처럼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위스키를 떨어뜨리지 않은 것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고 그녀의 눈이 당황과 경악으로 휘둥그레지는 것이 보였다. 잘됐군, 잔인하게 그가 생각했다. 겁을 먹어야 마땅해. 그녀의 젠장할 엉덩이를 새빨개질 때까지 두드려 줄 생각이었으니까.
도대체 저 여자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서펜틴 호의 더러운 물을 끼얹은 것만도 그 잔인한 성정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졌단 말인가?
그와 동생 사이의 데이트를 방해하려던 시도로도 만족하지 못해서 이젠 아예 그를 몰래 감시까지 해야 한다는 것인가?
“마리아.”
그는 매끄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책상 쪽으로 나아가 케이트의 손을 밟았다. 세게 밟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끽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마이아.”
그가 다시 말했다,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이 갑자기 생각났소.”
“오늘밤에 말씀이신가요?”
“그래야 할 것 같소. 윽!”
마리아가 눈을 깜박였다.
“방금 신음하신 건가요?”
“아니오.”
목 졸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앤소니는 거짓말을 했다. 케이트가 장갑을 벗고 그의 무릎 뒤로 손을 돌려 바지를 뚫고 살갗까지 손톱을 박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세게.
최소한 그것이 손톱이기만을 그는 빌었다. 이빨일 수도 있었으니까.
“정말 아무 문제도 없으신 건가요?”
마리아가 물었다.
“아무……문……”
손톱인지 이빨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은 점점 더 깊이 그의 다리로 박혀들었다.
“제도!”
마지막 말이 거의 울부짖듯이 튀어나가는 동시에 그는 발을 내밀어 비열하게도 그녀의 배가 아닐까 의심스러운 부분을 찼다.
평상시라면 여자를 때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을 선택했겠지만 이것은 정말로 예외에 해당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사실상 그는 쪼그리고 있는 그녀를 걷어차면서 적지 않은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가 지금 자신의 다리를 물어뜯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문까지 바래다주겠소.”
다리를 흔들어 발목에서 케이트를 떼어내며 앤소니는 마리아에게 말했다.
하지만 마리아는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몇 걸음 앞으로 걸어왔다.
“앤소니, 책상 밑에 동물이라도 있는 거예요?”
앤소니는 기침하듯 웃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
케이트가 주먹으로 발등을 때렸다.
“개인가요?”
그렇다고 대답해 줄까 진지하게 고려해 보았지만 그도 그 정도로 잔인하지는 못했다. 케이트도 그답지 않은 행동을 고맙게 생각한 것인지 다리를 놓아주었던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앤소니는 재빨리 책상 뒤에서 벗어났다.
“당신을 음악실이 아니라 이 방 문까지만 배웅하면.”
마리아의 팔을 잡고 곁에서 걸으며 물었다.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무례한 행동일지?”
그녀가 웃었다. 평상시였다면 그를 유혹했을 낮고 그윽한 소리였다.
“저는 어린아이가 아니랍니다, 자작님. 그런 짧은 거리쯤은 저 혼자서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용서해 주는 거요?”
그녀는 그가 열어 준 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런 미소를 보고 자작님을 용서하지 않을 수 있는 여자는 이 세상에 없을 거예요.”
“당신은 보기 드문 여자요. 마리아 로쏘.”
그녀가 다시 웃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잖아요?”
마리아가 물에 떠가듯 밖으로 나가자 앤소니는 단호하게 찰칵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악마에게 흘리기라도 한 듯, 자물쇠에 꽂힌 열쇠를 돌리고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당신!”
성큼성큼 네 걸음만에 책상 앞으로 다가서서 그가 우렁찬 소리로 말했다.
“이리 나오시오.”
케이트가 빨리 기어나오지 않자 그는 손을 아래로 뻗어 그녀의 한 쪽 팔을 꽉 잡고 끌어당겨 일어서게 했다.
“설명해 보시오.”
그가 잇새로 말했다.
거의 15분 정도 구부리고 있던 무릎에 갑자기 피가 몰려 다리가 휘청거렸다.
“우연이었어요.”
중심을 잡으려고 책상 모서리를 짚은 채 그녀가 말했다.
“당신 입에서 그 말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우스울 지경이군.”
“사실이에요!”
그녀가 주장했다.
“복도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목을 꿀꺽했다.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와서 이제는 아주,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복도에 앉아 있었는데.”
거칠고 쉰 목소리로 케이트는 다시 말했다.
“자작님께서 그 가수분과 오시는 소리를 들었어요. 저는 그저 피하려고 했을 뿐이라구요.”
“그래서 내 집무실에 침입했다는 거요?”
“이곳이 자작님의 집무실인 줄은 몰랐어요. 저는…….”
케이트는 숨을 들이켰다. 앤소니가 더욱 가까이 다가온 바람에 그의 뻣뻣하고 넓은 옷깃이 이제는 드레스의 보디스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가 다가오는 것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지 유혹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어쩌면 당신은 이곳이 내 집무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검지손가락을 그녀의 뺨을 따라 미끄러뜨리면서 그가 중얼거렸다.
“어쩌면 날 피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지도 모르고.”
케이트는 발작적으로 침을 삼켰다. 침착하려고 노력할 단계는 이미 한참 지나 있었다.
“으으음?”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턱 선을 따라 미끄러졌다.
“대답을 해보겠소?”
케이트는 입술을 벌렸지만 이 대답에 목숨이 걸려 있다 하더라도 한마디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장갑을 끼지 않고 있었고-마리아와 밀회를 나누며 벗은 것이 틀림없었다-피부에 닿은 그의 살갗의 감촉은 너무나 강렬해서 마치 그녀의 온몸을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손을 멈추면 그녀는 숨을 쉬었고 그가 움직이면 숨이 멎었다. 그녀의 심장은 분명 그의 박동에 맞춰 뛰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숨결이 그녀의 입술을 스칠 정도로 가까이에서 그가 속삭였다.
“당신은 뭔가 전혀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케이트는 고개를 저으려고 노력했지만, 근육들이 명령을 거부했다.
“아니었소?”
이번에는 그녀의 머리가 그녀를 배반하고 자기 혼자 저어졌다.
그는 미소를 지었고, 그들은 둘 다 그가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
7
레이디 브리저튼의 음악회에는 페더링턴 부인과 페디링턴 가의 세 자매(프루덴스, 필리파, 그리고 페넬로페로 그들 중 그 누구도 자기 피부색에 어울리는 색깔의 옷을 입지 않았다). 나이젤 버브룩 씨(언제나처럼 그에 대해서 본 필자는 별로 할 말이 없다. 필리파 페더링턴을 제외한 그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물론 셰필드 부인과 캐서린 셰필드 양 등이 참석했다.
셰필드 가로 발송된 초대장에는 에드위나 셰필드 양의 이름 역시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라 본 필자는 단언하는 바이다.
하지만 에드위나 셰필드 양은 참석하지 않았다.
비록 동생 셰필드 양이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브리저튼 경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레이디 브리저튼은 몹시 실망한 듯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자식들을 결혼시키려는 레이디 브리저튼의 의지는 전설적인 바, 장녀가 헤이스팅스 공작과 결혼한 이래 그녀는 장남을 장가들이려고 애쓰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레이디 휘슬다운의 사교계 소식. 1814년 4월 27일
앤소니는 자신이 절대 제정신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녀를 겁줄 작정이었다. 적당히 을러대서 다시는 자기 일에 끼여들 생각일랑 하지 말라고, 자신을 조종할 꿈도 꿔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해시킬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겁을 줄 생각이었으므로 그는 점점 더 순진한 처녀인 케이트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존재감으로 그녀를 압도할 작정이었다. 남자의 체온이 옷사이로 스며들 정도로, 어디까지가 그의 숨결이고 어디까지가 자신의 숨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그녀는 아마 알지 못하리라.